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09화: 어머니의 목소리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Prev209 / 250Next

# 제209화: 어머니의 목소리

의사가 들어왔을 때, 어머니는 이미 깨어 있었다.

세아는 의료진을 부르기 위해 복도로 나가려던 순간, 어머니의 손이 자신의 팔을 잡았다. 힘이 거의 없었지만, 확실했다. 의도적인 접촉. 간청. 또는 경고.

“뭐… 하려고?”

어머니가 물었다. 목소리는 모래를 헤치는 소리 같았지만, 명확했다. 의식이 돌아오고 있었다. 뿌옇던 눈이 초점을 맺고 있었다.

“의사를 불러야 해요. 엄마가 깨어났으니까.”

세아가 답했다.

어머니의 손이 더 강하게 잡았다.

“아직… 안 돼.”

그 순간, 도현이가 침대 반대편에서 일어섰다. 17살 남자아이의 얼굴에는 수십 시간의 밤이 새겨져 있었다. 눈 밑의 검은 자국. 입술의 창백함. 어머니가 깨어났다는 안도감과, 무언가 더 큰 것이 시작되려 한다는 공포가 동시에 떠있었다.

“엄마. 의사 아주머니 불러야 돼. 엄마가 14일을 자고 있었어.”

도현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아이의 떨림이 있었다.

“알아… 알고 있어.”

어머니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고통스러워 보였다. 마치 자신의 목이 녹이 슨 경첩인 것처럼. 어머니의 눈이 도현이를 찾았다. 아들을 찾았다.

“우리 도현이.”

어머니가 속삭였다.

도현이의 눈물이 흘렀다. 그는 이미 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았다. 눈물이 자신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17살의 눈물. 하지만 그 눈물 속에는 27살의 피로가 묻어 있었다.

“엄마. 나 여기 있어. 계속 여기 있었어.”

도현이가 말했다.

세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어머니와 도현이 사이의 시선을 봤다. 그 시선의 무게를 봤다. 어머니의 눈 속에는 뭔가가 떠있었다. 죄책감. 또는 두려움. 또는 사랑. 또는 그 모든 것의 혼합물.

“세아.”

어머니가 갑자기 세아를 불렀다.

세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 와.”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더 강하게. 마치 자신의 남은 힘을 모두 그 말 속에 쏟아붓는 것처럼.

세아는 천천히 움직였다. 의자를 옮겼다. 어머니의 침대 쪽으로. 어머니의 얼굴이 더 가까워졌다. 그 얼굴을 14일 만에 이렇게 자세히 본다는 게 낯설었다. 어머니의 얼굴은 더 작아 보였다. 마치 이 열흘 반 동안 자신의 어머니가 축소되어 버린 것처럼. 또는 세아가 자라버린 것처럼.

어머니의 손이 세아의 손을 찾았다. 찾아서 잡았다.

“내… 목소리를 들었니?”

어머니가 물었다.

세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뭐?”

세아가 물었다.

어머니의 손이 더 강하게 잡았다. 마치 자신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이 손이 정말로 자신의 딸의 손인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내가… 꿈을 꿨어. 너의 목소리를 들었어. 밤새… 들었어.”

어머니가 말했다. 단어들이 천천히 나왔다. 마치 물속에서 헤엄쳐 올라오는 것처럼.

“엄마가 자고 있었는데?”

도현이가 물었다. 의학적 정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

“자고 있었지만… 들었어. 너의 목소리. 세아의 목소리.”

어머니가 말했다.

세아의 가슴이 무언가로 꽉 찼다. 호흡이 얕아졌다. 이것이 무엇인지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죄책감인가. 사랑인가. 공포인가.

“그 목소리가… 나를 깨웠어.”

어머니의 눈이 다시 세아의 눈을 찾았다. 그 눈에는 뭔가가 있었다. 그것은 환영도, 인정도, 사랑도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이 여자가 느끼는 감정은, 자신의 딸을 보면서도 자신의 딸을 두려워하는 두려움이었다.

“엄마가… 뭐가 무서워?”

세아가 물었다. 자신도 놀란 목소리로.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았다. 마치 세아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마치 자신의 딸을 직시하는 것 자체가 고통인 것처럼.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의료진이 들어왔다. 야간 담당 간호사와 수련의. 그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떠있었다. 14일 동안 움직이지 않던 환자가 깨어났다는 것 자체가 의료적 기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깨어나셨네요. 좋습니다. 여러분들, 잠깐 나가주시겠어요? 저희가 기본적인 검사를 해야 하거든요.”

수련의가 말했다.

세아는 일어섰다. 도현이도 일어섰다. 어머니의 손을 놓으며, 도현이의 얼굴에는 새로운 공포가 생겼다. 어머니가 의료진과 혼자 있을 때, 어머니가 뭔가를 말할까봐. 뭔가를 고백할까봐. 또는 더 깨어날까봐.

복도로 나간 세아와 도현이는 침묵 속에 서 있었다.

병원의 복도는 새벽 5시의 복도였다. 거의 텅 빈. 형광등의 차가운 빛만 있는. 그 빛 아래에서 모든 것이 실체를 잃어 보였다. 색깔도, 온기도, 살아있음도.

“누나.”

도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엄마가 뭐가 무서워하는 걸까.”

도현이가 물었다.

세아는 모른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거짓을 덧붙이고 싶지 않았다. 이 아이는 이미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이미 너무 많이 자라버렸다.

“엄마가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아. 우리한테서.”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강리우 형이 뭐라고 했어? 정말로.”

도현이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세아가 거짓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 강민준이 우리 아버지라는 것. 강리우가 우리 형이라는 것.”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놀라움은 없었다. 마치 이미 어딘가에서 그것을 짐작했던 것처럼. 또는 강리우를 만났던 그 밤에, 무언가를 느꼈던 것처럼.

“강민준이 JYA 엔터테인먼트 회장이잖아.”

도현이가 말했다. 사실을 확인하는 목소리였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그럼 우리는 뭐야. 그 회사랑 뭔 관계가 있는 거야.”

도현이가 물었다.

세아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것도 진실이었다. 세아는 정말로 모르고 있었다. 강리우가 들고 나온 그 검은색 폴더는 무엇이었는가. 강리우의 아버지는 무엇을 의도했는가. 그리고 어머니는 무엇을 두려워했는가.

“누나. 우리 진짜 아버지한테 전화할까?”

도현이가 물었다. 자신들이 아는 아버지. 키가 작고, 목소리가 낮고, 항상 침묵하는 아버지를.

세아는 생각했다.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면 무엇을 말할 것인가. ‘아버지, 실은 우리 아버지가 아니었어요’? ‘아버지, 우리를 버렸던 건 아니고, 우리가 아버지를 찾지 않았던 거예요’?

“아직은… 아니어도 될 것 같아.”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더 깊이 가라앉았다. 또 다른 비밀을 품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침묵을 얻게 된 것이다.

병원의 복도에서 시간이 흘렀다. 5시 12분. 5시 23분. 5시 41분. 아침은 천천히 오고 있었다. 병원의 창문을 통해, 서서히 하늘이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또 다른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의료진이 나왔다. 수련의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있었다.

“어머니의 생체 신호 모두 정상입니다. 의식도 명확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정신과 상담을 권장합니다. 14일간의 昏睡 상태 후 깨어나셨으니까요. 트라우마나 기억 손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수련의가 말했다.

세아는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정말로 들리지 않았다. 이미 세아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 어머니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두려워한다는 것.

“감사합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들이 다시 병실로 들어갔을 때,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자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깨어 있으면서도 자고 있는 상태. 또는 그 반대.

도현이는 다시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세아는 의자에 앉았다. 창문 쪽. 밖을 보는 쪽.

서울은 깨어나고 있었다. 강남의 빌딩들이 하나둘 불을 켜고 있었다. 새벽 6시의 도시. 아직도 밤인 도시. 아직도 끝나지 않은 도시.

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리우였다.

세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끈 후,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어머니가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이 세아 자신일 수도 있고, 강리우일 수도 있고, 강민준일 수도 있고, 또는 그 모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세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단지 앉아 있는 것. 기다리는 것. 어머니가 입을 열 때까지.

병실의 형광등은 여전히 무정한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새벽 6시 47분.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려 했다.


[이 화의 핵심]

어머니의 각성: 14일간의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며, 세아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냄

가족의 비밀 공개: 강민준이 세아의 친아버지임이 도현이에게도 확인됨

침묵의 무게: 의료진을 피하고 진실을 숨기려는 어머니의 의도

세아의 수동성: 강리우의 전화를 받지 않으며, 더 깊은 진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

도현이의 성장: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해가는 17살 소년의 모습

[다음 화 떡밥]

– 어머니가 왜 세아의 목소리를 두려워하는가?

– 강민준의 의도는 무엇인가?

– 강리우가 가져온 검은색 폴더 안에 무엇이 있는가?

– 세아의 친아버지(강민준)와의 첫 만남은 이루어질 것인가?

# 새벽의 침묵

또 다른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병실의 형광등 아래서 시간은 멈춘 듯했다. 새벽 5시 42분.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 중환자실 506호실. 세아는 창밖을 통해 강남의 야경이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빌딩의 창들이 하나둘 꺼져가고, 그 자리를 은색의 미명(未明)이 채워나가고 있었다. 아직 낮도 밤도 아닌, 그 애매한 시간대. 마치 자신의 삶처럼.

옆 침대에서는 어머니가 누워 있었다. 14일 전부터. 거의 2주일을 자고 있던 어머니가 오늘 아침, 눈을 떴다. 약 3시간 전. 정확히는 새벽 2시 38분.

세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휴대폰의 조명으로 희미하게 밝혀진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눈꺼풀이 들렸을 때, 세아의 심장은 정지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가슴팍을 양손으로 움켜쥔 것처럼.

어머니의 눈이 천천히 초점을 맞혔다. 천장의 불빛. 옆의 모니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아.

그 순간, 어머니의 얼굴에서 혈색이 싹 사라졌다.

“어… 어머니?”

세아는 벌떡 일어나 어머니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손을 재빨리 거두어 들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세아는 그 입 모양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너… 넌… 누구야?’

또는 더 정확하게는:

‘너는 왜 여기 있어?’

세아는 그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변하지 않았다.

곧 도현이를 깨웠다. 아래층 보호자 휴게실에서 자고 있던 동생을 깨우는 데 3분이 걸렸다. 도현이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랐다. 17살의 신체는 생각보다 민첩했다. 어떤 긴급 상황이 일어났을 때의 반사신경은 어른보다 빨랐다.

“언니! 어머니가 깼어?”

도현이의 목소리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 설렘은 병실 문을 열자마자 꺼졌다. 어머니의 얼굴을 본 순간, 도현이도 깨달았다. 이것이 좋은 소식만은 아니라는 것을.

의료진이 들어왔다. 수련의 두 명과 간호사 한 명. 그들은 재빨리 어머니의 생체 신호를 확인했다.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뇌파…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아니, 정상보다 나았다. 14일간의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사람이 보여주기엔 불가능할 정도로 정상이었다.

“어머니, 저희 말이 들리세요?”

수련의가 물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느리게. 마치 자신의 목을 움직이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처럼.

“날짜가 몇 월 며칠인지 아세요?”

“3월… 17일.”

어머니의 목소리는 부서진 도자기 같았다. 한때 맑고 단호했던 그 목소리가 이제는 마치 누군가 우울한 멜로디를 거친 모래종이로 갈아낸 것 같았다. 세아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무언가 깨달았다. 어머니는 단순히 깨어난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깨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몇 가지 더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의 이름. 남편의 이름. 자녀들의 이름과 나이.

어머니는 모두 정확하게 답했다. 하지만 자녀들의 이름을 말할 때는 눈을 감았다.

“도현이… 세아…”

마치 고통스러운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세아의 손이 저절로 떨렸다. 자신도 모르게.

30분 후, 의료진은 병실을 나갔다. 수련의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어머니의 회복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료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처럼 보였다.

“어머니의 생체 신호 모두 정상입니다. 의식도 명확하신 것 같습니다.”

수련의가 보호자인 도현이를 향해 말했다. 도현이는 아직도 17살이었지만, 지난 2주일은 그를 빠르게 성숙시켰다.

“다만, 심리 상태에 대해서는 정신과 상담을 권장합니다. 14일간의 혼수 상태 후 깨어나셨으니까요. 트라우마나 기억 손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수련의는 말을 멈추었다. 그의 눈이 세아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특히 어떤 특정한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혐오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도 정신과 상담이 도움이 될 겁니다.”

‘특정한 사람.’ 그 말은 세아를 향하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세아가 목이 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련의들이 나간 후, 도현이는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손을 거두지 않았다. 다만 손가락이 경직되어 있었다. 마치 시체의 손을 잡은 것처럼.

세아는 창문 쪽 의자에 앉았다. 그곳이 어머니의 시선에서 가장 먼 곳이었다.

밖은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 강남의 빌딩들이 하나둘 불을 켜고 있었다. 야경에서 아침 풍경으로의 전환. 새벽 6시의 도시는 아직도 밤의 기운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악몽에서 깨어났지만 그 악몽의 여운이 아직도 피부에 붙어 있는 것처럼. 완전히 깨어나지도 못했고, 다시 잠들 수도 없는… 그런 상태.

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강리우’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강리우. 그 이름만으로도 세아의 전신이 경직되었다. 강민준의 비서. 아니,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강민준의 손과 발. 강민준의 그림자.

세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화면을 끈 후, 휴대폰을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누가 걸었어?”

도현이가 물었다.

“모르는 번호야.”

세아의 거짓말은 완벽했다. 도현이는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아는 알고 있었다. 강리우가 왜 지금 이 시간에 전화를 했는지. 강민준이 어머니의 각성을 알았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병원에서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에. 강민준의 네트워크는 그 정도로 촘촘했다.

세아는 창밖을 다시 보았다. 강남의 빌딩들. 그 중 어딘가에 강민준이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강민준의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감시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침대 위의 어머니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자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깨어 있으면서도 자고 있는 상태. 또는 그 반대. 그 불확실한 상태 사이에서 어머니는 떠있었다.

세아는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어머니는 뭘 두려워하는 거야?’

그 질문의 답은 여러 가지였을 수 있다.

첫 번째. 세아 자신.

세아가 어머니에게 한 행동들. 또는 세아가 어머니에게 하려고 했던 행동들. 14일 전, 어머니를 이 병상에 누이게 만들었던 그 사건.

‘어머니는 내가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또는 내가 뭔가를 할 것 같아서 두려워하고 있어.’

두 번째. 강리우.

강리우는 어머니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같은 시대를 살았다. 같은 배우자를 공유했던 사이. 강리우는 어머니의 약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것을 알고 있다.

‘강리우가 뭔가를 말할까봐 어머니가 두려워하고 있어.’

세 번째. 강민준.

세아의 친아버지. 아니, 어머니의 첫 번째 남편. 어머니가 버린 남자. 어머니가 숨기려고 했던 과거.

‘어머니는 강민준의 귀환을 두려워하고 있어. 그 남자가 자신과 자신의 딸을 다시 찾아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

그리고… 네 번째.

세아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

어떤 깊고 검은 비밀. 어머니의 혼수 상태 이전부터 존재했던 어떤 진실. 병실의 형광등 아래에서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어떤 것.

“언니.”

도현이의 목소리가 세아를 깨웠다.

“어?”

“어머니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도현이의 얼굴은 창문의 반사광에 희미하게 보였다. 17살의 소년. 하지만 그 눈은 이미 어른의 눈이 되어 있었다.

“아니. 난 어머니가 깰 줄만 알았어.”

“깬 다음은?”

세아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정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는 미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새벽 6시 47분.

병실의 형광등은 여전히 무정한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빛은 공평했다.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도, 도현이의 피곤한 눈도, 창밖의 강남 스카이라인도 모두 같은 백색 광선 아래에서 평등하게 드러났다.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려 했다.

하지만 아직 밤은 끝나지 않았다. 밖의 하늘은 밝아지고 있었지만, 이 병실 안의 밤은 계속되고 있었다. 마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밤.

세아는 자신의 손을 펴서 봤다. 손금이 보였다. 어떤 점쟁이가 말했듯이, 인생선과 감정선과 운명선이 거기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선도 이제부터 일어날 일을 알려주지 못했다.

강리우의 전화는 다시 울리지 않았다. 대신 침묵이 계속되었다.

병실의 모니터에는 어머니의 생체 신호가 계속 표시되었다. 녹색 선이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살아있음의 증거. 하지만 어머니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고, 입은 다물려 있었다.

새벽 6시 47분 30초.

세아는 생각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시간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아무도 멈출 수 없는 속도로. 아무도 돌릴 수 없는 방향으로.

밖의 하늘은 점점 밝아졌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려 했다.

하지만 병실 안에서는 여전히 어제의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 화의 의미]**

여명(黎明)과 어둠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세 사람의 심리 상태:

– **어머니**: 깨어남은 해방이 아닌 재앙.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과 다시 마주함.

– **도현이**: 보호자에서 증인으로의 변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의 혼란과 책임감.

– **세아**: 피동적 기다림. 질문만 늘어가고 답은 계속 미루어지는 상황 속에서의 무력감.

강리우의 전화는 단순한 연락이 아닌, 강민준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그림자가 이들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

새로운 하루의 시작 직전, 마지막 밤의 침묵이 진행 중.

209 / 250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