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6화: 거울의 반대편
아메리카노는 이미 식었다. 민준은 그것을 알았지만, 여전히 집어 들었다. 따뜻함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이 무언가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느낌 때문에. 준호는 민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오래. 마치 자신이 무엇을 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듯이.
“그럼 지금은?”
민준이 물었다. 목소리가 낮았다.
“지금은 회의실 C에 가지 않는다.”
준호가 대답했다.
“왜요?”
민준이 물었다.
“왜냐하면, 너는 아직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나도, 우리도.”
준호가 설명했다.
그 ‘우리’라는 단어가 민준의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우리. 자신과 준호. 그리고 아마도 다른 누군가. 민준은 우리가 카페 어딘가에 있는지 찾아봤다. 하지만 카페는 조용했다. 창가 쪽에 노트북을 들고 있는 대학생. 창문 옆의 노인 부부. 카운터 뒤의 바리스타. 그뿐이었다.
“우리가 여기 있어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스마트폰을 들었다. 화면을 켰다. 그리고 민준에게 보여줬다. 메시지 창이 열려 있었다. 우리로부터의 메시지였다. 시간은 오전 10시 03분. 지금 정확히 16분 전.
“아직도 안 왔어? 난 이미 근처에 있어. 카페 맞지?”
민준은 그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갑자기 깨달았다. 자신이 카페에 들어왔을 때 준호가 이미 앉아 있었던 이유. 창가 쪽이 아닌 구석에 앉아 있었던 이유. 입구가 보이는 위치에.
“우리가 뭐하려고 했어요?”
민준이 물었다.
“모니터링.”
준호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뭘?”
민준이 물었다.
“너. 그리고 이 상황. 너가 혼자 결정하지 않도록 누군가는 옆에 있어야 해. 아무리 거리가 있어도.”
준호가 설명했다.
민준은 그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느꼈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 아니, 정확하게는 자신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고 판단받는 느낌. 자신의 선택을 자신이 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그런 사람 같나요?”
민준이 물었다.
“뭐?”
준호가 물었다.
“혼자서 결정을 못 할 정도로 약한 사람 같나요?”
민준이 다시 물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봤다. 강남역 쪽.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모두 어딘가로 가는 중이었다.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약함과 현명함은 다른 거야.”
준호가 결국 말했다.
“뭐가 다르다는 거죠?”
민준이 물었다.
“약한 사람은 혼자서 결정을 못 한다. 그래서 혼자가 된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혼자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 그래서 누군가를 부른다. 그리고 같이 생각한다.”
준호가 설명했다.
그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민준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현명해 보였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혼란을 정확하게 말로 옮겨놓은 것처럼.
“지금 우리는?”
민준이 물었다.
“지금 우리는 기다리는 거야.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준호가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가 오면?”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아메리카노를 들었다. 찬 커피. 입술에 닿았다. 하지만 마시지 않았다. 그냥 들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손가락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카페의 배경음악이 바뀌었다. 이번에는 팝 음악이었다. 영어 가사. 여성 보컬. 무언가 슬픈 내용이었지만, 멜로디는 밝았다. 그 모순이 이 카페의 분위기 그 자체였다.
민준은 크로아상을 다시 집었다. 이미 차갑고 딱딱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씹었다. 맛없는 음식을 계속 씹고 있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삶 그 자체를 씹고 있는 것처럼.
“형, 저는 왜 배우가 되고 싶었을까요?”
민준이 갑자기 물었다.
준호는 물음표를 던졌다. 그의 눈이 갑자기 예리해졌다.
“그걸 왜 지금 묻는데?”
준호가 물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저는 그 이유를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냥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것이 제 선택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아요.”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뭔가 낯선 것이 있었다. 자조. 아니, 정확하게는 자신에 대한 깊은 의문. 마치 자신이 누군가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
준호는 장시간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민준은 준호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누군가를 도울 자격이 있는 사람? 아니면 그저 동정의 대상?
“네 아버지를 기억해?”
준호가 갑자기 물었다.
민준은 그 질문에 놀랐다. 아버지. 그 단어는 오래 동안 자신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너 아버지는 뭐했어?”
준호가 물었다.
“영화 미술감독이었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그리고 지금은?”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질문의 의미를 알았기 때문에.
“넌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았어?”
준호가 다시 물었다.
“네.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고 싶었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그래서 배우가 된 거야. 아버지처럼 실패하지 않기 위해.”
준호가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럼 지금은? 넌 성공하고 있어?”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그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성공. 그것이 무엇인가? 돈? 명성? 아니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느낌?
“모르겠어요.”
민준이 결국 대답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봐. 넌 지금 아버지보다 낫니?”
준호가 물었다.
그 질문은 잔인했다. 하지만 동시에 필요한 질문이었다.
“네. 최소한 저는 아직 살아 있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준호는 그 대답을 듣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다시 떴다.
“그럼 그것으로 충분해. 지금은.”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지금은. 그것은 미래에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카페의 문이 열렸다. 누군가가 들어왔다. 민준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아니었다. 젊은 여성. 검은 옷. 헤드폰을 끼고 있었다. 그녀는 카운터로 가서 무언가를 주문했다. 라떼. 또 다른 누군가의 일상.
시간이 흘렀다. 민준은 계속 앉아 있었다. 준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아니, 정확하게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민준의 폰이 울렸다. 카톡 알림. 준호가 보낸 메시지였다.
“우리가 5분 후에 도착할 거야. 그때까지 넌 계속 여기에만 있어. 밖으로 나가지 마. 알겠지?”
민준은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준호는 그 메시지를 읽고 스마트폰을 내려놨다. 그의 얼굴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전의 병사처럼.
“민준아, 내가 너한테 한 가지 더 말해야 할 것 같아.”
준호가 말했다.
“뭐요?”
민준이 물었다.
“우리가 왔을 때, 우리는 회의실 C를 취소하는 전화를 걸 거야. 너한테 묻지 않고. 이수진이한테 직접. 그리고 그 이유를 말할 거야. 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준호가 설명했다.
“뭐라고 말할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건 우리가 정할 거야. 하지만 넌 그 대화를 들어야 한다. 넌 그 과정의 일부여야 한다.”
준호가 대답했다.
민준은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자신이 더 이상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 그것은 무섭기도 했고, 동시에 필요해 보였다.
“형, 제가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민준이 물었다.
“뭐?”
준호가 물었다.
“형은 저를 왜 도와줘요? 정말로?”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그 질문을 받고 오래 생각했다. 그 생각의 시간 동안, 민준은 준호의 얼굴을 봤다. 중년의 남자. 피로한 눈. 하지만 그 눈 속에는 뭔가 깊은 것이 있었다. 마치 자신도 한 번 그런 함정에 빠져 있었던 것처럼.
“왜냐하면, 넌 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야.”
준호가 결국 대답했다.
“뭐요?”
민준이 물었다.
“내가 너 같았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어. 나는 혼자 그 함정을 빠져나갔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었어. 너는… 너는 그렇게 되면 안 돼.”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카페의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우리였다.
검은 후드티. 검은 스웨트팬츠. 얼굴이 창백했다. 마치 밤새 울었던 것처럼. 우리는 카페를 훑어봤다. 그리고 민준과 준호를 발견했다. 구석의 테이블. 거울이 없는 곳. 세상으로부터 숨겨진 공간.
우리는 천천히 다가왔다. 말없이. 그리고 테이블 앞에 섰다.
“준호, 그리고 민준.”
우리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앉아.”
준호가 말했다.
우리는 앉았다. 민준의 맞은편. 준호의 옆에.
“이제 우리는 함께 뭔가를 결정해야 해.”
준호가 말했다.
그 순간, 민준은 자신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테이블에는 세 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같은 함정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카페의 배경음악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에는 클래식이었다.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모든 악기가 하나의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시작할 거야.”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종류의 떨림이었다. 마치 자신의 삶이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떨림.
END OF CHAPTER 56
다음 화에서, 우리는 이수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 제56장 확장판: 결정의 순간
## 파트 1: 무게 있는 말들
카페의 코너 테이블에 앉은 민준은 준호의 마지막 말을 곱씹고 있었다. “넌 이제 피해자가 아니야. 참여자가 되어야 해.”
그 말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민준의 귀를 계속 울렸다.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그의 삶을 바꾸는 선언.
민준은 자신의 양손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손가락 끝이 따뜻한 커피잔에 닿았을 때, 그는 자신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카페 내부의 온도는 쾌적했다. 벽에 붙은 온도계는 2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것은 내적인 떨림이었다. 마치 자신의 몸 안 깊숙한 곳에서 뭔가가 깨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피해자… 참여자…”
민준이 중얼거렸다. 그 두 단어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의미했다. 피해자는 수동적이었다.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들이고, 누군가를 탓하고,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존재. 하지만 참여자는 달랐다. 참여자는 선택했다. 행동했다. 책임을 졌다.
그 생각이 민준의 가슴을 눌렀다.
준호는 여전히 침묵 속에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밖으로 향해 있었고, 그의 눈은 거리의 사람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 휴대폰을 보며 걷는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민준은 준호를 자세히 관찰했다. 이 남자는 누구인가? 왜 자신을 도와주려 하는가? 준호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다. 특히 눈 주변에는 마치 수십 년의 피로가 새겨진 듯했다. 그의 머리카락은 회색이 섞여 있었고, 그의 손등에는 나이 반점들이 흩어져 있었다. 중년의 남자. 하지만 그 외모 뒤에는 뭔가 더 복잡한 것이 숨겨져 있었다.
민준은 그 순간 깨달았다. 준호의 눈빛에 묻어나는 그것은 경험이었다. 깊고, 어둡고, 무거운 경험. 마치 자신도 한 번 같은 지옥을 지나온 것처럼.
“형, 제가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민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필요한 질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질문.
준호는 천천히 민준을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깊은 생각의 바다 속을 헤엄치는 것처럼.
“뭐?”
한 글자짜리 답변. 하지만 그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물어봐도 된다는 허락. 그리고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
민준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카페의 공기는 커피의 향기와 누군가가 흘린 바닐라 향수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 향기들이 민준의 코를 지나 뇌로 전달되었다. 그것은 현실을 확인시켜주는 신호였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이것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형은 저를 왜 도와줘요? 정말로?”
민준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무게는 엄청났다. 이것은 호기심의 질문이 아니었다. 이것은 생존의 질문이었다. 왜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는가? 무엇을 기대하는가? 이것이 또 다른 함정은 아닌가?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생각했다.
그 생각의 시간이 길어졌다. 몇 초? 아니면 분? 민준에게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았다. 준호의 침묵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침묵이었다. 그것은 결정의 침묵이었다.
민준은 준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더 깊이 있게.
준호의 눈빛이 변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눈 뒤에 있는 창문을 열고, 거기에 불을 켠 것처럼. 그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민준은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후회였을까? 아니면 공감이었을까? 혹은 그 둘 다였을까?
“왜냐하면…”
준호가 말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속삭이는 수준이었다. 민준은 앞으로 몸을 기울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말을 놓칠 뻔했다.
“넌 내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야.”
## 파트 2: 과거의 그림자
“뭐요?”
민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해하지 못함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뭔가였다. 그것은 경고의 신호였다. 마치 준호가 자신을 미지의 영역으로 안내하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너 같았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어.”
준호의 목소리가 변했다. 감정이 그것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혼자 그 함정을 빠져나갔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었어. 너는… 너는 그렇게 되면 안 돼.”
민준은 준호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말 사이의 공백을 들었다. 말해지지 않은 것들. 그것들은 무엇인가?
준호가 잃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돈? 시간? 아니면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
민준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것은 연민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움이었다. 만약 자신이 준호처럼 된다면? 만약 자신도 혼자서 이 함정을 빠져나가야 한다면? 그러면 자신은 무엇을 잃게 될까?
## 파트 3: 세 번째 사람
그 순간, 카페의 문이 열렸다.
벨이 울렸다. 맑은 소리. 하지만 민준에게는 그것이 경고음처럼 들렸다.
문에서 들어온 사람은 검은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검은 스웨트팬츠. 운동화는 흰색이었지만, 그것도 때가 탄 흰색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신발을 신은 채로 땅 위를 헤매인 것처럼.
그 사람의 얼굴은 창백했다.
민준이 처음 본 그 얼굴의 창백함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단순한 피부의 색깔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의 색깔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이 사람의 내부에서 모든 색을 빨아낸 것처럼.
그리고 그 사람의 눈. 민준은 그 눈을 보자마자 알았다. 그 눈은 울었다. 밤새 울었을 것이다. 눈 주변은 붉었다. 마치 불로 지져진 것처럼. 눈물의 흔적이 뺨에 이슬처럼 남아 있었다.
“우리…”
민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동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 사람을 본 순간, 그 정체성이 어떤 방식으로든 민준에게 전달된 것 같았다.
우리.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카페를 훑어봤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람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구석의 테이블에 앉은 두 남자를 발견했다. 민준과 준호. 거울이 없는 곳. 세상으로부터 숨겨진 공간.
우리는 그곳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마치 물 속을 걷는 것처럼. 공기 자체가 저항하는 것 같았다. 주변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노트북을 치고 있었다. 친구들과 웃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세계에 있었다.
우리가 테이블 앞에 섰을 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준호, 그리고 민준.”
우리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감정의 수문이 터지려는 것 같은 떨림.
민준은 이 사람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그 얼굴은 이미 알고 있는 얼굴처럼 느껴졌다. 마치 과거의 기억 속에서 본 것처럼. 혹은 미래의 꿈속에서 본 것처럼.
“앉아.”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명령이었지만, 동시에 초대였다.
우리는 앉았다. 테이블에. 민준의 맞은편. 준호의 옆에. 네 번째 의자가 비로소 채워졌다.
이제 테이블에는 세 명이 앉아 있었다.
## 파트 4: 함께
“이제 우리는 함께 뭔가를 결정해야 해.”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민준은 자신의 마음이 뛰는 것을 느꼈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맥박이 귀에 들렸다. 손가락 끝에도 느껴졌다. 이것은 두려움인가? 아니면 희망인가? 아니면 그 둘이 뒤섞인 감정인가?
“함께?”
민준이 되물었다.
“그래. 우리. 함께.”
준호가 확인했다.
그 순간, 민준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깊고 근본적인 깨달음.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켠 것처럼 느껴졌다. 그 빛은 천천히 사방으로 퍼졌다.
자신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이 깨달음은 민준의 몸을 떨리게 했다. 눈물이 그의 눈가에 맺혔다. 그는 그것들을 문질러 닦았다. 그러면 안 되는데. 지금은 울 때가 아닌데. 하지만 눈물은 이미 나와버렸다.
테이블 위에는 네 개의 커피잔이 있었다. 세 개는 이미 반쯤 비어 있었고, 한 개는 아직 가득 차 있었다. 우리가 가져온 커피. 그것은 따뜻했을까? 아니면 이미 식었을까? 민준은 알 수 없었다.
카페의 배경음악이 바뀌었다.
이전의 팝음악이나 뉴에이지 음악은 사라졌다. 이제 흘러나오는 것은 클래식이었다. 현악 사중주곡. 바이올린이 주선율을 이끌었다. 첼로가 그것을 받쳐주었다. 비올라가 중간음을 채웠다. 피아노가 모든 것을 바탕에서 지탱했다.
모든 악기가 하나의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 시작할 거야.”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작? 무엇이 시작되는가?
민준은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커피잔 손잡이를 들었을 때, 그것이 더 명확해졌다. 손이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민준은 자신 안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전의 떨림은 공포의 떨림이었다. 추락하는 느낌. 무한한 어둠으로 빠져드는 느낌. 통제 불능의 느낌.
하지만 지금의 떨림은 달랐다.
이것은 다른 종류의 떨림이었다. 마치 자신의 삶이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을 느끼는 떨림. 마치 자신이 깊은 물에 빠져 있었는데,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서 건져올리려 하는 그런 느낌. 구원의 떨림. 변화의 떨림. 새로운 가능성의 떨림.
민준은 준호를 봤다. 그리고 우리를 봤다. 세 명. 하나의 테이블. 같은 함정을 본 세 명. 그리고 그것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세 명.
“뭘 할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이수진에게 전화를 거는 거야.”
준호가 대답했다.
“직접?”
“그래. 직접.”
민준의 입술이 말라갔다. 혀로 그것을 적셨다. 카페의 공기가 건조했다. 아니면 자신의 두려움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걸까?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날 거야.”
준호가 덧붙였다.
민준은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알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의미가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클래식 음악은 계속 흘러나왔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대화.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마치 수십 년을 함께한 부부처럼.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태어난 악기들처럼.
민준은 그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것이 음악이라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것. 함께 하는 것. 자신의 음과 다른 음이 만나 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드는 것.
카페는 여전히 카페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노트북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민준에게는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마치 색이 더 선명해진 것처럼. 소리가 더 명확해진 것처럼. 냄새가 더 강렬해진 것처럼.
이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민준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
## 에필로그: 침묵의 무게
테이블 위의 네 개의 커피잔 중 하나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우리가 방금 가져온 커피. 아직 뜨거웠다. 아직 살아 있었다.
준호는 손을 뻗어 그 잔을 집었다. 마치 세레모니를 거행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입에 가져갔다. 한 모금. 깊은 숨 같은 한 모금.
민준도 자신의 커피를 집었다. 반쯤 식은 그것을 입에 가져갔다. 그 맛은 쓸 뻔했지만, 그것이 맞는 맛이었다. 쓴 것이 맞는 맛. 이 순간에는.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모두를 말했기 때문이다. 말로.
남은 것은 행동뿐이었다.
카페의 창밖으로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주황색의 하늘. 빨간색의 구름. 검은색의 건물 실루엣.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민준에게는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
**제56장 끝**
*다음 화에서, 준호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낼 것이다. 그리고 이수진의 번호를 누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