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97화: 위험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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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7화: 위험한 침묵

차 안의 공기가 얇아졌다. 준호는 여전히 운전대를 만지고 있었고, 민준은 조수석에서 숨을 참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형광등의 빛이 준호의 얼굴을 반으로 가르고 있었다. 한쪽은 밝고, 한쪽은 어둠이었다. 마치 그의 내면이 외부로 투영되는 것처럼.

“박미라는 너를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

준호가 마침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창에 맞닿아 울렸다.

“그게 뭐가 나쁜가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손이 무릎에 쉬고 있었다. 제어된 위치. 배우의 위치.

“나쁜 게 아니라, 위험한 거야.”

준호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 그의 전체 얼굴이 보였다. 어두운 얼굴. 피로한 얼굴. 그런데 그의 눈은 명확했다. 카메라처럼 명확했다.

“위험하다는 게…”

민준이 말을 시작했지만, 준호가 손을 들어 그를 멈추게 했다.

“박미라는 너를 봤어. 정말로 봤어. 대부분의 감독들은 배우를 도구로 보지만, 그 여자는 달라. 그 여자는 배우 안의 뭔가를 찾아내려고 해. 진짜 것을. 숨겨진 것을.”

준호가 설명했다. 그의 손이 이제 운전대에서 떨어져 나왔다. 손가락이 가슴 위에 올려졌다.

“그게 왜 위험한가요?”

민준이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준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단지 말해야 할 말일 뿐이었다.

“왜냐하면 넌 가져선 안 될 것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더 낮아졌다. 마치 비밀을 공유하는 것처럼.

민준의 손이 움직였다. 자동으로. 신체 반응. 무언가 방어하려는 움직임. 하지만 그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냥 무릎에 다시 내려놨다.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마.”

준호가 다시 끊었다.

“차라리 듣기만 해.”

그들 사이의 침묵이 길어졌다. 주차장 밖에서 바람이 불었고, 그것이 자동차를 약간 흔들었다. 마치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육지에서 떠내려가는 배 같은 느낌.

“넌 세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어.”

준호가 계속했다.

“첫 번째는 너 자신을 연기하는 거. 배우로서의 너. 그것은 괜찮아. 모든 배우가 한다.”

준호의 목소리는 교과서적이었다. 마치 강의를 하는 것처럼.

“두 번째는 배우 안에 뭔가 진정한 것을 숨기려고 애쓰는 것. 그것도 괜찮아. 실제로 대부분의 좋은 배우들은 그걸 한다. 진정한 자신의 일부를 보여주되, 나머지는 숨긴다. 그것이 신비로움을 만든다.”

준호가 한 숨을 쉬었다.

“하지만 셋째는… 셋째는 너 스스로도 뭐가 진짜이고 뭐가 거짓인지 모르는 거야. 그리고 그것이 바로 박미라가 본 것이야. 그 표정에서. 그 어둠에서.”

민준은 이제 준호를 직접 바라봤다. 그의 눈이 준호의 눈을 만났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준호가 지금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은 충고가 아니었다. 이것은 경고였다.

“내가 아까 대기실에서 넌 아직도 내려가고 있다고 했잖아.”

준호가 계속했다.

“그건 정확한 말이 아니었어. 넌 내려가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바닥에 닿았어. 그리고 지금 넌 그 바닥을 파내려고 하고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민준이 물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진정 궁금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저항하는 목소리였다. 자신을 지키려는 목소리.

“박미라가 봤던 그 표정. 희생이라고 한 그 표정. 그건 단순한 연기의 결과가 아니야. 그건 네가 정말로 무언가를 포기하려고 하는 표정이었어. 그리고 그 포기가 진짜였어. 촉감이 진짜였어. 모든 게 진짜였어.”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이제 그의 눈이 다시 형광등 쪽으로 향했다. 민준의 얼굴에서 떨어져.

“그게 문제야. 박미라 같은 감독은 그걸 먹이로 삼아. 그리고 넌 먹이처럼 행동하고 있어. 마치 네가 사냥당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민준의 가슴이 철렁했다. 준호의 말이 정확했다. 너무 정확했다. 마치 자신의 내부에 카메라가 있는 것처럼 정확했다. 그리고 그 정확함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그것은 준호가 자신을 본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완전하게. 숨김 없이.

“넌 지금 뭘 원해?”

준호가 물었다.

“뭐를 원한다는 게요?”

민준이 반문했다.

“간단한 질문이야. 넌 지금 뭘 원해? 이 역할을 하고 싶어? 박미라한테 감동을 주고 싶어? 아니면 그냥… 누군가한테 보여지고 싶어?”

민준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물고기처럼. 산소를 찾으려고 애쓰는 물고기처럼. 그리고 결국 말했다.

“다 원합니다.”

“그게 문제야.”

준호가 답했다.

“모든 걸 동시에 원할 수는 없어. 뭔가는 포기해야 돼. 그리고 지금 넌 포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동시에 포기하는 척 하고 있어. 그게 가장 위험한 상태야.”

“그럼 뭘 포기해야 합니까?”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작았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준호는 한동안 답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다시 운전대로 올라갔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그냥 공중에 멈춰있었다. 어딘가를 향해 가려다 멈춘 손처럼.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야. 난 도와줄 수 없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어.”

준호가 마침내 말했다.

“형, 그럼…”

“우리는 여기서 끝이야.”

준호가 말했다. 갑자기. 폭탄처럼.

민준의 눈이 확장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건 다 했어. 너를 제지했고, 경고했고, 충고했어. 하지만 이제 넌 선택을 해야 돼.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너 혼자가 감당해야 돼.”

준호가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감정적이지 않았다. 배우가 대사를 읽는 것처럼. 정확하고, 냉정하고, 거리감 있게.

“아니, 잠깐.”

민준이 손을 들었다.

“지금 뭐라고 하시는 건데요? 내가 뭘 잘못했어요? 내가 당신한테 뭘 했어요?”

“넌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그게 문제야.”

준호가 말했다.

“넌 계속 옳은 짓을 하고 있어. 정확하게 하고 있어. 배우로서 해야 할 모든 것을 정확하게 하고 있어. 하지만 그 정확함이 너를 죽이고 있어. 천천히. 조용하게.”

민준은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무릎 위에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의 손 같은 손. 통제된 손. 안정된 손.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떨리고 있는 손.

“그리고 넌 그걸 느끼고 있어. 그 죽음을 느끼고 있어. 그 조용한 죽음을. 그래서 넌 지금 박미라한테 자신을 노출시키려고 하고 있어. 마치 누군가한테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처럼. 카메라를 통해서.”

준호가 말했다.

“그럼… 그럼 내가 뭘 해야 한다는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그리고 준호는 그것을 들었다. 그리고 한 순간, 준호의 얼굴에 뭔가가 흔들렸다. 연민. 아주 짧은,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연민.

하지만 그것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건 내가 말해줄 수 없어. 넌 스스로 찾아야 돼. 그리고 그것을 찾는 과정 자체가 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할 거야.”

준호가 말했다.

그들 사이의 침묵이 다시 내려왔다. 하지만 이번의 침묵은 이전과 달랐다. 이것은 끝의 침묵이었다. 뭔가가 닫히는 침묵이었다.

민준은 차 밖으로 나갔다. 준호는 그를 보내지 않았다. 단지 시동을 걸었을 뿐이다. 엔진음이 울렸다. 검은 제네시스가 주차장 안에서 움직였다. 천천히. 그리고 민준은 그 차가 떠나는 것을 봤다.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봤다. 마침내 주차장의 출구를 지나는 것을 봤다.

그리고 민준은 혼자 남겨졌다.

주차장의 형광등이 그의 머리 위에서 울렸다. 전자음의 울음. 파리나 나방들이 그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다. 빛에 끌린 곤충들. 자신도 모르는 본능으로 끌려온 곤충들.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을 켰다. 시간은 오후 7시 45분이었다. 화면에는 카카오톡 앱이 켜져있었다. 여러 개의 메시지가 쌓여있었다. 박미라로부터. 내일 촬영 시간. 같은 신을 또 한 번 할 거라는 메시지.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는:

“민 배우, 오늘 촬영 정말 좋았습니다. 내일도 그 표정을 다시 줄 수 있을까요? 그 희생의 표정. 그 어둠.”

민준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충분할 정도로.

그는 생각했다. 준호가 한 말들을. “모든 걸 동시에 원할 수는 없어.” “뭔가는 포기해야 돼.” “그 정확함이 너를 죽이고 있어.”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준호의 말이 맞다는 것을. 완벽하게, 절망적으로 맞다는 것을.

주차장을 떠나야 했다. 형광등의 울음에서 벗어나야 했다. 빛에 끌린 곤충이 되기를 멈춰야 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검은 아스팔트 위에서. 형광등 아래에서.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 순간, 그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벨소리. 다른 번호였다. 준호가 아니었다.

화면을 봤을 때, 민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발신자: 수진.

그것은 CEO였다. 이수진.

민준은 한동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벨소리가 계속 울렸다. 주차장에서. 형광등 아래에서. 그리고 마침내 그는 버튼을 눌렀다.

“네, 대표님.”

그의 목소리는 안정적이었다. 배우의 목소리. 통제된 목소리. 숨김의 목소리.

“민 배우, 지금 어디세요?”

이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부드러웠다. 그런데 그 부드러움은 더 위험해 보였다. 칼날을 벨벳으로 감싼 것처럼.

“주차장에 있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좋습니다. 지금 사무실로 올라오실 수 있을까요? 우리가 얘기할 게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민준이 답했다.

전화가 끊겼다.

민준은 다시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손이 이제 움직이고 있었다. 자동으로. 주차장에서 건물로. 엘리베이터로. 사무실로 향하는 움직임.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그는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었다. 준호의 말처럼. 이미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 바닥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래로 갈수록, 위가 더 멀어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15층. CEO 사무실이 있는 층.

그리고 민준은 올라갔다.


이수진의 사무실은 창문이 많았다.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불빛의 도시. 무수한 작은 불빛들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별들처럼. 하지만 별들은 죽은 빛이고, 이 도시의 불빛들은 살아있는 빛이었다. 누군가의 욕망이 타는 빛.

“앉으세요, 민 배우.”

이수진이 말했다. 그녀는 창문 앞에 서 있었다. 민준을 보지 않으면서. 도시를 보면서.

민준은 소파에 앉았다. 가죽 소파. 부드러운 소파. 하지만 그것은 불편했다. 너무 편안한 것이 불편했다.

“박미라 감독이 오늘 촬영에 대해 저한테 연락했어요.”

이수진이 말했다.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이었습니다. 그녀는 당신이 정말 특별한 배우라고 했어요.”

“감사합니다.”

민준이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감사함이 없었다. 그것은 단지 말이었다.

“특별하다는 게 뭘 의미하는 줄 아세요?”

이수진이 물었다. 이제 그녀는 돌아섰다. 민준을 정면으로 봤다. 그녀의 눈은 차갑고 정확했다.

“모르겠습니다.”

민준이 답했다.

“그건 위험하다는 뜻이에요. 특별한 사람은 항상 위험해요. 왜냐하면 특별함은 통제할 수 없으니까.”

이수진이 말했다. 그리고 민준의 소파 맞은편에 앉았다.

민준은 침을 삼켰다. 준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박미라는 너를 봤어. 정말로 봤어.”

“그런데 난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수진이 계속했다.

“당신은 아직도 나를 두려워하니까. 당신은 아직도 내게 의존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당신은 아직도 자신이 뭔지 모르니까.”

민준이 입을 열었다 닫았다. 이수진의 말이 정확했다. 너무 정확했다.

“내가 당신한테 한 가지만 질문하고 싶어요.”

이수진이 말했다.

“당신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니면 그냥 누군가가 당신을 봐주기를 원해요?”

그것은 준호가 한 질문과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답할 필요가 있었다. 이수진은 준호와 달랐다. 이수진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둘 다입니다.”

민준이 말했다.

이수진이 웃었다. 그것은 따뜻한 웃음이 아니었다. 냉소적인 웃음이었다.

“그래요. 둘 다. 그게 당신의 문제야. 당신은 항상 둘 다를 원해. 하지만 이 세상에서 둘 다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수진이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민준에게 한 폴더를 건넸다. 검은색 폴더.

“이게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당신의 다음 역할이에요.”

이수진이 답했다.

“극영화. 매우 어두운. 매우 깊은. 그리고… 매우 위험한 역할이에요.”

민준이 폴더를 열었다. 시나리오가 들어있었다. 첫 페이지에 제목이 있었다:

“침묵의 증인”

그리고 민준은 깨달았다. 이제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준호가 경고한 그 깊은 곳으로의 추락이 정말로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무도 그를 멈출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제97화 끝]

# 제97화 확장판: 특별함의 대가

## 1부: 피드백

회의실의 형광등이 차갑게 내려앉혀 있었다. 민준은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탁탁탁. 리듬감 있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이수진이 입을 열기 전까지.

“매우 긍정적인 피드백이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이수진의 얼굴은 밝았지만, 그 밝음은 햇빛 같은 온기가 아니라 수술실의 조명 같았다. 예민하고, 비정하고, 모든 것을 드러내는.

“그녀는 당신이 정말 특별한 배우라고 했어요.”

이수진이 계속했다. 그녀는 서 있었다. 창문 쪽으로 몸을 향한 채. 마치 바깥의 서울 야경이 자신의 말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이.

“감사합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 말은 마치 기계에서 나온 음성처럼 들렸다. 감정의 톤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 그의 목구멍은 건조했다. 아침부터 마신 커피 때문일까? 아니면 불안감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테이블을 두드렸다. 탁탁탁.

이수진이 천천히 돌아섰다. 그녀의 움직임은 춤을 추듯 자연스러웠다. 마치 모든 행동이 계획된 것처럼.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사실이었을 것이다. 이수진 같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계획한다.

“특별하다는 게 뭘 의미하는 줄 아세요?”

그녀가 물었다. 이제 그녀는 민준을 정면으로 봤다. 그들의 눈이 만났다. 민준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차갑고 정확했다. 마치 두 개의 검은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지만 자르는 것도 쉬웠다.

민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나왔다. 약했고, 불안정했고, 진실에 가까웠다.

“모르겠습니다.”

“그건 위험하다는 뜻이에요.”

이수진이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그녀는 민준과 마주보는 쪽에 앉았다. 마치 심문실에서 피의자와 경찰처럼. 아니, 더 정확히는 사냥감과 사냥꾼처럼.

“특별한 사람은 항상 위험해요. 왜냐하면 특별함은 통제할 수 없으니까.”

민준은 침을 삼켰다. 그 침이 식도를 내려가면서 그는 준호의 목소리를 들었다. 몇 주 전 그 카페에서 들었던.

*“박미라는 너를 봤어. 정말로 봤어.”*

그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마치 유령처럼. 아니, 유령이 아니라 물고기 갈고리처럼. 한 번 박히면 빠져나올 수 없는.

“그런데 난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수진이 계속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그것은 위협이 아니라 약속처럼 들렸다.

“당신은 아직도 나를 두려워하니까. 당신은 아직도 내게 의존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잠깐 멈췄다. 그 침묵이 거대했다. 마치 심연처럼.

“당신은 아직도 자신이 뭔지 모르니까.”

그 말이 민준의 가슴을 찔렀다. 그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마치 물 밖의 물고기처럼. 입을 벌렸다 닫았다. 벌렸다 닫았다. 그러나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수진의 말이 너무나 정확했다. 그것이 가장 끔찍한 부분이었다.

## 2부: 질문

“내가 당신한테 한 가지만 질문하고 싶어요.”

이수진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의 얼굴이 민준에게 더 가까워졌다. 민준은 그녀의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장미와 무언가 금속적인 향.

“당신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니면 그냥 누군가가 당신을 봐주기를 원해요?”

그 질문이 공중에 떠있었다. 마치 독가스처럼. 무색무취하지만, 흡입하는 순간 치명적인.

민준은 알았다. 이것이 바로 그 질문이라는 것을. 준호가 했던 것과 같은 질문. 하지만 이번에는 대답할 필요가 있었다. 이수진은 준호와 달랐다. 준호는 기다려줬다. 준호는 민준이 자신의 대답을 찾을 때까지 침묵으로 기다려줬다.

하지만 이수진은 다르다. 이수진은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민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의 폐가 공기로 채워졌다. 그 공기는 회의실의 차가운 공기였다. 아무런 생명도, 아무런 따뜻함도 없는.

“둘 다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약했지만, 이번에는 확신이 조금 섞여 있었다.

이수진이 웃었다.

그것은 따뜻한 웃음이 아니었다. 냉소적인 웃음이었다. 마치 그녀가 민준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그것이 얼마나 초라한지 웃고 있는 듯했다.

“그래요. 둘 다. 그게 당신의 문제야.”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웃음이 사라졌다. 다시 그 차가운 표정이 돌아왔다.

“당신은 항상 둘 다를 원해. 하지만 이 세상에서 둘 다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민준은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판결문이었다. 자신의 운명에 대한 판결문.

그는 목 뒤쪽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스트레스의 신호였다. 그의 몸이 보내는 경고.

## 3부: 폴더

이수진이 몸을 옆으로 기울였다. 그녀의 손이 옆 탁자로 뻗어갔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검은색 폴더.

그것이 민준의 앞에 놓였다. 탁자의 표면에 가볍게. 마치 폭탄을 조심스럽게 놓듯이.

“이게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이었다.

“당신의 다음 역할이에요.”

이수진이 답했다. 그녀의 미소가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더 예리해 보였다.

“극영화. 매우 어두운. 매우 깊은. 그리고…”

그녀는 멈췄다. 그 멈춤이 의도적이었다.

“매우 위험한 역할이에요.”

민준의 손이 폴더로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이 검은색 표지를 만졌다. 그것은 차갑고 매끄러웠다. 가죽처럼. 아니, 뱀의 가죽처럼.

그는 폴더를 열었다. 천천히. 마치 시간을 늘리려는 것처럼. 마치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알고 싶지 않은 것처럼.

시나리오가 들어있었다. 두꺼운 종이에 인쇄된. 손가락으로 만져진 흔적이 몇 곳 있었다. 누군가 이미 이것을 읽었다는 뜻이었다.

첫 페이지에 제목이 있었다.

## 4부: 제목

**침묵의 증인**

글자들이 민준의 눈에 들어왔다. 각각의 글자가 뚜렷했다. 마치 칼로 종이에 새겨진 것처럼.

침묵의 증인.

민준은 그 제목을 소리내어 읽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마음 속에서 울렸다.

침묵의 증인.

그는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인물 소개 페이지였다. 여러 명의 인물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의 이름 옆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보기 위해 아래로 스캔했다.

**민준 역 – 한준호(27세, 전직 경찰, 심리적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

그를 설명하는 문장들을 읽으며 민준은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것을 종이에 옮겨놓은 것 같았다.

*“심리적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

그 부분이 자꾸만 반복되어 읽혔다.

“어때요?”

이수진이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앉아 있었다.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과 만났다.

“이건… 복잡해 보여요.”

그가 말했다.

“그래요. 복잡해요. 정말로 복잡해요.”

이수진이 대답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당신이 준비된 것보다 훨씬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갈 거예요. 당신의 영혼의 가장 어두운 부분으로.”

민준은 그 말을 듣고 무언가 떨렸다. 그것은 두려움일 수도 있고, 기대감일 수도 있었다.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 5부: 깨달음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은 깨달았다.

이제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준호가 경고했던 그 깊은 곳으로의 추락이 정말로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그 경고는 명확했었다. 몇 주 전 준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다시 떠올랐다.

*“넌 뭔가 다르야. 그리고 그 다름이… 위험해.”*

민준은 손에 들린 폴더를 내려다봤다. 검은색 표지가 빛을 반사했다. 마치 눈이 빛나는 것처럼.

“이 역할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수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은 예전보다 더 길었다.

“당신은 변할 거예요. 누군가는 그것을 성장이라고 부르겠지. 하지만 난 그것을 ‘잠식’이라고 불러요. 당신의 영혼이 이 역할에 의해 천천히 잠식되는 것.”

민준의 손이 떨렸다. 폴더가 거의 떨어질 뻔했다.

“당신을 멈출 수 있어요. 지금 이 역할을 거절할 수 있어요.”

이수진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하지 않을 거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대적인 확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알고 있으니까.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신은 이 어두움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을.”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 말이 없었다.

## 6부: 불가피한 운명

그리고 그 순간,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왔다.

더 무섭고, 더 깊은 깨달음.

아무도 그를 멈출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민준 자신도 아니고, 준호도 아니고, 이수진도 아니고, 아무도.

왜냐하면 이미 그 기계는 작동하고 있었으니까. 이미 그 수레바퀴는 굴러가고 있었으니까. 이미 그 운명은 쓰여져 있었으니까.

민준은 폴더를 다시 들었다. 이번에는 떨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가 그것을 받아들였다는 뜻이었다.

“언제 시작하죠?”

그가 물었다.

이수진의 미소가 더 넓어졌다.

“내일. 오후 2시. 스튜디오에서 첫 리딩이 있어요.”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일어났다. 그의 다리가 조금 불안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숨겼다.

문으로 향했다.

“민준.”

이수진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멈췄다. 돌아섰다.

“이 역할에서… 당신은 누군가를 죽일 거예요. 극 속에서, 물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신 자신도 죽을 거예요. 당신이 알고 있던 민준이라는 사람이 말이에요.”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봤다. 그녀의 검은 눈을 봤다. 그 눈 속의 무한한 어둠을 봤다.

“그럼 누가 남을까요?”

그가 물었다.

이수진이 웃었다.

“그게 재미있는 부분이에요. 아무도 모른다는 것. 당신도 모를 거고, 나도 모를 거고, 박미라도 모를 거고. 오직 당신이 그 과정을 겪으면서… 천천히 알아가게 될 거야.”

민준은 문을 열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네. 내일 뵙겠습니다.”

이수진이 대답했다.

그리고 민준은 문을 닫았다.

회의실 뒤에는 이수진이 혼자 남았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어두웠고, 깊었고,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그녀는 손에 들린 또 다른 폴더를 내려다봤다. 그 폴더 위에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민준 – 심리 분석 파일**

그녀가 그것을 열었을 때, 안에는 수십 장의 사진과 메모들이 있었다. 민준이 영화 촬영 중에 찍힌 사진들. 각각의 사진 옆에는 상세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왼쪽 눈 깜박임 횟수 증가 – 불안감의 신호”*

*“오른쪽 입술 떨림 – 통제력 상실”*

*“목 뒤 근육 경직 – 심리적 압박감”*

이수진은 이 모든 메모들을 읽으며 더욱 깊이 웃었다.

그녀는 이미 민준을 알고 있었다. 그의 약점을, 그의 욕망을, 그의 두려움을.

그리고 그 지식은 권력이었다.

## 에필로그: 밤

민준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흘러갔다. 불빛들이 흐릿하게 번져 있었다. 마치 물감이 종이에 번지는 것처럼.

그는 손에 들린 폴더를 내려다봤다.

**침묵의 증인**

그는 시나리오를 다시 펼쳤다. 첫 장면을 읽기 시작했다.

**씬 1. 밤 11시, 버려진 건물**

**한준호는 어두운 복도를 걸어간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가 들려 있다. 총인가? 칼인가?**

**카메라는 그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의 표정은 공허하다. 마치 그가 이미 죽어있는 것처럼.**

민준은 읽기를 멈췄다.

그 장면이 그의 마음 속에서 자꾸만 반복되었다. 그것이 영화 속의 장면일까? 아니면 그의 현실일까?

그는 창밖을 봤다. 밤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별들은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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