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109화: 물속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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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9화: 물속의 진실

한강에서 돌아오던 밤이 세아의 뼈를 깎아내고 있었다.

도현이가 물은 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아의 전체 존재를 향한 질문이었다. 세아는 별을 바라보며 답변을 조립해야 했다. 단어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자신이 한강 위의 검은 다리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설명해야 했다. 강리우의 손. 그 따뜻했던 손이 세아의 목을 누르던 그 감각. 그리고 세아가 그를 멈춘 방식. 그것을 말해야 했다.

“강리우가 날 데려갔어.”

세아가 말했다. 별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제주의 밤하늘은 무자비했다. 모든 것을 드러냈다. 거짓을 숨길 장소가 없었다.

“다리 위로.”

“네?”

도현이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작았다. 마치 더 큰 소리로 말하면 세아가 사라질까봐 두려운 것처럼.

“우리가 함께 뛰어내리자고 했어. 그렇게 말했어. 우리가 함께 죽자고. 그게 사랑이라고. 그게 진짜 사랑이라고.”

세아가 계속했다. 목소리가 평탄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더 끔찍했다. 감정이 없는 서술이 때때로 감정이 폭발하는 것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도현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그의 손을 잡았어. 다리 난간에 올라가면서. 내가 먼저 올라가야 한다고 했어. 내가 먼저 뛰어야 한다고. 그렇게 해야 그가 따라올 거라고.”

도현이가 움직였다. 세아의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세아는 여전히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근데 내가 난간에 올라갔을 때, 강리우의 손이 떨렸어. 엄청 떨렸어. 마치 추위 속에서 떨리는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 더 심했어. 그건 생각이 정지된 상태에서의 떨림이었어. 마치 그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의 그런 떨림.”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나는… 나는 그의 팔을 꺾었어.”

침묵이 내려앉았다. 제주의 밤은 깊고 무거웠고, 그 안에서 도현이의 숨소리만 들렸다. 빠르게. 얕게.

“팔을… 꺾었어?”

도현이가 반복했다. 마치 자신이 제대로 들은 건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네. 양쪽 다. 그의 팔을 내 몸무게로 누르면서. 동시에. 그가 비명을 질렀어. 정말 크게. 그리고 다리 위의 모든 것이 흔들렸어. 우리 주변의 공기가 진동했어. 마치 음악이 울리는 것처럼.”

세아가 별을 세고 있었다. 또는 세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많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마치 자신의 죄도 그렇듯이.

“경찰이 왔어. 누군가 신고했어. 다리 아래에서 들었던 비명 때문에. 그리고 강리우는 병원으로 갔어. 손이 부러진 상태로. 그리고 나는… 나는 경찰에 모든 걸 말했어.”

도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정지한 상태로. 마치 이 순간이 지나가면 안 되는 것처럼. 마치 세아가 한 말들이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을 붙잡으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그래서 이제…”

세아가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뭐야?”

도현이가 대신 물었다.

“이제… 나도 몰라. 판사가 결정할 거야. 경찰과 변호사들과 뭔가들이. 근데 강리우는 더 이상 나한테 할 수 없어. 그건 확실해. 법이 그를 멈춰 놨으니까. 법이 우리를 분리했으니까.”

세아가 말했다.

“근데 네 팔은? 강리우가 널 때렸잖아. 너 다치지 않았어?”

도현이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아, 이것이 형제의 본능이구나 하고 세아는 생각했다. 자신이 당한 고통보다 누나가 당한 고통을 더 무서워하는. 그것이 혈연이라는 것의 무서운 점이었다. 그것이 사랑의 가장 순수한 형태였다.

“내 팔은… 괜찮아. 강리우가 내 목을 누르려고 했지만, 나는 그보다 먼저 움직였어. 그래서 내가 이겼어. 물리적으로. 그리고 그 이후로는… 모든 게 너무 빨리 일어났어. 경찰이 왔고, 앰뷸런스가 왔고, 나는 파출소로 갔고, 그리고…”

세아가 쉬었다.

“그리고 제주로 왔어.”

도현이는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마치 울고 싶지만 울 수 없는 것처럼. 마치 이 모든 것이 자신의 감정을 초월하고 있는 것처럼.

“누나가…”

도현이가 말했다.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내가 뭐예요?”

그것이 도현이가 한 가장 약한 질문이었다. 더 이상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로. 마치 자신이 세아와 함께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세아는 도현이를 봤다. 처음으로. 하늘에서 눈을 내리고 도현이의 얼굴을 직접 봤다. 도현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흘러내린 게 아니라, 그저 맺혀만 있는 눈물. 마치 도현이가 자신의 감정을 완전히 통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넌 내 동생이야. 정말로. 그리고 넌 충분해. 충분했어. 지금도. 이 모든 시간에도.”

세아가 말했다. 이번엔 도현이의 눈을 직접 봤다. 돌아봤다. 마주봤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넌 내가 했던 선택들 때문에 상처받았어. 그리고 그건 내 잘못이야. 영원히. 하지만 넌 그 상처들을 가지고 엄마를 챙겼어. 학원도 다녔어. 나를 기다렸어. 그것만으로도 넌 이미 충분했어. 충분히 훌륭했어. 충분히 용감했어.”

세아가 계속했다. 그리고 도현이가 울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마치 바다가 밀려오는 것처럼.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는 물처럼.

세아는 도현이를 안았다. 지붕 위에서. 제주의 밤하늘 아래서. 별들이 보는 앞에서. 그리고 도현이는 세아의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소리 없이 울면서.

“내가… 나도…”

도현이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을 완성할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언어로 옮길 수 없었던 것이다. 분노와 안도와 두려움과 사랑이 모두 동시에 가슴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마치 음악처럼. 마치 화음처럼.

세아는 도현이의 머리를 쓸어 내렸다. 마치 엄마가 자신을 그렇게 하듯이. 마치 그것만으로도 모든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그것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거짓도 때때로 필요했다. 거짓도 때때로 손가락 사이의 온기처럼 소중했다.

집 안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깬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처음부터 자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엄마들은 그런 존재였다. 자식들이 자신을 필요로 할 때를 감지하는. 마치 초음파처럼. 마치 아주 작은 신호만으로도.

“세아야? 도현이야?”

엄마의 목소리. 그것은 두려움도 담고 있었고, 안도도 담고 있었고, 그리고 무언가 더 깊은 것도 담고 있었다. 모든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렇듯이.

세아가 도현이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지붕에서 내려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도현이가 세아의 손을 더 꽉 잡았다. 마치 한번 놓으면 다시 잃을까봐 두려운 것처럼.

“누나.”

도현이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지만 분명했다.

“응.”

“내 밴드… 알아?”

세아가 도현이를 봤다. 다시 정면으로.

“엄마가 말했어. 넌 밴드를 한다고.”

“응. 그런데… 우리가 곡을 하나 했어. 원래 누나 곡을 표절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그냥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만든 거야. 근데…”

도현이가 말을 끝내지 못했다.

“근데?”

“그 곡을… 누나한테 들려주고 싶어. 누나가 고칠 부분이 있으면 말해줘. 누나가 좋아하면… 우리가 누나 이름을 크레딧에 넣을 거야. 작곡에 참여한 사람으로. 아니, 아니다. 그게 아니라…”

도현이가 더듬거렸다.

“그냥… 누나랑 함께 만든 곡이라고 하고 싶어. 진짜로.”

세아의 가슴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엔 상처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마치 얼어붙은 것이 녹아내리는 그런 감각으로.

“좋아. 들려줘.”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도현이는 가사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제주의 밤하늘 아래서. 별빛이 그들 위에 내려앉고 있는 동안. 도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약한 목소리였지만, 그것은 진짜였다. 정말로. 세아가 쓴 어떤 곡보다도 진정성이 있었다.

엄마가 대청마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손에 담요를 들고. 또 다른 담요도 들고. 세아와 도현이가 내려올 때까지.

“이렇게 밤에 뭐하는 거야? 감기 걸려.”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책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랑이었다. 엄마의 사랑이 엄마의 목소리로 변환된 형태.

세아와 도현이는 담요에 감싸졌다. 엄마의 손으로. 엄마의 따뜻함으로. 그리고 셋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의 불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둠도 또 다른 형태의 불빛이었다. 달빛. 별빛. 그리고 무언가 더. 그 어둠 속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존재.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밤은 계속 깊어질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밤은 다른 밤이었다. 혼자인 밤이 아니라, 함께인 밤. 상처받은 밤이지만, 동시에 치유되는 밤.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올 것이라는 것을. 제주의 아침은 노란색일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노란색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지금은 밤이었다. 그리고 세아는 밤을 받아들였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도현이가 또 다시 세아의 손을 잡았다. 거실의 어둠 속에서. 마치 이 손을 놓으면 모든 것이 다시 사라질까봐 두려운 것처럼. 그리고 세아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도현이가 원하는 만큼. 도현이가 필요로 하는 만큼. 더 이상 자신의 필요만을 중심으로 살지 않고, 누군가 다른 사람의 필요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너 정말 팔을 꺾었어?”

도현이가 다시 물었다. 마치 아직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응.”

세아가 대답했다.

“시원했어?”

도현이가 물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호기심이었다. 또는 뭔가 더. 뭔가 누나를 지지하려는 마음이었다.

“아니. 끔찍했어. 정말로. 그의 비명을 들었을 때 내 손도 떨렸어. 하지만… 동시에… 자유로워졌어. 정말로.”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진실이었다. 어두운 진실이지만, 진실이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함께 섰다. 엄마도 함께. 거실의 어둠 속에서. 그리고 어둠은 그들을 감쌌다. 따뜻한 어둠으로. 더 이상 도망칠 필요가 없는 그런 어둠으로.

제주의 밤은 계속되고 있었다. 별들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고, 바다는 여전히 검은색이었고, 그리고 세아는 마침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불이 타오르는 방식도 있고, 불이 꺼지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세아가 배우고 있는 것은 세 번째 방식이었다. 불이 온기로 변환되는 방식. 불이 다른 사람들을 데우는 방식. 자신을 태우면서도, 동시에 누군가를 구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이,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였을 것이다.

# 제주의 밤, 그리고 함께함

밤 열시 삼십 분. 세아는 거실의 창가에 서 있었다. 손에는 두 장의 담요를 들고 있었고, 그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묵직했다. 면직물의 부드러운 감촉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담요에서 풍기는 향기는 섬유유연제와 햇빛이 섞여 있었다. 엄마가 아침에 일궈낸 냄새였다. 그 냄새만으로도 뭔가 가슴이 철렁했다.

창밖으로는 제주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별들이 점점이 떠 있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한낮의 제주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낮의 제주는 밝고 선명하고, 때로는 너무 투명해서 숨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밤의 제주는 달랐다. 어둠이 모든 것을 감싸주고 있었다. 과거도, 상처도, 그리고 자신의 죄책감도.

세아는 깊게 숨을 쉬었다. 밤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왔다. 짠맛이 났다. 바다 내음이었다. 이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뭔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내장이 깨끗이 씻겨지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밤에 뭐하는 거야? 감기 걸려.”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책망이었지만, 동시에 책망이 아니었다. 세아는 그 모순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엄마의 목소리 톤, 그 미세한 떨림,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감정들. 그것은 사랑이었다. 엄마의 사랑이 엄마의 목소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변환된 형태였다.

세아가 돌아섰다. 엄마는 거실 입구에 서 있었고, 뒤에는 세아와 도현이가 보였다. 도현이는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작은 눈이 자주 떨렸다. 깨어 있는 상태와 자는 상태 사이의 어딘가에 있었다. 세아와 도현이는 잠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의 작은 몸은 밤의 어둠 속에서 더욱 작아 보였다.

“세아가 밤 공기를 마시고 싶다고 했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의 일부였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세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선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마치 엄마의 눈이 세아의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시선에는 분노가 없었다. 오직 걱정과, 그리고 뭔가 더 깊은 것이 있었다. 이해. 아, 엄마도 알고 있었구나. 밤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어둠이 때로는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엄마가 다가왔다. 그리고 세아가 들고 있는 담요를 받아들었다. 손과 손이 만났다. 엄마의 손은 따뜻했다. 아니, 뜨거웠다. 마치 엄마의 체온이 모든 것을 녹일 수 있을 것처럼.

“자, 이리 와. 엄마가 해줄게.”

엄마가 도현이에게 말했다. 도현이는 졸린 눈으로 엄마에게 가까이 갔고, 엄마는 그 작은 몸을 담요로 감싸기 시작했다. 담요가 도현이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마치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안전한 어둠 속으로.

“세아도.”

엄마가 말했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라 초대였다.

세아가 엄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엄마는 또 다른 담요를 들었다. 거실 소파 위에 놓여 있던 담요였다. 엄마는 그것을 펼쳤고, 세아와 도현이를 모두 감싸기 시작했다. 담요가 세아의 피부에 닿았을 때, 뭔가가 녹아내렸다. 그동안 쌓였던 긴장. 공포. 죄책감. 모든 것이 그 부드러운 면직물의 터치로 인해 조금씩 녹아내렸다.

세아는 엄마의 가슴에 기대었다. 그곳에서 엄마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똑딱, 똑딱. 규칙적인 박동. 살아있는 증거. 엄마는 살아 있고, 세아도 살아 있고, 도현이도 살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 들어가자.”

엄마가 말했다.

셋이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의 불이 꺼져 있었다. 엄마는 불을 켜지 않았다. 마치 불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세아는 그것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어둠. 그것은 공포의 상징이 아니었다. 세아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과는 달랐다. 어둠은 또 다른 형태의 불빛이었다. 달빛. 창밖에서 스며드는 달빛이 거실의 바닥에 은색으로 흘렀다. 별빛. 창문을 통해 보이는 별들의 빛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더. 바로 함께하는 사람들의 존재. 엄마의 온기. 도현이의 숨소리. 세아 자신의 심장 박동. 이 모든 것이 함께 만들어내는 빛. 그것이 어둠 속에서 가장 밝은 빛이었다.

세아는 소파에 앉았다. 엄마도 앉았다. 도현이는 엄마와 세아 사이에 앉았다. 담요는 여전히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마치 세 사람이 하나의 생명체로 변하고 있는 것처럼.

시간이 흘렀다. 분 단위로는 측정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하게 흐르는 시간. 세아의 심장 박동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숨도 깊어졌다. 신체가 이완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긴장도 천천히 흘러내렸다.

“너 팔 어때?”

도현이가 갑자기 물었다. 그 목소리는 졸음 속에서도 선명했다. 아이의 목소리. 순수한 호기심과 걱정이 섞여 있는 목소리.

“응. 괜찮아.”

세아가 대답했다. 거짓이었다. 팔은 아팠다. 뼈가 부러진 후에 깁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정말 팔을 꺾었어?”

도현이가 다시 물었다. 마치 아직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아이의 입에서 나온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 속에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었다. 누나가 정말로 그렇게 용감했을까? 누나가 정말로 무언가를 했을까? 누나가 정말로 변했을까?

“응.”

“시원했어?”

도현이가 물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호기심이었다. 또는 뭔가 더. 누나를 지지하려는 마음이었다. 아이도 알고 있었다. 누나가 뭔가 큰 것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누나를 돕는 방법이라는 것을.

세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진실을 말해야 할까. 거짓을 말해야 할까. 아니다. 진실만이 도현이를 도울 수 있었다. 진실만이 세아 자신을 도울 수 있었다.

“아니. 끔찍했어. 정말로.”

세아가 말했다. 그 말은 낮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했다.

“그의 비명을 들었을 때 내 손도 떨렸어. 하지만… 동시에… 자유로워졌어. 정말로.”

침묵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호흡 소리만 들렸다. 엄마가 세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마치 세아가 다시 아기가 되어가는 것처럼.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아니, 그 감촉을 간절하게 원했다.

“사랑해. 우리 세아.”

엄마가 속삭였다.

세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후회의 눈물이 아니었다. 해방의 눈물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감정들이 눈을 통해 흘러나가고 있었다. 세아는 울면서도 이상하게 평온했다. 마치 자신의 영혼이 씻겨지고 있는 것처럼.

도현이가 세아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었다. 따뜻한 손이었다. 마치 이 손을 놓으면 모든 것이 다시 사라질까봐 두려운 것처럼, 그 작은 손이 세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세아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도현이가 원하는 만큼. 도현이가 필요로 하는 만큼. 더 이상 자신의 필요만을 중심으로 살지 않고, 누군가 다른 사람의 필요도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거실의 어둠이 점점 깊어져 갔다. 밤이 한 시간 더 지나갔고, 두 시간 더 지나갔다. 하지만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 순간이었다. 이 순간, 이 어둠 속에서, 함께하는 이 순간이었다.

제주의 밤은 계속 깊어지고 있었다. 별들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고, 바다는 여전히 검은색이었고, 그리고 세아는 마침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과거도, 자신의 행동도, 그리고 자신의 미래도.

불이 타오르는 방식도 있고, 불이 꺼지는 방식도 있다. 세아가 배우고 있는 것은 세 번째 방식이었다. 불이 온기로 변환되는 방식. 불이 다른 사람들을 데우는 방식. 자신을 태우면서도, 동시에 누군가를 구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이, 아마도, 사랑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였을 것이다.

밤은 계속될 것이었다. 하지만 세아는 더 이상 밤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밤도 낮처럼 살아있는 시간이었다. 어둠도 빛처럼 필요한 무언가였다. 그리고 함께함도, 혼자임도, 모두가 삶의 일부였다. 세아는 이제 그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앎이 세아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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