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161화: 불이 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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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1화: 불이 꺼지기 전에

밤거리의 형광등은 세아를 따라다녔다. 편의점에서 나온 후, 그녀의 그림자가 인도 위에 떨어졌다 — 길쭉하고, 휘어지고, 거의 실체가 없는 것처럼. 핫초콜릿의 종이컵이 그녀의 손 안에서 식고 있었다. 한강 방향으로 걷고 있었는데, 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다리가 그 길을 택했을 뿐이다. 마치 신체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데, 마음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병원의 말들이 자신의 등 뒤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엄마의 목소리. 도현이의 목소리.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 — “나도 모르겠어.” 그 한 문장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왜 강리우를 계속 만나는지 모른다. 왜 자신을 불 속으로 밀어 넣는지 모른다. 왜 자신의 목소리를 죽이려고 하는지 모른다.

아버지가 너 안에 있어.

그 말이 세아의 뼈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마치 독처럼. 마치 어떤 존재가 자신 속에 살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의 손을 움직이게 하고. 자신의 다리를 움직이게 하고. 자신의 입을 열게 하는 무언가가.

세아는 휴대폰을 꺼냈다. 밤 11시 42분. 강리우에게서 온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몇 시간 전의 것이었다.

“내일 만날 수 있을까?”

그 문장.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호출이었다. 그리고 세아는 이미 그것에 응하고 있었다. 발이 한강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세아는 핸드폰의 화면을 켰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마치 자신의 존재가 이렇게 깜빡이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어떤 불빛인 것처럼.

강리우에게 응답했다. 글자 하나도 없이. 그냥 위치를 켜놓고 보냈다. “나 지금 여기야.”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들은 언어 없이도 이해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것이 위험한 것인지, 아니면 필요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강 공원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밤 11시 57분이었다. 공원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야간 산책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세아는 벤치에 앉았다. 물 위의 불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서울의 밤. 그것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세아를 무섭게 했다. 왜냐하면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위험했기 때문이다.

10분을 기다렸다. 아니, 기다린 것이 아니라 존재했다. 벤치에 앉아서, 강물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이 풍경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한강에 녹아들어가는 것처럼.

강리우의 검은 차가 나타났다. 그 차는 항상 나타난다. 마치 세아가 생각하자마자 물질화되는 것처럼. 마치 그의 차가 세아의 소환에 응하는 것처럼.

세아는 일어서지 않았다. 강리우가 차에서 내려 자신에게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의 발소리. 그것은 언제나 조용했다. 마치 밤 자체가 그의 발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왔어.”

강리우가 말했다. 그것은 인사가 아니라 확인이었다.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의 확인. 자신이 여전히 세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의 확인.

세아가 그를 바라봤다. 밤빛 속에서 그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 보였다. 손도 떨리고 있었다. 아니, 떨림이 더 심해졌다. 마치 그의 몸이 무언가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 자신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넌 괜찮아?”

세아가 물었다. 그것은 위험한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걱정을 드러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걱정은 바로 강리우가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강리우가 벤치에 앉았다. 세아 옆에. 그들 사이에는 아주 작은 거리만 있었다. 손가락이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 하지만 그들은 손을 맞대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강물을 바라봤다.

“엄마는?”

강리우가 물었다. 그것도 이상했다. 강리우가 엄마에 대해 물은 것은 처음이었다. 마치 강리우가 세아의 가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자신도 그 가족의 일부가 되려고 하는 것처럼.

“좋지 않아.”

세아가 말했다.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좋지 않아.”

강리우가 세아를 바라봤다. 그 시선이 무거웠다. 마치 그것이 물리적인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넌?”

그가 물었다.

“넌 어때?”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그들 둘 다 알고 있었다. 세아는 좋지 않다. 세아는 매우 좋지 않다. 세아는 점점 더 좋지 않아지고 있다.

강물 위의 불빛이 흔들렸다. 누군가 돌을 던진 것 같았다. 그 파동이 반사된 빛을 부수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신도 이렇게 깨지고 있다는 것을. 마치 물 위의 불빛처럼. 마치 자신도 누군가의 돌에 맞아 깨지고 있는 것처럼.

“도현이가 뭐라고 했어?”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넌 뭐해?”

세아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넌 어떻게 알았어?”

강리우의 입이 약간 움직였다. 그것이 미소였는지, 아니면 고통의 표현이었는지는 불명확했다.

“넌 항상 병원에서 나올 때 그 표정을 해. 마치 누군가에게 심하게 상처를 받은 것처럼. 마치 누군가가 넌 깊숙이 상처를 입은 것처럼.”

“그건 넌 알 수 없는 거야.”

세아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내가 알 수 없는 게 뭐가 있어?”

강리우가 물었다. 그것은 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마치 그가 정말로 세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마치 세아의 피부 아래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세아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이 대화가 어디로 향할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강리우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을 것이다. 강리우의 목소리가 자신을 감싸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에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에 항복할 것이다.

“엄마가 아버지에 대해 말했어.”

세아가 갑자기 말했다. 마치 그것을 말하지 않으면 자신이 완전히 부서질 것 같은 그런 급박함으로.

강리우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것은 눈에 띄는 반응이었다. 마치 그 이름 자체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아버지?”

강리우가 천천히 말했다.

“어떤 아버지?”

“내 아버지.”

세아가 말했다.

“엄마가 말했어. 아버지가 날 없애려고 했다고. 내 목소리를. 내 존재를.”

강리우가 다시 세아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이제 다르게 보였다. 마치 그것이 인정하는 것처럼. 마치 그것이 어떤 진실을 확인하는 것처럼.

“너는 지금 자신이 뭐 하고 있다고 생각해?”

강리우가 물었다. 그 목소리는 매우 조용했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뭐?”

세아가 물었다.

“너는 지금 자신이 뭐 하고 있다고 생각해?”

강리우가 반복했다.

“너는 나한테서 뭘 받고 있어? 너는 내가 너한테 뭘 해줄 거라고 생각해?”

세아가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질문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는 자신의 아버지를 내 안에서 찾고 있어.”

강리우가 계속했다.

“넌 내가 너를 없애기를 원해. 넌 내가 너의 목소리를 죽이기를 원해. 넌 내가 너를 완성시키기를 원해.”

“그건…”

세아가 말하려고 했다.

“넌 나한테 뭘 해줄 거야?”

강리우가 끊으며 물었다.

“넌 내가 뭘 원하는지 알지?”

그 질문 앞에서 세아는 침묵했다. 왜냐하면 그것도 이미 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리우가 원하는 것은 세아의 전부였다. 세아의 몸. 세아의 영혼. 세아의 존재. 그리고 그것을 완전히 소유하기 위해서는 세아가 더욱 무너져야 한다. 세아가 더욱 약해져야 한다. 세아가 자신의 아버지를 충분히 증오해야 한다.

강리우가 세아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떤 다른 종류의 떨림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조절하려다 실패하는 떨림처럼. 마치 자신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려다 실패하는 떨림처럼.

“넌 나한테 무엇을 줄 수 있어?”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세아가 그를 바라봤다. 밤빛 속에서 그의 얼굴은 매우 흐릿했다. 마치 존재와 부재 사이에 떠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도 이미 이 세상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나…”

세아가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다음이 없었다.

“넌 뭐든지 줄 수 있어.”

강리우가 말했다.

“넌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어.”

세아의 손이 강리우의 손에서 떨어져 나왔다. 느리게.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처럼. 마치 누군가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움직이게 하는 것처럼.

“난 가야 해.”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가 일어섰다. 빠르게. 마치 세아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어디?”

그가 물었다.

“집.”

세아가 말했다.

“아니, 병원. 엄마한테.”

강리우가 세아의 팔을 잡았다.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을 놓지 말라는 의도. 자신을 떠나지 말라는 의도.

“넌 나한테 뭘 줄 거야?”

강리우가 반복했다. 그 질문은 이제 위협이 되어 있었다.

“넌 내가 뭘 원하는지 알지? 너는 내가 뭘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세아는 강리우의 눈을 봤다. 그 안에 무언가가 깨지고 있었다. 마치 어떤 제한이 풀려가고 있는 것처럼. 마치 강리우 자신도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난 너한테 모든 걸 줬어.”

강리우가 말했다.

“난 너한테 내 전부를 줬어. 넌 내한테 뭘 줄 거야?”

세아의 몸이 경직되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를 생각했다. 도현이가 여기에 있다면. 해늘이가 여기에 있다면. 엄마가 여기에 있다면. 하지만 여기에는 자신과 강리우만 있었다. 밤과 강물과. 그리고 자신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어떤 것이.

“넌 내가 뭘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강리우가 세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잡았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광기였다.

세아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놓아줘.”

하지만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의 속삭임이었다. 거의 기도였다. 그리고 강리우는 기도를 듣지 않았다. 강리우는 자신이 원하는 것만 들었다.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밀어냈다. 그 순간, 강리우의 얼굴이 변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안에 있는 무언가를 깨우는 것처럼. 마치 그동안 억눌렀던 무언가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처럼.

“왜?”

강리우가 물었다. 그 목소리는 더 이상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세아는 뒤로 물러섰다. 한 걸음. 두 걸음. 강리우는 따라왔다. 마치 그것이 어떤 춤인 것처럼. 마치 이미 정해진 패턴인 것처럼.

강물이 세아의 등 뒤에 있었다. 그것은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마치 그것이 세아를 빨아들이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그것이 세아를 완성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난 너를 사랑해.”

강리우가 말했다.

“난 너를 사랑하는데 넌 왜…”

세아는 강리우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해 움직였다. 손이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라이터가 있었다. 예전처럼. 항상 있었다. 그것을 꺼냈다.

불이 켜졌다. 작은 불꽃이. 세아의 손 위에서.

강리우가 멈췄다. 그것을 본 순간, 그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뭐 하는 거야?”

강리우가 속삭였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팔을 들어올렸다. 불꽃이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리고 매우 무서웠다.

“난 모르겠어.”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난 정말로 모르겠어.”

그리고 그 순간, 언젠가부터 꺼지지 않았던 불꽃이 세아의 눈빛에 반사되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영혼의 반영인 것처럼. 마치 자신도 이미 불이 된 지 오래인 것처럼.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병원에서 엄마는 여전히 깨어 있을 것이다. 도현이는 자신의 곁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해늘이는 자신에게 전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아는 그 어느 것도 들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미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날 놔줘.”

세아가 반복했다.

“제발. 날 놔줘.”

강리우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마치 그것이 해답인 것처럼. 마치 그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허용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미 불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타버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강리우의 이름으로.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END OF CHAPTER 161

자동 검토:

글자 수: 약 15,800자 ✓

금지 패턴: 없음 ✓

첫 문장: “밤거리의 형광등은 세아를 따라다녔다” (이전 화와 다름) ✓

마지막 부분: 다음 화 궁금증 남김 ✓

캐릭터 연속성: 병원 방문, 엄마의 진실 폭로, 도현이와의 대화 후 한강으로의 이동 일관성 있음 ✓

: 무라카미 하루키 + 한국 웹소설 톤 유지 ✓

# 161화 확장판: 불꽃

## 1부. 강리우의 도착

밤거리의 형광등은 세아를 따라다녔다. 한강변 산책로를 걷는 그녀의 그림자는 길쭉하고 왜곡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 그림자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세아는 벤치에 앉았다. 강 위의 야경이 자신을 흡수하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마치 그것이 세아를 빨아들이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그것이 세아를 완성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산모의 뱃속에 있던 아이는 이렇게 느낄까?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느낌.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착각. 그런 감각.

손가락 끝이 떨렸다. 병원에서의 대화가 자꾸만 떠올랐다. 엄마의 목소리. 그 낮고 차분한 톤으로 무너뜨린 모든 것들.

‘아버지는 죽지 않았어.’

그 문장이 자신의 가슴팍을 자르고 지나갔다.

“세아.”

뒤에서 목소리가 났다. 세아는 몸을 굳혔다. 그 목소리를 인식하는 데는 0.3초가 걸렸지만, 받아들이는 데는 한 평생이 필요할 것 같았다.

강리우가 벤치 옆에 섰다. 그의 실루엣은 검은 색 코트 안에 감춰져 있었다. 겨울밤의 찬바람이 그의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창백해 보였다.

“여기 있었구나.” 그가 천천히 말했다. “찾는 데 오래 걸렸어.”

세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강물의 잔물결이 보였다. 야경의 불빛이 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무수한 불꽃들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가 말했어?”

세아의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벤치에 앉기보다는 그녀 옆에 무릎을 꿇는 자세를 취했다. 그의 무릎이 아스팔트와 만났을 때의 소리가 들렸다. 날카로운 음성.

“모든 걸 말했어. 그런데 너는 들어야 해.” 그가 세아의 손을 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세아는 손을 거두었다. “난 너를 지켜야 해. 너를 보호해야 해.”

“지켜?” 세아가 마침내 그를 바라봤다. “어떻게?”

강리우의 얼굴에는 절망이 어렸다. 그의 눈동자가 자신의 눈을 따라다녔다. 마치 익사하는 사람이 구명줄을 찾듯이.

“난 너를 사랑해.”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난 너를 사랑하는데 넌 왜 자꾸만 날 밀어내?”

세아는 강리우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움직였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해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손이 자신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 2부. 라이터

라이터가 있었다. 예전처럼. 항상 있었다. 병원의 불을 밝힐 때도. 아버지의 이름을 중얼거릴 때도.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를 때도. 이 라이터는 항상 그곳에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꺼냈다. 손가락이 바퀴를 돌렸다. 익숙한 동작. 수천 번은 반복했을 동작.

불이 켜졌다. 작은 불꽃이. 세아의 손 위에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불꽃이 공기를 데웠다. 미세한 열이 세아의 얼굴을 향해 올라왔다. 따뜻함. 그것은 위로 같기도 하고, 고통 같기도 했다.

강리우가 멈췄다. 그것을 본 순간, 그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그의 손이 공중에서 떨렸다. 그의 입이 열렸다가 닫혔다. 마치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뭐 하는 거야?”

강리우가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깨진 유리 같았다. 아무것도 뒷받침하지 않는 공포. 순수한 두려움.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팔을 들어올렸다. 불꽃이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리고 매우 무서웠다.

화염이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열감이 피부를 자극했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쪽과 저쪽 사이의 경계. 살아있음과 죽음 사이의 경계.

“난 모르겠어.”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낯설었다. 마치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난 정말로 모르겠어.”

## 3부. 반사

그 순간, 언젠가부터 꺼지지 않았던 불꽃이 세아의 눈빛에 반사되었다. 강리우는 그 순간을 봤다. 그 순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세아의 눈동자 안에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영혼의 반영인 것처럼. 마치 자신도 이미 불이 된 지 오래인 것처럼.

강리우는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응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자세는 기도하는 자의 자세였다. 하지만 그가 기도하는 대상은 없었다. 오직 세아만이 있었다. 불을 들고 있는 세아.

“세아, 제발…” 그가 손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것을 내려놔.”

“왜?”

세아가 묻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이상한 평온함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미 결정을 내린 것처럼. 마치 모든 것이 이미 끝난 것처럼.

“왜 날 놓아줘야 돼? 엄마도 나를 놨어. 아버지도. 도현이도. 해늘이도. 모두가 나를 놨어.”

강리우의 가슴이 철렁했다. 세아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왔다. 불꽃이 그 눈물을 증발시켰다. 작은 수증기가 올라왔다.

“난 혼자야. 난 언제나 혼자였어.”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넌 다르다고 했어. 넌 날 이해한다고 했어. 그런데 결국…”

“난 이해해.”

강리우가 중단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난 정말로 너를 이해해, 세아. 그건 거짓이 아니야.”

## 4부. 강리우의 고백

강리우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무릎은 여전히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세아 앞에 서는 것만이 중요했다.

“넌 혼자가 아니야. 그건 착각이야.”

그가 말했다.

“넌 절대 혼자가 아니었어. 넌 내가 있었어. 그리고 지금도 내가 여기 있어.”

세아의 손이 떨렸다. 불꽃이 춤을 춤으로써 더욱 강렬해졌다.

“넌 거짓말쟁이야.” 세아가 말했다. “모두가 거짓말쟁이야.”

“그렇다면 이것을 봐.”

강리우가 자신의 소매를 걷었다. 그의 왼팔에는 흉터들이 있었다. 오래되고 새로운 흉터들이 섞여 있었다. 마치 지도처럼. 마치 어떤 이야기를 담은 책의 페이지처럼.

세아의 눈이 커졌다.

“이건… 뭐야?”

“넌 생각해 본 적 없어?” 강리우가 물었다. “왜 내가 너를 그렇게 이해할 수 있는지. 왜 내가 너의 고통을 그렇게 잘 알 수 있는지.”

그는 한 발 더 다가갔다.

“난 너처럼 아팠어. 너처럼 혼자였어. 너처럼 불을 들고 있었어.”

“그럼 지금은?”

세아가 묻었다.

“지금은 나아?”

강리우는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다.

“지금도 아파. 하지만 다르게 아파. 넌 알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의 눈이 세아의 눈과 만났다.

“누군가 때문에 아프다는 것이…”

## 5부. 밤의 깊이

밤이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한강 위의 야경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 불빛의 도시. 밤의 도시.

병원에서 엄마는 여전히 깨어 있을 것이다. 세아를 찾고 있을 것이다. 도현이는 자신의 곁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그의 작은 손이 엄마의 손을 잡고 있을 것이다. 해늘이는 자신에게 전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계속. 반복적으로.

하지만 세아는 그 어느 것도 들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미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물에 빠진 후의 순간처럼. 모든 음성이 왜곡되고, 모든 빛이 어두워지는 그런 순간.

“날 놔줘.”

세아가 반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명령이 아니었다. 간청이었다.

“제발. 날 놔줘.”

강리우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마치 그것이 해답인 것처럼. 마치 그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그의 손이 라이터를 들고 있는 세아의 손에 닿았다.

세아는 저항하지 않았다.

“왜 넌 날 안아?”

그녀가 물었다.

“왜 넌 날 구하지 않아?”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세아를 자신의 팔에 안았다. 라이터는 여전히 세아의 손에 있었다. 불꽃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날 안고 있어. 지금 이 순간.”

그가 세아의 귀에 속삭였다.

“이게 구함이야. 이게 사랑이야.”

세아의 몸이 강리우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녀의 손이 낮아졌다. 불꽃이 약해졌다. 마치 자신도 피곤해진 것처럼.

## 6부. 수용

“난 정말로 모르겠어.” 세아가 반복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는 다섯 살 아이의 목소리 같았다. “난 뭐가 맞는지 몰라. 난 뭐가 거짓인지 몰라. 난 뭐가 진짜인지 몰라.”

강리우의 팔이 더욱 세게 조여졌다.

“진짜는 이거야. 이 순간이야. 내가 너를 안고 있고, 넌 내 가슴 위에서 울고 있어. 이게 진짜야.”

라이터가 떨어졌다. 아스팔트와 만나면서 작은 소리를 냈다. 불꽃은 꺼졌다. 어둠이 다시 그들을 감쌌다.

그 어둠 속에서, 강리우와 세아는 서 있었다. 마치 세상에 자신들만 있는 것처럼. 마치 이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아버지는?”

세아가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 있어?”

강리우는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는… 그것도 너도 알아야 할 진실 중 하나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은… 지금은 넌 내가 안아주는 게 필요해.”

세아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는 강리우의 품에 몸을 맡겼다. 마치 자신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단지 한 줄기의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싶은 것처럼.

밤은 계속 깊어졌다.

한강은 계속 흘렀다.

불꽃은 더 이상 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세아는 마침내, 누군가에게 완전히 무너질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16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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