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4화: 증인석의 떨림
법정의 형광등은 세아의 손을 드러냈다.
손가락들이 진전했다. 마이크 앞에서. 판사의 눈 아래에서. 강리우가 보고 있는 그 거리에서. 세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이 손들이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이 손들이 어제도 이렇게 떨었는가? 아니면 이 공간이, 이 순간이, 이 법정이 손들을 흔들리게 만드는가?
“나세아님, 편하신 대로 자신의 관계를 설명해주시겠어요?”
검사가 물었다. 목소리가 온화했다. 마치 엄마처럼. 아니, 엄마보다 더 공식적으로. 마치 이것이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의례라는 것을 알리듯이.
세아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닫았다. 다시 열었다.
“강리우와는… 약 일 년 정도를 만났습니다.”
목소리가 나왔다. 자신의 목소리가. 하지만 그것이 진짜 자신의 목소리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마이크를 통과하면서 변질되었을 것이다. 증폭되었을 것이다. 법정의 공기 속에서 다른 것이 되었을 것이다. 음악처럼. 아니, 음악은 이렇게 차갑지 않다.
“처음 만난 상황이 어떻게 되나요?”
검사가 계속했다. 그 질문은 이미 기록에 있을 것이다. 세아가 경찰에 진술했을 때 이미 다 적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판사는 듣고 싶었다. 세아의 입에서 직접. 그것이 진실의 무게를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편의점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는… 손님처럼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세아의 손이 더 떨렸다. 기억이 몸을 움직였다. 그 밤. 새벽 3시쯤. 형광등 아래에서. 강리우가 들어왔을 때의 공기. 그것이 지금 법정에 들어왔다. 세아의 신체를 통해서.
“그리고?”
검사가 물었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판사가 보지 않으라고 한 적은 없지만, 눈을 감아야만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을 열면 강리우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강리우의 얼굴을 보면, 세아는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모르게 될 것 같았다. 강리우의 것이 되는 것 같았다. 또 다시.
“그리고 그는 제 주소를 알게 됐습니다. 제 전화번호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계속 연락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눈을 감은 채로.
“하루에 몇 번?”
“많을 때는 열 번 이상.”
“어떤 내용으로?”
세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 내용을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는 것은 그 내용을 다시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 감정들을 다시 몸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아는 자신이 그것을 견딜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었나요?”
검사가 도와줬다. 마치 물속에서 빠져가는 사람에게 줄을 던지는 것처럼.
“네. 처음엔 그랬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나중엔?”
세아는 눈을 떴다. 법정이 보였다. 회색의 벽들. 회색의 사람들. 그리고 맨 뒤에. 강리우가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세아의 호흡이 멈췄다.
강리우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피고인석에서. 변호사 옆에서. 그 손들이 테이블 위에서 작게, 계속 떨리고 있었다. 마치 세아의 손처럼. 동일하게. 공명하듯이.
세아는 그 손들을 봤다. 그리고 강리우의 눈과 만났다.
강리우의 눈은 울고 있었다. 하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마치 눈물이 나올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도 나오지 않는 것처럼. 마치 자신도 모르는 감정이 그 눈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나중에는?”
검사가 다시 물었다. 세아의 침묵이 너무 길었다.
“나중에는… 만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여전히 강리우를 보면서.
법정이 흔들렸다. 아니, 법정이 아니라 세아의 신체가 흔들렸다. 그 말을 입 밖에 낸 것 자체가. 그것이 진실이 되어버렸다는 것이 .
“어떤 상황에서?”
“제주도에 갔을 때입니다.”
“제주도에 왜 가셨나요?”
세아는 대답하기 전에 숨을 쉬었다. 깊게. 마치 엄마처럼.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의 그 숨처럼.
“도망쳤습니다.”
“뭐에서요?”
“그에게서.”
세아가 말했다.
“그런데 그는 제주도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검사가 물었다. 하지만 검사의 목소리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는 톤이었다. 이것은 질문이 아니라, 세아가 자신의 증언을 완성하도록 하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리고 호텔 방에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저를 데리고.”
세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은?”
“약을 마시자고 했습니다. 함께. 그리고 제가 거부했을 때, 그는…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절대적인 조용함. 마치 숨을 쉬는 것도 죄가 되는 그런 조용함.
강리우의 손이 더 떨렸다. 세아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피고인석에서의 그 손들. 마치 세아의 손과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검사가 계속했다.
“그래서 저는… 그의 팔을 꺾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네. 그리고 그 후에 호텔을 나왔습니다.”
“혼자요?”
“네. 혼자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서울로 왔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해원이… 친구가 도와줬습니다.”
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모든 것이 예상대로였다는 것처럼.
“피고인이 당신을 언제 처음으로 만나라고 강요했나요?”
“처음부터였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편의점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제 일정을 통제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언제 일하는지, 제가 누구를 만나는지. 모든 것을.”
“그리고 당신은 왜 그것을 받아들였나요?”
이제 질문이 달라졌다. 이것은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니었다. 이것은 세아의 동기를 묻는 것이었다. 왜 당신은 이 남자와 함께 있었나요? 왜 도망치지 않았나요? 왜 당신도 책임이 있지 않나요?
그런 암묵적인 질문들.
세아는 침묵했다.
“저는… 그를 사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았습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뭐였나요?”
“생존이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와 함께 있는 것이 생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법정에서 또 다시 움직임이 있었다. 판사가 메모를 했다. 강리우의 변호사가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리고 강리우가… 강리우가 울음을 터뜨렸다.
진짜 울음. 무언의 울음. 마치 물속에서 나오려고 하는 것처럼 몸이 떨리며. 손이 얼굴을 덮으며.
세아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자신도 울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강리우가 그 몫까지 울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들이 동일한 신체의 두 부분인 것처럼.
“…아무튼, 그 이후로는?”
검사가 계속했다. 강리우의 울음을 무시하듯이.
“서울로 돌아와서 경찰에 신고했고, 병원 기록을 제출했고, 녹음 파일을 제출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기계처럼.
“그 녹음 파일은?”
“제주도에서 친구가 제 증언을 녹음한 것입니다. 경찰이 요청했을 때 제출했습니다.”
“그 친구가 이 법정에 있나요?”
세아는 법정을 돌아봤다. 해원이. 맨 뒤에 앉아 있었다. 세아와 눈이 만났을 때, 해원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움직임으로. 하지만 그것은 세아에게 필요한 전부였다.
“네. 저 뒤에 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다음으로, 피고인이 당신에게 어떤 감정적 통제를 했나요? 더 구체적으로.”
검사가 물었다.
그 순간 강리우의 변호사가 일어났다.
“이의합니다. 감정적 통제라는 것은 주관적인 표현이며, 증인이 피고인의 의도를 추측하게 하는 질문입니다.”
변호사가 말했다.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판사가 손을 들었다.
“질문을 수정하세요.”
판사가 검사에게 말했다.
“피고인이 당신에게 어떤 행동을 했나요?”
검사가 다시 물었다.
세아는 숨을 내쉬었다. 그 질문이 더 쉬웠다. 왜냐하면 행동은 객관적이기 때문이었다. 행동은 거짓말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하루에 열 번 이상 했습니다. 제가 받지 않을 때는 직접 찾아왔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하면 반대했습니다. 제가 일을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제가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제 돈을 관리해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제주도로 도망쳤을 때 저를 찾아와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목록처럼. 마치 장을 보는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법정이 또 다시 조용해졌다.
강리우는 더 이상 울지 않고 있었다. 대신 그는 공허해 보였다. 마치 자신의 영혼이 법정을 떠난 것처럼.
“다음으로 강리우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하나요?”
검사가 물었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는 말했습니다. 저를 보호해주겠다고. 저를 구해주겠다고. 저를 사랑한다고.”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리고 저는 그것을 믿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왜냐하면 저는… 아무도 저를 보호해주지 않았으니까. 아무도 저를 구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 말들이 제게는… 음악처럼 들렸습니다.”
세아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음악?”
검사가 물었다.
“네. 저는 음악가입니다. 음악이 제 언어입니다. 그리고 그의 말들은 제 귀에는 음악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 하지만 그것은… 거짓 음악이었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거짓?”
“네. 음악이 아니라 박자일 뿐이었습니다. 음악이 아니라 반복일 뿐이었습니다. 음악이 아니라 통제였습니다.”
세아가 말했다.
법정이 또 움직였다. 판사가 다시 메모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당신의 감정이 어떻게 되나요? 피고인을 향해?”
검사가 물었다.
세아는 강리우를 다시 봤다.
강리우는 여전히 공허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깨달았다.
강리우의 떨림이 자신의 떨림과 다르다는 것을. 강리우의 떨림은 두려움의 떨림이었고, 세아의 떨림은 생존의 떨림이었다는 것을.
“저는… 그를 동정합니다.”
세아가 말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니,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세아의 목소리가 강해졌다.
“하지만 저는 제 증언이 진실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저는 더 이상 그의 음악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제 음악을 찾을 것입니다.”
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끝입니다, 판사님.”
판사가 손을 들었다.
“피고인 측 변호사의 반박질문이 있겠습니다.”
강리우의 변호사가 일어났다. 그의 표정은 냉정했다. 마치 이것이 게임이고,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나세아 증인, 당신이 피고인을 처음 만났을 때 피고인이 당신에게 어떤 도움을 줬는지 설명해주시겠어요?”
변호사가 물었다.
세아는 침묵했다.
그것은 복잡한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강리우가 자신을 도와줬다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저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세아가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그는 저를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돈으로. 그리고… 관심으로.”
“그래서 당신은 감사했나요?”
“네.”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감사가 사랑으로 변했나요?”
“네.”
“그럼 피고인이 당신을 통제했다는 것은, 사실 당신이 그 통제를 사랑으로 해석했다는 뜻이 아닌가요?”
변호사가 물었다.
세아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 질문은 올바른 것처럼 보였다. 마치 법정에서 말하는 모든 것처럼.
하지만 세아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함정이라는 것을.
“아닙니다.”
세아가 말했다.
“통제는 통제입니다. 그것을 사랑으로 해석하는 것은 피해자의 책임이 아닙니다. 통제를 사랑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가해자의 책임입니다.”
법정이 또 움직였다.
“그런 주장은…”
변호사가 시작했다.
하지만 판사가 손을 들었다.
“충분합니다. 다음 질문을 하세요.”
판사가 말했다.
변호사는 몇 가지 더 물었다. 하지만 세아는 이미 자신의 답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답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었다.
마침내, 법정이 끝났다.
세아는 증인석에서 내려왔다. 그 발걸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신도 모르면서. 마치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자신의 신체를 조종하지 않는 것처럼.
해원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해원이의 손이 세아의 손을 잡았을 때, 비로소 세아는 울음이 나왔다.
무음의 울음. 마치 물속에서 나오는 울음처럼.
“넌 잘했어. 정말로.”
해원이가 말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손들이 더 이상 떨리지 않고 있었다.
법정 밖의 계단에서, 세아는 하늘을 봤다.
서울의 하늘. 회색이었다. 하지만 그 회색 속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빛. 작은 빛. 마치 별처럼.
그리고 세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제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그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 법정의 진실
## 1부: 질문과 침묵
법정의 공기는 마치 얼어붙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먼지 입자들을 비추며 공중에서 춤을 추고 있었고, 그 빛은 증인석에 앉아 있는 세아의 얼굴을 정면으로 비추고 있었다. 세아는 눈을 살짝 감았다. 햇빛이 눈을 쏘는 느낌이 불편했고, 마치 그것이 자신의 모든 약점을 드러내는 심문 조명인 것 같았다.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강리우의 변호사. 검은색 정장을 입은 그 남자는 적어도 이십 년은 법정에서 일해 왔을 것 같은 냉철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또렷했다.
“피해자 진술서에서 당신은 피고인이 당신에게 금전적 지원을 제공했다고 말씀했습니다. 맞습니까?”
세아는 대답하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침묵이 법정을 가득 채웠다. 판사가 그의 작은 망치를 들 준비를 하는 듯 보였고, 검사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 하지만 세아는 여전히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세아의 마음은 광란의 소용돌이였다.
*맞다. 그는 나를 도와줬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겨우 생존하던 그 시절, 강리우는 나타났고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 도움이란 게 정말로 순수한 것이었나? 아니면 처음부터 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투자였나? 그 경계가 어디 있는 거지? 도움이 통제가 되는 그 지점은 언제였지?*
세아의 손가락이 증인석의 나무 테이블을 만졌다. 나무는 차가웠다. 어떤 온기도 없었다. 마치 자신의 현재 상황처럼.
“네, 맞습니다.”
세아가 마침내 답했다. 그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이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법정 기록에 남기기 위해 물었던 것이다. 게임의 규칙이었다. 모든 것이 기록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 금전적 지원의 규모는?”
“약 천오백만 원입니다.”
세아가 말했다. 그 숫자가 입에서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렇게나 큰 돈이었다. 세아에게는 평생 모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강리우에게는? 강리우는 그 금액을 마치 종이 조각을 주는 것처럼 건넸었다.
“그리고 그 지원의 조건은 무엇이었습니까?”
변호사가 다음 질문을 던졌다. 이것이 핵심이었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조건… 있었습니다.”
“어떤 조건입니까?”
변호사는 천천히 다가섰다. 마치 사냥꾼이 먹이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세아는 깊게 숨을 쉬었다. 그 숨이 나올 때, 그것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내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제한했습니다. 내가 어디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항상 알아야 했습니다.”
법정이 움직였다. 기자들의 펜이 빠르게 움직였고, 몇몇 청중이 중얼거렸다. 판사는 자신의 망치를 한 번 내려쳤다.
“조용히 하세요.”
그리고 변호사는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작은, 거의 보이지 않는 미소. 하지만 세아는 그것을 봤다.
## 2부: 함정
변호사가 증인석 앞에 섰다. 법정의 조명 아래서 그의 그림자가 세아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피해자. 이 모든 것이 실은 당신의 감정의 해석 문제는 아닙니까?”
세아는 눈을 깜박였다. 그 질문이 마음에 맞지 않았다. 아니, 마음에 맞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은 논리적으로 올바른 것처럼 들렸다. 그것이 더 위험했다.
“무슨 뜻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세아가 물었다. 변호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피고인이 당신을 도와주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또한 당신은 그를 사랑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행동은, 사실 남자친구가 자신의 여자친구를 돌보려는 자연스러운 관심 표현이 아닌가요? 그리고 당신이 그것을 ‘통제’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당신의 주관적 해석일 뿐이 아닌가요?”
그 말이 세아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아, 내가 놓친 게 있었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 강리우가 실제로는… 내 말이 맞나?*
세아의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거울 미로에 갇힌 사람처럼, 자신이 어느 방향이 옳은 길인지 알 수 없었다.
세아의 손이 증인석 위에서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알아챈 검사가 움직였지만, 판사는 변호사에게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저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세아가 천천히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작다는 것을 알았지만, 더 크게 말할 힘이 없었다.
“그리고 그는 저를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돈으로. 그리고… 관심으로.”
“그래서 당신은 감사했나요?”
변호사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친구처럼 따뜻했다. 그것이 더 위험했다.
“네.”
세아가 답했다.
“그리고 그 감사가 사랑으로 변했나요?”
세아는 침묵했다. 하지만 결국 대답했다.
“네.”
“그렇다면 피고인이 당신을 통제했다는 것은, 사실 당신이 그 통제를 사랑으로 해석했다는 뜻이 아닌가요?”
변호사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 마치 승리의 악수를 하려는 사람처럼.
세아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게… 맞는 건가? 그게 정말로 올바른 해석인가? 그렇다면 내가 피해자인가, 아니면 내가 단순히 사랑을 오해한 건가? 강리우는 내가 그렇게 해석하길 원했던 거 아닌가? 그것이 통제가 아닌가?*
세아의 눈이 법정 천장을 봤다. 천장의 형광등은 차갑고 무정했다. 그것을 보면서 세아는 깨달았다.
그 질문이 함정이라는 것을.
변호사가 그것을 그렇게 표현하면, 모든 것이 세아의 책임처럼 들렸다. 마치 강리우의 행동이 중요하지 않고, 오직 세아가 어떻게 해석했는지만이 중요한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세아가 입을 열었다.
## 3부: 증언
“아닙니다.”
세아의 목소리가 증인석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조용하지만 확실했다.
변호사의 표정이 변했다. 그는 세아가 이렇게 답할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닙니다?”
변호사가 반복했다.
“통제는 통제입니다. 그것을 사랑으로 해석하는 것은 피해자의 책임이 아닙니다. 통제를 사랑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가해자의 책임입니다.”
세아가 말했다. 이번에는 그 목소리가 더 크고, 더 확실했다.
“피고인은 처음부터 나를 도와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나를 구매한 것이었습니다. 나의 자유를 사고, 나의 선택을 사고, 나의 미래를 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위장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법정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움직임이었다. 기자들이 더 빠르게 펜을 움직였다. 청중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피고인은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것이 사랑입니까? 아니면 소유욕입니까? 피고인은 내 친구들을 못 보게 했습니다. 나를 고립시켰습니다. 그것이 관심입니까? 아니면 권력의 행사입니까?”
세아의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가 그 안에서 깨어난 것처럼.
“내가 피고인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나를 고립시켰고, 의도적으로 내 자유를 제한했고, 의도적으로 나를 자신에게 의존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이 통제입니다.”
“그런 주장은…”
변호사가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그렇게 확신에 차 있지 않았다.
“충분합니다. 다음 질문을 하세요.”
판사가 손을 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엄했다. 마치 이미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변호사는 몇 가지 더 물었다. 하지만 세아는 이미 자신의 답을 알고 있었다. 그 답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거짓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이 더 지났다. 변호사의 질문들은 점점 더 가파른 각도에서 세아의 증언을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아는 흔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말하고 있는 것이 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변호사가 질문을 멈췄다.
“다른 질문이 없습니다, 판사님.”
그의 목소리는 패배의 목소리였다.
## 4부: 해방
법정이 끝났을 때, 세아는 증인석에서 내려왔다. 그 발걸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신도 모르면서. 마치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자신의 신체를 조종하지 않는 것처럼.
그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두려움, 분노, 슬픔,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감정들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이상한 죄책감까지도. 마치 자신이 방금 해낸 일의 무게를 아직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법정의 문을 통과할 때, 세아는 깊게 숨을 쉬었다. 그 숨은 자신의 폐를 통과하면서 살짝 떨렸다. 하지만 더 이상 공포로 인한 떨림은 아니었다. 그것은 해방으로 인한 떨림이었다.
복도의 벤치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해원이였다.
해원이는 세아가 법정에서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일어섰다. 그 얼굴에는 기쁨과 안도가 뒤섞여 있었다.
“넌 정말 잘했어, 세아. 정말로.”
해원이가 세아를 안으려고 팔을 벌렸다.
세아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해원이의 팔이 자신을 감쌌을 때, 비로소 세아는 울음이 나왔다.
그것은 무음의 울음이었다. 마치 물속에서 울음을 흘리는 것처럼. 몸은 울고 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마치 그 울음 자체가 비밀이어야 하는 것처럼.
“넌 잘했어. 넌 아주 잘했어.”
해원이가 반복해서 말했다. 그 목소리 속에는 진심이 있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손들이 더 이상 떨리지 않고 있었다.
세아는 천천히 손가락을 펼쳤다가 다시 오므렸다. 움직였다. 살아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것이었다.
## 5부: 회색 하늘
법정 밖의 계단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그것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세아와 해원이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기자들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지만, 검사가 그들을 막아주었다.
세아는 계단의 끝에서 멈췄다.
그리고 하늘을 봤다.
서울의 하늘. 회색이었다. 구름이 두껍게 덮여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흰색과 검은색을 섞어서 칠한 것처럼. 날씨 예보는 오후에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아는 그 회색 속에서 뭔가를 봤다.
빛. 작은 빛. 그것은 구름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었다. 마치 별처럼. 아니, 별보다 더 따뜻한 것처럼.
해원이가 세아의 옆에 섰다.
“뭘 봐?”
해원이가 물었다.
“하늘.”
세아가 답했다.
“흐린데?”
“그래도 빛이 있어.”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이제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그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이전의 세아는 강리우를 위해 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그 불꽃도 사실은 강리우가 심어준 것이었다. 그것은 제어된 불이었다. 안전한 불이었다. 강리우에게 이로운 불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아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은 다른 종류였다. 그것은 자신을 태우는 불이 아니라, 자신을 밝히는 불이었다. 자신을 뜨겁게 데우는 불이었다.
세아는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손가락 사이로 햇빛이 통과했다.
“언젠가는 이 구름도 걷힐 거야.”
세아가 중얼거렸다.
“응, 그럼.”
해원이가 말했다.
그들은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뒤에서는 판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판사는 평결을 내리고 있었다. 강리우에게 불리한 평결이었다. 세아가 법정에서 나온 후에 말이다.
하지만 세아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앞만 봤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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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새로운 시작
세아는 편의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가게는 너무나 많은 기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리우가 처음 나타났던 그곳. 그의 미소, 그의 말, 그의 손.
대신 세아는 새로운 일을 찾았다.
그것은 유기견 보호소의 일이었다. 세아는 그곳에서 버려진 개들을 돌봤다. 학대받은 개들을 돌봤다. 그들이 다시 믿음을 배우도록 도왔다.
왜 그 일을 선택했는지, 세아도 명확히 말할 수는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