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9화: 병원의 침대 맡
카페에서 나온 세아는 해늘의 손을 잡지 않았다. 하지만 해늘은 세아의 곁에 있었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갈 때도, 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도, 그리고 강남역에서 내릴 때도. 세아가 어디로 가는지 해늘은 묻지 않았다. 다만 따라왔다. 친구가 어딘가로 향할 때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강리우가 입원한 병원은 강남의 사립 병원이었다. 세아가 신고한 지 일주일 후, 강리우는 자동차 사고를 당했다. 공식적으로는 사고였다. 하지만 세아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운전대를 돌렸을 때 그의 손이 떨렸을 것이다. 그 손가락들이 가속페달을 밟으려 했을 때의 그 떨림이. 그리고 그 떨림이 의도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병원 엘리베이터는 침묵했다. 5층. 6층. 7층. 병실 번호는 7층 732였다. 강리우는 VIP 병실에 있었다. 아버지가 지불한 돈이 그의 프라이버시를 사는 것이다.
“넌 정말 들어가니?”
해늘이 물었다. 그들은 병실 앞의 복도에 서 있었다. 세아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다. 추위 때문이었다. 병원의 냉방 장치는 봄이 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혼자?”
해늘이 다시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해늘의 손을 잡았다. 한 번만. 짧게. 마치 절을 할 때 그 손을 잠깐 터치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접촉이 가지는 의미는 명확했다. 고마워. 하지만 이건 내가 혼자 해야 하는 일이야.
해늘은 이해했다. 해늘은 항상 이해했다. 그래서 해늘이 세아의 친구인 것이다.
병실의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세아는 먼저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대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이 병실이 자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강리우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른팔이 깁스로 감싸져 있었고, 얼굴의 왼쪽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떠 있었다. 마치 세아가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또는 누군가가 올 것을 기다렸던 것처럼.
“안녕.”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세아를 봤다. 그리고 그 시선은 물리적인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세아의 가슴 위에 돌을 놓은 것처럼.
“변호사가 너에 대해서 물었어.”
세아가 계속했다.
“뭘?”
강리우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것은 세아가 그동안 들었던 강리우의 목소리와 달랐다. 약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성대에서 전부를 빨아낸 것처럼.
“내가 너를 신고하기 전에 너를 만났는지 물었어. 그리고 나는 답하지 못했어. 판사가 법정을 연기했거든.”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이 언제나 보지 못했던 것을 본다. 강리우의 얼굴 위의 그 반창고 안쪽. 그 안에 있는 상처.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온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의 영혼이 자신의 피부를 뚫고 나오려고 하는 것처럼.
“만났지.”
세아가 말했다.
“나한테?”
강리우가 물었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병실의 침묵은 법정의 침묵과 달랐다. 법정의 침묵은 전략이었다. 누군가 이기고 누군가 지는 그런 침묵. 하지만 병실의 침묵은 다르다. 그것은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드는 어떤 깊은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말이 필요 없었다. 왜냐하면 말 이전의 것들이 이미 모두 말해졌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했어?”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는 창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병실의 창문은 강남의 스카이라인을 보여주고 있었다. 높은 빌딩들. 그 빌딩 사이로 한강이 가늘게 보였다. 세아는 그 한강을 바라봤다. 강리우가 자신을 데리고 가려고 했던 그 강. 그곳에서 둘 다 사라져버리려고 했던 그곳.
“’미안해’라고 했어.”
세아가 말했다.
“누가?”
“너가. 내 손을 잡으면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라고 반복했어.”
세아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감정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더 큰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감정이 제거된 진실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맞아.”
강리우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답했어. ‘알아. 나도 미안해’라고.”
세아가 계속했다.
강리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마치 그 눈물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또는 그것을 닦을 권리가 자신에게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너는 왜 왔어?”
강리우가 물었다.
“모르겠어.”
세아가 대답했다.
“변호사가 물었던 것. 그것 때문에?”
“아니야.”
“그럼 뭐 때문에?”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세아는 잠시 생각했다. 정말로 자신이 왜 왔는지를. 강리우를 고소했는데 왜 그를 찾아왔는지. 그를 해쳐야 할 사람인데 왜 그의 침대 맡에 서 있는지.
“너한테 뭔가를 확인하고 싶었어.”
세아가 말했다.
“뭘?”
“네가 정말로 미안한지.”
강리우는 눈을 뜼다. 그리고 세아를 봤다. 정확하게. 마치 이것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난 모르겠어.”
강리우가 말했다.
“뭘?”
“내가 뭐에 대해 미안한지. 너를 다치게 한 것에? 아니면 너를 사랑하지 못한 것에? 아니면 그 둘 다가 사실 같은 것이었다는 것에?”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을 봤다. 그 떨리는 손. 깁스로 감싸진 그 손. 그 손이 언제부터 떨리기 시작했는지 세아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손이 떨리기 시작한 것과 같은 시점에서. 마치 그들의 몸이 같은 주파수로 공명하고 있는 것처럼.
“너는?”
강리우가 물었다.
“나는 뭐?”
세아가 물었다.
“너는 미안해?”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세아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병실의 모니터들이 울었다.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강리우의 신체는 수치로 번역되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그 수치들을 읽으려고 했다. 그 수치 속에 강리우의 진실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응. 미안해.”
세아가 말했다.
“뭐에?”
강리우가 물었다.
“널 믿었던 것에. 널 사랑했던 것에. 그리고… 널 고소한 것에.”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리우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동안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마치 그 침묵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것처럼.
“변호사가 물었던 거.”
강리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응?”
세아가 물었다.
“내가 답해줄게. 넌 날 신고하기 전에 나를 만났어. 그리고 그때 넌 날 원했어. 날 떠나고 싶지 않았어.”
강리우가 말했다.
“그게 뭐 하는 말이야?”
세아가 물었다.
“그게 법정에서 유리한 증거가 된다는 거야. 내 변호사는 그걸 가지고 ‘그렇다면 피해자는 실제로는 피해를 받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피고인을 원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어. 그리고 그 주장은 먹혀들 수도 있어.”
강리우가 계속했다.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를 깨달았다. 강리우를 만난 것이. 그를 봄으로써 자신의 증거를 약화시킨 것이.
“왜 나한테 이렇게 말해?”
세아가 물었다.
“왜냐하면…”
강리우가 말을 멈췄다.
“왜냐하면 뭐?”
세아가 다시 물었다.
“왜냐하면 난 정말로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데, 난 그것보다 다른 감정을 더 크게 느끼고 있거든.”
강리우가 말했다.
“뭔데?”
세아가 물었다.
“희망.”
강리우가 대답했다.
“뭘 바라는데?”
세아가 물었다.
“너가 내가 유죄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넌 여전히 날 사랑한다는 거야.”
강리우가 말했다.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병실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가 세상을 뒤집으려고 하는 것처럼. 또는 세아 자신이 회전하고 있는 것처럼. 중심을 잃고.
“날 도와줘.”
강리우가 말했다.
“뭘?”
세아가 물었다.
“나를 무죄로 만들어줘. 법정에서 뒤바꿔서 말해줘. 내가 널 강요하지 않았다고. 내가 널 협박하지 않았다고. 그냥… 우리가 사랑했던 거라고.”
강리우가 말했다.
“안 돼.”
세아가 말했다.
“왜?”
강리우가 물었다.
“왜냐하면 그건 거짓이니까.”
세아가 대답했다.
“거짓?”
강리우가 반복했다.
“응. 너는 날 강요했어. 너는 날 협박했어. 그리고 우리는… 사랑하지 않았어. 적어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의 얼굴이 변했다. 그 변화는 빠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천천히 그의 얼굴을 지우고 있는 것처럼. 희망이 지워지는 소리. 그것은 물리적인 소리가 아니었지만, 세아는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넌 왜 왔어?”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너를 확인하고 싶었어.”
세아가 말했다.
“뭘?”
강리우가 물었다.
“너도 나처럼 망가져 있는지. 너도 나처럼 떨리는 손을 가지고 있는지. 너도 나처럼 밤에 잠을 못 자는지. 너도 나처럼 모든 게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는지.”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봤다. 깁스로 감싸진 그 손.
“응. 난 다 망가져 있어.”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해?”
세아가 물었다.
“뭐가?”
강리우가 물었다.
“너도 망가져 있다는 게. 그걸로 넌 면죄부를 얻을 수 없어. 넌 여전히 날 다치게 했어. 그리고 그건 변하지 않아. 아무리 넌 망가져 있어도. 아무리 넌 미안해해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세아가 말했다.
병실이 다시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의 침묵은 다르다. 이전의 침묵은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드는 어떤 깊은 곳이었다면, 이번의 침묵은 두 사람을 갈라놓는 선이었다. 명확한 선.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그런 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거네.”
강리우가 말했다.
“없어.”
세아가 대답했다.
“그럼 넌?”
강리우가 물었다.
“나는?”
세아가 반복했다.
“넌 뭘 할 거야? 이제?”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는 생각했다. 정말로 자신이 이제 뭘 할 것인지를. 강리우를 고소했고, 법정에 섰고, 그의 침대 맡에서 그의 망가진 모습을 봤다. 그리고 이제는 뭐 할 것인가.
“증거를 내서 싸울 거야.”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강리우가 물었다.
“그리고… 살아갈 거야.”
세아가 말했다.
“나 없이?”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병실을 나갔다. 문을 열고. 그리고 그 순간 강리우는 이해했을 것이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복도에서 해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늘은 세아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친구가 법정에서 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졌다기보다는… 뭔가를 잃었다는 것을. 마지막 희망을 잃었다는 것을.
“가자.”
세아가 말했다.
“어디로?”
해늘이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걸었다. 병원의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를 통과해서. 그리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
서울의 봄은 여전히 밝았다. 햇빛은 여전히 잔인했다. 하지만 세아는 이제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세아.”
해늘이 옆에서 말했다.
“응?”
세아가 물었다.
“넌 잘못한 게 없어.”
해늘이 말했다.
세아는 해늘을 봤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지탱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해늘이. 엄마가.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들이 여전히 떨리고 있다는 그 사실이. 그것이 모두 증거였다.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의.
법원으로 돌아가는 길, 세아의 손은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떨림이 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함이었다. 마치 현이 팽팽하게 조여질 때 내는 그 떨림처럼. 음정이 정해질 때의 그 진동처럼.
3주 후, 법정에서 판사는 세아를 봤다. 그리고 강리우를 봤다. 그리고 변호사들을 봤다. 그리고 말했다.
“선고합니다.”
세아는 숨을 참았다. 해늘도. 엄마도 (법정 뒤에서). 그들 모두 숨을 참았다. 마치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려는 해녀들처럼.
“강리우는…”
그 순간, 세아의 손가락들이 멈췄다. 떨림이 멈춘 것이다. 마침내.
12,847자
# 침묵의 무게
## 1부: 병실의 대면
병실의 공기는 너무 답답했다. 의료용 소독약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창밖으로는 서울의 봄날이 무심하게 펼쳐져 있었다. 세아는 병실 입구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손잡이를 잡았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 문을 열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아니,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의 시작인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강리우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한때 자신감 넘쳤던 그 얼굴이 이제는 껍데기만 남겨진 것처럼 보였다. 법정에서의 증거 제출, 의사들의 증언, 그리고 전문가들의 분석이 모두 그를 으깨뜨렸던 것 같았다. 세아는 그것을 바라봤을 때 예상과는 달리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어떤 거대한 공허함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뭘 할 거야? 이제?”
강리우의 목소리는 쉬었다. 마치 누군가 그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아니, 실제로 누군가 그의 모든 것을 조르고 있었다. 법원은, 증거는, 그리고 그의 자신감의 붕괴는.
세아는 대답하기 전에 깊게 숨을 쉬었다. 병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강리우의 얼굴에 떨어지는 것을 봤다. 그 광선 속에 먼지 입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작은 별들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떠다니는 별들처럼.
세아는 생각했다. 정말로 자신이 이제 뭘 할 것인지를. 강리우를 고소했고, 몇 개월간의 심리 기간을 견뎌냈고, 법정에 섰고, 변호사의 지원을 받으며 증거를 제시했다. 그리고 강리우의 침대 맡에서 그의 완전히 망가진 모습을 봤다. 그 모든 것을 거쳐서 이제는 뭐 할 것인가. 그것이 질문이었다.
“증거를 내서 싸울 거야.”
세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내면은 다였다. 내면의 세아는 떨리고 있었다. 이 거대한 싸움이 정말로 끝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그의 눈은 세아를 향해 있었지만, 그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마치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살아갈 거야.”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다짐이었다. 자신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고, 강리우에게 하는 선언이기도 했다. 나는 너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선언.
“나 없이?”
강리우가 물었다. 그 질문 속에는 마지막 희망이 담겨 있었다. 아주 가느다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가느다란 희망.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큰 대답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침묵이 말보다 더 명확할 때가 있다. 그 침묵이 바로 그렇다.
대신 세아는 몸을 돌렸다. 천천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병실의 문을 향해. 그 문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느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그 문이 자신의 모든 결단의 무게를 대표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손이 손잡이를 잡았다. 차갑고, 딱딱하고, 무감각한 그 손잡이를 .
문이 열렸다. 그 순간 강리우는 이해했을 것이다. 그 침묵이 모든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는 것을. 문이 닫혀가면서 그의 시야에서 세아가 사라졌다. 마치 무언가 그를 영원히 데려가는 것처럼.
## 2부: 복도의 우정
병원의 복도는 길었다. 세아는 걸었다. 한 발, 그리고 한 발. 자신의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는지를 확인하는 것처럼. 마치 지진이 일어난 후 처음 걷는 사람처럼.
해늘은 복도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세아의 얼굴을 봤을 때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법정에서 졌다는 것을. 아니, 졌다기보다는… 뭔가를 잃었다는 것을. 자신이 사랑했던 누군가를 완전히 잃었다는 것을.
해늘은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친구의 얼굴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 주변의 그 검은 자국들. 입술의 그 창백함. 그리고 어깨의 그 무거운 하강. 그것들이 모두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자.”
세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내면의 세아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주 작은 비명으로, 누구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비명으로.
“어디로?”
해늘이 물었다. 그녀는 서 있는 세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따뜻했다. 병원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했다.
세아는 해늘의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걸었다. 그냥 걸었다. 병원의 복도를 따라. 흰색 벽들을 지나가면서. 그리고 해늘이 뒤따라왔다. 아무 불평 없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세아는 멈췄다. 그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 문이 열렸을 때, 그녀는 거울 같은 엘리베이터 벽에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자신이 알던 세아가 아니었다. 그것은 더 오래된, 그리고 더 강한 누군가였다. 마치 불 속에서 정련된 금속처럼.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갔다. 각 층마다.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그리고 피할 수 없게.
로비를 지날 때, 세아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다른 환자들, 의사들, 간호사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이해했다. 세상은 자신의 고통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그것이 어떤 위로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했지만.
병원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서울의 봄이 그녀를 맞았다.
## 3부: 봄날의 깨달음
햇빛이 너무 밝았다. 세아는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그 다음에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서울의 봄은 여전히 밝았다. 벚꽃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나무들이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의 아름다움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피어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봤을 때 약간의 슬픔을 느꼈다.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해늘은 여전히 그녀의 옆에 있었다. 한 발 뒤로. 마치 세아가 먼저 길을 걷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뒤로 물러난 것처럼.
그들은 병원의 주차장을 통과했다. 자동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각각의 자동차는 다른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 어떤 것은 병원으로, 어떤 것은 병원에서 떠나고 있었다. 세아는 자신이 어느 쪽인지를 생각했다. 병원으로 가는 것인지, 아니면 병원에서 떠나는 것인지.
“세아.”
해늘이 옆에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것은 울림이 있었다. 마치 그녀의 목소리가 세아의 내면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처럼.
“응?”
세아가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의 입구를 지나, 거리를 향해.
“넌 잘못한 게 없어.”
해늘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선언이었다. 마치 법원의 판사가 선고를 내리는 것처럼.
세아는 해늘을 봤다. 처음으로, 정말로 봤다. 친구의 얼굴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그 결연함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아마도 우정으로부터. 오래된 것들을 함께 견뎌낸 우정으로부터.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지탱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해늘이. 엄마가.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들이 여전히 약간 떨리고 있다는 그 사실이. 그것이 모두 증거였다. 그녀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의. 혼자가 결코 아니라는 것의.
해늘은 세아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강제하지 않고. 단지 제시했다. 마치 “이것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세아는 그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 자신의 손만큼 떨리고 있는 손.
“고마워.”
세아가 말했다.
“뭐가?”
해늘이 물었다.
“그냥… 여기 있어줘서.”
세아가 말했다.
해늘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대신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지만, 동시에 따뜻한 웃음이었다.
## 4부: 법정으로 향하는 길
3주가 더 지났다. 법원으로 돌아가는 길, 세아의 손은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떨림이 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함이었다. 마치 현이 팽팽하게 조여질 때 내는 그 떨림처럼. 음정이 정해질 때의 그 진동처럼.
엄마는 세아의 한쪽에 있었고, 해늘은 다른 한쪽에 있었다. 그들은 법원의 계단을 함께 올라갔다. 한 발, 그리고 한 발. 마치 어떤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법원의 복도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변호사들, 기자들, 그리고 다른 사건의 관계자들. 세아는 그들 중 누구도 보지 않았다. 단지 법정으로 향하는 그 문만을 바라봤다.
법정에 들어갔을 때, 강리우는 이미 그곳에 있었다. 그의 변호사도 옆에 있었다. 세아와 강리우의 눈이 만났다. 그것은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그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모든 통증이, 모든 후회가, 그리고 모든 끝남이.
판사가 들어왔다. 모두가 일어섰다. 세아도. 강리우도. 변호사들도. 그들은 모두 다음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했다.
“이제 판결을 선고하겠습니다.”
판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개인적인 감정이 완전히 제거된 그런 목소리. 법은 그런 것이다. 개인적이지 않다. 단지 규칙일 뿐이다.
세아는 숨을 참았다. 해늘도. 엄마도 (법정 뒤의 방청석에서). 그들 모두 숨을 참았다. 마치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려는 해녀들처럼. 언제 다시 나올 수 있을지를 모르면서.
“피고인 강리우는…”
그 순간, 세아의 손가락들이 멈췄다. 떨림이 멈춘 것이다. 마침내. 마치 오랫동안 울고 있던 악기가 갑자기 침묵에 빠진 것처럼.
“폭행죄로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선고합니다.”
판사의 목소리가 법정을 가득 채웠다. 그 말들이 공기 중에 떠다녔다. 그리고 서서히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침투했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 아니, 끝난 것이 아니라 시작되었다. 새로운 삶이. 과거 없이, 그리고 그 사람 없이.
해늘의 손이 세아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엄마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해방의 눈물이었다.
“이기셨어요.”
변호사가 세아에게 말했다.
하지만 세아는 그것이 승리인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단지 그것이 끝났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다.
법정을 나올 때, 기자들이 몰려왔다. 플래시가 터졌다. 질문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세아는 그 어느 것도 듣지 못했다. 단지 앞으로 걸었다. 해늘과 엄마와 함께.
병원의 복도를 빠져나갔던 것처럼, 법원의 복도도 빠져나갔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서울의 봄은 여전히 밝았다. 그리고 이제 세아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제 뭘 할 거야?”
엄마가 물었다.
세아는 생각했다. 정말로, 진정으로 생각했다. 이제 뭘 할 것인지를.
“살아갈 거예요.”
세아가 말했다.
“혼자?”
해늘이 물었다.
“아니요. 너희랑.”
세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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