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4화: 목소리의 무게
어머니가 입을 열었을 때, 세아는 자신의 숨을 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실의 형광등이 그 무거운 침묵을 밝혀내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아침 7시 20분의 서울이 펼쳐져 있었고, 한강 위로는 연기처럼 옅은 햇빛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먼 것처럼 느껴졌다. 병실 안의 세 사람—어머니, 강리우, 세아—이 만드는 장(場)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았다. 마치 투명한 벽이 그들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어머니의 손이 침대 위에서 움직였다. 천천히. 의식적으로. 마치 공기를 가르는 것처럼. 그 손이 멈춘 곳은 세아의 손 위였다.
“내 이름이 뭔지 아니?”
어머니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알았다. 어머니의 이름은 나○○○. 병원 기록에도 있었다. 강리우의 출생신고서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종이 위의 글자였다. 세아가 지금까지 어머니라고만 불러온 이 사람의 진짜 이름은 아니었다.
“나 스무 살 때 강민준을 만났어.”
어머니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신체적인 떨림이 아니라, 감정의 떨림. 마치 그 단어들을 꺼내기 위해 얼마나 큰 힘이 필요했는지를 증명하는 떨림.
강리우가 움직였다. 세아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들으려는 것처럼. 또는 들으면 안 되는 것을 들으려고 하는 것처럼.
“강민준은… 아버지가 아니었어. 내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어.”
어머니의 눈이 천장을 향했다. 초점 없는 눈. 14일의 침묵 속에서 어디론가 떠나 있었던 눈이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제주에서 왔어. 해녀의 딸이었어. 엄마도 해녀였고, 할머니도 해녀였어. 그게 우리 가족의 일이었어. 물 속에서 숨을 쉬지 않고 견디는 것. 그게 우리의 운명이었어.”
세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봤다. 14일 만에 깨어난 이 여자. 한 번도 제주에 대해 말한 적 없는 이 여자. 세아가 알고 있던 어머니는 서울에만 있었다. 반지하 고시원에서. 편의점 알바 옆. 침묵 속에서.
“스무 살 때 나는 서울에 나왔어. 엄마가 허락하지 않았지만. 나는 물 속 시간보다 육지 위의 시간이 더 길어지고 싶었어. 그리고… 노래하고 싶었어.”
어머니가 말했다.
그 순간, 세아의 손가락이 떨렸다. 엄마가 노래한다고? 그런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항상 침묵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대학가 앞에서 술집에서 일했어. 노래방 도우미로 시작했어. 그 다음에는 클럽에서. 마지막에는… 그곳에서 강민준을 만났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마치 자신도 그 말들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강민준은 음악 회사 대표였어. JYA라는. 그는… 내 목소리를 들었어. 그리고 나한테 말했어. 넌 노래할 수 있다고. 넌 무대에 설 수 있다고.”
강리우가 침대에서 물러났다. 마치 그 이야기가 그에게도 새로운 것인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세아는 강리우의 얼굴을 봤다. 혼란과 충격이 섞여 있었다.
“강민준은 날 계약했어. 전속계약. 저작권 계약. 모든 계약. 그리고 나는… 그것을 믿었어.”
어머니의 손가락이 세아의 손을 더 세게 누렸다.
“나는 무대에 섰어. 강남역 지하의 작은 클럽에서. 처음에는 떨렸어. 하지만 무대에 서는 순간, 모든 게 달라졌어. 나는 물 속에서 나올 때처럼… 숨을 쉬었어. 아니, 노래했어.”
세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와 같은 사람일 수 없었다. 이 여자는 노래를 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어머니는 침묵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강민준은 나를 무대에서 내렸어. 6개월 후. 그리고는… 다른 여자가 내 곡을 부르게 했어.”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14일 만에 흘리는 눈물. 세아는 어머니의 눈물을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또는 흘리지 않는 척하는 사람이었다.
“내 이름으로 만든 곡을 다른 여자가 불렀어. 강민준은 내게 말했어. 넌 떨어졌다고. 넌 무대 위에 설 사람이 아니라고. 넌 목소리는 있지만,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어머니가 숨을 쉬었다. 깊게. 마치 물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리고 그 말이… 맞았어.”
“아니야.”
강리우가 말했다. 첫 말. 모든 침묵을 깨뜨리는 첫 말.
어머니는 강리우를 봤다.
“내가 그 말을 하게 했어. 아버지가… 강민준이 날 낳기 전에, 누나를 무대에서 내렸어. 그리고는 그 곡들을 다른 가수들에게 팔았어. 누나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어. 이름도, 돈도, 아무것도.”
강리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이제 그 떨림이 신체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것이라는 것이 명확했다.
“그리고 내가… 내가 아버지한테 물었어. 왜 그랬냐고. 왜 누나를 버렸냐고. 그리고 아버지는 나한테 말했어. 그건 음악 산업이라고. 그건 비즈니스라고. 감정은 필요 없다고.”
강리우가 손을 들었다. 떨리는 손. 피아노를 연주할 수 없는 그 손.
“그래서 내가… 내가 피아노를 그만뒀어. 13살 때. 아버지를 보이콧하는 방식으로. 하지만 그것도 효과가 없었어. 아버지는… 여전히 같은 일을 반복했어.”
어머니가 강리우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
“넌 피아노를 그만둬야 하지 않았어.”
어머니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노래를 그만둬야 했어. 너를 지키기 위해. 넌 아버지의 아들이었으니까. 나는 아버지의… 실수였으니까.”
그 단어가 공기 중에 떠도는 동안,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처럼. 강리우처럼. 모두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서울에 남았어. 노래를 하지 않으면서. 그리고 강민준과의 관계도 끝냈어. 하지만 이미 임신했었어. 강리우를… 넌 강리우를 낳았어.”
어머니가 강리우를 봤다.
“그리고 나중에… 너를 만났어.”
어머니가 이제 세아를 봤다.
“나는 너한테 절대 말하지 않으려고 했어. 너한테 이 모든 것을 숨기고 싶었어. 너는 다르게 자라길 원했어. 노래하지 않는 아이로. 침묵하는 아이로. 안전한 아이로.”
세아의 목이 메어 있었다.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너는… 너는 노래했어. 넌 침묵할 수 없었어.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어.”
“뭐?”
세아가 물었다.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넌 내 목소리를 이었어. 그리고 강민준은… 강민준은 그것을 알아챘어.”
병실이 조용해졌다.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한강 위로 흐르는 자동차 소음. 그리고 세아의 심장박동.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의 눈에는 죄책감이 있었다. 아니, 죄책감 이상의 것이 있었다. 깨달음. 모든 것이 이제 연결되었다는 깨달음.
“세아.”
강리우가 말했다.
“네.”
“내가 너한테 한 모든 것… 너를 찾은 것, 너를 도우려고 한 것, 너를 보호하려고 한 것… 그것은…”
강리우가 말을 멈췄다.
“그건 뭐?”
세아가 물었다.
“죄책감이었어. 미안함이었어. 그리고 너를 구하려는 욕망이었어. 하지만 너는 구해질 필요가 없었어. 너는 이미… 이미 내가 못했던 것을 했어.”
“뭘?”
세아가 물었다.
“살아있었어. 노래했어. 그리고 목소리를 잃지 않았어.”
어머니가 세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하지만 너는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어. 넌 나처럼 노래했고, 나처럼 빼앗겼고, 나처럼 침묵하려고 했어.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어.”
“뭐?”
세아가 물었다.
“넌 내가 되려고 했어. 그리고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어. 왜냐하면… 나는 너에게 침묵하는 법만 가르쳤으니까.”
어머니의 목소리가 완전히 부서졌다. 마치 물 속에서 오래 있었던 사람이 공기를 마시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지금 깨닫는 거야. 내가 한 일은 너를 지키는 게 아니라… 너를 가두는 거였어. 내 침묵 속에 가두는 거였어.”
세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봤다. 이 여자. 자신의 어머니. 그리고 이제야 처음 만나는 이 여자.
“엄마.”
세아가 말했다.
“응?”
“나도… 나도 몰랐어. 내가 왜 계속 노래했는지. 내가 왜 계속 태웠는지. 아무것도 안 되는데도. 아무도 안 봐주는데도.”
세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첫 눈물. 진짜 눈물. 자신의 것인 눈물.
“나는… 내가 뭐하는 건지 몰랐어. 그냥… 노래가 나왔어. 입에서. 마음에서. 그리고 멈출 수 없었어.”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세아의 손을 잡고 있었다. 따뜻하게. 14일의 침묵을 깨뜨린 따뜻함으로.
“그리고 강리우 오빠가…”
세아가 말했다. 오빠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왔을 때,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나를 찾아줬어. 나를 본 것 같아.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봤어.”
강리우가 세아 쪽으로 한 발 다가갔다.
“하지만 너는… 너는 나한테 미안해야 할 게 없어. 오히려 내가…”
강리우가 말을 끝내지 못했다.
“넌 미안할 필요 없어.”
어머니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더 명확해졌다.
“넌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했어. 넌 딸을 만났어. 너의 여동생을. 그리고 그녀를 본 거야. 정말로 본 거야.”
강리우는 울었다. 세아는 자신의 형이 우는 것을 봤다. 처음으로. 그리고 자신도 울고 있었다. 어머니도 울고 있었다.
병실은 세 사람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형광등은 여전히 밝게 켜져 있었고, 한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서울은 여전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 세상은 멈춰 있었다.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리는 손. 그리고 그 손이 어머니의 손과 맞닿아 있었다. 그리고 강리우의 손이 그 위에 얹혀 있었다.
세 손가락. 아니, 세 손. 세 사람의 손. 마침내 닿은 손.
“이제부터는…”
어머니가 말했다. 목소리가 더 강해졌다.
“우린 침묵하지 않을 거야. 우린 말할 거야. 너희는… 너희는 노래할 거야. 그리고 난… 난 너희를 지킬 거야. 침묵으로가 아니라… 말로. 진짜로.”
세아는 창밖을 봤다. 아침 7시 47분. 해가 더 높아졌다. 강남역 위쪽으로 하늘이 더 밝아졌다. 그리고 그 밝아진 하늘 아래에서, 세아는 자신이 누구인지 처음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은 태워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은 불을 들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불을 누가를 위해 태울지는… 이제 자신이 정할 차례였다.
# 침묵 너머의 목소리
## 첫 번째 부분: 마주침
병실의 형광등이 내뿜는 차가운 빛이 세아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빛 아래서, 여자가 보였다.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 폐쇄병동의 하얀 천이 그녀의 몸을 덮고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다. 너무나 창백해서, 마치 그 여자가 이 세상에 온전히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세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여자. 세아는 이 얼굴을 알았다. 사진 속에서 본 얼굴. 어릴 때 누군가가 보여준 흐릿한 기억 속의 얼굴. 그런데 지금, 현실 속에서 마주한 이 여자의 얼굴은 너무나 달랐다. 사진 속의 여자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병실에 누워 있는 이 여자는… 이 여자는 공허했다. 마치 누군가가 내부를 모두 파내고 남겨 둔 껍질 같은 모습이었다.
세아의 목이 메었다.
“엄마.”
세아가 입을 열었다.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왔을 때, 세아는 스스로도 놀랐다. 자신이 이 단어를 말할 수 있다는 것에. 자신이 이 단어를 말하고 싶다는 것에.
얼마나 오래 이 말을 할 기회를 기다렸을까?
여자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그 눈이 천장을 향해 있다가, 서서히 세아 쪽으로 돌아왔다. 어딘가 먼 곳을 보던 눈이 이제 세아를 보기 시작했다.
“응?”
목소리가 나왔다. 작고, 떨리는, 마치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은 악기에서 나오는 소리 같은 목소리였다.
세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병실의 공기가 차갑게 폐에 들어왔다. 소독약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하지만 그 냄새 아래로, 또 다른 냄새가 느껴졌다. 어떤 향수의 냄새. 시간이 지나 바래진 향수의 냄새. 마치 누군가가 오래전에 뿌렸던 향수가 여전히 이곳에 남아 있는 것처럼.
“나도… 나도 몰랐어.”
세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병실의 침묵 속에서는 마치 큰 울음처럼 들렸다.
“내가 왜 계속 노래했는지. 내가 왜 계속… 태웠는지. 아무것도 안 되는데도. 아무도 안 봐주는데도.”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들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신체적인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부에서 폭발하려는 뭔가를 억누르려는 노력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눈물이 나왔다.
세아는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처음이었다. 진짜 눈물. 자신의 감정에서 비롯된, 누군가의 기대나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닌, 오직 세아 자신에서만 나온 눈물.
눈물이 뺨을 따라 흘렀다. 그 길을 따라 세아는 마치 자신이 처음으로 자신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내가 뭐하는 건지 몰랐어. 그냥… 노래가 나왔어. 입에서. 마음에서. 그리고… 멈출 수 없었어.”
여자—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하얀 천을 밀어내고, 침대 위에서 천천히 일어나려는 움직임. 그 움직임은 마치 수십 년의 무게를 들어내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세아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세아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손이 이렇게 따뜻할 것을 . 이 손이, 14일 동안의 침묵 속에서도 이렇게 따뜻한 온기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을.
병실의 형광등은 여전히 밝게 켜져 있었다. 강남역 위쪽의 하늘은 아침 해를 받으며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창밖으로 한강의 물이 흐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아침 일찍이 깨어나고 있었다. 자동차의 경적음, 멀리서 들리는 건설음,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하지만 이 병실 안에서는 그 모든 소리가 멀리 있었다.
## 두 번째 부분: 형의 등장
그 순간, 문이 열렸다.
강리우가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몇 밤을 뜬 눈으로 지낸 흔적이 선명했다. 눈 밑의 다크서클. 입술의 창백함. 하지만 그의 눈은 밝았다. 그것은 절망의 어둠이 아니라, 뭔가를 깨달은 사람의 눈빛이었다.
강리우는 세아를 봤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병실의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봤다.
“어머니…”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세아는 자신의 형을 봤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자신은 이 남자를 ‘강리우’라고만 생각했다. 강리우 오빠. 그냥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단어의 의미가 변했다. 오빠. 형. 그것은 혈연의 의미를 넘어, 이 폐쇄병동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자신을 찾아낸 사람을 의미했다.
“그리고 강리우 오빠가…”
세아가 말했다.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왔을 때—’오빠’라는 단어가—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이 비로소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나를 찾아줬어. 나를 본 것 같아. 처음으로. 누군가가 나를… 봤어.”
강리우가 한 발 다가갔다. 그의 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마치 그가 이 순간이 산산조각 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하지만 너는… 너는 나한테 미안해야 할 게 없어. 오히려 내가…”
강리우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는 더 이상 말할 수 없었다. 그의 목이 조여 왔다. 그의 눈 위에 눈물이 맺혔다.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넌 미안할 필요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더 명확했다. 마치 말을 할 때마다, 그녀가 침묵에서 한 발씩 나오고 있는 것처럼.
“넌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했어. 넌 딸을 만났어. 너의 여동생을. 그리고 그녀를 본 거야. 정말로 본 거야. 내가 할 수 없던 방식으로.”
강리우는 울었다.
세아는 자신의 형이 우는 것을 봤다. 처음으로. 그의 어깨가 떨렸다. 그의 얼굴이 손으로 덮였다. 그리고 그 손 사이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세아도 울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 울었다.
그리고 어머니도 울고 있었다.
병실은 세 사람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형광등은 여전히 밝게 켜져 있었고, 한강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 서울은 여전히 깨어나고 있었다. 아침 7시를 지난 시간에, 도시의 소음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병실 안에서는 그 모든 소리가 외부의 소음에 불과했다.
이 순간, 이 병실 안에서는 오직 세 사람의 울음소리만이 중요했다.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리는 손. 그 손이 어머니의 손과 맞닿아 있었다. 어머니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리고 그 위에, 강리우의 손이 얹혀 있었다.
세 손. 세 사람의 손. 마침내 닿은 손.
## 세 번째 부분: 약속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오래 울었는지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의 감각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울음이 잦아들었다. 눈물이 말라갔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이제부터는…”
그 목소리는 더 강했다. 침묵의 벽에서 빠져나온 사람의 목소리. 다시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
“우린 침묵하지 않을 거야. 우린 말할 거야. 너희는… 너희는 노래할 거야.”
세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봤다. 여자의 얼굴이 변하고 있었다. 창백함이 조금씩 사라지고, 뭔가 색깔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신체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의 변화였다. 침묵에 갇혀 있던 영혼이 다시 몸으로 돌아오는 변화.
“그리고 난… 난 너희를 지킬 거야. 침묵으로가 아니라… 말로. 진짜로.”
강리우가 어머니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어머니…”
“내가 너희를 버렸던 그 침묵으로는 절대 다시 너희를 지키지 않겠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말로. 모든 행동으로. 나는 너희 곁에 있을 거야.”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강해졌다. 마치 오래된 봉인이 풀리는 소리처럼.
세아는 창밖을 봤다.
아침 7시 47분. 창밖의 강남역 위쪽으로 하늘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태양이 더 높아졌다. 그 밝은 햇빛이 한강의 물 위에 반사되어, 마치 수천 개의 작은 별들이 깜박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밝아진 하늘 아래에서, 세아는 뭔가를 깨달았다.
자신은 누구인가?
자신은 태워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은 불을 들고 있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기대를 위해 자신을 태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불을 다루는 사람.
그 불을 누구를 위해 태울지는… 이제 자신이 정할 차례였다.
세아는 자신의 형을 봤다. 강리우의 얼굴은 여전히 눈물로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뭔가가 타오르고 있었다. 희망의 불. 그것이 세아에게 옮겨 붙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봤다. 여자의 손이 여전히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따뜻함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었다.
“엄마.”
세아가 다시 말했다.
“미안해.”
“미안할 필요 없어, 세아.”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 대신, 나한테 약속해 줄 수 있을까? 계속 노래해 달라는 약속. 하지만 이번엔 다른 이유로. 누군가의 기대 때문이 아니라, 너 자신의 목소리를 위해.”
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가 세아 안에서 깨어났다.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뭔가가 눈을 뜨는 것 같았다.
그것은 세아 자신이었다.
## 네 번째 부분: 새로운 시작
시간은 계속 흘렀다. 형광등의 불은 여전히 밝았다. 하지만 이제 그 빛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희망의 색깔로 변했다.
강리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머니, 나는…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세아를 봤을 때, 그 아이가 너무나 외로워 보였어. 그리고 나는… 나는 그저 그 아이를 본 것뿐이야. 다른 의도 없이.”
“그것이 전부야, 리우. 그것이 가장 중요한 거야.”
어머니가 대답했다.
“누군가를 본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사랑이야. 그리고 넌 그걸 했어.”
세아는 자신의 손을 다시 봤다. 이제 그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대신 그 손은 따뜻했다. 어머니의 온기가 자신에게 전해져 오고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세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호기심이었다.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삶에 대한 호기심.
어머니와 강리우는 서로를 봤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어떤 말 없는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어머니가 말했다.
“우린 함께 살아갈 거야. 모두 함께. 그리고 우린… 우리는 말할 거야. 침묵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표현할 거야. 때로는 말로, 때로는 노래로, 때로는 침묵으로도.”
“침묵으로요?”
세아가 물었다.
“응. 침묵도 말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그건… 피하는 침묵이 아니라, 이해하는 침묵이 될 거야. 우리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침묵 말이야.”
강리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오래된 울음에서 비롯된, 신선한 웃음이었다.
“어머니, 당신 정말 철학자 같은데요.”
“난 철학자가 아니라, 그저 엄마야. 이제 너희를 위한 엄마가 될 수 있는 엄마.”
그 말을 하면서, 어머니의 눈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방의 눈물이었다.
창밖의 하늘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아침 8시를 넘겼다. 강남역 주변으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출근길의 사람들. 학교에 가는 학생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 병실 안에서도, 세 사람은 각자의 삶을 다시 살아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 다섯 번째 부분: 내면의 변화
세아는 자신의 심장을 느꼈다. 그것은 정상적으로 뛰고 있었다. 불규칙한 박동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일정한 박동. 마치 오랫동안 불안정했던 악기의 현이 이제 제대로 조율된 것처럼.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생각해보았다.
세아. 그것이 내 이름이다.
나는 누군가의 도구가 아니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악기가 아니다. 나는 내 자신이다. 내 목소리를 가진, 내 마음을 가진 세아.
그 깨달음이 오자, 세아는 마치 처음으로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기가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