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80화: 엄마의 침묵이 말하는 것
서울대병원의 엘리베이터는 상승과 하강을 반복했다. 세아는 그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심장이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하늘이는 옆에 서 있었고, 그 팔이 세아의 팔과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웠다. 촉각이 아닌 것 같은 촉각. 접촉하지 않으면서도 존재를 알리는 그런 거리감. 세아는 그것을 필요로 했다. 지금 이 순간, 그 거리감 그 자체가 구명줄이었다.
병실 문 앞에 도현이가 서 있었다. 17살의 어깨는 마치 50대 중년 남성의 어깨처럼 구부러져 있었다. 세아가 얼굴을 들었을 때, 도현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분노와 안도가 뒤섞인 표정. 세아는 그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이 충분히 늦었다는 것. 자신이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것.
“누나 어디 있었어?”
도현이가 묻지 않고 선언했다. 질문이라는 형태의 비난.
“엄마가 깼어?”
세아가 반문했다. 도현이의 질문을 무시하고.
도현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입술이 떨렸다. 아직 목소리가 갈라지는 나이의 떨림. 사춘기 남자아이의 몸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그 떨림.
“응. 5시간 전에. 처음엔 누나를 찾으려고 했어. 간호사들한테 계속 물어봤고. 그 다음에 엄마가 깼어. 그리고 바로 누나를 찾았어.”
도현이가 말했다. 마치 사실을 나열하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사실만 정확하게 말하는 것처럼.
“뭐라고 했어? 엄마가.”
세아가 물었다.
도현이는 병실 문을 열었다. 대답하지 않고. 그 침묵이 답이었다. 세아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이는 문 밖에서 기다렸다. 이것은 세아와 엄마 둘만의 순간이어야 한다는 것을 하늘이는 알고 있었다.
엄마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가슴 부분이 드러나 있었고, 산소 호스가 콧구멍에 꽂혀 있었다. 점적 주사가 팔뚝을 관통하고 있었다. 신체는 시스템. 신체는 기계. 신체는 더 이상 온전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의 눈은 깨어 있었다.
“세아.”
엄마가 세아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부서질 것처럼 약했다. 마치 한두 마디 더 말하면 목이 끊어질 것 같은 그런 약함.
세아는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엄마의 손을 집지 않았다. 집을 용기가 없었다. 그 손을 잡는 것이 현실을 확인하는 행위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강리우가… 왔어?”
엄마가 물었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뭐라고 했어?”
“모르겠어. 엄마 때문에 못 들었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강리우의 말을 들었다. 들었지만, 그 말들을 정리할 수 없었다. 마치 낙엽처럼 흩어지는 말들.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같은 말들.
엄마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마치 다시 깨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처럼. 그리고 다시 떴다.
“그 아이는… 착한 아이가 아니야.”
엄마가 말했다.
“무슨 말이에요?”
세아가 물었다.
“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착함이 아니라 죄책감이야. 죄책감으로 만든 착함은… 언제든 깨질 수 있어.”
엄마가 말했다. 말의 끝이 흐려졌다. 마치 무언가를 더 말하려다가 멈춘 것처럼.
“엄마, 아빠가… 왜 자신의 목소리를 두려워했어?”
세아가 물었다.
침묵이 왔다. 긴 침묵. 병실 안에는 기계음만 들렸다. 심전도 모니터의 규칙적인 신호음. 호흡기의 중얼거림. 의료 기계들의 합주곡.
“그건… 나도 정확히 모르는 거야.”
엄마가 결국 말했다.
“뭐?”
세아가 반복했다.
“너는… 어렸을 때부터 달랐어. 다섯 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면… 뭔가가 바뀌었어. 공기가. 빛이. 마치 세상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은 느낌.”
엄마가 말했다. 말하는 것 자체가 엄마에게 고통인 것처럼 보였다.
“공기가 바뀐다는 게… 뭐예요?”
세아가 물었다.
“모르겠어. 정확히는. 하지만 강미준이는 두려워했어. 너를. 아니, 정확히는 너의… 목소리를. 넌 그 목소리로 누군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 넌 그 목소리로 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고.”
엄마가 말했다.
세아의 몸이 얼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척추를 얼음으로 채우는 것처럼.
“해칠 수 있다는 게… 뭐예요?”
세아가 물었다.
“강미준이는… 음악 사람이야. 그래서 알았어. 음악은… 그냥 음악이 아니라는 걸. 음악은… 사람의 영혼을 건드릴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넌… 그런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어.”
엄마가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뭐 한 거예요?”
세아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도 모르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했어. 단지… 있었어. 넌 단지 있었을 뿐이야. 그리고 그것이… 충분했어. 그것이 너무 충분했어.”
엄마가 말했다.
세아는 일어섰다. 의자에서 벌떡.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밀어낸 것처럼. 엄마의 말들이 자신 안에 들어와서 뭔가를 망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를 집어내려고 하는 것처럼.
“그럼… 왜 자신은 계속 가수를… 음악을…”
세아가 말했다. 문장이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넌 그걸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니까. 넌… 불을 타고난 사람이야. 그리고 불은… 꺼질 수 없어.”
엄마가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세아는 자신이 뭔가를 깨달았다.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손가락 끝이 닿지 않는 물건을 보는 것처럼. 마치 깊은 물 아래에서 누군가가 손짓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엄마, 그럼 저는… 뭐예요?”
세아가 물었다.
엄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았다. 마치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무언의 답변을 보내는 것처럼.
병실 밖에서 하늘이가 세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현이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화면에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화면을 보는 척하면서 누군가를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가 나왔을 때, 하늘이는 즉시 세아의 팔을 집었다.
“뭐라고 했어?”
하늘이가 물었다.
“모르겠어. 뭔가… 복잡해.”
세아가 말했다.
“그건 알겠고. 구체적으로 뭐라고 했어?”
하늘이가 다시 물었다.
“아빠가 자신의 목소리를 두려워했대. 그리고… 내 목소리가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대.”
세아가 말했다.
하늘이의 표정이 변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가정을 확인해준 것처럼. 마치 자신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을 누군가가 입으로 말해준 것처럼.
“내가 처음 너를 봤을 때를… 기억해?”
하늘이가 물었다.
“응. Underscore에서.”
세아가 대답했다.
“그때 넌…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 그리고 난… 정말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 마치 넌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음악이 아니라… 다른 것 같은 느낌. 마치 넌 공기를 움직이고 있는 것 같고. 마치 넌 불을 다루고 있는 것 같고. 마치 넌 누군가의 영혼을 건드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하늘이가 말했다.
세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지금까지 널 지켜보면서 깨달았어. 넌 정말로 그런 사람이야. 넌 정말로 불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넌… 그것을 무서워하고 있어.”
하늘이가 말했다.
“무서워한다는 게… 뭐예요?”
세아가 물었다.
“너 자신을. 넌 너 자신을 무서워하고 있어. 그래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 거야. 그래서 계속 다른 사람의 곡을 부르는 거야. 그래서 계속 다른 사람을 위해 타오르는 거야. 왜냐하면… 너는 너 자신을 위해서 타오르는 게 뭔지 몰라서야.”
하늘이가 말했다.
도현이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세아에게 다가왔다.
“누나.”
도현이가 말했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난… 뭐예요?”
도현이가 물었다.
세아는 도현이의 얼굴을 봤다. 17살의 얼굴. 아직 어린 얼굴. 하지만 눈은 오래되어 있었다. 마치 40대의 눈을 한 소년처럼.
“뭐긴… 뭐예요?”
세아가 반복했다.
“난… 뭐예요? 누나의 아버지도 모르는 누나의 아버지. 누나의 형도 모르는 누나의 형. 난 뭐예요?”
도현이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사춘기의 떨림을 넘어선 다른 종류의 떨림. 실존적 분노의 떨림.
세아는 도현이를 껴안지 않았다. 대신 그 옆에 섰다. 마치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마치 같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넌… 아마 너 자신이 될 거야.”
세아가 말했다.
“난 뭔가가 될 거예요?”
도현이가 물었다.
“응. 우리 모두가 뭔가가 될 거야.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그냥 타오르고 있을 뿐이지만.”
세아가 말했다.
병원의 복도는 여전히 밝았다. 형광등의 빛이 모든 것을 노출시켰다. 세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강리우의 손처럼. 마치 아버지 강미준의 손처럼. 떨림은 유전되는 것인가. 공포는 유전되는 것인가. 아니면 이것은 다른 종류의 떨림인가. 이것은 분노의 떨림인가. 아니면 깨달음의 떨림인가.
하늘이가 세아의 떨리는 손을 집었다.
“넌 혼자가 아니야.”
하늘이가 말했다.
세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하늘이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마치 자신이 빠져가고 있는 것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마지막 가능성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병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세아는 병원 밖으로 나갔다. 하늘이와 도현이가 따라왔다. 밤공기가 서울을 감싸고 있었다. 밤공기는 모든 것을 동등하게 만든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죄인도 의인도. 모두가 같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강리우를 만나야 할 것 같아.”
세아가 갑자기 말했다.
“뭐라고?”
하늘이가 물었다.
“강리우. 그 사람. 난…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아. 뭐가 뭔지. 뭐가 진짜인지. 뭐가 거짓인지.”
세아가 말했다.
“지금?”
하늘이가 물었다.
“응. 지금.”
세아가 대답했다.
밤 열시 오십분. 서울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이 도시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 이 도시의 모든 불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세아도 그 불 중 하나였다. 자신도 모르는 불. 자신이 두려워하는 불. 하지만 계속 타오르는 불.
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강리우의 번호였다.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나타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세아는 전화를 받았다.
“안녕.”
강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세아가 말했다.
침묵이 왔다. 그리고 강리우의 대답.
“알겠어. 어디?”
“강변북로. 한강공원 근처. 여기서 만나요.”
세아가 말했다.
“가면… 안 돼.”
강리우가 말했다.
“뭐?”
세아가 물었다.
“그곳에 가면… 안 돼. 넌 거기서 아무것도 찾지 못할 거야.”
강리우가 말했다.
“그럼 어디가 괜찮아요?”
세아가 물었다.
“우리 집. 강남. Kangnam Tower 30층. 펜트하우스. 비밀번호는… 1209.”
강리우가 말했다.
세아는 그 주소를 기억했다. 마치 자신이 항상 알고 있었던 주소인 것처럼. 마치 자신의 운명이 이미 거기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알겠어요.”
세아가 말했다.
전화가 끝났다. 서울의 밤은 계속 흘렀다. 한강의 물은 계속 흘렀다. 그리고 세아의 불은 계속 타올랐다.
END OF CHAPTER
# 확장된 장면: 밤의 선택
신은 하늘이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손가락이 서로 깊게 파고들었다. 마치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빠져가고 있다는 것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마지막 가능성, 마지막 희망, 마지막 숨결을 붙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하늘이는 놀라 신을 바라봤다. 신의 얼굴은 창백했다. 마치 모든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마치 영혼까지도 몸을 떠나려는 것처럼.
“세아… 너… 괜찮아?”
하늘이가 물었다. 하지만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아는 자신의 손 안에 있는 하늘이의 손을 느끼고 있었다. 따뜻한 손. 살아있는 손. 자신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증거.
병실로 돌아가지 않았다. 세아는 병원 밖으로 나갔다. 도현이가 뒤를 따랐고, 하늘이는 세아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따라왔다. 세아는 병원 문을 밀어냈다. 차가운 금속 손잡이가 손바닥에 닿았다. 그것도 따뜻한 손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증거였다.
밤공기가 서울을 감싸고 있었다. 밤공기는 모든 것을 동등하게 만든다. 부자도 가난한 자도. 죄인도 의인도. 모두가 같은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세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야간 서울의 공기가 코와 입으로 들어왔다. 약간의 배기가스, 누군가의 담배 연기, 한강의 습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살아있다는 증거. 현실이라는 증거. 하지만 그것도 충분하지 않았다. 더 많은 것이 필요했다. 더 많은 진실이 필요했다.
“강리우를 만나야 할 것 같아.”
세아가 갑자기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중얼거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절대적인 결의가 담겨 있었다.
“뭐라고?”
하늘이가 물었다. 하늘이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세아를 보는 하늘이의 눈빛은 마치 깨진 유리를 보는 것처럼 어수선했다.
“강리우. 그 사람. 난… 직접 물어봐야 할 것 같아. 뭐가 뭔지. 뭐가 진짜인지. 뭐가 거짓인지. 모든 게… 너무 헷갈려.”
세아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마치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차갑고, 단단하고, 끝까지 가려는 의지가 담긴 목소리.
도현이가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하늘이가 그를 멈췄다. 하늘이는 세아의 눈을 봤다. 그 눈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것은 절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그리고 그 분노의 뒤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지금?”
하늘이가 물었다. 목소리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응. 지금. 이 밤. 이 시간이 아니면 절대 못 할 것 같아.”
세아가 대답했다.
밤 열시 오십분. 서울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거대한 생명체처럼. 이 도시는 절대 잠들지 않는다. 이 도시의 모든 불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 강남역의 지하상가는 여전히 북적거리고 있고, 강북의 술집가에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밤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한강을 따라 늘어선 아파트들의 창문들도 여전히 밝혀져 있었다.
그리고 세아도 그 불 중 하나였다. 자신도 모르는 불. 자신이 두려워하는 불. 하지만 계속 타오르는 불. 누군가 불을 지펴놨고, 이제 그 불은 세아를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을 끄려면 강리우를 만나야 했다.
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봤다. 강리우의 번호였다.
세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치 자신을 부르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나타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마치 모든 게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처럼.
세아는 전화를 받았다.
“안녕.”
강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이 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마치 이 순간이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이.
“우리… 만나야 할 것 같아요.”
세아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단단하려고 해도 떨림은 숨길 수 없었다. 손도 떨렸다. 하늘이가 그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침묵이 왔다. 길고, 길고, 길은 침묵.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마치 세상이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그 침묵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었다. 빠르게 뛰는 심장. 공포와 분노가 섞인 심장.
그리고 강리우의 대답이 왔다.
“알겠어. 어디?”
“강변북로. 한강공원 근처. 여기서 만나요.”
세아가 말했다.
“가면… 안 돼.”
강리우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단순한 차분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다.
“뭐?”
세아가 물었다.
“그곳에 가면… 안 돼. 넌 거기서 아무것도 찾지 못할 거야. 거기서는 진실이 아닌 다른 것만 있을 거야.”
강리우가 말했다.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세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알아야 했다.
“그럼 어디가 괜찮아요?”
세아가 물었다.
전화 건너편에서 긴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강리우도 이 순간이 무거운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우리 집. 강남. Kangnam Tower 30층. 펜트하우스. 거기로 와. 비밀번호는… 1209.”
강리우가 말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세아는 그 주소를 기억했다. 마치 자신이 항상 알고 있었던 주소인 것처럼. 마치 자신의 운명이 이미 거기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가 뭐래?”
도현이가 물었다.
“펜트하우스로… 가라고.”
세아가 중얼거렸다.
“펜트하우스? 지금? 밤에?”
하늘이가 물었다.
세아는 하늘이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그 손의 따뜻함이 세아를 현실로 묶어두고 있었다. 그 손이 없었다면 자신은 이미 무너져 있었을 것이다.
“알겠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들은 병원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늘이의 차가 있었다. 검은색 BMW. 고급스럽고, 차갑고, 신비로운 차였다.
차 안에 들어가며 세아는 창밖을 봤다. 서울의 밤은 계속 흘렀다. 한강의 물은 계속 흘렀다. 그리고 세아의 불은 계속 타올랐다.
강남 방향으로 차는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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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에서 Kangnam Tower는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30층. 펜트하우스. 비밀번호 1209.
세아는 하늘이와 도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1층, 5층, 10층, 15층, 20층, 25층, 30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강리우가 서 있었다.
—
**END OF CHAP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