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21화: 손이 닿는 거리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Prev221 / 250Next

# 제221화: 손이 닿는 거리

밤 12시 3분.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갑작스러웠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강리우가 난간을 더 세게 누르려는 순간, 세아의 손이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떨리는,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는, 24년 동안 아무도 부르지 않은 이름을 가진 손가락을 잡았다.

강리우는 놀랐다. 그의 몸이 굳었다. 마치 누군가 그를 멈춰 세운 것처럼. 한강 위로 떨어진 불빛들이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 강남의 건물들, 광고판들, 누군가의 창문들. 그 모든 것이 계속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세아의 세계는 그 손가락뿐이었다. 자신의 손과 맞닿은 그 손가락.

“넌 혼자가 아니야.”

세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밤 공기를 자르기에는 너무 작았다. 하지만 강리우는 들었다. 그의 손이 조금 더 약해졌다.

“난 혼자야.”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 말은 세아의 손을 잡은 것과는 모순되었다. 하지만 세아는 그것을 이해했다. 혼자라는 감각은 손을 잡는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뼈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다. 어쩌면 더 깊이. 영혼처럼.

“넌 강민준의 아들이 아니야.”

세아가 계속했다.

“넌 어머니의 아이야. 그리고…”

세아는 잠시 멈췄다. 그 말을 완성할 수 있을까. 그것을 입 밖에 낼 수 있을까.

“그리고 넌 우리 형이야. 도현이의 형. 나의 형.”

그 말이 나왔을 때, 무언가가 깨어졌다. 강리우의 몸에서. 그의 손이 세아의 손을 더 세게 쥐었다. 아프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진짜였다. 그 압력은 진짜였다. 실제의 접촉. 24년 동안 받지 못한 접촉.

한강의 물은 여전히 움직였다. 겨울로 향하는 11월의 물은 차갑고, 살짝 탁했다. 서울 위를 지나온 모든 것이 그 물 속에 있었다. 빗물, 눈물, 사람들의 발자국. 그리고 이제 두 명의 사람이 만나는 지점도.

“내가 뭐라고 해야 할까?”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였다. 더 약한 목소리. 더 진실한 목소리.

“뭐라고 해야 내가 도현이를 직면할 수 있을까? 뭐라고 해야 어머니를 봐줄 수 있을까?”

세아는 한강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은 여전히 강리우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아의 손이 그 떨림을 받아주고 있었다. 마치 악기가 음악을 받아주듯이.

“너는 지금 여기에 있어.”

세아가 말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해.”

강리우가 웃음을 흘렸다. 이번에는 다르게. 그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그것은 안도감이었다. 또는 그 둘을 섞은 뭔가.

“넌 뭐 하는 사람이야?”

강리우가 물었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어? 어떻게 이렇게 간단하게?”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질문이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자신의 형이 무너지는 순간에 손을 잡을 수 있는가. 아마도 그것은 음악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음악을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음악은 말보다 먼저 온다. 음악은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있을 뿐이다.

병실에서는 어머니가 깨어 있을 것이다. 또는 자고 있을 수도 있다. 모니터는 계속 신호를 보낼 것이다. 피, 산소, 심장박동. 그 모든 것들이 숫자로 표현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이 없었다. 여기는 단지 두 명의 사람과 그들의 손이 맺는 약속이었다.

“도현이는 뭐 하고 있을까?”

강리우가 물었다.

“지금 이 시간에.”

세아는 생각했다. 도현이는 아마도 집에 있을 것이다. 제주가 아니라, 서울의 고시원. 어머니를 위해 병원에서 나와 집에 돌아간 후. 그는 아마도 누워 있을 것이다. 천장을 보면서. 또는 핸드폰을 들었을 것이다. 누나를 찾으려고. 누나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해.

“아마도 누나를 찾고 있을 거야.”

세아가 대답했다.

“날.”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처음으로 이 밤에 완전히. 그의 눈이 여전히 어두웠지만, 그 어둠 속에 뭔가가 있었다. 인식. 깨어남. 또는 깨어나기 위한 노력.

“난 너한테 뭔데?”

강리우가 물었다.

“너는 지금 날 잡고 있어. 내가 떨어질까봐. 내가 무너질까봐. 근데 넌 자신도 무너져 있지 않아? 넌 왜 나를 챙겨?”

세아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시간을 가졌다. 한강을 보면서. 그 물 위의 불빛들을 보면서. 그것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면서.

“왜냐하면…”

세아가 말했다.

“넌 혼자 떨어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리고 나는…”

그녀는 멈췄다. 그 말을 완성할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 큰 것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나는 아무도 떨어지게 하고 싶지 않아. 다시는. 누구도. 더 이상은.”

강리우의 손이 더 약해졌다. 이제는 거의 떨리지 않았다. 또는 세아의 손이 그 떨림을 모두 흡수해서,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밤 12시 15분. 한강공원의 난간. 두 명의 사람. 그들의 손. 그리고 그 손이 만드는 약속. 그것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아마도 세상은 그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누군가 이 순간을 기억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것이 전부였다. 모든 것이었다.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었다.

“우리 가자.”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의 손을 여전히 잡으면서.

“병실로.”

강리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강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를?”

그가 물었다.

“또는 도현이를?”

“둘 다.”

세아가 대답했다.

“우리는 이제 가족이야. 그렇지? 그럼 함께 가야지.”

강리우가 웃음을 흘렸다. 이번에는 진짜 웃음이었다. 슬프지만, 진짜였다. 그것은 깨어난 사람의 웃음이었다. 오래된 침묵에서 깨어난 사람의.

“그래. 가족이지.”

강리우가 중얼거렸다.

“24년 만에 처음으로.”

그들은 난간에서 돌아섰다. 손을 잡은 채로. 세아의 손은 여전히 강리우의 손가락을 잡고 있었다. 그들은 공원의 길을 따라 걸었다. 밤 공기 속으로. 11월의 차가움 속으로.

산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세아는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 중요한 것.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지 공기 속에 있는 것이었다. 또는 그들의 손이 만드는 것이었다. 또는 그들이 함께 가는 길 자체였다.

“세아.”

강리우가 말했다.

“감사해.”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필요 없었다. 그들의 손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24년의 침묵보다 크게. 어머니의 눈물보다 크게. 도현이의 절규보다 크게.

병원으로 가는 길. 밤 12시 23분. 한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강남의 불빛들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서울은 깨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강리우도 깨어 있었다. 자신이 누인지 알면서.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면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것이 전부였다.

병원의 복도에 들어선 것은 밤 12시 47분이었다. 형광등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 혹독한 빛. 그 무자비한 밝음. 하지만 강리우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세아의 손을 여전히 잡으면서.

병실의 문 앞에서 멈췄다.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의 눈이 물에 차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약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한 것이었다. 견딜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족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었을 수도 있다.

“가자.”

세아가 말했다.

“함께.”

강리우가 끄덕였다. 그들은 병실의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깨어 있었다. 천장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들어오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멈췄다. 그 두 명을 본다. 손을 잡고 있는 그 두 명을.

“어머니.”

강리우가 말했다. 처음으로. 그 단어를 입 밖에 내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그렇게 부르면서.

어머니의 눈이 물에 찼다. 다시. 또 다시. 마치 그 눈이 눈물을 말고는 다른 것을 낼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애.”

어머니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방 전체를 채웠다.

도현이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창가 근처. 그는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형과 누나를 봤다. 손을 잡은 그들을.

“누나.”

도현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어디 갔었어?”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리우의 손을 여전히 잡으면서. 그리고 그 답 자체가 충분했다. 어디를 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함께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여기 있어.”

세아가 도현이에게 말했다.

“이게 중요한 거야.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

밤 12시 58분. 병실. 네 명의 사람. 한 명의 어머니. 세 명의 자식.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침묵. 그것은 이전의 침묵이 아니었다. 이전의 침묵은 거짓이었다. 또는 강제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침묵은 다르다. 이것은 선택된 침묵이다. 그들이 함께 하기로 선택한 침묵.

어머니가 손을 뻗었다. 침대 밖으로. 세아를 향해. 그리고 세아는 그 손을 잡았다. 강리우의 손을 놓지 않으면서. 동시에 어머니의 손도 잡으면서. 그러자 도현이도 움직였다. 어머니의 손의 다른 쪽을 잡으면서. 그리고 강리우도. 도현이의 손을 잡으면서.

네 명이 손을 잡았다. 침대 주변에서. 형광등의 빛 아래서. 밤 1시 2분의 병실에서. 그것은 아주 작은 것이었다. 누군가 보면 웃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손을 잡는 것. 그렇게 단순한 행동. 하지만 그 손이 만드는 전기 같은 것. 그 접촉이 만드는 신호.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우리 가족이야.”

어머니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지만, 분명했다.

“지금부터. 진짜 가족.”

도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 며칠 동안 처음으로. 자신이 가장 어려서 가장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 소년이. 이제 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세아는 도현이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한 손으로. 다른 손은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서. 그리고 강리우는 어머니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마치 그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24년의 거리를 손으로 좁히는 방법.

“이제 안 돼.”

세아가 도현이에게 말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 모두가 여기 있어. 모두 함께.”

밤 1시 8분. 병실은 소리로 가득 찼다. 도현이의 울음. 어머니의 흐느낌. 강리우의 규칙적인 숨소리. 세아의 조용한 음성.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를 흐르는 것. 그것은 음악이었을 수도 있다. 또는 불이었을 수도 있다. 또는 그 둘을 섞은 뭔가였을 수도 있다.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에너지였다. 움직임이었다. 살아 있다는 신호였다.

병실의 문이 열렸다. 간호사가 들어왔다. 밤 시간 순회. 그녀는 그 장면을 봤다. 네 명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그녀는 무엇을 말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돌아갔다. 침묵으로. 그것이 가장 존경스러운 방식이었다.

밤 1시 15분.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네 명과 그들의 손. 그리고 모니터가 내는 신호음. 신호음은 계속되었다. 비트. 비트. 비트.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음악이었다. 생명의 음악.

세아는 자신의 형을 봤다. 강리우. 처음으로 그를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피곤했다. 하지만 다르게. 새로운 피곤. 더 무거운 피곤. 하지만 그 피곤 속에 뭔가가 있었다. 평화. 또는 평화로 향하는 길.

“넌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있을까?”

세아가 갑자기 물었다.

“언젠가?”

강리우는 답하지 않았다. 오래. 하지만 마침내 그는 움직였다. 손가락을. 마치 건반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리게. 의도적으로. 떨리면서. 하지만 움직였다.

“모르겠어.”

그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멈췄다. 그리고 세아의 손을 봤다.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어머니의 손도. 도현이의 손도. 모두가 함께 연결된 그 손.

“지금은 그것도 필요 없을 것 같아.”

세아는 끄덕였다. 그것이 답이었다. 모든 답이었다. 음악은 문제가 아니었다. 불은 문제가 아니었다. 소리도, 침묵도 문제가 아니었다. 유일한 문제는 혼자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해결되었다.

밤 1시 23분. 서울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강남의 건물들은 계속 빛나고 있었다. 강은 흐르고 있었다. 차들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병실 안에서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또는 시간이 처음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24년 전의 순간. 또는 지금 이 순간. 또는 앞으로 올 모든 순간들. 그것들이 모두 겹쳐 있었다. 네 명의 손이 만드는 원 속에서. 그 원은 작았다. 하지만 그것은 완성된 것이었다. 처음으로. 완전히.

“우리 자.”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더 크게. 더 확실하게.

“우리 자식들.”

그리고 세아는 자신이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이것은 자신을 태우는 불이 아니었다. 이것은 자신을 따뜻하게 하는 불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꺼지지 않을 것이었다.

밤 1시 30분. 병실의 창은 닫혀 있었다. 밖의 세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방 안의 것이었다. 이 방 안의 사람들. 이 방 안의 손들. 이 방 안의 침묵. 그리고 그 침묵 속의 음악.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음악.

네 명이 손을 잡았다. 밤이 깊어지면서. 새벽으로 향하면서. 그들은 손을 놓지 않았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있었다. 함께. 마침내. 처음으로. 진짜로.

# 확장된 버전: 밤 1시 15분의 손들

밤 1시 15분.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세아는 침묵이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이전의 침묵들—어머니의 침묵, 형의 침묵, 자신의 침묵—은 모두 무언가를 거부하는 침묵이었다. 귀를 막는 침묵. 입을 다무는 침묵. 하지만 지금의 침묵은 다르다. 이것은 포용하는 침묵이다. 네 명과 그들의 손. 그리고 모니터가 내는 신호음.

신호음은 계속되었다. 비트. 비트. 비트.

병실의 모니터는 초록색 글씨로 강리우의 심박수를 표시하고 있었다. 73. 74. 73. 정상 범위. 안정적인 박동. 세아는 그 신호음을 들으면서 이것이 얼마나 기적적인 소리인지를 깨달았다. 언제부터 이 신호음을 희망의 음악으로 들었던가?

어머니의 손은 따뜻했다. 피부의 주름 속에는 24년의 세월이 새겨져 있었다. 24년의 기다림. 24년의 죄책감. 24년의 사랑. 그 모든 것이 손가락의 압력으로 전해졌다. 세아는 그 손을 느끼면서 자신이 이 손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깨달았다. 어머니의 손은 자신이 세상에서 처음 만진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다시 자신을 잡고 있다는 것이 신기로웠다.

도현이의 손은 차가웠다. 하지만 견고했다. 방금 전까지 도현이는 강리우의 손을 잡고 있었다. 형. 처음으로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왔을 때 도현이의 손이 떨었다. 세아는 그 떨림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도현이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안정을 찾았다. 위치를 찾았다.

강리우의 손은 가장 약했다. 아직도. 하지만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의식적으로. 손가락이 하나하나 세아의 손을 쥐었다. 마치 확인하는 것처럼. 내가 여기 있다. 내가 깨어 있다. 내가 살아 있다.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음악이었다. 생명의 음악.

비트. 비트. 비트.

세아는 자신의 형을 봤다.

강리우. 그 이름을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로 부를 수 있는 밤이 왔다. 며칠 전만 해도 그는 단순히 “그 사람”이었다. 불에 뛰어든 사람. 자신을 구한 사람. 하지만 이름 없는 사람. 그리고 지금, 그는 형이다. 형이라는 단어가 입에 들어왔을 때, 그것이 얼마나 낯설게 느껴졌는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는가.

강리우의 얼굴은 여전히 피곤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화상으로 인한 물리적 피로로 봤을 것이다. 신경 손상. 근육 손상. 면역계의 투쟁. 의료 차트에 기록될 수 있는 종류의 피로. 하지만 세아가 보는 것은 다른 종류의 피로였다. 영혼의 피로. 24년 동안 무언가를 들고 있다가, 마침내 그것을 내려놓은 후에 오는 피로.

어머니의 얼굴도 비슷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얼굴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바로 옆에서 보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변화. 눈꼬리의 주름이 다르게 펼쳐졌다. 입술의 색이 조금 더 분홍색이 되었다. 살아난 것.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머니가 죽음에서 깨어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에서 깨어난 것.

강리우의 피로는 새로운 피로였다. 더 무거운 피로. 세아는 그것을 이렇게 해석했다: 과거의 무게를 버린 후의 무거움. 그것은 역설처럼 들렸지만, 생각해보면 맞다. 아무것도 들지 않는 손은 가볍지만, 그 가벼움이 어떤 때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목적을 잃었기 때문에.

하지만 강리우의 얼굴에는 그것도 있었다. 평화. 또는 평화로 향하는 길.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방향을 정한 것. 이정표를 발견한 것.

“넌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있을까?”

세아가 갑자기 물었다.

그 질문은 자신의 입에서 나왔을 때도 깜짝 놀랐다.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지금 이 순간에, 강리우가 화상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미래에 대해 물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피아노가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필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세아는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미래에 대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세아가 덧붙였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언젠가. 그 단어에는 모든 희망이 들어 있었다. 모든 가능성이. 모든 내일이.

강리우는 답하지 않았다.

병실의 침묵이 더 깊어졌다. 모니터의 신호음만 계속되었다. 비트. 비트. 비트. 강리우는 세아의 질문을 받은 후, 천천히 눈을 떴다. 아니, 이미 떠 있던 눈을 움직였다. 세아를 바라봤다. 긴 시간. 오래.

세아는 그 시선을 견디고 있었다. 형의 눈을 들여다봤다. 그 안에서 자신을 찾고 있었다. 정말로, 자신이 거기 있는가? 내가 널 구했나? 내가 너를 찾았나? 그런 질문들을 형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다.

마침내, 강리우가 움직였다.

손가락을.

마치 건반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리게. 의도적으로. 떨리면서. 하지만 움직였다. 왼손이 먼저. 손가락이 구부러졌다가 펼쳐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완전하지는 않았다. 오른손의 화상 때문에. 하지만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모르겠어.”

강리우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쉰 목소리. 아직도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목소리. 하지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멈췄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내렸다. 세아의 손을 봤다.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그 손. 그리고 어머니의 손도. 도현이의 손도. 모두가 함께 연결된 그 손. 하나의 원을 만드는 그 손들.

강리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처음이었다. 세아는 형이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형을 아는 시간이 며칠밖에 없었지만, 그 며칠 동안 강리우는 울지 않았다. 침묵했다. 참았다. 견뎠다. 하지만 지금, 눈물이 흘렀다. 화상 입은 얼굴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 그 눈물은 아마도 통증을 일으켰을 것이다. 하지만 강리우는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그 고통을 받아들였다.

“지금은 그것도 필요 없을 것 같아.”

그가 말했다.

세아는 끄덕였다.

그것이 답이었다. 모든 답이었다.

세아는 자신의 모든 질문이 이 순간에 응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난 24년 동안의 모든 질문. 왜 나를 버렸나? 왜 나를 찾지 않았나? 왜 나는 혼자였나? 그 모든 질문의 대답이, 사실은 질문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었다.

음악은 문제가 아니었다.

강리우가 피아노를 칠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중요했던 적이 있었나? 아니다. 그것은 세아가 만든 대리 질문이었다. 진짜 질문은: 우리는 함께 있을 수 있는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예였다.

불은 문제가 아니었다.

강리우를 태운 그 불. 자신을 해치려던 그 불. 하지만 그것이 마침내 무언가를 일으켰다. 변화를. 만남을. 그 불이 없었다면, 강리우는 이 병실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세아는 형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을 잃었다는 것을 영원히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불은 저주인가, 축복인가? 세아는 그 질문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소리도 문제가 아니었다. 침묵도 문제가 아니었다.

세아는 평생을 침묵 속에서 살았다. 어머니의 침묵. 가정의 침묵. 자신의 침묵. 그 침묵들이 자신을 짓눌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침묵이 아니라 그 침묵이 무엇을 숨기고 있었는가가 문제였다. 사랑. 사랑이 침묵 뒤에 숨어 있었다. 서툰 사랑. 표현할 수 없는 사랑. 하지만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은 사랑.

유일한 문제는 혼자라는 것이었다.

그것이었다. 정말로. 다른 모든 것은 그것의 증상이었다. 혼자라는 것의 증상. 소외. 침묵. 분노. 자살. 그 모든 것은 한 가지 뿌리에서 나왔다. 혼자.

그리고 그것은 이제 해결되었다.

네 명의 손이 하나의 원을 만들었다. 그 원은 완성되었다. 더 이상 누군가 빠져 있지 않았다. 더 이상 누군가 밖에서 그것을 바라보지 않았다. 모두가 안에 있었다. 함께.

밤 1시 23분.

서울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강남의 건물들은 계속 빛나고 있었다. 빛은 무차별적이다. 부자의 빌딩과 가난한 원룸을 똑같이 비추었다. 병원도, 술집도, 숙박업소도. 그 빛 속에는 몇 백만의 사람들이 있었다. 깨어 있는 사람들. 자는 사람들. 죽어가는 사람들. 태어나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살고 있었다.

강은 흐르고 있었다.

한강. 세아는 그 강을 생각했다. 강리우가 그 강에서 나왔다. 또는 그 강 근처에서 나왔다. 불에서. 세아는 한 번도 그 장소를 가본 적이 없다. 가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 장소는 이미 자신의 마음 속에 있었다. 검은 밤. 불의 냄새. 그리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형의 얼굴.

차들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밤의 도로도 여전히 붐볐다. 택시. 버스. 개인차. 각각의 자동차 안에는 이야기가 있었다. 누군가는 병원으로 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병원에서 나오고 있었다.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집을 떠나고 있었다. 그 모든 이동 속에 인생이 있었다.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기묘했다. 세아는 지금 가장 중요한 순간을 경험하고 있는데, 세상은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강리우가 깨어났다. 형과 만났다. 가족이 다시 모였다. 그것이 얼마나 큰 사건인데, 강남의 건물들은 여전히 그냥 빛나고 있었다. 강은 여전히 그냥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병실 안에서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또는 시간이 처음 시작된 것처럼 보였다.

세아는 그 느낌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바뀌었다. 이 병실은 이제 단순한 병실이 아니었다. 이것은 성스러운 장소였다. 기도실처럼. 또는 무덤처럼. 아니, 둘 다 아니었다. 이것은 다시 시작의 장소였다.

24년 전의 순간.

세아가 태어난 순간. 어머니가 처음으로 자신을 안은 순간. 그 순간에 있었던 모든 감정이 이 병실에 있었다. 기대. 두려움. 사랑.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함께 느끼는 것의 신기로움.

또는 지금 이 순간.

24년이 지난 후, 다시 모인 순간. 모두가 다시 여기 있다. 죽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찾아냈다. 이제 이 순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 그것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또는 앞으로 올 모든 순간들.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강리우가 회복되는 동안. 어머니가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도현이가 형제자매를 알아가는 동안. 세아가 가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배우는 동안. 그 모든 순간들. 그것들이 모두 겹쳐 있었다. 지금 이 병실에.

그것들이 모두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네 명의 손이 만드는 원 속에서.

그 원은 작았다.

병실의 침대. 그 침대 주위에 앉은 네 명. 네 명의 손이 만드는 고리. 그것이 전부였다. 외부 세계로는 의미 없는 작은 원. 세상의 관점에서는 무시할 수 있는 작은 순간. 하지만 그 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우주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완성된 것이었다.

처음으로. 완전히.

세아는 자신이 24년 동안 기다리던 것이 이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화려한 성취가 아니었다. 어떤 거대한 성공이 아니었다. 단순히 이것. 네 명이 함께 있는 것. 누군가 빠져 있지 않은 것. 완성된 원.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우리 자.”

더 크게. 더 확실하게.

마치 다시 확인하는 것처럼. 정말로 이것이 일어나고 있는가? 정말로 내 아이들이 여기 있는가? 정말로 이것이 꿈이 아닌가?

“우리 자식들.”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강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선포였다. 우리는 가족이다. 우리는 함께다. 더 이상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세아는 자신이 불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예전의 불들을 생각했다. 어린 나이에 느꼈던 분노의 불. 사춘기의 불. 청년기의 절망의 불.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것. 자신을 완전히 태우려던 불. 그 모든 불들은 자신을

221 / 250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