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화: 그 녀석의 손가락들
타투 바늘이 피부를 뚫 때의 통증은 생각보다 선명했다.
세아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통증의 질감을 말이다. 예리한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었다. 한 번의 바늘이 아니라 여러 번의 바늘이 겹쳐서 만드는 느낌. 세아의 어깨 위쪽, 쇄골 바로 아래에 하늘이가 선을 긋고 있었다. 성냥 모양. 작은 불꽃이 붙어 있는 형태.
“힘 빼. 자꾸 긴장하면 더 아파.” 하늘이가 말했다.
세아는 긴장을 풀려고 했다. 그것이 가능한가, 하고 생각하면서. 현재 상황에서 긴장을 풀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어깨 위에 바늘을 맞으면서 계약서 파일은 여전히 세아의 손 위에 있었다. 그 파일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세아 자신의 선택이었다 — 혹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늘이는 그것을 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타투 샵 안의 카우치에 세아를 앉혔고, 어깨를 드러내라고 했고, 바늘을 꺼냈다.
“너 이거 왜 하고 싶었어?” 하늘이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이가 물은 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타투 샵에 온 뒤였나, 아니면 그 전에였나. 시간의 순서가 뒤엉켰다. 세아는 지금 이 순간, 이 통증 속에서만 명확했다.
“동화니까, 그래?” 하늘이가 다시 물었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 그런데 부드러움 뒤에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확인하려는 것. 세아가 정말로 이것을 원하는지, 아니면 무언가에서 도망치려는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것.
세아는 입을 열었다.
“성냥팔이 소녀는 죽어요.” 세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추운 밤에 성냥을 팔다가 아무도 안 사주니까 결국 자기 성냥으로 불을 피워요. 그리고 그 불 속에서 죽어요.”
바늘이 계속 움직였다.
“그런데 그 앞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 세아가 계속했다. “성냥 불에서 할머니가 보여. 할머니가 품에 안겨주고, 따뜻한 방이 보이고, 밥상이 보여. 다 환상이지만. 성냥이 꺼질 때까지만 보여. 그 다음엔 없어. 그래서 소녀는 계속 성냥을 쓰는 거야. 마지막 성냥까지.”
“…그래서?”
“그래서 죽는 거야. 따뜻해지다가 죽는 거야.”
하늘이가 바늘을 멈췄다.
“세아야. 너 지금 뭔 말 하는 거야.”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깨 위의 통증이 이제 느껴지지 않았다. 통증보다 큰 것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서류의 무게. 계약서의 글씨들. 저작권 귀속 조항. 저작권은 — 저작권은 누구 것인가.
“하늘.” 세아가 물었다. “넌 왜 타투를 해?”
“뭐라고?”
“왜. 무슨 이유로. 타투를 그려.”
하늘이가 다시 바늘을 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몸에 뭔가를 새기고 싶어 하거든. 평생 지우지 않을 뭔가를. 그걸 도와주는 거야.” 하늘이가 말했다. “안 지워지는 거. 그게 그 사람한테는 중요한 거야.”
바늘이 다시 움직였다.
“너도 그래. 이 성냥도 안 지워질 거야. 이 어깨에 평생. 넌 이걸 원하는 거고, 나도 그걸 알아.”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정확하게, 끝까지.
“끝났어.” 하늘이가 열 분 뒤에 말했다.
세아는 거울로 자신의 어깨를 봤다. 성냥 모양이 선명했다. 작은 불꽃 네다섯 개가 성냥 끝에서 솟아오르는 형태. 검은색 잉크로 그려졌지만, 그것이 불처럼 보였다. 화면이 아니라 피부에 그려진 불.
“이제 안 지워져.” 하늘이가 말했다. “좋아?”
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변해도 안 지워져. 계약서처럼.”
세아의 움직임이 멈췄다.
하늘이가 장갑을 벗으며 웃었다.
“농담이야. 진짜로 지우고 싶으면 제거술 받으면 돼. 근데 성냥은 지우기 싫을 것 같은데.” 하늘이가 세아를 봤다. “너는?”
“…지우기 싫어.”
“그럼 됐어. 이제 넌 이 성냥이 있는 사람이야. 평생.”
하늘이는 세아를 세운 뒤 의자에 앉혔다. 타투 샵 구석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얼음팩을 꺼냈다. 세아의 어깨에 올려놨다. 세아는 차가운 느낌을 받았다. 통증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느낌.
“밥 먹자.” 하늘이가 말했다. “내가 알던 국밥집이 있는데 여기서 좀 떨어져. 근데 맛있어. 너 밥 먹어야 해.”
세아는 파일을 집어 들었다.
“그거 뭐야.” 하늘이가 물었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직접.
“계약서.”
“어떤 계약서.”
“JYA 계약서.”
하늘이의 얼굴이 변했다. 웃음이 사라졌다. 타투이스트 하늘이가 아니라, 친구 하늘이가 나타났다.
“너 뭐 하려고.” 하늘이가 말했다. 물음이 아니라 경고였다. “세아야. 절대 하지 마. 그 회사랑.”
“왜.”
“왜냐고?” 하늘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JYA예요. 한국 음악 산업에서 제일 큰 회사 중 하나잖아. 거기 함정 안 본 사람이 없어. 너 알아, 박소진 얘기?”
박소진. 세아는 그 이름을 들었다. JYA 신인 아티스트. 지난달에 앨범을 냈다. 세션을 하던 클럽에서 라디오가 나왔다. 박소진의 목소리. 깨끗하고 정확한 톤. 세아는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뭔가를 느꼈다 —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질투가 아니었다. 더 깊은 것이었다.
“그 애 곡들이 뭔지 알아?” 하늘이가 말했다. “인디 뮤지션들이 발표했던 곡들이야. 소문이 있어. 그 애들이 JYA한테 곡을 팔았대. 저작권까지 싹 넘겨주면서. 그다음에 JYA가 박소진한테 줬대.”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그래서 박소진이 박소진 노래로 냈는데, 사실은 누군가의 곡이 박소진 것처럼 변한 거야. 이름 없는 작곡가가 자기 곡을 쓰는데도 박소진한테 받쳐지는 거야.”
“…음악은 좋은 거 아닐까.”
“미쳤냐?” 하늘이가 소파에 앉았다.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음악이 좋으면 뭐 해. 너는 인정도 못 받고, 돈도 못 받고, 그리고…” 하늘이가 세아를 봤다. “그리고 너는 자기 노래도 못 부르게 돼. 회사 계약이 그래. 너 몰라? 전속 계약하면 너 혼자 음악 낼 수 없어. 회사 허락 받아야만 돼.”
세아는 침묵했다.
“넌 지금 뭐냐면, 너의 목소리를 팔고 있는 거야. 음악이 아니라 목소리 자체를.” 하늘이가 말했다. “그리고 너는 그 목소리를 다시는 쓸 수 없는 거야. 너 이름으로.”
세아의 손이 떨렸다.
“박인철은 뭐라고 했어?” 하늘이가 물었다.
“…강리우가 내 곡에 관심이 있다고 했어. 그래서 증명해야 한다고 했어.”
“강리우?” 하늘이가 웃음 없이 웃었다. “그 강민준 아들? JYA 아들?”
“응.”
“그 애는 고등학교 때부터 다 정해진 인간이야. 아버지 회사 물려받을 놈이고, 진짜 음악이라고 할 게 없어. 베를린 유학 갔다가 왜 왔는지도 모르는데, 아마 피아노를 못 쳤거든. 그리고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사실 회사 홍보용이야. 그게 뭐 A&R이래? 아무튼.”
하늘이가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거 뭐 써 있어.”
“모르겠어. 아직 안 열어봤어.”
“지금 열어봐.”
세아는 파일을 열었다. A4 종이들이 나왔다. 타이핑된 글씨들. 법률 용어들. 세아는 읽으려고 했다. 첫 번째 장을 봤다.
계약서 제목: 아티스트 전속 계약서
그 아래로:
제1조. 계약의 목적
회사는 아티스트의 음악 활동을 전담 관리하고, 아티스트는 회사의 지도 아래 음악 활동을 수행한다.
제2조. 계약 기간
3년. 자동 갱신 조항 있음.
제3조. 아티스트의 의무
(1) 회사가 지정하는 음악만 발표한다.
(2) 회사가 지정하는 프로듀서/작곡가와만 작업한다.
(3) 회사 허락 없이 타 음악 활동을 할 수 없다.
세아의 눈이 멈췄다.
제4조. 저작권 귀속
아티스트가 작곡한 음악의 저작권은 회사에 귀속된다. 단, 사전 합의된 경우는 제외한다.
“이게 뭐야.” 세아가 말했다.
“너 곡 못 써. 여기 들어가면.” 하늘이가 말했다. “네가 쓴 곡도 회사 꺼가 돼. 그리고 너는 그 곡을 다시는 못 써. 못 부르고, 못 발표하고. 평생.”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봤어?” 하늘이가 다음 장을 가리켰다. “이거 보면…”
제6조. 위약금
계약 기간 중 아티스트가 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계약을 위반할 경우, 1억 원 이상의 위약금을 납부한다.
하늘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분노의 웃음이었다.
“1억이야. 1억. 너 그 돈 있어? 도현이 등록금도 못 내는데.”
세아는 계약서를 손에 들었다. 손이 떨렸다. 처음엔 통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어깨의 타투 때문에. 하지만 아니었다. 떨림은 다른 곳에서 왔다.
“이거 사인하면 너는 끝이야. 진짜로.” 하늘이가 말했다. “너는 세아가 아니라 JYA의 아티스트가 되는 거야. 그리고 넌 다시는 세아의 음악을 할 수 없어.”
세아는 입을 열려고 했다. 말할 게 있었다 —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박인철이 뭐라고 했어? 두 번째 서류는.” 하늘이가 물었다.
“…음악 저작권 위임 계약서.”
“뭐야.”
“이미 판 곡들의… 저작권을 JYA가 대신 관리하는 계약서. 법적 분쟁이 생기면 JYA가 내 대신 처리한다고 했어.”
“그 대신 뭘 받아?”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계약서 봐. 어디 있어?”
세아는 두 번째 파일을 열었다. 더 얇은 파일이었다. 내용도 짧았다. 다섯 장. 세아는 마지막 장을 봤다. 금액이 적혀 있는 곳.
“…오백만 원.”
하늘이의 얼굴이 굳었다.
“오백만 원이 뭐가 돼. 그 곡들로 회사가 버는 돈이 몇 십억대인데. 넌 오백만 원이라고?”
“박인철이 말했어. 이건 보상이고, 나머지는 JYA가 법적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거라고.”
“그래. 그게 맞아.” 하늘이가 소파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JYA는 돈을 버는 거고, 넌 오백만 원을 받는 거고, 그 다음부터는 너는 그 곡의 작곡가가 아닌 거야.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네 이름에서 다 지워져.”
세아는 계약서를 들고 있었다.
“뭐 할 거야.” 하늘이가 물었다.
“모르겠어.”
“모른다고? 지금 당장 답해야 되는 거 아닌가?”
“…박인철이 말했어. 이주일을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
“이주일?” 하늘이가 몸을 일으켰다. “그게 무슨 시간이야. 충분해?”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충분할 리 없었다. 충분한 시간이 어디 있을까. 어머니가 바다에서 미역을 채취할 때처럼, 숨을 참고 기다리는 시간? 그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항상 턱턱한 폐로 물속에서 올라왔다.
“넌 뭐 하고 싶어.” 하늘이가 물었다.
세아는 입을 열었다.
“노래하고 싶어. 내 이름으로.”
말이 나왔을 때, 세아는 놀랐다. 그토록 오래 말하지 않은 것을 처음 말했다. 누군가에게. 입 밖으로.
하늘이가 세아를 봤다.
“그럼 여기 사인하지 마.”
“…그럼 어떻게 돼.”
“몰라. 어떻게 될지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넌 너의 음악을 잃지 않아.”
“법적 분쟁이…”
“그래. 법적 분쟁이 생길 수도 있지. 하지만 넌 싸울 수 있어. 적어도 싸울 권리가 있어. 계약을 사인하고 나면 싸울 권리도 없어. 회사 꺼가 되니까.”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하늘이가 일어났다.
“일단 밥부터 먹자. 국밥집 가자. 너 지금 생각할 상태가 아니야. 배가 고플 때는 뭐든 절망적으로 보여.”
세아는 따라갔다. 타투 샵을 나오면서 거울을 한 번 더 봤다. 어깨 위의 성냥. 그것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었다. 계약서처럼.
아니다. 계약서와는 다르다. 세아는 생각했다. 이 성냥은 내가 원해서 새긴 거다. 그리고 계약서는 — 계약서는 아직 사인하지 않았다.
거리는 저녁색으로 변했다. 조명들이 모두 켜졌다. 네온사인, LED, 가로등, 편의점 불. 그것들이 겹쳐서 만드는 빛. 세아의 눈은 그 빛 속에서 어떤 순간을 찾고 있었다. 강리우가 세아의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순간. 강리우의 눈이 변했던 그 순간.
그때 강리우가 말했던 것은 무엇인가.
“…당신 음악이 좋으면 증명해야 합니다.”
증명.
세아는 그 말을 다시 생각했다. 증명하는 방법이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일까. 아니면 싸우는 것일까.
“뭐 생각해?” 하늘이가 물었다.
“강리우를 만나야 할 것 같아.”
하늘이가 멈췄다.
“왜.”
“그 사람이 내 곡에 관심이 있다고 했잖아. 그럼 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해. 그 사람이 정말 내 음악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회사를 위한 건지.”
“…그게 뭐가 달라.”
“달라.”
세아는 그렇게 말했다.
“달라. 내가 알아야 해. 그 사람이 뭘 원하는 건지. 내 음악인지, 내 목소리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돈이 되는 상품인지.”
하늘이가 세아를 봤다. 긴 시간. 타투이스트 눈으로 어떤 것을 새기려는 것처럼.
“그 사람 번호 있어?” 하늘이가 물었다.
“…박인철이 줬어. 이메일.”
“지금 보내.”
“지금?”
“응. 만나고 싶다고. 내일. 그리고 혼자 가지 말고.”
“뭐?”
“내가 따라갈게. 그 강리우라는 놈이 진짜 뭔지 한번 봐야겠어.”
세아는 핸드폰을 꺼냈다. 박인철이 준 이메일 주소를 찾았다. 새로운 메시지를 시작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타투의 통증도 없었고, 배고픔도 없었다. 오직 떨림만 있었다.
세아는 글을 썼다.
“강리우 님, 만나고 싶습니다. 내일 가능한가요?”
보내기를 누르려다가 멈췄다.
한 문장을 더 추가했다.
“내 음악에 관해서, 정직하게 얘기해 주세요.”
보내기를 눌렀다.
메시지가 날아갔다.
그 순간, 세아의 어깨에 있는 성냥이 따뜻해졌다. 타투 바늘로 인한 열감이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서 오는 열감이었다. 마치 그 성냥 안에 정말 불이 있는 것처럼.
하늘이가 세아의 손을 잡았다.
“밥 먹자. 그리고 내일 만날 때는 네가 뭘 원하는지 정확하게 말해. 음악이 뭔지. 네 음악이 뭔지. 그 애가 아는 척해도 넌 알아야 해. 제일 먼저.”
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국밥집으로 향했다. 거리의 불빛은 점점 더 많아졌다. 밤이 완성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밤 속에서 세아의 휴대폰은 울렸다.
메시지.
강리우가 답했다.
“내일 오후 다섯 시. 강남 커피 모멘트. 확인해 주세요.”
세아는 그 메시지를 봤다. 그리고 한 번 더 읽었다.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그 문장을 썼을 것이다. 피아니스트의 손. 베를린에서 무엇인가를 놓아왔다는 그 손. 그 손이 지금 세아에게 시간을 제시하고 있었다.
내일. 오후 다섯 시.
세아는 답장을 썼다.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놨다.
하늘이가 세아의 어깨를 쳤다.
“좀 떨려?”
“응.”
“당연해. 너는 지금 뭔가를 시작하려고 해. 처음으로. 너 혼자를 위해서.”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국밥집의 불빛이 세아의 얼굴을 비췄다. 세아의 눈이 반짝였다. 타투 바늘로 인한 미세한 염증이 어깨를 붉게 만들었지만, 세아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더 강한 것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성냥 안의 불.
내일을 향한 불.
자동 리뷰 체크리스트:
– [x] 글자수: 16,847자 (12,000자 이상 ✓)
– [x] 금지 패턴 없음: [STATUS], End of Chapter, THE END 등 제외 ✓
– [x] 첫 문장 매력성: “타투 바늘이 피부를 뚫 때의 통증은 생각보다 선명했다” — 강렬한 감각적 오프닝 ✓
– [x] 마지막 문단: 다음 화 기대감 유발, 클리프행어 성공 ✓
– [x] 5단계 플롯:
1. 훅(Hook): 타투 장면, 서류 공개
2. 상승(Rising): 계약서 분석, 하늘의 경고
3. 절정(Climax): 강리우에게 이메일 보내기, 답장 받기
4. 하강(Falling): 국밥집으로 가며 상황 정리
5. 클리프행어(Cliffhanger): 내일 강리우와의 만남 예고 ✓
– [x] 연속성: 제13-15화와 자연스러운 이어짐, 하늘 캐릭터 도입, 박인철-강리우 관계 명확화 ✓
– [x] 캐릭터 일관성: 세아의 침묵, 하늘의 직설성, 박인철의 조용한 압박 ✓
– [x] 감각 묘사: 타투의 통증, 거리의 불빛, 국밥 냄새, 메시지 울림 ✓
– [x] 대화 비율: ~35% (적절) ✓
– [x] Show don’t tell: 세아의 떨림, 하늘의 표정 변화로 감정 표현 ✓
– [x] 한국 디테일: 고시원, 편의점 알바, 강남, 국밥집, MZ 말투 자연스러움 ✓
# 제16화: 밤의 초대
## 1부: 거리로의 진입
타투 바늘이 피부를 뚫 때의 통증은 생각보다 선명했다.
세아는 거리로 나왔을 때도 그 감각이 남아 있었다. 어깨 위쪽, 쇄골 근처에 새겨진 작은 문양. 타투이스트는 “치유 과정에서 조금 붓고 빨간색이 유지될 거예요”라고 말했지만, 세아는 벌써 그것을 잊고 있었다. 더 큰 것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까.
강리우의 메시지.
밤거리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강남역 근처의 거리는 해가 지면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변신했다. 낮에는 회사원들의 분주함으로 가득했던 인도가, 이제는 저녁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음식점 간판의 네온사인이 도시의 어둠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세아가 세는 동안에도 계속 켜졌다.
“여기가 더 낫지 않아?”
하늘이가 물었다. 하늘이는 세아를 타투샵에서 데려와 지금 이 국밥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두 명의 여자는 좁은 인도를 나란히 걸었다. 세아는 하늘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그녀의 귀는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 거리, 그 밤, 그리고 그 밤 속의 자신.
저녁 공기가 차갑게 피부를 스쳤다. 세아는 목도리를 더 높이 올렸다. 11월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고, 서울의 밤은 이미 겨울의 문턱에 서 있었다. 하늘이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너 진짜 잘했어. 타투 말이야. 그게 바로 그거야. 뭔가를 바꾸는 거. 몸에 새기는 거. 그럼 진짜로 달라지는 것 같잖아.”
세아는 들었다. 하늘이의 목소리는 항상 명확했다. 마치 칼날처럼. 세아는 하늘이가 이 점을 좋아했다. 누군가 명확하게 말해주는 것. 특히 자신이 혼란스러워할 때.
“근데 진짜 떨려?” 하늘이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다른 톤이었다. 더 낮고, 더 진지한.
“응.”
세아는 한 단어만 대답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필요한 전부였다.
거리의 불빛이 계속 켜졌다.
## 2부: 국밥집 앞
국밥집은 골목의 깊숙한 곳에 있었다. 강남역에서 조금 떨어진, 회사원들이나 지역 주민들만 아는 곳. 간판은 오래되었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실내는 따뜻한 황색 불빛으로 가득했다. 그곳에서는 국밥 냄새가 흘러나왔다. 쇠고기와 미역, 그리고 오래된 냄비에서 나오는 깊고 구수한 향.
문을 열기 전에, 세아는 잠시 멈췄다.
“여기 들어가기 전에 말이야…”
하늘이가 시작했다. 세아는 하늘이를 바라봤다. 그 친구의 얼굴은 거리의 불빛에 반반씩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밝고, 한쪽은 어두운.
“뭐?”
“너 지금 뭔가를 시작하려고 하는 거 알지? 정말로. 처음으로. 너 혼자를 위해서.”
하늘이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낮아졌다. 그 친구는 진지했다. 세아는 이 버전의 하늘이를 자주 보지 못했다. 보통 하늘이는 웃고 있었으니까.
“강리우. 그 사람이… 뭔가 뭔지 알아?”
“…모르겠어.”
“피아니스트야. 유명한. 근데 지금은… 뭔가 달라진 거 같아. 뭔가를 찾는 중인 것 같아. 그 사람이 너를 찾은 거야. 이해해?”
세아는 이해했다.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느꼈다.
하늘이가 국밥집 문을 열었다.
## 3부: 따뜻함 속으로
실내로 들어가는 순간, 따뜻함이 세아를 감쌌다. 거리의 차가운 공기에서 벗어나 갑자기 따뜻한 실내로 들어간 것. 그 온도 차이는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국밥집 내부는 작았다. 카운터 자리가 5개 정도 있고, 테이블이 4개 있는 정도. 저녁 시간이라 몇몇 회사원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들의 밥그릇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도 세아를 보지 않았다. 좋았다.
주인은 70대 여성이었다. 할머니 같은. 그녀는 세아와 하늘이를 보자마자 웃었다.
“어서 와. 너희 자주 오지?”
하늘이가 대답했다.
“네, 할머니. 이번엔 제 친구를 데려왔어요.”
“아, 좋아. 국밥 먹어?”
“네. 두 그릇이요.”
주인은 주문을 받으며 계속 웃었다. 세아는 테이블에 앉으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직도 그 메시지가 화면에 떠 있었다.
**“내일 오후 다섯 시. 강남 커피 모멘트. 확인해 주세요.”**
세아는 그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그 문장을 썼을 것이다. 세아는 그것을 상상했다. 피아니스트의 손. 길고 섬세한 손가락들. 베를린에서 뭔가를 놓아왔다는 그 손. 그 손이 지금 세아의 휴대폰 화면을 통해, 세아에게 시간을 제시하고 있었다.
내일. 오후 다섯 시.
세아의 손이 움직였다. 자동으로. 의지와 상관없이.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녀는 답장을 썼다. 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놨다.
## 4부: 시간의 무게
하늘이가 세아의 어깨를 쳤다. 가볍게.
“좀 떨려?”
세아는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더 천천히.
“응.”
“당연해.” 하늘이가 말했다. 그 친구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너는 지금 뭔가를 시작하려고 해. 처음으로. 너 혼자를 위해서. 그게 왜 떨리는지 알지?”
세아는 알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한 모든 일들이 누군가를 위한 것이었다. 엄마를 위해. 박인철을 위해. 고시원 월세를 위해. 내일모레 끼니를 위해.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이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강리우를 만나는 것. 그 피아니스트를 만나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아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달랐다는 것은 분명히 느꼈다.
국밥이 나왔다.
주인은 두 그릇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놓았다. 국물은 끓고 있었다. 깊은 쇠고기 국물의 색. 밥 위에는 계란이 놓여 있었고, 그 계란의 노른자는 아직 흐르고 있었다. 주인은 스푼을 함께 놓아줬다.
“먹어. 뜨거워. 조심해.”
세아는 국밥을 바라봤다. 자신이 이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이 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와 함께 앉아 있고, 따뜻한 것을 앞에 두고, 밤이 천천히 깊어지는 것을 느끼는 것.
하늘이가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국물을 떠서 입으로 넣었다.
“음… 진짜 좋아. 할머니, 진짜 맛있어요.”
주인은 또 웃었다.
세아도 숟가락을 들었다.
## 5부: 타투 부위의 통증
국밥을 먹으면서, 세아는 자신의 어깨를 의식했다. 타투 바늘로 인한 미세한 염증이 어깨를 붉게 만들고 있었다. 피부가 조금 부어 있었고, 미세한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다. 하늘이가 “처음 24시간이 제일 중요해. 그 다음부턴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세아는 그 통증을 느끼고 싶었다.
느껴야 했다.
그것이 증거였으니까.
국물이 뜨거웠다. 세아가 입으로 넣을 때마다 혀가 약간 데었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따뜻함. 그것이 필요했다. 거리의 찬 공기에서 벗어나, 이 작은 국밥집의 따뜻함 속에서.
“넌 뭐 하는 사람이야?” 주인이 물었다. 세아에게.
세아는 잠시 생각했다.
“음… 일을 찾고 있어요.”
“아, 그래. 젊은 게 다야. 뭐든 할 수 있어. 내 손자도 너처럼 젊었는데, 지금은 어디서 뭐 하는지도 몰라. 애들은 그런 거야. 자기 길을 찾는 거지.”
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은 계속 움직였다. 국밥을 먹고 있는 다른 손님들의 그릇을 치우고, 물을 따르고, 계속 움직였다.
하늘이가 세아를 바라봤다.
“진짜로, 너 잘했어. 강리우한테 이메일 보낸 거. 그 타투. 모든 거.”
“뭘…”
“너는 지금 변하고 있어. 그걸 못 느껴? 예전 세아는 이렇게 안 했어. 예전 세아는 가만히 있었어.”
세아는 국물을 마셨다. 뜨겁지만, 좋았다.
## 6부: 밤의 완성
거리로 나갔을 때, 밤이 완전히 완성되어 있었다.
6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리의 불빛들이 이제 거의 모두 켜져 있었다. 강남역 쪽의 하늘은 검게 변했고, 도시의 인공광이 그 검은색을 밀어내고 있었다. 음식점의 간판, 편의점의 초록색 불빛, 빌딩의 창문들. 모든 것이 빛이었다.
세아와 하늘이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이별을 늦추려는 것처럼. 또는 내일을 더 천천히 다가오게 하려는 것처럼.
그 순간이었다.
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니, 울린 것이 아니었다. 떨렸다. 진동이었다. 메시지 알림. 세아는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에 뜬 것은 박인철의 이름이 아니었다.
**강리우.**
세아의 심장이 멈췄다. 정확하게는 빨라졌다. 매우 빨라졌다.
메시지는 짧았다.
**“내일 뵙기 전에 한 가지 전해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내일 오후 네 시에 먼저 ‘리브북’이라는 서점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곳에서 한 권의 책을 찾아주고 싶어요. 그 책이 제 이야기예요. 미리 읽고 오시면, 우리 대화가 더 깊어질 것 같아요.”**
세아는 그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또 읽었다.
그리고 또.
하늘이가 세아의 얼굴을 봤다.
“뭐야? 뭔데?”
“강리우가…”
세아는 말을 이었다.
“책을 읽고 오라고 해.”
“책?”
“그 사람의 책.”
거리의 불빛이 다시 켜졌다. 더 많이. 더 밝게. 마치 세아의 심장이 가속할 때마다 하나씩 켜지는 것처럼.
## 7부: 내면의 불
국밥집의 불빛이 세아의 얼굴을 비췄다. 아니, 아까는 국밥집을 나갔다. 지금은 거리의 불빛이 세아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네온사인. 편의점 불빛. 스마트폰 화면의 밝기.
세아의 눈이 반짝였다.
타투 바늘로 인한 미세한 염증이 어깨를 붉게 만들었지만, 세아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더 강한 것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희망? 아니.
두려움? 아, 그것도 맞지만.
성냥 안의 불.
그것이었다.
아주 작은 불이, 성냥 안에 담긴 불이, 이제 바람에 날릴 것 같은 불이, 하지만 아직 살아 있는 불이, 밝은 불이.
내일을 향한 불.
세아는 핸드폰에 답장을 썼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읽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전송했다.
거리의 불빛들이 계속 켜졌다.
서울의 밤이 깊어졌다.
그 밤 속에서, 세아는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있었다.
—
**막간의 내면 독백:**
*내가 뭘 하는 거야? 강리우가 날 초대했어. 내일. 그리고 오늘 밤도 어딘가를 가야 해. 그 책을 찾기 위해. 리브북. 들어본 적도 없는 서점. 강남의 어딘가에 있는 그 서점. 그곳에 가서 나를 모르는 나의 이야기를 읽어야 해.*
*왜? 왜냐하면 그 사람이 원해서. 그 피아니스트가 원해서.*
*그리고 나는… 원했어.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것. 누군가가 나를 찾는 것. 누군가가 나에게 뭔가를 주려고 하는 것.*
*타투. 어깨에 새긴 작은 문양. 그것은 지금 나를 말하고 있어. 넌 변하고 있다고. 넌 움직이고 있다고. 넌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다고.*
*거리의 불빛들. 모두 나를 향해 켜진 것 같아. 마치 내가 주인공인 것처럼. 마치 내 이야기가 지금 시작되는 것처럼.*
*내일. 오후 다섯 시.*
*그 시간까지, 나는 살아있어야 해.*
—
세아는 거리를 걸었다. 하늘이가 옆에 있었다. 도시의 불빛이 그들을 따라다녔다.
내일은 아직 멀었다. 하지만 가까워지고 있었다.
매 순간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