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8화: 목소리가 남긴 것들
도현이의 손가락이 문 손잡이를 누르려다 멈췄다. 세아는 그 손을 봤다—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처럼. 어머니의 손가락처럼. 강리우의 손가락처럼. 이 병실에 있는 모든 것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 떨림이 전염되는 것처럼. 또는 이것이 가족의 본질인 것처럼.
“잠깐.”
세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자신도 놀랐다. 이 며칠 동안 자신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도현이가 돌아섰다. 그의 얼굴에는 뭔가가 있었다. 분노. 혼란. 그리고 깊은 외로움. 17살이 가져서는 안 될 표정.
“뭐.”
도현이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선언.
“강리우를 찾아야 해.”
세아가 말했다.
“왜? 그 형이 뭐 하는데?”
도현이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합리적인 분노. 정당한 분노.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 그 사람 혼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세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이 사실임을 알았다. 강리우의 떨리는 손가락. 어머니의 손을 놓을 때의 그 조심스러움. 그것은 깨어진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아직 자신이 산산이 부서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의 움직임.
도현이가 세아를 바라봤다. 오래. 마치 자신의 누나를 처음 보는 것처럼.
“누나 뭐 하고 있어?”
도현이가 물었다.
“뭐?”
“그 형을 챙기고 있어.”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누나는 엄마도 챙기고, 나도 챙기고, 이제는 우리 형까지 챙기려고 해?”
도현이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처음으로. 이 몇 시간 동안 처음으로.
“누나는 뭐야? 우리 엄마야? 우리 아빠야? 뭐 하는 사람이야?”
“도현아—”
“아니야, 진지하게. 난 궁금해. 누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어머니가 깨어났어. 어머니가 우리한테 우리 아버지가 누구인지 말했어. 우리 형이 있다는 걸 말했어. 그리고 누나는 그 형을 찾아가려고 해?”
도현이가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어머니를 보며.
“엄마는?”
도현이가 어머니에게 물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천장을 보고 있었다. 마치 거기에만 세상이 있는 것처럼.
“엄마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아?”
도현이의 목소리가 부서지고 있었다. 이제는 분노가 아니었다. 이제는 절망이었다.
세아는 자신의 남동생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도현이가 처음으로 자신들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지난 며칠 동안 도현이는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형제 중 가장 어린 사람이 가장 강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제 그것이 깨어지고 있었다. 그 가면이.
“도현아. 앉아.”
세아가 말했다.
“싫어.”
도현이가 대답했다.
“앉아.”
세아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명령이 아니었다. 간청.
도현이가 움직였다. 의자로. 어머니 침대 맞은편. 그리고 앉았다. 마치 자신의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난 뭐 해야 돼?”
도현이가 물었다. 목소리가 아이처럼 작았다.
세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는 질문이었다. 17살 소년이 30대 누나에게 묻는 질문. ‘난 뭐 해야 돼?’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규였다.
세아는 도현이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우선 여기 있어. 엄마 옆에.”
세아가 말했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나중에 생각해.”
세아가 대답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또는 진실이었다. 그 구분을 하는 것이 이제 무의미해 보였다.
병실의 문이 열렸다. 간호사가 들어왔다. 혈압 체크. 루틴. 모든 것은 계속된다. 어머니의 몸. 모니터. 형광등. 시간.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에 있는 파괴된 가족.
간호사가 나갔다. 문이 다시 닫혔다. 그리고 침묵이 돌아왔다.
세아는 도현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점점 덜 떨리고 있었다. 또는 세아의 손이 그 떨림을 흡수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두 손가락이 서로 닿아 있다는 것뿐이었다.
“강리우를 찾아야 해.”
세아가 다시 말했다. 도현이에게가 아니라, 자신에게.
“어디서?”
도현이가 물었다. 목소리가 조금 정상으로 돌아왔다.
세아는 생각했다. 강리우가 어디로 갈까. 그는 서울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JYA 엔터테인먼트. 강민준의 사무실. 그곳은 지옥이었을 것이다. 또는 그곳이 유일한 집이었을 것이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들에게 남은 유일한 것.
“아버지 회사.”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가 세아를 바라봤다. 그 눈 안에는 질문이 있었다. 하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대신 일어섰다. 천천히.
“나도 간다.”
도현이가 말했다.
“아니야. 넌 여기 있어.”
“싫어. 난 간다.”
도현이가 대답했다. 그것은 토론의 여지가 없는 톤이었다.
세아는 자신의 남동생을 봤다. 17살. 여전히 무르고 취약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꺾이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엄마한테 말하고 가.”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가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침대 옆으로. 어머니는 여전히 천장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도현이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는지, 손이 움직였다. 침대 위에서. 마치 도현이의 손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엄마. 나 좀 다녀올게.”
도현이가 말했다.
“어디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하지만 존재하는 목소리.
“형을 찾으러.”
도현이가 대답했다.
어머니의 손이 도현이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세아는 어머니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을 봤다. 입술을 움직이려고.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처럼. 또는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녹이 슨 것처럼.
“괜찮아, 엄마.”
도현이가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어떤 것도 괜찮지 않았다. 하지만 도현이는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것이 유일한 선택지였기 때문일 것이었다.
세아와 도현이가 병실을 나왔다. 복도는 형광등으로 밝았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병원은 밤이 없었다. 모든 것이 같은 밝기로 유지되어 있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또는 시간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면서, 세아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강리우에게 연락하려고. 하지만 멈췄다. 그에게 뭐라고 말할 것인가.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안녕, 우리는 너를 찾고 있어. 우리는 너를 원해.’
그것은 거짓이었다. 적어도 완전한 진실은 아니었다.
‘안녕, 너는 우리 형이야. 우리는 너를 몰랐어. 하지만 이제 알았어. 그래서 뭐?’
그것도 아니었다.
세아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도현이를 봤다.
“택시 탈래?”
세아가 물었다.
“응. 빨리 가자.”
도현이가 대답했다.
병원 밖으로 나왔을 때, 바람이 불었다. 밤바람. 한강 근처의 바람은 항상 차가웠다. 세아는 자신의 팔을 감쌌다. 옷이 얇았다. 항상 그랬다. 세아는 추위를 느끼기 위해 얇은 옷을 입었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택시가 멈췄다. 세아와 도현이가 탔다.
“강남역 9번 출구 근처. 신논현역 방향.”
세아가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출발했다. 마치 모든 승객의 목적지가 같은 것처럼. 마치 모든 밤이 같은 것처럼.
창밖으로 서울이 흘러갔다. 밤의 서울. 네온사인. 편의점 불빛. 가로등.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에 있는 사람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비밀을 품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세기 시작했다. 한, 둘, 셋, 넷, 다섯. 다시. 왼손. 한, 둘, 셋, 넷, 다섯. 그것은 더 이상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주문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주문.
“누나.”
도현이가 말했다.
“뭐?”
“강리우가 나쁜 사람일까?”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난 모르겠어. 그냥 사람인 것 같아.”
세아가 마침내 대답했다.
“좋은 사람?”
“그것도 모르겠어.”
“나쁜 사람?”
“그것도.”
도현이는 창밖을 봤다. 서울의 밤. 그것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또는 아름다워 보였다. 세아는 자신의 남동생의 옆모습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도현이가 자라고 있다는 것. 이 며칠 동안 자라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슬픈 일이었다.
JYA 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밝았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세아는 그것을 봤을 때 이상함을 느꼈다. 왜 이렇게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을까. 왜 누군가는 계속 일하고 있을까.
세아와 도현이가 건물로 들어갔다. 로비는 넓었다. JYA 엔터테인먼트의 로비. 세아는 이곳에 처음 왔을 때를 기억했다. 강리우와 함께. 그때 그녀는 강리우를 알지 못했다. 또는 다른 강리우였다. 지금과는 다른.
엘리베이터를 탔다. 20층. 그것은 강민준의 층이었다. 세아는 알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 빌딩의 구조를. 마치 자신이 여기서 살았던 것처럼.
문이 열렸다. 20층. 복도가 길었다. 형광등이 밝았다. 그리고 한쪽 끝, 강민준의 사무실 앞에—
강리우가 서 있었다.
그는 사무실 문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것을 열려고 하지만 열 수 없는 것처럼.
세아가 다가갔다. 천천히.
“강리우.”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가 돌아섰다. 그의 눈이 만난 것은 세아였다. 그리고 도현이.
“넌…”
강리우가 말했다.
“너를 찾으러 왔어.”
세아가 대답했다.
강리우는 세아를 봤다. 그리고 도현이를 봤다. 그의 눈 안에는 뭔가가 있었다. 인정. 무게. 그리고 깊은, 깊은 외로움.
“난 아버지를 만나려고 해.”
강리우가 말했다. 손가락이 떨리며.
“아직 안 돼.”
세아가 말했다.
“왜?”
“아직 안 된다니까.”
세아가 다시 말했다. 그것은 이성적인 대답이 아니었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직관이었다. 어떤 것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방식.
강리우는 세아를 바라봤다. 오래.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손을 내렸다. 떨리던 손을 침착한 손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그럼 뭐 해?”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떨리는 손. 그리고 도현이도 강리우의 다른 손을 잡았다.
그들은 그렇게 서 있었다. 강민준의 사무실 앞에서. 세 사람. 한 가족. 또는 이제 그렇게 되려고 하는 세 사람.
“일단 여기서 나가자.”
세아가 말했다.
“어디로?”
강리우가 물었다.
“모르겠어. 어디든. 여기 아닌 곳.”
도현이가 대답했다.
그들은 걸어갔다.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로. 그리고 아래로. 로비로. 거리로.
밤의 강남. 네온사인과 자동차와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하늘이 있었다. 별이 별 자리를 이루고 있었다. 세아는 하늘을 봤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는. 여전히 천장을 보고 있는.
“엄마가 무대에 섰던 곳이 여기야?”
도현이가 물었다.
“응. 강남역 지하. 클럽에서.”
세아가 대답했다.
강리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냥 걸어갔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조금 덜했다.
그들은 강남역으로 갔다. 지하로. 그곳은 밤이었다. 또는 늘 밤인 것처럼 보였다. 지하는 시간이 없었다.
세아는 어디선가 음악이 들리는 것처럼 느꼈다. 어머니의 목소리. 강민준이 빼앗은 목소리. 그것은 여전히 여기 있었다. 벽 안에. 바닥 아래에. 이 거리의 공기 안에.
“여기야.”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와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들은 그곳에 서 있었다. 강남역 지하. 밤. 그리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남긴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도현이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세기 시작했다. 한, 둘, 셋, 넷, 다섯. 그것은 주문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주문. 그리고 이제, 다른 의미도 갖고 있었다. 자신의 가족을 증명하는 주문. 강리우가 서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주문. 도현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주문.
“엄마가 노래했어.”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여기서?”
도현이가 물었다.
“응. 여기서. 그리고 누군가 그것을 들었어. 그 누군가가 엄마를 원했어. 엄마의 목소리를.”
세아가 말했다.
“그 누군가가 우리 아버지?”
도현이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강리우를 봤다. 그의 얼굴을 봤다. 강민준의 얼굴의 일부를 가지고 있는 얼굴을. 하지만 강민준과는 다른 눈을 가진 얼굴. 어머니의 눈을 가진 눈.
“그 누군가가 나를 만들었어.”
강리우가 말했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버렸어.”
“네가 버려진 게 아니야.”
세아가 말했다.
“그럼 뭐야?”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는 생각했다. 그것은 버려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어머니의 선택. 어머니가 강리우를 낳지 않기로 선택했지만, 강리우가 태어난 것. 그것은 모순이었다. 또는 진실이었다.
“그건 복잡해.”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복잡해?”
강리우가 반복했다.
“응. 복잡해. 우리 가족은 다 그래. 복잡해.”
세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진실한 말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서 있었다. 강남역 지하에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기 어딘가에 있었다. 벽 안에. 바닥 아래에. 이 거리의 기억 안에.
세아는 손가락을 세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도현이의 손을 잡았다. 강리우의 손을 잡았다.
“집에 가자.”
세아가 말했다.
“어디?”
도현이가 물었다.
“병원. 엄마가 있는 곳.”
세아가 대답했다.
그들은 걸어갔다. 강남역 지하에서 나왔다. 택시를 탔다. 그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서울이 흘러갔다. 여전히 밝은 밤. 여전히 살아 있는 밤. 그리고 그 밤 속에서, 세아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자신의 어머니가 노래한 것. 그것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도시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귀에. 누군가의 심장 속에.
그리고 이제, 세아의 심장 속에서도.
END OF CHAPTER 218
# 제218장 확장판
## 강남역 지하의 진실
세아는 손가락을 꼽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마치 어린아이처럼.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가족이 무엇인지, 또는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한 나이였다.
손가락을 꼬는 행동은 신경증적인 습관이 아니라 확인의식이었다. 자신이 정말 여기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절박함. 강남역 지하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형광등의 창백한 불빛 아래에서, 세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증명이 필요했다.
강리우가 그녀의 옆에 서 있었다. 그의 턱은 뭔가를 씹으려는 듯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그의 눈은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세아는 그의 프로필을 봤다. 아버지의 광대뼈와 어머니의 눈. 혼합물. 섞임. 두 세계가 부딪히고 타협한 결과.
도현이는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어깨가 축 처져 있었고, 그의 손은 주머니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도 손가락을 꼬고 있는 건 아닐까, 세아는 생각했다. 그도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가 노래했어.”
세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지하 공간에서는 모든 소리가 증폭되는 것 같았다. 콘크리트 벽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잡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여기서?” 도현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혼란과 뭔가 더 깊은 것—아마도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응. 여기서.” 세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누군가 그것을 들었어. 그 누군가가 엄마를 원했어. 엄마의 목소리를.”
“그 누군가가 우리 아버지?” 도현이가 다시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절박함이 있었다. 마치 답을 알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듣고 싶지 않은 듯한.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강리우를 봤다. 그 단순한 시선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강리우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강민준의 윤곽이 보였다. 광대뼈의 각도, 턱의 라인. 하지만 눈은 다르다. 그의 눈은 어머니의 눈이었다. 따뜻함과 슬픔이 섞인 그 눈. 세아는 어머니를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 눈이었다.
“그 누군가가 나를 만들었어.”
강리우가 처음으로 말했다. 지금까지 그는 침묵으로 일관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작은 떨림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명백해지는 떨림. 마치 지진이 그의 성대를 통과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를 버렸어.”
그 말이 공중에 떠올랐다. 무거운 돌처럼. 강남역의 지하에 떨어져, 다시 튈 것 같았다.
“네가 버려진 게 아니야.” 세아가 빠르게 말했다. 마치 그 말을 취소하려는 듯. 마치 그 단어—버려짐—을 공기에서 제거하려는 듯.
“그럼 뭐야?” 강리우의 목소리에는 이제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아니면 그것이 아파함인가? 세아는 구분할 수 없었다.
세아는 생각했다. 진짜로 생각했다. 이것이 첫 번째로 누군가가 그녀에게 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녀가 이 질문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느낀 것이 처음이었다.
그것은 버려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어머니의 선택. 어머니는 강리우를 낳지 않기로 선택했다. 그 선택은 분명했다. 명확했다. 하지만 강리우는 태어났다. 그 선택은 어떤 이유로 실패했다. 또는 성공했다. 그것은 모순이었다. 또는 그것이 진실이었다.
삶은 이렇게 모순적이다. 세아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배웠다. 원하는 것과 일어나는 것 사이에는 항상 갭이 있다. 항상 미끄러짐이 있다.
“그건 복잡해.”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복잡해?” 강리우가 반복했다. 마치 그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응. 복잡해. 우리 가족은 다 그래. 복잡해.”
세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진실한 말이었다. 이 순간, 이 지하실에서, 세아는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가족은 복잡했다. 어머니는 미치고 있었다. 아버지는 다른 여자를 원했다. 형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강리우는 태어나지 않아야 했지만 태어났다.
이것이 그들의 가족이다. 이것이 그들의 진실이다.
“우리 가족은…” 도현이가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그도 단어를 찾지 못했다.
강리우는 여전히 아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주먹이 쥐어지고 있었다. 손가락이 손바닥에 파고드는 것처럼. 세아는 그의 손가락이 파고든 자리에 초승달 모양의 흔적이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통의 흔적. 증명.
강남역 지하의 공기는 차갑고 습했다. 지하철의 냄새가 났다. 오일과 플라스틱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남긴 냄새. 세아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 그 냄새가 그녀의 폐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이 장소를 자신의 몸 안에 저장하려는 듯.
그들은 그렇게 서 있었다. 말없이. 음악도 없이. 단지 존재하면서. 강남역 지하에서.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서울은 여전히 깨어 있었지만, 이 지하실은 점점 더 고요해지고 있었다.
“엄마가 여기서 뭘 했어?” 도현이가 물었다. 그의 질문은 실제로는 다른 질문을 포함하고 있었다. “엄마가 누구야? 우리가 모르는 엄마가 여기 있었어?”
“엄마는 노래했어.” 세아가 반복했다. “그냥 노래했어. 이 지하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엄마는 스스로 여기 와서 노래했어.”
“왜?” 강리우가 물었다. 처음으로 그가 정말로 묻는 것 같았다.
“누군가를 위해. 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또는…” 세아가 말을 멈췄다. “또는 미래를 위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누군가를 위해.”
그 말을 하는 순간, 세아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어머니는 강리우를 위해 노래했을지도 모른다. 아직 세상에 없는 강리우를 위해. 마치 그 목소리가 그를 부르는 것처럼. 마치 그 노래가 그를 세상으로 초대하는 것처럼.
“그럼 엄마가 나를 알고 있었어?”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이 되어 있었다.
“응. 엄마는 너를 알고 있었어. 그 누구보다도 잘.”
세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도 진실인 것 같았다.
강리우의 어깨가 흔들렸다. 울고 있는 건가? 세아는 그를 더 자세히 봤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것만 들렸다. 또는 그것은 세아의 상상이었을 수도 있다.
도현이는 벽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의 움직임이 천천했다. 마치 물 속을 헤엄치는 것처럼. 그는 강리우의 옆에 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것은 형의 제스처였다. 보호의 제스처. 또는 공감의 제스처.
“우리가 함께 있어. 함께.” 도현이가 말했다.
그 단어들이 강남역 지하에 울려 퍼졌다.
함께.
그것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단어였다. 왜냐하면 함께라는 것은 그들이 실제로 함께라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혈연으로. 또는 그 이상으로. 이 황폐한 지하실에서, 이 차가운 강남역에서, 그들은 함께였다.
세아는 강리우의 다른 쪽 손을 잡았다. 도현이가 한쪽을 잡고, 세아가 다른 쪽을 잡았다. 강리우는 이제 양쪽에서 지탱을 받고 있었다.
“우리 엄마의 목소리는 어떤 거예요?” 강리우가 갑자기 물었다. 그의 질문은 마치 아이가 하는 질문처럼 들렸다.
“따뜻해.” 세아가 말했다. “정말 따뜻해. 마치 햇빛 같아.”
“햇빛이 따뜻해?” 강리우가 물었다.
“응. 우리 엄마의 목소리처럼.”
세아가 대답했다.
그들은 그렇게 서 있었다. 강남역 지하에서. 세 명. 또는 네 명. 어머니의 목소리도 함께 있는 것 같았다. 벽 안에. 바닥 아래에. 이 거리의 기억 안에.
서울 밖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버지는 어디에 있을까? 어머니는 병원의 침대에서 무엇을 꿈꾸고 있을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단지 함께라는 것이 중요했다.
“집에 가자.” 세아가 말했다.
“어디?” 도현이가 물었다.
“병원. 엄마가 있는 곳.”
세아가 대답했다.
강리우는 두 사람의 손을 꽉 쥐었다. 마치 그들이 물 속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듯. 마치 그들이 이 지하실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듯.
그들은 걸어갔다. 강남역 지하에서 나왔다.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계단을 올라갔다. 지표면으로 돌아갔다.
밤 공기가 그들의 피부를 만졌다. 신선했다. 또는 오염되어 있었다. 세아는 구분할 수 없었다.
택시를 탔다. 기사는 그들을 보고 뭔가 말을 걸려고 했지만, 도현이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택시 안을 채웠다. 조용한 침묵. 포용하는 침묵.
“병원으로 가주세요.” 도현이가 주소를 말했다.
택시가 움직였다.
창밖으로 서울이 흘러갔다. 강남역에서 병원까지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마치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야간 서울은 밝았다. 네온사인이 켜져 있었다. 야식당, 편의점, 찜질방. 서울은 절대 자지 않는다. 그것이 서울의 특징이다.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봤다. 여전히 그녀의 손 안에 있었다. 따뜻했다. 살아 있다는 증거. 그가 실제로 여기 있다는 증거.
“우리 엄마가 왜 그런 거예요?” 강리우가 갑자기 물었다.
“뭐가?”
“노래를. 왜 하셨어요?”
세아는 생각했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질문이었다.
“몰라. 하지만… 아마도 엄마는 자기 마음을 어딘가 놓고 싶었던 것 같아. 이 세상에 자기가 여기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던 것 같아.”
“마치 우리처럼?”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질문이 세아를 찔렀다.
“응. 마치 우리처럼.”
세아가 대답했다.
택시가 병원 앞에 섰다. 세 명이 내렸다. 또는 네 명이 내렸다. 어머니도 함께.
병원의 현관은 밤에도 밝았다. 형광등이 모든 것을 드러냈다. 세아는 자신의 그림자를 봤다. 도현이의 그림자. 강리우의 그림자.
그들은 걸어갔다.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머니의 병실로.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눈은 감겨 있었다. 그녀의 입은 약간 벌어져 있었다. 그녀는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 세아가 속삭였다.
어머니의 눈이 떨렸다. 아주 조금. 거의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움직임이 있었다.
“엄마, 우리가 데려왔어. 강리우를. 우리 오빠를.”
세아가 말했다.
어머니의 입이 움직였다. 아주 조금. 마치 뭔가 말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강리우가 앞으로 나갔다.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어머니의 침대 옆에 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어머니의 눈이 떨어졌다. 아주 조금. 가는 틈으로 빛이 들어왔다.
“엄마가… 나를 본다?” 강리우가 속삭였다.
“응. 엄마가 너를 봐.” 세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었다.
어머니는 강리우를 봤다. 그가 마침내 여기 왔다는 것을 봤다. 그 목소리가 낳은 것. 그 노래가 불러온 것.
강남역 지하에서 울린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계속되고 있었다. 병원의 이 방에서. 어머니의 심장에서. 강리우의 심장에서. 세아의 심장에서.
그리고 도현이도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
함께.
그것이 그들의 가족이 되는 방법이었다. 복잡함을 받아들이는 것. 모순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함께 서 있는 것.
밤은 계속 깊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의 이 방에서는 빛이 있었다. 형광등의 빛. 또는 그 이상의 빛. 어머니의 목소리가 만드는 빛.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세는 것을 멈췄다. 더 이상 확인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여기 있다. 함께. 그것이 충분했다.
**END OF CHAPTER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