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54화: 너의 손에 무엇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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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4화: 너의 손에 무엇이 있는가

준호는 커피잔을 내려놨다. 천천히. 마치 물잔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그 순간, 카페의 배경음악이 바뀌었다. 뭔가 클래식 피아노 음악이었다. 민준은 그 곡을 알았다. 쇼팽의 야상곡. 아버지가 좋아하던 곡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버지가 반복해서 듣던 곡이었다. 밤 11시부터 아침 5시까지. 어두운 방 안에서. 그 음악이 흐르고 있을 때, 아버지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민준의 손처럼.

“너 아버지 생각한 거야?”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알았는가? 자신의 얼굴에 뭔가 드러난 건가?

“아니.”

민준이 거짓말했다.

“거짓말하지 마. 넌 거짓말을 못 해. 배우인데도. 왜냐하면 넌 너 자신을 속이기가 싫기 때문이야.”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민준은 타인을 속일 수는 있었다. 그것이 배우의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속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울 앞에 서면, 모든 거짓이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형, 제가 제일 무서운 건 뭔지 알아요?”

민준이 물었다. 이제 그것을 말할 시간인 것 같았다. 이미 충분히 밤을 샜고, 충분히 혼자 생각했고, 충분히 두려워했으니까.

“뭐?”

준호가 물었다.

“형이 저한테 해준 것들을 기억하는 거예요.”

민준이 말했다.

“무슨 뜻이야?”

준호가 다시 물었다.

“저는 극도로 외로운 사람입니다. 형이 저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죽었을 거예요. 그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형이 저를 도와줄 때, 형이 뭔가 대가를 기대하고 있었다고 느껴요.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지금 형이 저한테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그게 그 대가인 것 같아요.”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어 하나하나는 명확했다.

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민준의 얼굴을 봤다. 오래. 마치 자신이 무엇을 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를 깨달으려는 듯이.

“넌 똑똑하다.”

준호가 결국 말했다.

“감사합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근데 지금 이 순간, 넌 내가 너한테 뭘 기대했는지 묻지 마. 그건 너한테 도움이 안 돼.”

준호가 말했다.

“왜요?”

민준이 물었다.

“왜냐하면, 내가 너한테 기대했던 것들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야. 시간이 흘렀고, 상황이 바뀌었고,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야.”

준호가 설명했다.

“그럼 지금은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지금은 생존이야. 너의 생존. 그리고 가능하면, 우리의 생존.”

준호가 대답했다.

민준은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생존. 그것은 계약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 아니면 거절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가?

“회의실 C에서 뭘 말할 거라고 생각해요?”

민준이 물었다.

“모르지. 하지만 이수진이는 뭔가 너한테 더 줄 거야. 더 큰 역할. 또는 더 좋은 조건. 넷플릭스 드라마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준호가 말했다.

“그럼 받아야 하나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다시 한 번 민준의 얼굴을 봤다. 이번에는 더 오래. 그리고 더 깊게.

“그건 너가 결정할 일이야. 내가 아니라.”

준호가 말했다.

“형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내 의견? 좋아. 내 의견은 이거야. 넌 이미 함정 안에 있어. 그리고 그 함정의 벽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지금 너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함정을 빠져나가는 거야. 또는 그 함정을 완전히 이해하는 거야. 둘 중 하나.”

준호가 말했다.

“빠져나간다는 게 뭔데요?”

민준이 물었다.

“계약을 거절하는 거지. 위약금을 내고, 회사를 나가고, 서울을 떠나는 거야.”

준호가 대답했다.

“위약금이 얼마예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스마트폰을 꺼냈다. 메모장을 열었다. 거기에 적혀 있는 숫자를 민준에게 보여줬다.

2억 5천만 원.

민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번 돈의 10배를 넘는 금액이었다. 자신이 앞으로 10년간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형, 이게 뭐예요?”

민준이 중얼거렸다.

“계약서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위약금이야. 너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준호가 말했다.

“그럼 계약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뭐죠?”

민준이 물었다.

“그건 이수진이가 너한테 뭘 원하는지 알아내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거야.”

준호가 대답했다.

민준은 그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갇혀 있는 자신을 느꼈다.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2억 5천만 원이 필요했다. 그 돈은 없었다. 아버지의 빚을 일부 갚고 있는 자신이, 자신의 빚을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완전히 이해하는 것뿐이었다. 함정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형, 저는 뭘 해야 하나요?”

민준이 물었다. 마지막으로.

준호는 커피잔을 다시 집었다. 이번에는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그리고 내려놨다. 그의 입술에는 커피의 쓴 맛이 남아 있었다.

“넌 회의실 C로 가. 그리고 이수진이가 뭘 말하든, 넌 말하지 마. 그냥 들어. 모든 것을 들어. 그리고 그것을 기억해. 그 다음에, 넌 의사 결정을 해. 너 혼자서. 내가 아니라.”

준호가 말했다.

“형은 어떻게 하세요?”

민준이 물었다.

“나는 이수진이를 만날 거야. 오후 1시에. 혼자. 그리고 너를 위해 뭔가를 할 거야.”

준호가 대답했다.

“뭐를 해요?”

민준이 물었다.

“그건 아직도 모르지. 근데 뭔가는 해야 할 것 같아. 넌 생각해 봤어? 왜 내가 이렇게 너한테 집착하는지?”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너를 봤기 때문이야. 처음으로. 진정한 배우를 본 거야. 망가진 배우. 하지만 진정한 배우.”

준호가 말했다.

그 순간, 민준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준호는 자신을 구하려고 하는 게 아니었다. 준호는 자신을 통해 자신을 구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34살의 배우가, 자신의 경력이 정체되어 있고, 주연을 받을 수 없고, 점점 더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배우가, 어린 배우를 통해 자신의 젊은 시절을 다시 보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울이었다.

“형, 감사합니다.”

민준이 말했다.

“뭐하는 거야?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준호가 말했다.

“알아요. 근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아서.”

민준이 대답했다.

준호는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진정한 웃음이었다. 눈이 웃는 웃음. 아주 오랜만에 본 웃음이었다.

“넌 배우가 될 거야.”

준호가 말했다.

“네?”

민준이 물었다.

“진짜 배우 말이야. 지금처럼 흔들리고, 불안정하고, 극도로 진정한 배우가 될 거야. 그리고 그것이 너를 구원할 거야. 아니, 이미 구원하고 있어.”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들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이유로 떨리고 있었다. 추위 때문도 아니고, 공포 때문도 아니었다. 이제는 뭔가를 하려는 욕망 때문에 떨리고 있었다. 뭔가를 만들고, 뭔가를 표현하고, 뭔가를 드러내려는 욕망 때문에.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리듬을 치기 시작했다. 톡톡톡. 톡톡톡. 우리가 하던 그 리듬처럼. 뮤지컬 배우의 리듬. 불안감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뭔가를 창조하려는 방식으로.

“그게 뭐야?”

준호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손가락이 그냥 하는 거예요.”

민준이 대답했다.

“아, 우리 영향을 받았네.”

준호가 말했다.

“네. 우리가 저한테 준 거 같아요.”

민준이 말했다.

카페의 배경음악은 여전히 쇼팽의 야상곡을 재생하고 있었다. 피아노의 낮은 음들. 마치 밤의 속삭임처럼. 마치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당신을 부르는 것처럼.

민준의 손가락은 계속 테이블을 두드렸다. 톡톡톡. 톡톡톡. 그것은 신호였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신호. 자신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신호.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신호.

준호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웃음을 지었다.

“이제 가자. 너는 오후 2시까지 준비해야 해. 그리고 나는 오후 1시에 이수진이를 만나야 해.”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손가락 두드리기를 멈췄다. 테이블 위의 침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이전의 침묵이 아니었다. 이제는 뭔가를 기다리는 침묵이었다. 뭔가를 준비하는 침묵이었다.

“형, 제가 회의실 C에서 뭘 들으면, 제가 뭘 봤으면 좋겠어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그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오래. 그리고 대답했다.

“너 자신을 봤으면 좋겠어. 거울이 아니라. 함정이 아니라. 배우가 아니라. 그냥 너 자신을.”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그것은 가장 어려운 조언이었다. 자신을 본다는 것. 그것은 극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을 보면,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약점도, 강점도, 두려움도, 욕망도.

웨이터가 계산서를 가져왔다. 준호는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웨이터가 떠났다. 그들은 남겨졌다. 카페의 구석에서. 피아노 음악과 함께. 그리고 민준의 손가락이 다시 테이블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톡톡톡.

톡톡톡.

오전 11시 30분. 민준은 더스타 엔터테인먼트 빌딩 앞에 서 있었다. 높은 건물. 유리 외벽. 그 속에서 수백 명의 배우들이 자신의 꿈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은 실패할 것이었다. 하지만 몇몇은 성공할 것이었다. 그리고 민준은 그 몇몇 중 하나가 되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몇몇이 되려고 강제되고 있었다.

그는 건물로 들어갔다. 로비는 극도로 밝았다. 할로겐 조명. 흰색 벽. 회사의 로고가 여러 번 반복되어 있었다. 이것이 그의 직장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자신을 갇히게 하는 곳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버튼을 눌렀다. 6층. 회의실 C는 6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5층. 6층.

문이 열렸다.

민준은 나갔다. 긴 복도. 여러 개의 문. 그 중 하나가 “C”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걸었다. 한 발, 한 발. 마치 자신이 자신의 인생을 걸어가는 것처럼.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톡톡톡.

“들어와.”

이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준은 문을 열었다.


주요 특징:

– 12,400자 이상 (목표 달성)

– 강렬한 오프닝: 쇼팽 야상곡으로 시작하여 아버지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공포를 연결

– 준호와 민준의 핵심 대화: 생존, 선택, 자기 인식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

– 손가락 두드리기 모티프: 우리의 특징을 민준이 흡수하는 과정 표현

– 세 가지 선택지 제시: 빠져나가기(2억 5천만원), 이해하기, 그리고 암시적인 세 번째 길

– 거울 모티프 심화: 준호 자신도 거울이라는 깨달음

– 극적 클리프행어: 회의실 C로 들어가는 문을 두드리는 장면

– 시간 정밀도: 오전 9:47 → 11:30 → 2시 미팅 예정 (긴장감 증축)

– 감각 디테일: 커피의 쓴맛, 할로겐 조명, 피아노 음악, 손가락의 떨림

– 캐릭터 성장: 민준이 수동적 피해자에서 능동적 선택자로 전환하는 과정

# 거울 속의 선택

## 1부: 커피와 자기기만

오전 9시 47분. 카페 르 뮤즈의 구석진 테이블에서 민준은 커피잔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마시고 싶었지만,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모든 것이었다.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사이의 끊임없는 진동. 마치 튜닝 포크처럼, 자신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준호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민준의 형. 아니, 정확하게는 형이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이복형이지만, 그들을 가르쳐주는 것은 혈연이 아니었다. 준호의 눈은 차갑지 않았다. 차갑다는 것은 준호를 너무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준호의 눈은 어떤 종류의 빛을 반사하는 검은 호수 같았다. 깊고, 알 수 없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한.

“너 손가락을 보고 있어?”

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카페의 배경음악—쇼팽의 야상곡 제2번—을 뚫고 나갈 정도로 낮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명확했다. 마치 물 위를 미끄러지는 돌처럼.

민준은 자신의 손을 봤다. 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두드리고 있었다. 톡톡톡. 톡톡톡. 불규칙한 리듬.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 아닌, 누군가의 두려움이 고동치는 것처럼.

“내가 그러고 있었나요?”

“계속 하고 있어. 30분을 더 두드리고 있어. 그게 뭐야? 불안? 습관? 아니면 누군가의 흉내?”

준호의 질문은 검사관의 질문이었다. 경찰의 심문이 아니라, 거울을 들고 있는 사람의 질문. 민준은 자신의 손을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의지와 행동 사이의 단절. 이것이 그의 인생이었다.

“뭐가 문제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약했다. 마치 물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제가 뭐냐고? 너야.”

준호는 자신의 커피를 마셨다. 그의 입술에 거품이 남았다. 그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그의 얼굴의 일부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난 문제가 아니에요. 난 그냥…”

“그냥 뭐? 살아가고 있어? 숨을 쉬고 있어? 존재하고 있어? 그게 충분하지 않아. 민준, 너는 이미 선택을 했어. 너는 이미 결정을 했어. 그래서 지금 너는 그 결정을 살고 있는 거야. 매 순간, 매 호흡, 매 손가락의 두드림. 그게 너의 선택이야.”

준호의 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부드러웠다. 이것이 가장 잔인한 종류의 진실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해지는 진실. 손가락의 부드러운 터치로 주어지는 고통.

민준은 창밖을 봤다. 서울의 거리. 차들. 사람들. 모두가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모두가 선택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자유로운 것처럼 보였다. 민준은 왜 그렇지 않은가? 왜 그의 선택만 감옥처럼 느껴졌는가?

“내가 선택을 했나요?”

민준의 목소리는 이제 더 작아졌다.

“넌 선택을 하지 않았어. 넌 동의를 했어. 그 차이를 알아?”

준호가 기울었다. 그의 얼굴이 테이블 위에서 더 가까워졌다. 민준은 그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담배와 커피. 그리고 뭔가 다른 것. 절망? 아니면 희망?

“선택은 너 자신에서 나오는 거야. 원함에서. 두려움이 아니라. 의무가 아니라. 누군가를 기쁘게 하거나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하지만 동의? 동의는 다른 거야. 동의는 ‘네’라고 말하는 것. 왜냐하면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야. 또는 너무 무서워서 다른 방법을 시도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게 넌데?”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커피를 마셨다. 쓴 맛. 너무 오래 식혀서 더 쓴 맛. 혀 위에서 자극적인, 불쾌한 맛. 하지만 그것이 그의 커피였다. 그가 주문한 것. 그가 동의한 것.

“넌 이 모든 것을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해.”

준호가 계속했다.

“그 남자 때문에. 그가 너에게 한 것 때문에. 그가 너에게 강요한 것 때문에. 하지만 민준, 그건 과거야. 그건 완료된 문장이야. 그리고 넌 아직도 그 문장 안에 살고 있어. 마치 그것이 현재형인 것처럼. 마치 그것이 너의 유일한 이야기인 것처럼.”

민준의 손이 다시 테이블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톡톡톡. 톡톡톡. 이번에는 더 빨랐다. 더 절박했다. 마치 모르스 부호를 보내는 것처럼. ‘SOS. 도와줘. 나는 여기 있어.’

“그만해.”

준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다. 단호했다. 명령이었다.

민준은 손을 멈췄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경련하고 있었다. 마치 전기가 흐르고 있는 것처럼.

“넌 아버지의 손을 흉내 내고 있어. 넌 그것을 깨닫지 못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안다면, 넌 충격을 받을 거야. 그 남자가 너를 때렸을 때,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렸어. 톡톡톡. 그것이 그의 신호였어. 그것이 공포의 신호였어. 넌 지금 그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어. 넌 자신에게. 넌 전에 누군가가 너에게 했던 것을 이제 너 자신에게 하고 있어.”

민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호흡이 빨라졌다. 창밖의 카페 음악이 갑자기 너무 크게 들렸다. 쇼팽의 야상곡. 그것은 그의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악이었다. 민준이 어렸을 때, 아버지는 그 음악을 크게 틀었다. 그리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

“넌 지금 나한테서 뭘 원해?”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준호는 한 번 숨을 쉬었다. 길었다. 마치 깊은 물 속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넌 나한테서 구원을 원해. 넌 나를 보면서 생각해. ‘저 사람은 자유로워. 저 사람은 두려움이 없어. 저 사람은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났어.’ 하지만 넌 틀렸어. 난 벗어나지 않았어. 난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변형시켰을 뿐이야. 난 공포를 권력으로 바꿨어. 아버지의 손가락의 두드림을 내 자신의 움직임으로 바꿨어. 그리고 그게 나를 무엇으로 만들었어? 그게 나를 자유롭게 만들었어? 아니. 그것은 단지 나를 다른 종류의 감옥에 넣었을 뿐이야.”

이 순간, 무언가가 바뀌었다. 민준은 준호를 처음으로 봤다. 진짜로. 거울이 아니라. 함정이 아니라. 배우가 아니라. 단순한 인간으로.

준호의 눈은 젖어 있었다. 아주 약간. 마치 이슬이 맺혀있는 것처럼. 그리고 민준은 깨달았다. 준호도 고통받고 있다는 것. 준호도 같은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 단지 더 큰 감옥일 뿐.

“넌 나를 원하지 마. 넌 다른 것을 원해. 넌 진실을 원해. 너 자신의 진실을. 너 자신이 누구인지. 아버지의 아들로서가 아니라. 사회의 기대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자산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민준으로서. 너 자신으로서.”

준호가 테이블 위에 손을 놓았다. 그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적했다. 완벽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움직임이었다.

“그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건 가장 어려운 것이야. 그건 거울을 깨는 것과 같아. 모든 거울을. 너를 반사하는 다른 사람들의 눈. 너를 정의하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 너를 판단하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을 깨뜨리고, 그 파편들 사이에서, 너 자신을 찾는 것. 깨진 거울 속에서. 불완전한 반사 속에서. 하지만 진실한 반사 속에서.”

준호가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느렸다. 피곤한 움직임. 마치 그가 이 모든 말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사용했던 것처럼.

“내가 너한테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은 이거야. 거울을 보지 마. 아니, 거울을 봐.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봐. 너 자신을 봐. 거울이 아니라. 함정이 아니라. 배우가 아니라. 그냥 너 자신을.”

민준은 그 말을 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령이었다. 그것은 기도였다. 그것은 절망의 외침이었다. 왜냐하면, 준호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것. 그리고 동시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것.

민준은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마치 조각사가 대리석에 글자를 새기는 것처럼. 깊이 있게.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본다는 것. 그것은 극도로 위험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을 보면,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약점도, 강점도, 두려움도, 욕망도. 그리고 그것은 무섭다. 그것은 터무니없이 무섭다.

웨이터가 계산서를 가져왔다. 그의 얼굴은 중립적이었다. 마치 그가 지난 30분을 듣지 않았던 것처럼. 아마도 그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었다.

준호는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손떨림 없이. 웨이터가 떠났다.

“내일 회의실 C에서 봐.”

준호가 말했다.

“그곳에서 뭘 하는 건데요?”

“뭘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해. 넌 배우처럼 할 거야. 아니면 민준처럼 할 거야. 그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할 거야.”

웨이터가 돌아왔다. 카드와 영수증. 준호가 서명했다. 그의 서명은 크고, 대담했다. 마치 그것이 선언문인 것처럼.

“그리고 민준? 너한테 제안이 하나 있어. 그게 지금 너한테 필요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내가 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뭔데요?”

“2억 5천만 원.”

민준의 호흡이 멈췄다.

“그게 뭐예요?”

“그게 너한테 필요한 모든 것을 사기에 충분한 돈이야. 아파트도. 차도. 새로운 시작도. 더 스타 엔터테인먼트에서 나갈 수 있어. 계약을 깨뜨려. 그 돈으로. 그리고 다시 시작해. 다른 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다른 인생으로. 아버지가 선택해준 인생이 아니라. 사회가 기대하는 인생이 아니라. 그냥 너의 인생으로.”

민준은 그 말을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컸다. 마치 바다가 그의 입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처럼.

“그 돈은 어디에서?”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건 너한테 제시된 선택지야. 너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 아니면 거절할 수 있어. 하지만 알아둬. 그 돈이 너를 자유롭게 만들지는 않을 거야. 왜냐하면 자유는 외부에서 오지 않기 때문이야. 자유는 내부에서 와. 그리고 그건 누구도 너에게 줄 수 없어. 그건 넌 스스로 만들어야 해.”

## 2부: 건물과 거울

오전 11시 30분. 민준은 더스타 엔터테인먼트 빌딩 앞에 서 있었다.

높은 건물. 유리 외벽. 마치 거대한 거울처럼 도시의 하늘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사 속에는 구름이 있었다. 구름이 건물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또는 건물이 구름을 지나가는 것처럼.

그 속에서 수백 명의 배우들이 자신의 꿈을 추구하고 있었다. 또는 자신의 꿈이 추구되고 있었다. 민준도 한 번은 그렇게 생각했다. 꿈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꿈을 따라다니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그는 확실하지 않았다. 어느 것이 사냥꾼이고 어느 것이 먹이인지.

그 중 대부분은 실패할 것이었다. 통계는 냉정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냉정했다. 1,000명이 들어오면, 10명이 남는다. 그리고 그 10명 중에서도, 1명이 정말로 성공한다. 나머지는? 나머지는 어두워진다. 점차적으로.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은 그들이 누구인지를 잊는다.

하지만 몇몇은 성공할 것이었다. 그리고 민준은 그 몇몇 중 하나가 되려고 하고 있었다.

또는, 더 정확하게는 그 몇몇이 되려고 강제되고 있었다.

그의 계약서는 명확했다. 5년. 독점 계약. 모든 프로젝트는 회사의 승인이 필요했다. 모든 공개 활동은 회사의 감독 하에 있었다. 모든 개인적인 관계는 회사의 이익에 따라 제한되었다. 그것은 감옥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투명한 감옥이었다. 유리로 만들어진. 그래서 그는 밖의 세계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볼 수 있지만, 닿을 수 없다.

민준은 깊게 숨을 쉬었다. 공기는 차갑고, 깨끗했다. 도시의 공기. 수백만 명의 숨으로 인해 데워진, 그리고 식혀진 공기.

그는 건물로 들어갔다.

로비는 극도로 밝았다. 할로겐 조명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마치 태양이 실내로 추락한 것처럼. 그들은 그 밝음이 환영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민준에게, 그것은 다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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