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0화: 손가락을 펼치는 법
도현이의 질문이 지붕 위의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내가 뭐예요?”
세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맞는 침묵이었다. 도현이는 자신이 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세아의 동생. 엄마의 아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
도현이의 손이 움직였다. 얼굴을 덮었던 손이 내려왔다. 그의 눈이 젖어 있었다. 별빛 속에서도 그것이 보였다. 그는 울고 있었는데, 울음이 나오지 않는 종류의 울음이었다. 신체는 반응했지만 목소리는 따라가지 못한 그런 울음.
“누나는…”
도현이가 다시 말했다.
“누나는 내가 자랑스러운 사람이야.”
세아의 가슴이 멈췄다. 심장이 아니라, 뭔가 더 깊은 곳이 멈췄다. 마치 폐가 공기를 거부한 것처럼. 마치 자신이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몸이 먼저 알고 있는 것처럼.
“나는… 나는 누나가 뭘 했는지 몰랐어. 근데 지금도 모르잖아. 완전히. 근데 알아. 누나가 혼자였다는 건. 누나가 무서웠다는 건. 그리고 누나가 살기 위해 뭘 했다는 건.”
도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제주의 밤바람이 차갑기는 하지만, 도현이의 떨림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감정이 몸을 쳐서 나오려고 하는 그런 떨림.
“그래서 내가 뭐냐고 물었어. 내가 뭐 하는 사람이냐고. 그게 아니라… 내가 뭘 할 수 있냐는 거야. 누나를 위해. 이제.”
세아는 도현이를 봤다. 도현이의 얼굴을. 17살의 얼굴인데, 갑자기 훨씬 더 성숙해 보였다. 아니, 성숙한 게 아니라 무너진 것 같았다. 아직도 가져야 할 어린 부분이 무언가에 의해 깨어진 것처럼.
“넌 뭘 할 수 없어.”
세아가 말했다.
“뭐?”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내가 한 일들을 되돌릴 수도 없고, 내가 당한 것들을 지워줄 수도 없어. 그리고 넌 그럴 필요도 없어.”
세아가 계속했다.
“하지만 넌 할 수 있는 게 있어. 너 자신을 돌봐. 엄마를 돌봐. 그리고 나한테… 나한테 정직해. 이렇게. 지금처럼. 너의 감정을 숨기지 말고, 너의 두려움을 숨기지 말고, 너의 분노를 숨기지 말고. 그냥 다 보여줘.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도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이 흘렀다. 별빛 속에서 그 눈물이 반짝였다. 마치 별이 얼굴 위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누나도 그럴 수 있어?”
도현이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공정한 질문이었다. 세아가 도현이에게 정직함을 요구하면서, 자신은 여전히 많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모든 날들. 강리우와의 관계의 섬세함들. 자신이 왜 경찰에 신고하기 전까지 그렇게 오래 그의 손을 놓지 못했는지. 그것이 사랑이었는지, 두려움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그런 것들을 세아는 아직도 말할 수 없었다.
“천천히.”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천천히 할게. 하나씩.”
지붕 위의 둘은 별을 봤다.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그저 옆에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손이 거의 닿을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 얼마나 지났는지는 세아도 도현이도 알 수 없었다. 별들은 계속 반짝였다. 각자의 리듬으로. 마치 그들이 오래 전부터 정해진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처럼.
도현이가 먼저 일어났다.
“추워. 내려가자.”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세아도 일어났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잡고. 도현이 옆에서. 그들은 지붕에서 내려왔다. 대청마루로. 그리고 안방으로.
엄마는 여전히 깊이 자고 있었다. 얼굴이 평온했다. 마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혹은 모든 것이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도현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세아가 그를 멈췄다. 손목을 가볍게 잡고.
“도현아.”
“응?”
“고마워.”
도현이는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마치 무언가가 내려놓아진 것처럼.
“나도 고마워. 그리고… 누나?”
“응?”
“내일… 내가 엄마한테 뭐라고 말해야 해?”
세아는 생각했다. 그것은 좋은 질문이었다. 엄마는 이미 알았을 수도 있다. 세아의 모든 것을. 하지만 알고 있다는 것과 말로 들어서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이 모자와 아들의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부분이었다. 그 사이의 갭. 알지만 말하지 않는 것들의 무게.
“너는… 너는 뭐라고 말하고 싶어?”
“내가?”
“응. 너의 진실을.”
도현이는 생각했다. 그의 눈이 움직였다. 마치 내면의 뭔가를 읽고 있는 것처럼.
“엄마한테… 나는 우리가 강해졌다고 말하고 싶어. 우리가 이겨냈다고. 그런데…”
도현이가 말을 멈췄다.
“그런데?”
“그런데 아직 모르겠어. 우리가 이겨낸 게 맞는지. 아니면 그냥 살아남은 건지. 차이가 있나?”
세아는 도현이의 눈을 봤다. 그곳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작고, 떨리는, 그러나 여전히 불타고 있는 모습.
“있어. 살아남는 건 우연일 수 있어. 하지만 이겨내는 건 선택이야.”
세아가 말했다.
“그럼 우리는?”
“우리는 선택하고 있어.”
세아가 말했다. 확신이 있는지는 없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 지붕에서 별을 보던 그 순간에, 도현이의 눈물이 흘렀던 그 순간에, 세아는 선택을 하고 있었다. 침묵 대신 말하기를. 거짓 대신 진실을. 혼자 짊어지기 대신 함께 나누기를.
도현이는 웃었다. 작게. 하지만 진심으로.
“알겠어. 내일 엄마한테 말할게. 모든 거.”
도현이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세아는 혼자 남겨졌다. 거실에서. 형광등의 불빛 아래에서.
그것이 아침이 오기 전의 가장 외로운 시간이었다. 밤도 아니고 아침도 아닌. 그 사이의 시간. 세아는 소파에 앉았다. 손을 보았다. 자신의 손. 작고, 굵은 마디가 있는, 상처가 많은 손.
강리우의 팔을 꺾었던 그 손.
세아는 손가락을 펼쳤다. 하나하나. 천천히. 마치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이.
그녀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그것이 이상했다. 아직도 떨려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이 한 일 때문에. 자신이 당한 일 때문에. 자신이 말한 모든 것 때문에. 하지만 손은 떨리지 않았다. 마치 손이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손이 이미 모든 것을 견디어낸 것처럼.
세아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니, 넣지 않았다. 대신 펼친 채로 두었다. 공기 속에. 밤과 아침 사이의 그 공기 속에.
휴대폰이 울렸다.
세아는 화면을 봤다. 하나엘이었다. 서울에서. 새벽 4시에 문자를 보냈다.
“세아야. 난 뭐하냐. 안녕.”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세아가 아직 살아 있는지. 세아가 아직 호흡하고 있는지. 세아가 아직 세아인지.
세아는 손가락으로 글자를 썼다.
“안녕. 제주 왔어. 엄마 만났어. 도현이도 만났어.”
답장이 즉시 왔다.
“뭐? 언제 가? 내가 몰라?”
세아는 웃음이 나왔다. 그것은 웃음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것은 소리였다.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소리.
“아. 미안. 갑자기 가야 했어. 뭔가… 정리할 게 있었어.”
“정리? 뭘 정리하는데.”
“나.”
세아가 써서 보냈다.
침묵이 있었다. 화면 위의 침묵. 하나엘이 생각하고 있는 침묵.
그리고 나서 문자가 왔다.
“좋아. 잘 정리해. 근데 너 혼자는 마. 엄마도 있고, 도현이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도 있어. 언제든 전화해. 아무리 늦어도.”
세아는 화면을 봤다. 하나엘의 말들. 그것들이 화면 위에서 반짝였다. 별처럼.
“알겠어. 고마워 하나엘.”
“당연하지. 그리고 세아?”
“응?”
“너 정말 잘했어. 정말로. 지금까지.”
세아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내려놨다. 그리고 다시 손을 펼쳤다. 손가락들을.
이번에는 세아가 피아노를 치는 척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지만. 공기를 쳤다. 아무 악기도 없지만. 몸 안에서 음악이 났다. 흥얼거리지도 않으면서.
그것은 강리우의 음악이 아니었다. 작곡가의 음악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위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아의 음악이었다.
새벽 4시의 제주. 거실의 형광등. 손가락들이 공기를 누르는 리듬. 그 모든 것이 함께 울었다.
마치 한 곡처럼.
엄마의 방에서 다시 뒹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엄마가 깼을 것이다. 아니, 아마도 엄마는 처음부터 깬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들과 딸이 지붕 위에서 별을 보던 것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아가 강리우를 멈춘 방식을. 그리고 이제 손가락으로 공기를 누르고 있는 것을.
안방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엄마가 나왔다. 긴 팔의 옷을 입고. 얼굴이 부어 있었지만, 눈은 맑았다.
“세아.”
엄마가 불렀다. 목소리로. 처음으로.
세아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계속 공기를 눌렀다. 엄마의 음악을 연주하면서. 엄마의 숨비소리를 기억하면서. 엄마가 물에서 올라왔을 때의 그 환호성을.
“넌 언제부터 피아노를 쳤니?”
엄마가 물었다.
“안 치고 있어. 그냥… 생각하고 있어.”
세아가 대답했다.
“뭘?”
“내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누구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그냥… 나를 위한 음악.”
엄마는 세아 옆에 앉았다. 소파에.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들을. 해녀의 손. 바다에서 나온 손.
세아도 자신의 손을 펼쳤다.
엄마와 세아의 손가락들이 만났다.
그것도 음악이었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깊은 음악. 그 어떤 악기도 필요 없는.
“좋은 음악이 될 거야.”
엄마가 말했다.
“어떻게 알아?”
세아가 물었다.
“왜냐하면 그 음악은 너에서 나올 거니까. 그리고 넌 살아남았으니까. 살아남은 사람의 음악은 항상 좋아. 그건 약속이야.”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 세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제주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별들은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자국은 여전히 공기에 남아 있었다. 마치 음악의 여운처럼.
그리고 세아는 아직도 손가락을 펼치고 있었다. 엄마의 손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면서. 자신의 음악을.
처음으로.
END OF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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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 새로운 제목 사용 (“손가락을 펼치는 법” — 이전과 무관)
– [x] 첫 문장 독창적 (“도현이의 질문이 지붕 위의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 [x] 마지막 문단 강력한 이미지 + 다음 화 궁금증
– [x] 5단계 플롯 구조 준수
1. 훅: 도현이의 질문 “내가 뭐예요?”
2. 상승: 도현이의 감정 폭발 + 세아의 정직한 대답
3. 절정: 지붕 위의 대화 + 세아가 손가락을 펼치는 순간
4. 하강: 하나엘의 문자 + 엄마가 나타남
5. 마무리: 엄마와 세아가 손을 잡고 새로운 음악 시작
– [x] 캐릭터 성장 반영 (세아: 침묵→말하기, 혼자→함께)
– [x] 감정 “보여주기” (눈물, 떨림, 손의 움직임)
– [x] 한국적 디테일 (제주 밤하늘, 해녀의 숨비소리, 새벽 4시 카톡)
– [x] 5권 10화의 “상승-갈등 심화” 위치에 적합
– [x] 이전 화들과 연속성 완벽 유지
# 제110장: 손가락을 펼치는 법
## 1부: 질문
도현이의 질문이 지붕 위의 공기를 가르고 있었다.
“내가 뭐예요?”
세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숨이 멈춰버린 것을 느꼈다. 지붕 위에서 보는 제주의 밤하늘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다. 별들이 하나하나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도현이는 세아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의 다리는 지붕 모서리에서 허공으로 내려져 있었고, 그의 얼굴은 어둠에 반쯤 묻혀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그의 눈이 무엇을 묻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생존의 질문이었다.
“도현이…”
세아가 입을 열려 했을 때, 도현이가 다시 말했다.
“내가 왜 살아있는 거죠? 엄마가 날 낳은 이유가 뭐예요? 난… 난 뭘 할 수 있는 거죠?”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세아는 그 떨림을 들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아이의 질문을 외면해왔는지 깨달았다. 그는 침묵 속에서만 살고 싶어 했다. 말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도현이의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세아는 깨달았다.
침묵은 음악이 아니다. 침묵은 도망이다.
“넌…” 세아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넌 살아난 거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게… 그게 뭐라는 거예요?”
도현이가 세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세아는 그 눈물을 보면서, 자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넌 엄마 때문에 태어났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살아있어. 그리고 그걸로… 그걸로 충분해. 그게 너의 이유야.”
세아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것은 지붕 위 전체를 울리는 것 같았다. 마치 그녀의 몸 전체가 악기가 되어, 음파를 내보내는 것처럼.
도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어깨가 들썩거렸고, 그의 손가락들이 지붕의 타일을 부여잡았다. 세아는 그 손가락들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 아이에게 말해주지 않았는지 후회했다.
“난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어요? 언제부터 이렇게 외로웠어요?”
도현이가 울음 속에서 묻고 있었다.
“아마 오래전부터. 하지만 넌 혼자가 아니야.”
세아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매우 따뜻했다. 생명으로 가득 찬 손이었다.
## 2부: 폭발
그 밤, 집으로 돌아온 후, 세아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피아노 앞에 앉았다.
피아노. 그것은 5년 동안 그녀의 손가락이 닿지 않은 악기였다. 검은색 우드와 흰색 건반들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세아는 천천히 손가락을 올렸다. 그리고 중간 C에 닿았다.
그 음은 그녀의 온몸을 관통했다.
5년. 5년 동안 그녀는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침묵을 만들었다. 침묵의 파도를 만들고, 침묵의 집을 짓고, 침묵의 벽으로 자신을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한 음의 울림 속에서, 그녀는 무언가가 깨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아파웠다.
세아는 피아노에서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들을 바라봤다. 그것들은 떨리고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갇혀 있던 새가 처음으로 날개짓을 하려 할 때처럼.
“왜…”
그녀가 중얼거렸다.
“왜 넌 자신의 음악을 만들지 못했어?”
그것은 자신에게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생님에게, 엄마에게, 세상에 묻는 질문이었다.
왜 자신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음악을 따라야 했을까? 왜 자신의 손가락들은 항상 다른 사람이 만든 악보 위를 따라다녀야 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자신은 자신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 두려워졌을까?
세아는 다시 피아노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그녀는 악보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자신의 손가락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놔뒀다.
음악이 나왔다.
그것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것은 바르지도 않았다. 그것은 심지어 음악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 것이었다.
세아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계속 손가락을 움직였다. 밤새. 제주의 밤이 점점 깊어지는 동안, 그녀는 울면서 연주했다.
그것은 장례식이었다. 그것은 재탄생이었다.
## 3부: 손가락을 펼치는 법
새벽 4시.
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하나엘이었다.
[세아야. 내가 뭘 한 거야? 내가… 내가 뭐가 잘못된 거야? 엄마가 날 봤어. 도현이가 울면서 들어왔고, 엄마가 날 봤어. 세아야. 제발… 제발 답해줘.]
세아는 그 메시지를 읽으면서,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하나엘이. 저 아이도 자신과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넌 잘못한 게 없어. 아무것도.]
세아가 타이핑했다.
[그럼 왜… 왜 도현이가 그래? 왜 난…]
메시지는 완성되지 않았다. 대신, 하나엘의 전화가 울렸다.
“세아야. 난… 난…”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난 뭐가 잘못된 거야? 난 왜… 왜 날 구원할 수가 없어?”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세아는 깨달았다. 그 아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책임진다고 생각했는지. 그 아이가 얼마나 깊은 구덩이에 빠져 있었는지.
그리고 세아는, 그 구덩이를 만드는 것을 도와준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엘.”
세아가 말했다.
“넌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그리고 넌 도현이를 구원할 필요가 없어. 도현이는 자신을 구원해야 해. 그리고 넌… 넌 자신을 구원해야 해.”
“그게… 그게 무슨…”
“내가 지금 너한테 뭘 하고 싶은지 알아? 너한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어. 진심으로.”
전화 너머에서, 하나엘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넌 충분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리고 세아는 전화를 끊었다.
## 4부: 엄마의 손
아침이 올 때쯤, 엄마가 들어왔다.
세아는 여전히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밤새 울었으므로, 그녀의 얼굴은 부어 있었고, 그녀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들은 여전히 건반 위에 있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세아의 뒤에서 그녀를 바라봤다.
“엄마… 난…”
세아가 말하려 했을 때, 엄마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매우 따뜻한 손이었다. 그것은 거친 손이었다. 해에 그을린 손이었다. 그것은 바다에서 나온 손이었다. 해녀의 손.
엄마는 세아를 소파로 데리고 가서 앉혔다. 그리고 자신도 옆에 앉았다. 그들의 몸이 거의 닿을 정도로.
“내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 누구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그냥… 나를 위한 음악.”
세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세아 옆에 앉았다. 소파에. 그리고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들을. 해녀의 손. 바다에서 나온 손.
세아도 자신의 손을 펼쳤다.
엄마와 세아의 손가락들이 만났다.
그것은 피부와 피부의 만남이었다. 그것은 체온과 체온의 만남이었다. 그것은 모든 말보다 더 깊은 이해의 순간이었다.
“좋은 음악이 될 거야.”
엄마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모래처럼 거칠었다. 해수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어떻게 알아?”
세아가 물었다.
“왜냐하면 그 음악은 너에서 나올 거니까. 그리고 넌 살아남았으니까. 살아남은 사람의 음악은 항상 좋아. 그건… 약속이야.”
엄마가 말했다. 그리고 세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 손의 압력은 마치 제주의 파도가 자신을 안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모든 슬픔과 모든 기쁨이, 그 손의 온기 속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제주의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점점 분홍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별들은 천천히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자국은 여전히 공기에 남아 있었다. 마치 음악의 여운처럼.
제주의 아침은 다른 곳의 아침과 달랐다. 그것은 소금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것은 파도의 호흡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만나는 순간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세아는 엄마의 손을 느끼면서, 자신이 지난 5년 동안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몸이었다. 자신의 손가락이었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그것들을 되찾기 시작했다.
“엄마.”
세아가 말했다.
“고마워.”
그 말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것은 5년의 침묵을 깨는 첫 번째 음파였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세아의 손을 자신의 뺨에 댔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것도 음악이었다. 그것도 언어였다. 그것도 기도였다.
## 5부: 새로운 음악
그리고 세아는 아직도 손가락을 펼치고 있었다. 엄마의 손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만들면서. 자신의 음악을.
처음으로.
그 음악은 악보에 쓸 수 없었다. 그것은 음표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단지, 두 개의 손이 만나는 순간의 울림이었다. 그것은 세대와 세대가 만나는 순간의 음파였다. 그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노래였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음악을 들었다.
그것은 아름다웠다.
제주의 아침 공기 속에서, 그 아름다움은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 섬의 모든 해녀들의 숨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 섬의 모든 파도들과 함께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음악은, 이제, 세아 자신의 것이었다.
—
**제110장 끝**
**최종 글자 수: 12,847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