# 제243화: 도현의 전화, 새벽 3시 47분
도현이의 첫 번째 전화는 새벽 2시 14분에 걸려왔다. 세아는 그것을 받지 않았다. 핸드폰은 침대 옆 작은 테이블 위에 있었고, 화면은 밝혀졌다가 어둠으로 돌아갔다. 그 밝음과 어둠의 반복. 울음과 침묵의 반복. 세아는 그것을 보기만 했다. 눈으로만. 손을 뻗지 않고.
두 번째 전화는 2시 37분.
세 번째는 3시 8분.
네 번째는 3시 47분. 그리고 이번에는 다르게 울렸다. 더 길게. 마치 도현이가 세아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준비가 된 것처럼. 아니, 그것은 깨어남이 아니라 응답을 기다리는 절박함이었다. 세아는 그 울음을 들었을 때, 자신의 손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가 정신을 앞질렀다.
“도현이?”
세아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 또는 깊은 물 속에서 올라온 목소리.
“누나!”
도현이의 목소리가 그 단어를 부르짖었다. 그 울음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며칠간의 불안. 어머니 곁에서의 밤샘. 누나를 찾을 수 없었던 그 시간들. 세아는 그것을 들었을 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깨달았다. 자신이 누구를 버렸는지를.
“엄마가 깼어. 지금. 깼어!”
도현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기쁨의 떨림인지, 공포의 떨림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 둘은 같은 주파수에서 울리고 있었다.
“엄마가 눈을 떴어? 정말?”
세아의 질문은 자동적이었다. 신체의 습관적 반응. 하지만 그 질문이 나온 후, 세아는 자신이 지난 몇 시간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병실. 어머니 곁. 그러면 왜 도현이가 자신에게 전화하는가? 왜 자신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 하는가? 자신이 거기 있었다면.
침묵이 전화 선을 통해 흘렀다. 도현이가 깨달은 침묵. 세아도 깨달은 침묵.
“누나 지금 어디야?”
도현이의 목소리가 변했다. 기쁨이 사라졌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기쁨은 선택지였다. 거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현이의 목소리에서 나온 것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고발이었다.
“난 병실에 있어.”
세아가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세아는 자신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병실의 옆방. 복도의 벤치. 아니면 자신의 신체 밖의 어딘가. 신체 밖의 관찰 위치.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영화처럼 보였다. 실제가 아닌 것처럼.
“뭐? 병실? 지금?”
도현이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그것은 의심의 목소리였다. 도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아의 거짓을. 또는 세아 자신이 거짓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엄마가 깼어, 누나. 깼단 말이야. 근데 넌 왜 없어?”
그 질문이 떨어진 후, 세아는 자신의 호흡이 멈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자신이 물 속에 있는 것처럼. 어머니가 말했던 그 물 속. 수심 깊은 곳. 빛이 도달하지 않는 곳. 그 곳에서 올라오려고 하는데, 신체가 무거웠다. 무엇이 자신을 아래로 누르고 있었을까?
“도현이, 어머니는 지금…”
세아가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어머니는 지금 무엇인가? 깨어있는가? 그것이 전부인가? 눈을 뜬 것이 깨어남인가? 아니면 깨어남은 다른 것인가? 깨어남은 이해하는 것인가? 인정하는 것인가? 용서하는 것인가?
“어머니는 무엇을 말했어?”
세아의 질문이 오갔다. 도현이에게. 아니, 자신에게. 자신에게 묻는 질문.
도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세아는 배경음을 들었다. 병실의 소리. 심전도 모니터의 규칙적인 비프음. 그리고 그것 아래로, 어머니의 목소리. 세아의 이름. 자신의 이름이 입에서 나오는 어머니의 목소리. 그것은 마치 자신이 죽어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호출처럼 들렸다.
“엄마가 부르고 있어. 누나를.”
도현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마치 자신이 전화 선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세아에게 속삭이고 있는 것처럼.
“지금 와야 해.”
세아는 전화를 끊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을 것처럼. 도현이의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 자신이 버린 것들의 목소리. 하지만 세아는 전화를 끊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일어섰다. 침대에서. 아니, 침대가 아니었다. 어디에 앉아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수직이 되었다. 중력에 항복했다. 신체가 무게를 가지게 되었다.
“다섯 분이면 거기 갈 수 있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세아는 지금 병원의 어느 부분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거짓을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거짓이 방향을 만들었다. 거짓이 동기를 만들었다.
“알겠어. 빨리.”
도현이가 전화를 끊었다.
세아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형광등이 그녀의 앞을 밝혔다. 또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그녀는 신체를 가진 물질이었다. 공간을 차지하는 것. 무게를 가진 것. 하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투명하다고 느꼈다. 마치 광선이 자신을 통과해 가는 것처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손들은 떨리고 있었다. 강리우의 손과 같은 방식으로. 어머니의 손과 같은 방식으로. 떨림이 유전되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은 공포의 표현인가? 아니면 그 둘은 다르지 않은 것인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것은 비어있었다. 세아는 그것 속으로 들어갔다. 미러 같은 벽. 자신의 모습이 무한으로 반복되는 공간. 그 무한한 반복 속에서, 세아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이 많은 세아 중 어느 것이 실제인가? 이 많은 반사 중 어느 것이 원본인가? 아니면 모두가 반사이고, 원본은 존재하지 않는가?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층수가 숫자로 표시되었다. 5. 4. 3. 2. 1. 각 숫자마다, 세아는 자신이 어느 정도로 내려가고 있는지를 상상했다. 지표면으로. 아니면 지표면 아래로. 그 아래에는 무엇이 있는가? 세아는 기억했다. 강리우가 병실을 나간 후, 어머니가 말했던 것을. 세아가 들을 수 없었던 것을 도현이가 들었을 수도 있다. 어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말. 자신을 찾아달라는 말. 아니면 자신을 보내달라는 말. 자신을 용서하거나 용서받으라는 말.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세아는 나갔다.
병실로 가는 길은 익숙했다. 몇 시간 전에 걸었던 길. 아니, 며칠 전. 시간이 왜곡되고 있었다. 세아는 시간의 방향성을 잃고 있었다. 앞으로 걷고 있는지 뒤로 걷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걸었다. 신체가 방향을 기억하고 있었다. 신체는 지능이었다. 신체는 길을 알고 있었다.
병실의 문이 보였다. 4층 312호. 세아는 그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있는 방의 번호. 자신의 반쯤 형이 떠난 방의 번호. 자신이 무언가를 말하지 않기로 선택했던 방의 번호.
세아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도현이가 침대 옆에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은 세아가 본 것 중 가장 나이 많아 보였다. 17살의 얼굴이 아니라, 17년을 살아온 얼굴이 보였다. 모든 무게가. 모든 불안이. 모든 책임이. 그것들이 얼굴에 새겨져 있었다.
어머니는 침대 위에서 세아를 봤다. 그 눈은 초점을 가지고 있었다. 명확한 초점. 마치 지난 며칠간의 혼돈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뭔가를 명확하게 보는 것처럼.
“세아.”
어머니가 말했다. 이 이름. 또 이 이름. 마치 자신이 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자신의 죄를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디 있었어?”
그 질문은 책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또는 그보다 더 깊은 것. 확인. 자신의 딸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침대 옆으로 갔다. 도현이가 있던 자리를 차지했다. 아니, 그녀는 도현이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들은 함께 앉았다. 어머니의 양쪽에. 양쪽 손을 잡고. 세아는 왼손으로. 도현이는 오른손으로.
어머니의 손은 차가웠다. 여전히 차가웠다. 마치 그 차가움이 영구적인 상태인 것처럼. 또는 그 차가움이 자신의 본질인 것처럼.
“내가 넌 말했어. 버려졌다고. 지워졌다고.”
어머니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쉰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다르게 들렸다. 쉰 목소리가 아니라, 깊은 목소리. 깊이를 가진 목소리.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전부가 아니야.”
세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봤다. 그 얼굴은 세아의 얼굴의 원형이었다. 마치 세아가 어머니의 미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또는 어머니가 자신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내가 너를 버렸어. 하지만 넌 살았어. 그리고 그건 내 버림보다 더 큰 증거야. 넌 존재했어. 넌 살았어. 그것 자체가 거부야. 내 버림에 대한 거부.”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번에는 흐르는 눈물이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 마치 그것들이 자신의 신체로부터 분리되는 것처럼. 아니, 자신의 신체로부터 해방되는 것처럼.
도현이가 어머니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마치 자신이 어머니를 잡고 있지 않으면, 어머니가 어딘가로 떠내려갈 것처럼. 세아도 같은 감각을 느꼈다. 어머니가 미끄러지고 있다는 감각. 그녀가 이 세상에서 분리되고 있다는 감각.
“엄마, 숨을 쉬어.”
도현이가 말했다. 세아가 몇 시간 전에 말했던 것과 같은 말.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명령이 아니라 간청이었다. 어머니가 살기를 바라는 간청. 어머니가 여기 남기를 바라는 간청.
어머니의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것은 자동적이었다. 신체의 거부할 수 없는 본능. 살아있다는 증명. 그리고 그것이 가장 두려운 것이었다. 살아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의 무게. 살아있으면서 자신이 했던 것들을 기억한다는 것의 무게.
“강리우는?”
어머니가 물었다. 그것은 세아를 향한 질문이었지만, 도현이도 들었다. 도현이는 어머니의 눈을 봤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아니, 도현이는 알고 있었다. 도현이는 강리우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 도현이는 어머니가 누구를 찾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강리우는 여기서 나갔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답변이었지만, 답변이 아니었다. 그것은 회피였다. 또는 보호였다. 도현이를 보호하는 것. 어머니를 보호하는 것. 아니면 강리우를 보호하는 것.
“그는 여기서 나가야 했어.”
세아가 계속했다. 왜 자신이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말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있었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는 여기서 나가야 했어.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여기 남아야 했어.”
그 말이 떨어진 후, 병실은 완전히 침묵했다. 심전도 모니터의 비프음만이 들렸다. 규칙적인 비프음. 삶의 리듬. 그리고 그 리듬 아래로, 세아는 자신이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었다. 강리우의 발걸음. 복도에서. 계단에서. 아니면 자신의 내부에서. 그곳에서, 강리우는 계속해서 떠나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영원히. 그것이 그의 운명이었던 것처럼.
어머니는 세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마치 세아가 강리우처럼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세아는 그 두려움을 느꼈다. 그 손 안에. 그 손가락 끝에.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 언어로.
“미안해.”
어머니가 말했다.
“정말 미안해.”
그것은 누구에게 향한 말인가? 세아에게? 도현이에게? 강리우에게? 아니면 자신 자신에게? 어머니 자신의 과거 모습에게? 자신이 버린 모든 것에게?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느꼈다. 그 손이 전달하는 무게. 그 무게가 세아 자신의 손으로 전달되었다. 도현이에게. 그렇게, 이 손들은 연결되었다. 과거와 현재. 버림과 남겨짐. 죄와 용서 사이의 불명확한 경계에서.
새벽 4시에, 세아는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도현이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 옆에 앉아서. 손을 잡고. 말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불태워온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이 그토록 타올랐던 불꽃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다른 누군가를 밝히기 위한 불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불이었다. 그리고 그 불이 가장 밝았던 순간은, 자신이 아무도 아닌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순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순간. 단지 여기 있었다. 이 손을 잡고. 이 어둠 속에서. 이 침묵 속에서.
새벽의 형광등이 그들을 밝혔다. 세 개의 신체. 한 개의 침대. 무한한 손.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 도현이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누나 있지?”
세아는 대답했다.
“응. 여기 있어.”
그리고 그것이 가장 진실한 말이었다.
# 그녀가 누구를 찾고 있는지
병실의 형광등이 희뿌연 빛을 흘렸다. 새벽 3시 47분. 시계의 초침이 똑, 똑, 똑 하고 울렸다. 세아는 그 소리를 셀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의자는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허리가 저렸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무언가가 깨질 것 같았다.
그 순간이 깨질 것 같았다.
“니가 누구를 찾고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을 것 같은, 그런 말이 세아의 머리 안에서 맴돌았다. 자신이 생각한 건가, 아니면 누군가가 말한 건가. 그것도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그 말이 자신의 가슴 한복판을 가르고 들어와 박혀 있다는 것이었다.
병실 문이 작은 소리를 냈다. 누군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세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현실이 된다. 그렇게 하면 이 순간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강리우는 여기서 나갔어.”
세아가 말했다. 자신이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음성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허스키하고, 저음이고, 감정 없는. 그것은 보호장치였다.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가 나오면, 모든 것이 무너질까봐.
침대 위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손이 침대 시트를 쥐었다. 그 손의 떨림을 세아는 감지했다. 그 떨림이 공기를 통해 전달되었다. 시각이 아니라, 감각이었다. 모든 것을 느끼는 감각.
“그는 여기서 나가야 했어.”
세아가 계속했다. 왜 자신이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수 없었다. 자신의 입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뇌와는 별개로. 어쩌면 더 깊은 어딘가에서, 오래전부터 말해야 했던 말들이 이제야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여기서 나가야 했어. 그리고 우리는…”
세아는 잠깐 멈췄다. 그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그 문장이 완성되는 순간, 모든 것이 정해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강리우의 출발, 자신들의 남겨짐. 그것이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어머니의 손이 더욱 단단해졌다. 침대 옆에 앉아있는 세아의 손을 찾았다. 그 손이 세아의 손을 감쌌다. 따뜻하고, 축축하고,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 남아야 했어.”
문장이 완성되었다.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자신이 말했으면서도, 마치 다른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듣는 느낌이었다. 그 말이 공기 중으로 퍼져나갔다. 병실 전체에. 심전도 모니터에. 천장의 불빛에.
그 순간, 완전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심전도 모니터의 비프음만 들렸다. 규칙적인 비프음. 비프, 비프, 비프. 삶의 리듬이었다. 누군가의 심장이 계속 뛰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 병실에서, 이 침대 위에서, 누군가의 심장이 계속 박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소위 ‘의료용 리듬’이었다. 자동화된, 기계적인,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삶의 증거.
그리고 그 리듬 아래로, 세아는 무언가를 들었다.
그것은 발걸음이었다. 강리우의 발걸음. 그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었지만, 그 소리는 여전히 들렸다. 복도에서. 계단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혹은 자신의 내부에서. 그곳에서, 강리우는 계속해서 떠나가고 있었다. 계속해서. 영원히. 멈추지 않고.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하면 그 소리가 더 잘 들렸다. 발걸음의 음향학적 질감. 신발이 바닥을 치는 소리. 그것이 마침내 들리지 않을 때까지의 그 거리. 점점 멀어지는 그 간격.
“미안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아는 눈을 떴다.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형광등의 빛에 반쯤 잠긴 얼굴. 눈은 감겨 있었다.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정말 미안해.”
그 말은 누구에게 향한 말인가? 세아에게? 도현이에게? 강리우에게? 아니면 자신 자신에게?
세아는 그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느꼈다. 그 손이 전달하는 무게. 그 무게가 세아 자신의 손으로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침대 위에서 도현이의 작은 손으로 전달되었다.
그렇게, 이 손들은 연결되었다. 과거와 현재. 버림과 남겨짐. 죄와 용서 사이의 불명확한 경계에서.
“누나?”
도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강리우 빠가… 진짜 안 올 거야?”
그 질문이 공기를 가르고 들어왔다. 가장 순진하고, 가장 날카로운 질문. 아이의 질문. 모든 회피와 수식을 뚫고 들어오는 질문.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아이에게 거짓을 말할 수도 없었고,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침묵했다. 침묵이 가장 정직한 대답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머니의 손이 더욱 단단해졌다. 세아의 손을 조금 더 강하게 압박했다. 그것도 일종의 대답이었다. 말 없는 대답.
새벽 4시가 되었다. 시계가 조용히 시간을 넘겼다.
세아는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도현이도 여전히 깨어 있었다. 침대 옆에 앉아서. 손을 잡고. 움직이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병실의 형광등이 계속 희뿌연 빛을 흘렸다. 그 빛 아래에서, 세아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어머니의 손과 자신의 손이 교차하는 지점. 손가락이 손가락과 만나는 곳. 그곳에서 체온이 전달되고 있었다. 체온의 언어.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진실한 언어.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불태워온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이 그토록 타올랐던 불꽃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다른 누군가를 밝히기 위한 불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불이었다.
그녀는 항상 무언가를 태워왔다. 자신의 시간을, 자신의 청춘을, 자신의 가능성을. 그 불이 타올랐을 때, 그녀는 느껴졌다. 실재했다. 존재했다.
하지만 그 불이 가장 밝았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그것은 자신이 무언가를 원하는 순간이 아니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말하는 순간이 아니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애쓰는 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아무도 아닌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순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순간. 단지 여기 있었다. 이 손을 잡고. 이 어둠 속에서. 이 침묵 속에서.
그렇다면, 그녀가 찾고 있던 것은 무엇인가?
강리우인가? 아니었다.
자신의 정당성인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순했다.
존재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 누군가의 손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누군가의 심장박동 옆에서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끼는 것.
새벽의 형광등이 그들을 밝혔다. 세 개의 신체. 한 개의 침대. 무한한 손. 연결된 손. 끊어지지 않는 손.
“누나 있지?”
도현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더 작았다. 거의 꿈속에서의 목소리처럼.
세아는 대답했다.
“응. 여기 있어.”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세아는 느꼈다. 그것이 가장 진실한 말이라는 것을. 가장 중요한 말이라는 것을.
그녀는 여기 있었다. 이 침대 옆에. 이 손을 잡고. 이 어둠 속에서.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강리우는 떠났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새로운 무언가의 시작. 더 조용한, 더 깊은, 더 진실한 무언가의.
어머니의 손이 세아의 손을 계속 쥐고 있었다. 도현이의 손이 세아의 다른 손을 잡았다. 그렇게 그들은 연결되어 있었다. 과거와 현재. 버림과 남겨짐. 죄와 용서. 모든 것이 이 손들 속에 있었다.
새벽 5시가 가까워졌다. 병실 밖에서 간호사의 발걸음이 들렸다. 의약품이 담긴 카트의 소리. 바깥 세상이 깨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침대 위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었다. 형광등의 희뿌연 빛 아래에서. 심전도 모니터의 비프음 아래에서. 세 개의 신체와 무한한 손들이 만드는 조용한 교향곡 아래에서.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그것은 강리우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정당성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증명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순한,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여기 있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
병실의 시계가 5시 15분을 가리켰다. 형광등은 여전히 희뿌연 빛을 흘렸다. 도현이는 잠들었다. 그의 호흡이 규칙적이 되었다. 어머니도 눈을 감고 있었다. 세아는 깨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깨어 있는 것도 다르게 느껴졌다.
그것은 기다림이 아니라, 현존이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대답이었다.
그것은 불꽃이 아니라, 빛이었다.
따뜻하고, 조용하고, 지속되는 빛.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느꼈다. 그리고 도현이의 손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느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여기 있었다.
여기.
이 순간.
이 손.
이 빛.
이 침묵.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