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6화: 피고인의 침묵
변호사의 질문이 법정을 가득 채웠을 때, 강리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세아는 그것을 봤다. 변호사가 “그렇다면 이것은 학대가 아니라 사랑이 아닌가”라고 말했을 때, 강리우의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 어깨가. 목이. 그 손가락들이. 떨림이 멈춘 것이다. 완전히 멈춘. 마치 모든 근육이 한 번에 경직된 것처럼.
세아는 그 정지된 순간을 본다. 강리우가 자신을 보지 않는 순간을. 변호사를 보지도, 판사를 보지도 않고, 오직 테이블의 한 점을 보는 순간. 그 순간에서 세아는 무엇을 보았는가.
죄책감인가. 계산인가. 아니면 단순히 무너지는 것인가.
“사랑과 학대는 다릅니다.”
세아의 목소리가 법정을 다시 점유했다. 그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지만, 이제 그 떨림은 약함이 아니라 정확성이 되어 있었다. 마치 현이 조여질 때 내는 음처럼. 음정이 정해질 때의 그 떨림처럼.
변호사는 일분 계속했다. 하지만 리듬이 바뀌어 있었다.
“당신이 그를 떠나기로 결심한 계기가 정확히 뭔가요?”
“제주도에서의 일 이후입니다.”
“그 전까진 떠나고 싶지 않으셨다는 거네요.”
“네.”
“왜요?”
세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 질문 앞에서. 왜냐고 묻는 변호사 앞에서. 그 사람은 정말로 답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세아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답은 세아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왜 떠나지 못했는가.
왜냐하면 강리우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쓸어내리는 방식이 사랑처럼 느껴졌기 때문인가. 왜냐하면 강리우의 눈물 없는 눈이 자신의 것과 똑같이 고장 나 있었기 때문인가. 왜냐하면 강리우가 자신을 필요로 했고, 그 필요함 자체가 마약처럼 작용했기 때문인가.
“제주도 이전에 피고인의 다른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셨나요?”
변호사가 다시 물었다. 마치 세아의 침묵 자체가 확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듯이.
“네.”
“어떤 행동이죠?”
“호텔에 나타나는 일. 제 집 근처에서 기다리는 일. 제 휴대폰을 확인하려고 하는 일.”
“그 행동들이 당신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혔나요?”
“아니요.”
“정서적 피해만 입으셨다는 거네요.”
변호사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변호사의 전략을 완전히 이해했다. 이 사람은 강리우를 무죄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이 사람은 강리우의 행동을 ‘관심’으로 재정의할 생각이었다. 과도한 관심. 애정의 표현. 소유욕. 하지만 폭력은 아닌.
그리고 강리우는 그 전략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있었다.
“정서적 피해는 측정이 불가능하지 않나요?”
변호사가 계속했다.
“피해는 피해입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느끼는 피해의 강도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세요?”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는 그 손들. 그 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떨렸는가. 그 떨림이 얼마나 견뎌낼 수 없는 무게인가. 하지만 변호사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변호사는 보고 싶지 않았다.
“제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일 년 전부터.”
세아가 말했다.
“현재도?”
“네.”
“강리우 피고인과의 관계 때문에?”
세아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법정 전체가 숨을 쉬었다.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에?”
변호사가 따라 들어왔다. 마치 사냥감의 망설임을 감지한 사냥꾼처럼.
세아는 눈을 들었다. 강리우를 봤다. 정확하게.
강리우는 여전히 테이블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귀가 빨개져 있었다. 귀 전체가. 마치 화풀이를 당하고 있는 것처럼. 또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붉음처럼.
“강리우 피고인이 제 손이 떨린다는 것을 알았나요?”
세아가 물었다.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에게. 직접.
“증언 중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으신가요?”
판사가 물었다.
“네. 강리우가 제 손이 떨린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이용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어떻게요?”
판사의 목소리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날카로워져 있었다.
“제 손을 잡으면서 ‘너는 내가 필요해. 나만이 너를 멈춰줄 수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번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분노였다.
“정확한 날짜를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기억나지 않습니다. 많았거든요. 매일 그랬거든요.”
“그렇다면 그것이 학대라고 판단하신 기준이 뭐예요?”
변호사가 다시 질문했다. 판사가 아니라 세아에게. 마치 이제 그들이 대화하는 것처럼.
“학대의 정의를 찾아봤습니다. 법정에 나오기 전에. 학대는 신체적 폭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서적 조종. 고립. 통제. 이것도 학대입니다.”
세아가 말했다.
“피고인이 당신을 고립시켰나요?”
“네. 친구들과의 연락을 끊게 했습니다.”
“어떻게요?”
“제가 친구들을 만나려고 하면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만난 후에 더 집착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해원이를 떠올렸다. 해원이가 자신에게 전화했을 때. 해원이가 “너 괜찮아?”라고 물었을 때. 그 질문에 자신이 “응, 괜찮아”라고 거짓말했을 때. 해원이가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의심했을 때.
해원이가 이 법정에 왔다. 지금도 맨 뒤에 앉아 있다. 세아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응원. 그 분노. 그 사랑.
“당신은 피고인과 함께 있고 싶으셨나요?”
변호사가 계속했다.
“처음엔 그랬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나중엔?”
“나중엔 그것을 모르겠었습니다.”
“그것이 무슨 뜻이죠?”
“함께 있고 싶은지, 아니면 함께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건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강리우가 움직였다.
손가락을 펼쳤다. 테이블 위에서. 마치 그 손가락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마치 뇌의 지시를 받지 않는 것처럼. 그 손가락들이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처럼.
판사가 그것을 봤다.
“피고인. 진정하세요.”
판사가 말했다.
강리우의 변호사가 강리우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강리우는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들을 다시 주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 주먹이 떨리고 있었다. 진전. 경련. 신체가 수행할 수 없는 명령들.
“당신이 제주도에서 도망쳤을 때, 어디로 갔어요?”
변호사가 세아의 주의를 돌렸다.
“경찰서로.”
“바로요?”
“네.”
“그렇다면 왜 일주일을 기다렸어요?”
“그 사이에 강리우가 저를 찾았습니다. 호텔에서.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최종적인 결정의 계기였나요?”
“네.”
“피고인이 당신을 상해하려고 했나요?”
세아는 입을 다물었다. 상해라는 단어. 그것이 정확한 표현인가. 강리우는 세아를 상해하려고 했는가. 아니면 강리우는 세아를 자신의 일부로 만들려고 했는가. 자신의 몸의 일부처럼. 자신의 손처럼. 자신의 심장처럼.
“제주도의 호텔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일어났어요?”
변호사가 물었다. 그리고 세아는 알았다.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어두움 속에서, 제주의 밤이 돌아왔다.
호텔 로비. 새벽 2시.
강리우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검은색 셔츠를 입고. 손에 담배를 들고.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었다. 단지 들고만 있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손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도록.
세아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리고 강리우를 봤다.
“어떻게?”
세아가 물었다.
“따라왔어.”
강리우가 말했다.
“호텔 예약 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었어. 내 아버지의 회사가 대주주거든.”
강리우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협박이 아니었다. 단순한 사실이었다. 강리우는 세아를 찾기 위해 시스템에 접근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강리우의 아버지가 그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자.”
강리우가 말했다.
“어디로요?”
세아가 물었다. 이미 알면서.
“집으로. 서울로.”
강리우가 말했다.
“아니요.”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는 일어섰다. 그리고 세아에게 다가왔다. 천천히. 마치 포식자가 먹이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하지만 강리우의 눈은 포식자의 눈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것이었다. 무언가가 망가진 눈. 무언가가 고장 난 눈.
“우리는 함께 있어야 해.”
강리우가 말했다.
“함께 있으면 안 됩니다.”
세아가 말했다.
“넌 모르겠지. 하지만 우리는 같은 사람이야. 너와 나. 우리는 둘 다 불에 탈 사람들이야.”
강리우가 말했다. 그리고 세아는 그 순간, 강리우가 얼마나 깊이 자신에게 중독되어 있는지를 봤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구원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단순히 강리우가 자신을 거울로 삼고 있다는 것을.
“차에 타.”
강리우가 말했다.
“싫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는 세아의 팔을 잡았다. 부드럽게. 그것이 폭력이 될 수 있는 부드러움. 그것이 통제가 될 수 있는 온화함. 그리고 세아는 그 순간, 자신이 가장 무서워했던 것을 깨달았다.
강리우가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강리우가 자신을 자신 안에 녹여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차에 타. 제발.”
강리우가 말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눈물이 있었다. 눈물이 없으면서 눈물이 있는 그 목소리.
세아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이 순간 거절하지 않으면, 자신은 영원히 강리우의 손 안에 있을 것이다. 영원히 그 손이 자신을 떨게 할 것이다. 그 손이 자신을 조종할 것이다. 그 손이 자신을 변형시킬 것이다.
“아니요.”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빼냈다.
그리고 뛰었다.
법정에서 세아의 눈이 떠졌다.
“제주도의 호텔에서 피고인이 당신을 신체적으로 강압했나요?”
변호사가 물었다.
“아니요.”
세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강압이 있었나요?”
“감정적 강압입니다. 저를 떠나면 자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것이 협박인가요?”
“네.”
“협박이 아니라 절망의 표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변호사가 말했다.
그리고 세아는 알았다. 이것이 법정의 한계라는 것을. 감정은 법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을. 절망과 협박의 차이는 의도에 달려 있는데, 의도는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을.
강리우는 여전히 테이블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작게. 조용히. 마치 무언가가 그를 안에서부터 갉아먹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강리우가 무너지기를 기다렸는지를 깨달았다.
하지만 강리우의 무너짐이 자신의 승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두 사람 모두가 불에 탔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었다.
변호사는 계속 질문했고, 세아는 계속 대답했다.
형광등은 계속 깜빡였고,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리고 법정은 회색으로 남아 있었다.
아무도 흰색이 될 수 없는 그 회색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말했다.
“나세아입니다.”
그것이 자신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아직도 여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아직도 불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오후 2시 47분.
법정 밖. 복도.
해원이가 세아를 안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안았다. 마치 세아가 깨질 것 같아서. 마치 세아가 흩어질 것 같아서.
“잘했어. 너 진짜로 잘했어.”
해원이가 속삭였다.
세아는 해원이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법정 안에서는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법정 안에서는 견뎌야 했던 눈물을.
이제 흘릴 수 있는 눈물을.
오후 3시 12분.
변호사가 세아에게 다가왔다.
“판결은 3주 후입니다. 그때까지는… 피고인이 접근하지 않을 것입니다. 법원이 접근금지 가처분을 내렸거든요.”
변호사가 말했다.
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말이 자신을 안심시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세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법이 막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마음이 그렇다.
기억이 그렇다.
그 손가락들의 떨림이 그렇다.
오후 4시 22분.
세아의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강리우에게서.
“세아야. 미안해. 진짜로. 날 용서해줄 수 있을까?”
그 메시지를 본 순간, 세아는 알았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세아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법정 밖의 계단에 앉았다.
서울의 회색 하늘을 보면서.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는 그 손들.
“언제까지 떨릴까.”
세아가 중얼거렸다.
“모르겠지.”
해원이가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넌 떨리면서도 서 있어. 그게 중요한 거야.”
해원이가 말했다.
세아는 해원이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
통제하지 않는 손.
단지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손.
그 손을 잡으면서, 세아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강리우의 손이 자신을 떨게 했다면, 해원이의 손은 자신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자신의 손은 누구의 손이어야 하는가.
그것이 지금 세아가 물어야 할 질문이었다.
그것이 이 법정에서 나올 때 자신이 안고 가야 할 질문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자신의 목소리로 누구를 위해 노래할 것인가.
자신의 불꽃으로 무엇을 태울 것인가.
법정의 문이 닫혔다.
판사는 그 안에 남았다.
강리우도 그 안에 남았다.
하지만 세아는 밖에 있었다.
밖의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하지만 서 있으면서.
밤 11시 47분.
세아의 방.
합정동 반지하 고시원.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 불빛 속에서 세아는 다시 자신의 손을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손을 원하지 않은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손가락을 펴고.
음악을 흥얼거렸다.
자신을 위해.
강리우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라.
순전히 자신을 위해.
그 음악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불이 타고 있었다.
내부에서.
“나는 여기 있다.”
세아가 중얼거렸다.
“아직도 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불이다.”
END OF CHAPTER 116
[다음 화 예고]
판사의 판결이 내려진다. 법원은 강리우를 어떤 죄로 정죄할 것인가. 그리고 세아는 그 판결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더 중요한 것은 — 강리우가 그 판결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릴 것인가.
그리고 세아. 그녀의 손이 이제 노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제117화: “유죄”
# 제116화: 손
## 회색 하늘 아래에서
법정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회색이었다. 늦가을 서울의 하늘이 그렇듯이, 마치 누군가가 도시 전체 위에 회색 천을 덮어씌운 것 같았다. 세아는 그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봤다. 구름이 천천히 움직였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으려는 듯이, 방향을 정하지 않으려는 듯이.
그렇다면 저 구름들도 떨리고 있는 걸까?
세아의 눈이 아래로 내려왔다. 자신의 손으로.
손등의 청맥이 선명했다. 손가락 끝이 희끗희끗했다. 손가락 관절은 마치 악기처럼 섬세했고, 동시에 마치 무기처럼 위험해 보였다. 이 손들로 무엇을 했는가? 이 손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이 조금씩 떨린다. 미묘한 진동이 손목을 타고 올라온다. 마치 고주파 음성처럼, 신경을 자극하는 진동이었다. 세아는 손을 펴려 했다. 떨림을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손은 펴지지 않았다. 손은 자신의 의지를 거부했다. 손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언제까지 떨릴까.”
세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마치 남의 목소리 같았다. 자신의 것이 아닌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모르겠지.”
옆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세아가 고개를 돌렸다. 해원이였다. 검사 해원이. 그녀는 법정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법정 밖의 복도로 나온 지 몇 분이 지났는데, 해원이는 여전히 공식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달랐다. 눈에는 감정이 있었다.
“하지만 넌 떨리면서도 서 있어. 그게 중요한 거야.”
해원이가 다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마치 이미 이 결론에 도달한 지 오래인 듯한 확신 말이다.
“네가 떨린다는 것은 넌 아직도 느끼고 있다는 뜻이야. 아직도 죄책감이 있다는 뜻이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서 있다. 그건 넌 살아가려고 한다는 뜻이야.”
세아는 해원이의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천천히, 마치 물이 돌을 스며드는 것처럼, 그 말이 자신의 내부로 깊이 들어갔다.
세아가 손을 움직였다. 떨리는 손으로, 해원이의 손을 찾았다. 손가락이 얽혔다. 두 사람의 손이 만났다.
따뜻한 손.
해원이의 손은 따뜻했다. 마치 햇빛처럼, 마치 촛불처럼. 세아는 그 따뜻함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손이 자신의 손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리우의 손은 항상 통제했었다. 강리우의 손은 세아의 손을 움켜쥐고, 구부리고, 비틀고, 명령했었다.
하지만 해원이의 손은 다르다.
해원이의 손은 단지 옆에 있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옆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손. 함께 있다는 것을 말하는 손.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손.
세아는 해원이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고마워.”
세아가 속삭였다.
“뭐가 고마워.”
해원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냥… 내 일을 했을 뿐이야.”
“그래도 고마워.”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로 있었다. 법정 복도는 조용했다. 오후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저 멀리서는 다른 법정의 문이 열렸다 닫혔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곳. 판결이 내려지는 곳.
그 순간, 세아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강리우의 손이 자신을 떨게 했다면, 해원이의 손은 자신을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깨달음.
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자신의 손은 누구의 손이어야 하는가?
세아는 자신의 손을 다시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는 그 손. 그 손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손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이것이 지금 세아가 물어야 할 질문이었다.
이것이 이 법정에서 나올 때 자신이 안고 가야 할 질문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자신의 목소리로 누구를 위해 노래할 것인가?
자신의 불꽃으로 무엇을 태울 것인가?
## 법정의 문
법정의 문이 닫혔다.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이 그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안에는 판사가 있었다. 판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판결문을 읽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침묵 속에서 생각하고 있을까?
그 안에는 강리우도 있었다.
강리우. 그 이름을 생각하는 것도 어려웠다. 마치 불을 손으로 잡으려는 것처럼, 그 이름을 마음속에 담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세아는 밖에 있었다.
법정 밖의 복도에 서 있었다. 그곳은 어둡지 않았다. 창문이 있었고, 햇빛이 있었고, 공기가 있었다. 자유로운 공기.
세아는 깊게 숨을 쉬었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떨리는 손으로, 하지만 서 있으면서.
## 밤 11시 47분
합정동 반지하 고시원.
세아의 방은 작았다. 창문은 지면 위에서 겨우 30센티미터 높이에 있어서, 늘 발이 지나가는 모습만 보였다. 누군가의 신발, 누군가의 발걸음. 세상은 저 위에 있고, 세아는 여기 아래에 있었다. 반지하. 반쯤 묻힌 곳. 반쯤 사라진 곳.
하지만 방은 조용했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전기가 불안정했다. 세아는 이미 여러 번 건물주에게 말했지만, 건물주는 고쳐주지 않았다. “나중에,” “다음 달에,” “돈이 없어서” — 늘 같은 핑계였다. 세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 불빛 속에서, 세아는 다시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떨림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마치 파도가 잔잔해지는 것처럼.
세아는 처음으로, 그 손을 원하지 않은 무언가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손가락을 펴고.
음악을 흥얼거렸다.
목소리가 나왔다. 지금까지 자신이 억누르고 있던 목소리. 강리우가 자신을 통제하고 있을 때 나오지 않았던 목소리.
자신을 위해.
강리우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라. 순전히 자신을 위해.
그 음악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다. 멜로디가 명확하지 않았다. 리듬도 정확하지 않았다. 마치 새로 태어난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소리가 자신에게서 나왔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신의 소리라는 것.
“나는 여기 있다.”
세아가 중얼거렸다. 형광등이 다시 깜빡였다. 불빛이 떨렸다. 마치 자신의 손처럼.
“아직도 타고 있다.”
무엇이 타고 있는가? 그것은 불이었다. 내부에서 타고 있는 불.
강리우가 자신을 태웠던 그 불이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밝혀야 할 그 불.
“하지만 이제는 내 불이다.”
세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것은 명확했다. 그것은 진실했다.
형광등이 계속 깜빡였다. 세아는 그 불빛 아래에 서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하지만 서 있으면서. 노래하면서.
밖에서는 밤이었다. 합정동의 밤. 도시의 밤. 누군가는 술집에서 웃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잠을 자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 반지하 고시원의 한 칸 방에서, 세아는 노래했다.
자신을 위해.
아직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그 노래로.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 다음을 기다리며
판사의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법원은 강리우를 어떤 죄로 정죄할 것인가? 살인죄? 상해죄? 아니면 더 가벼운 죄로?
세아는 그 판결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더 중요한 것은 — 강리우가 그 판결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릴 것인가? 아니면 그의 손은 무언가를 쥐기 위해, 무언가를 부수기 위해 다시 움직일 것인가?
그리고 세아.
그녀의 손이 이제 노래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녀의 목소리가 세상을 통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녀의 불이, 이제 자신의 것이 되었을 때, 그것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제117화: “유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