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8화: 폐쇄회로 속의 침묵
도현이의 목소리는 핸드폰을 통해 들렸을 때 이미 부서져 있었다. 세아가 1층 로비의 의자에 앉아 화면을 켰을 때, 그 음성 메시지는 순차적으로 재생되었다. 첫 번째 메시지는 오전 2시 14분. “누나 엄마 병원 왔어. 뭐 했어?” 두 번째는 2시 47분. “누나 전화 받아.” 세 번째는 3시 22분. “진짜 어디야?” 네 번째는 3시 58분. 그 이후로는 음성 메시지가 아니라 단순한 텍스트였다. “엄마 위험해” “앰뷸런스 왔어” “ICU야”. 그리고 마지막은 새벽 5시 13분. “누나 미안해. 내가 엄마한테 말했어. 너 어디 가는지.”
세아는 화면을 내려놓았다. 손이 떨렸다. 아니, 정확히는 떨리지 않았다. 손이 차가워졌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얼음물에 담그어 놓은 것처럼. 그리고 그 차가움이 천천히 팔로, 어깨로, 가슴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병원 로비는 새벽이었지만 밝았다. 형광등이 모든 것을 균등하게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도, 의자도, 세아의 얼굴도. 누구도 그림자를 가질 수 없는 곳. 누구도 숨을 수 없는 곳.
‘내가 엄마한테 말했어.’
도현이의 마지막 말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세아의 귓가에서. 도현이는 자신이 엄마에게 말했다는 것을 죄책감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도현이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세아였다. 세아가 도현이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세아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책임이 결국 엄마의 몸 위에 떨어졌다.
세아는 천천히 일어났다. 병원 1층 로비에서. 창밖으로는 새벽의 서울이 보였다. 불이 꺼져가는 간판들. 마지막 손님들을 태우고 떠나는 택시들. 그리고 그 모든 것 위에 떨어지는 회색의 새벽빛. 세아는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도현이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미안해”는 이미 너무 많이 말했다. “괜찮아”는 거짓이었다. 그렇다면 무엇?
세아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대신 담배를 꺼냈다. 병원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하지만 세아는 이미 규칙을 지키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라이터의 불이 올라왔다. 작은 불꽃. 온기. 그것이 세아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자신을 태우는 것. 천천히, 꾸준히, 누군가를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을 태우는 것.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했다. 자신을 태우는 것이 결국 누군가를 해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담배의 연기가 올라갔다. 세아는 그것을 바라봤다. 연기가 형광등에 의해 희부연하게 비춰졌다. 마치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드러내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여기 있으면서 동시에 여기에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너는 아무도 아닌 것처럼 타버렸어.’
엄마의 말이 다시 들렸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의 주체가 명확해졌다. 그것은 엄마가 한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아 자신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말이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말. 자신이 자신을 규정하는 방식. 아무도 아닌 것처럼.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것처럼. 자신을 위해서도 아닌 것처럼.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하늘’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하늘이. 세아의 유일한 친구. 아니, 정확히는 유일한 증인. 세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모두 아는 사람. 세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다시 울렸다. 두 번째 전화. 세아는 여전히 받지 않았다. 세 번째 전화가 울렸을 때, 세아는 핸드폰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그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대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세아.”
하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세아가 아직도 살아 있는지, 아직도 그 세상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
“응.”
세아가 대답했다.
“너 어디야? 병원에서 나왔어?”
하늘이 물었다. 그리고 세아는 알 수 있었다. 하늘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도현이에게 들었을 것이다. 엄마가 입원했다는 것을. 세아가 사라졌다는 것을.
“응.”
세아가 다시 대답했다.
“어디 가?”
하늘이 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위험한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세아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를 만나려고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알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여기에 있을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자신이 이 병원에, 이 로비에, 이 형광등 아래에 있을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강리우 만나러.”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이 이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다른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소리인 것처럼.
통화선이 몇 초간 침묵으로 채워졌다. 세아는 하늘이가 자신을 꾸짖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늘이가 자신을 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세아는 자신이 구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구해지는 것보다는 계속 타버리는 것이 더 나았다. 왜냐하면 계속 타버리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구해지는 것은 누군가의 선택이었다.
“세아. 제발.”
하늘이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 속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분노, 절망, 사랑.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세아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사랑. 누군가의 관심. 누군가의 진심.
“미안해.”
세아가 말했다.
“미안 말고 그냥 여기 와. 어디야?”
하늘이가 말했다.
“병원.”
세아가 대답했다.
“어느 병원?”
하늘이가 물었다. 그리고 세아는 알 수 있었다. 하늘이가 자신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을. 하지만 세아는 자신이 찾혀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사라지기를 원했다. 완전히. 마치 연기처럼. 마치 불꽃처럼. 마치 아무도 아닌 것처럼.
“다시 연락할게.”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끈 다음, 세아는 병원 밖으로 나갔다. 새벽 6시 11분. 서울의 새벽은 이미 밝아가고 있었다.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씩 꺼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서울의 모든 거짓된 밝음을 제거하고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도 함께 꺼져가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택시를 탔다. 기사는 목적지를 물었다. 세아는 주소를 말했다. 강리우의 고시원 주소. 합정동의 그 좁은 골목. 그곳은 이제 세아의 집이 아니었다. 도현이의 집도 아니었다. 엄마의 집도 아니었다. 그곳은 단지 ‘남겨진 장소’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길목. 아무도 멈추지 않는 곳.
차 안에서 세아는 창밖을 봤다. 새벽의 서울이 흐르고 있었다. 불이 켜지는 편의점. 처음으로 나타나는 배달원들. 밤새 깨어 있던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 이 모든 것이 세아와는 무관했다. 이 모든 것이 세아 없이 계속 흘러갔다. 마치 세아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마치 세아의 부재가 이미 확정된 것처럼.
택시가 합정역에 도착했을 때, 세아는 돈을 건넸다. 더 많은 돈을 건넸다. 기사가 거스름돈을 주려고 했지만, 세아는 손을 흔들었다.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다. 돈도, 거스름돈도, 누군가의 친절도.
고시원은 여전히 어두웠다. 새벽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복도의 형광등도 꺼져 있었다. 마치 이 건물도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마치 이 건물도 더 이상 누군가를 보호할 힘이 없는 것처럼.
강리우의 문 앞에 섰을 때, 세아는 노크를 하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강리우가 전에 알려줬던 번호. 1004. 천(千)과 사(四). 천과 사. 어떤 의미도 없는 숫자. 단지 무언가를 열기 위한 도구일 뿐.
문이 열렸다. 어두운 방이 나타났다. 세아는 들어갔다. 뒤에서 문이 닫혔다. 소리가 없었다. 마치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것처럼. 마치 세아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밀려나가는 것처럼.
“세아?”
강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둠 속에서. 침대 위에서. 마치 그가 세아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그가 계속 기다리고만 있었던 것처럼.
“응.”
세아가 대답했다.
“왜 왔어?”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침대 방향으로. 마치 자신의 몸이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선택이 이미 끝난 것처럼.
침대 위에 앉았을 때,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봤다. 그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도 조종할 수 없는 그런 움직임으로. 마치 그의 손도 그 자신을 배신하고 있는 것처럼.
“엄마가 입원했어.”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 때문에.”
세아가 계속했다.
“그래.”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것은 부정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마치 그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그것이 자신의 계획의 일부였던 것처럼.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잡았다. 그 떨리는 손을. 그 차가운 손을. 그 자신의 손과 똑같이 떨리는 손을.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알 수 있었다. 강리우가 자신과 같다는 것을. 자신과 같이 타버리고 있다는 것을. 자신과 같이 아무도 아닌 것처럼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뭐 하는 거야?”
세아가 물었다.
“모르겠어.”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둘 다 모르고 있다는 것. 둘 다 함께 타버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계속 상처 입고 있다는 것.
병원으로부터의 거리. 합정동 고시원에서 병원까지의 지도상의 거리는 약 2.3킬로미터였다. 하지만 정서적 거리는 무한했다. 세아가 강리우의 손을 잡고 있는 이 순간, 엄마는 간헐적 양압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도현이는 엄마의 침대 옆에서 자고 있었을 것이다. 하늘이는 세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아는 여기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의 손을 잡고.
“이게 끝이야?”
세아가 물었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이 조금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이 유일한 대답인 것처럼. 마치 그의 몸이 그의 입을 대신해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창밖으로는 새벽이 계속 밝아지고 있었다. 곧 아침이 될 것이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었다. 병원의 의사들이 엄마의 상태를 확인할 것이었다. 경찰이 강리우를 찾으러 올 수도 있었다. 하늘이가 고시원의 문을 두드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여전히 침묵 속에 있었다. 여전히 아무도 오지 않은 시간 속에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이것이 자신이 원한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아닌 것처럼 타버리는 것. 함께 타버리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는 것.
강리우의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놓지 않았다.
# 어둠 속의 선택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 마치 물고기처럼. 마치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하지만 공기는 충분했다. 문제는 공기가 아니었다. 문제는 말이었다. 문제는 자신의 목소리가 이 순간을 깨뜨릴 것 같다는 공포였다.
강리우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침대의 가장자리에 앉아, 자신의 손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그 손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마치 그것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인 것처럼. 세아는 그 움직임을 보며 생각했다. *저 손도 나처럼 배신하고 있구나.*
“뭐… 뭐라고 말해야 할까.”
세아가 결국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을 빌려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은 어둠 때문에 검은 동공으로만 보였다. 세아는 그 검은 동공 안에 자신의 모습이 반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모습. 자신도 두려운 자신의 모습.
“엄마가… 엄마가 입원했어.”
세아가 말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것처럼. 그 말이 나오자마자 세아는 느꼈다.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침대 주변의 공기가 응결되어 빙하처럼 굳어지는 것을.
강리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초침 소리가 들렸다. 벽에 붙어 있는 저렴한 시계의 초침 소리. 째깍. 째깍. 째깍. 세아는 그 소리에 자신의 심장이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맥박이 그 시계의 리듬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내 때문에.”
세아가 계속했다. 그 말은 자백이었다. 동시에 고백이었다. 동시에 저주였다.
강리우의 얼굴이 조금 움직였다. 턱이 경직되었다. 입꼬리가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말하지 않았다.
“내가… 내가 뭔가 잘못했으니까…”
세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마치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자신의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래.”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그 한 마디가 방 안의 모든 공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세아는 숨을 쉴 수 없었다. 마치 그 말이 자신의 폐를 압축시키는 것처럼. 마치 그 말이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뭐… 뭐야, 그게 무슨…”
“내가 해야 할 일이었어.”
강리우가 끝까지 말했다. “너 때문이 아니라… 내 선택이었어. 처음부터.”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아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강리우가 자신을 탓하지 않는다는 것. 강리우가 자신의 탓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더 무섭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강리우가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강리우가 이미 결정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이 강리우를 구할 수 없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세아는 침대 위에 앉았다. 아니, 침대 위로 무너졌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다리를 걷어차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할 수 없는 것처럼.
그때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봤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마치 자신도 조종할 수 없는 그런 움직임으로. 마치 그의 손도 그 자신을 배신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그 손을 보며 생각했다. *저 손도 나처럼 두렵구나. 저 손도 나처럼 뭔가를 원하고 있구나.*
고시원의 창밖으로 새벽 공기가 스며들어왔다. 차갑고, 축축하고, 숨이 막히는 듯한 공기. 세아는 그 공기를 마시며 느꼈다. 자신의 폐가 서서히 얼어가는 것을. 자신의 몸이 서서히 차가워지는 것을.
“엄마가 입원했어.”
세아가 다시 말했다. 마치 강리우가 듣지 못한 것처럼. 마치 자신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응.”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것은 부정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마치 그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그것이 자신의 계획의 일부였던 것처럼. 세아는 그 음절 속에서 많은 것을 들었다. 절망을 들었다. 체념을 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어떤 종류의 안도감을 들었다.
“넌… 언제부터 알았어?”
“처음부터.”
강리우의 목소리는 텅 비어 있었다. 마치 녹음기가 재생하는 것처럼.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처럼.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잡았다.
그 떨리는 손을. 그 차가운 손을. 그 자신의 손과 똑같이 떨리는 손을. 손가락을 엮었다.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마치 누군가에게 용서를 빌고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들이 아직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처럼.
손은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아니, 차가웠다. 세아는 자신이 뭘 느껴야 할지 몰랐다. 손 위의 맥박을 느꼈다. 빠르게 뛰는 심장. 패닉에 빠진 동물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한 새처럼.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알 수 있었다.
강리우가 자신과 같다는 것을. 강리우가 자신과 같이 타버리고 있다는 것을. 강리우가 자신과 같이 아무도 아닌 것처럼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두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불꽃이었다. 하나의 불꽃이 두 개의 방향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가 뭐 하는 거야?”
세아가 물었다. 자신의 손을 강리우의 손 속에 더 깊이 밀어 넣으며.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의 떨림을 더 심하게 만들었다. 마치 그것이 유일한 답변인 것처럼.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입을 대신해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모르겠어.”
세아가 자신의 질문에 자신이 대답했다.
“응. 모르겠어.”
강리우가 따라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둘 다 모르고 있다는 것. 둘 다 함께 타버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계속 상처 입고 있다는 것. 세아는 그 진실을 자신의 뼈에 각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병원으로부터의 거리.
합정동 고시원에서 병원까지의 지도상의 거리는 약 2.3킬로미터였다. 세아는 그 거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구글 맵에서 검색해봤기 때문이다. 14분의 택시 거리. 28분의 버스 거리. 32분의 도보 거리. 하지만 정서적 거리는 무한했다.
세아가 강리우의 손을 잡고 있는 이 순간,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간헐적 양압호흡기의 마스크를 쓴 채로. 그 기계음은 세아가 몇 시간 전에 들었던 소리였다. 쉬… 나옴. 쉬… 나옴. 마치 엄마가 울고 있는 것처럼. 마치 엄마가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엄마는 의식이 없었다. 엄마는 세아를 찾을 수 없었다.
도현이는 엄마의 침대 옆에서 자고 있었을 것이다. 세아가 떠난 지 몇 시간 후에. 엄마의 손을 잡은 채로. 아직도 그렇게 있을까? 아니면 이미 깨어났을까? 아니면 이미 경찰에 신고했을까?
하늘이는 세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 휴대폰으로. SNS로.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누나가 어디 있어?* 그 목소리가 세아의 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세아는 여기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의 손을 잡고. 자신과 같이 타버리고 있으면서.
“이게 끝이야?”
세아가 물었다. 강리우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서. 자신의 손 위의 강리우의 손을 보면서.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이 조금 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이 유일한 대답인 것처럼. 마치 그의 몸이 그의 입을 대신해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그 떨림의 리듬을 읽으려고 했다. 모스 부호처럼. 암호처럼. 하지만 그것은 해독 불가능했다. 그것은 순수한 공포의 진동이었을 뿐이었다.
“말해 줄래?”
세아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강리우의 얼굴을 봤다. “이게… 뭐하려고 하는 거야?”
강리우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마치 어둠 속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처럼. 마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그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강리우.”
세아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으로. 그동안 세아는 강리우를 그렇게 부르지 않았다. 마치 그의 이름을 부르면 모든 것이 실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자신의 손을 지탱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느껴졌다.
“응?”
강리우가 약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 우리가 뭐하는 거야? 진짜로. 뭐하고 있는 거야?”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치 어린 아이의 목소리처럼. 마치 자신이 자신의 엄마를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모르겠어.”
강리우가 대답했다. “내가…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럼… 그럼 엄마는? 엄마는 뭐하고? 엄마는 어떻게 돼?”
세아가 물었다. 그 질문은 자신에게 향한 질문이기도 했다.
“모르겠어.”
강리우가 반복했다. 마치 그것이 유일한 단어인 것처럼. 마치 자신이 그 단어만 아는 것처럼.
침묵이 방을 채웠다.
창밖으로는 새벽이 계속 밝아지고 있었다. 곧 아침이 될 것이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었다. 병원의 의사들이 엄마의 상태를 다시 확인할 것이었다. 간호사들이 엄마의 생체 신호를 체크할 것이었다. 경찰이 강리우를 찾으러 올 수도 있었다. 학교에서 세아의 부재를 알아챌 것이었다. 하늘이가 고시원의 문을 두드릴 것이었다. 도현이가 다시 울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었다.
여전히 침묵 속에 있었다.
여전히 아무도 오지 않은 시간 속에 있었다.
그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5분? 10분? 30분?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시간은 끝날 것이고, 모든 것은 드러날 것이고, 그 후로는 어떤 시간도 의미가 없을 것이었다.
세아는 자신의 손 위에 강리우의 손이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여전히 따뜻했다.
여전히 살아 있었다.
“내가… 내가 뭔가 할 수 있으면 좋겠어.”
세아가 중얼거렸다. “뭔가… 뭔가 되돌릴 수 있으면…”
“안 돼.”
강리우가 말했다. 처음으로 단호한 목소리로. “이미… 이미 너무 늦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아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자신의 어깨가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자신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목이 막혀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울 자격이 없는 것처럼.
강리우가 자신의 손을 더 꽉 잡았다.
그것이 세아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연결이었다. 그것이 자신들이 아직 같은 세상에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그것이 자신들이 아직 살아 있다는 유일한 신호였다.
“내가 뭘 해야 할까?”
세아가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여기 있어.”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냥 내 손을 놓지 말아. 제발.”
그 말 속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공포가. 외로움이. 절망이. 그리고 어떤 종류의 비통한 사랑이.
세아는 자신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처럼. 마치 그것이 자신이 강리우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인 것처럼.
그리고 세아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자신이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이것이 자신이 원한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아닌 것처럼 타버리는 것.
함께 타버리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는 것.
엄마를 잃는 것.
도현이를 잃는 것.
하늘이를 잃는 것.
자신을 잃는 것.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이 어둠 속에서만큼은, 자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 순간만큼은…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강리우의 손이 자신의 손 위에 있었다.
그것이 세아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것이 세아가 알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그것이 세아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강리우의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놓지 않았다.
아침이 올 때까지.
경찰이 올 때까지.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세아는 그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