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15화: 진실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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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화: 진실의 무대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민준은 메이크업 의자에 앉아 있었고, 준호는 여전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두고 있었다. 우리는 거울 너머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 사람. 그리고 거울 속의 또 다른 세 사람. 총 여섯 명이 같은 공간에 있었다. 하지만 민준이 느끼는 것은 극도의 고독감이었다. 마치 자신이 투명한 벽 뒤에 있는 것처럼. 충분히 가까운데, 닿을 수 없는 거리에.

“30분이에요.”

우리가 천천히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전의 떨림이 사라져있었다. 대신 그것은 무언가 더 깊은 것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결연함인가, 아니면 절망인가. 민준은 구분할 수 없었다.

“넷플릭스 빌딩까지 15분.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데 2분. 로비에서 정리하는 데 3분. 그럼 10분이 남아.”

준호가 시간을 세고 있었다. 배우들이 하는 방식처럼. 시간을 재료로 사용하는 방식. 마치 그것이 어떤 화학 반응의 공식처럼.

“10분. 그 안에 넌 너를 찾아야 한다.”

민준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목에서 나오려던 말들이 자꾸만 돌아왔다. “미안합니다. 못하겠습니다.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성준의 말처럼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올 말들.

“너 지금 뭘 생각하고 있어?”

우리가 물었다. 그녀는 민준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졌다. 옥상에서의 차가운 철재난간과는 다른 온기. 손가락이 그의 검은 머리칼을 헤치고 지나갔다.

“떨어질 생각.”

민준이 작게 대답했다. 거짓말을 할 힘이 없었다. 아니,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여기 있는 두 사람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옥상에서 일어난 일도, 민준의 마음도, 민준이 얼마나 무너져있는지도.

준호가 숨을 쉬었다. 그것은 한숨이 아니라, 충전하는 숨이었다. 마치 다음 말을 하기 위해 영혼을 한 번 더 불어넣는 것처럼.

“넷플릭스에서 보는 건 배우가 아니야, 민준. 넷플릭스는 진짜 인간을 본다고 했잖아. 그럼 넌 진짜 인간이 되어야 한다. 떨어질까봐 두려워하는 인간. 그것도 좋고. 옥상에서 무너진 인간. 그것도 좋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짜 민준이니까.”

“진짜 민준은…”

민준이 중얼거렸다.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얼굴은 창백했다. 눈 아래는 까매져있었다. 4일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진짜 민준은 약한 사람이에요.”

“맞아.”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에는 무언가 놀라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비난이 아니라 긍정이었다. 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곧 강함이라는 신념처럼.

“약함이 뭐 때문에 나쁜 거야? 강한 배우는 이미 많아. 성준이처럼. 그런데 약한 배우? 약하면서도 무대에 서는 배우? 그건 흔하지 않아. 그건 용감한 거야.”

우리가 민준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았다. 거울 속에서 그녀의 눈이 직접 민준의 눈과 만났다. 피하지 않는 눈.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눈.

“나 처음에 넌 배우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그 말이 나왔을 때, 민준의 가슴이 철렁했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가슴팍을 움켜쥔 것처럼.

“왜냐하면 넌 자신을 감춘다고 생각했거든. 무무한 배우라고. 얼굴도 평범하고, 목소리도 특이하지 않고, 표정도 잘 안 읽혀. 근데…”

우리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침묵 속에서 뭔가가 울렸다. 라디에이터의 윙윙거리는 소리, 밖의 자동차 경적음, 그리고 빌딩 안의 에어컨 실외기 소리들.

“근데 그게 너의 힘이었어. 넌 자신을 완전히 감출 수 있는 배우야. 그래서 캐릭터가 되기 가장 쉬운 배우야. 넌 자신이라는 필터가 가장 얇은 배우다. 그래서 진짜 인간이 가장 잘 보여. 이해해?”

민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눈물이 나왔다. 거울 속에서 자신의 눈물을 보았다. 그것은 슬픈 울음이 아니었다. 깨달음의 울음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눈을 감싸고 있던 검은 천을 떼어낸 것처럼.

“10분이 8분이 됐다.”

준호가 시계를 봤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무언가 긴박함이 섞여있었다.

“넷플릭스 오디션 장면은 뭐야?”

우리가 물었다.

“아버지와의 장면.”

민준이 대답했다. 프로듀서가 보낸 시나리오. 그는 그것을 완전히 외우고 있었다. 글자마다, 쉼표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자신이 실패했다는 걸 말하는 장면. 아들은 그것을 받아야 한다.”

“그럼 넌 누구야?”

준호가 물었다.

“아들.”

“아니다.”

준호가 고개를 저었다.

“넌 아버지다.”

그 말이 나왔을 때, 민준은 자신의 숨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는 것처럼.

“넌 아버지다. 왜냐하면 넌 이 역할에서 누군가를 구해야 하니까. 그리고 넌 누군가를 구할 수 있어. 왜냐하면 넌 이미 알고 있으니까. 실패가 뭔지. 무너짐이 뭔지. 그리고 거기서 다시 일어나는 게 뭔지.”

준호가 민준의 어깨를 앞으로 밀었다. 의자가 거울 쪽으로 한 발 더 나아갔다. 민준은 거울 속의 자신과 더 가까워졌다.

“넌 옥상에서 왔다. 그곳에서 돌아왔다. 그걸 누가 안다? 우리다. 그리고 이제 그 오디션장의 사람들도 알게 될 거야. 네 눈에서. 네 목소리에서. 넌 진짜 인간이니까.”

“형, 나는…”

민준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준호가 손을 들어 그를 멈추게 했다.

“말하지 말아. 더 이상. 준비하는 것도 하지 말아. 그냥 가. 그리고 거기서 너 자신이 되어. 약한 너, 무서운 너, 죽고 싶었던 너. 그것들을 다 가지고 가. 그게 가장 강한 무기야.”

우리가 민준 앞에 앉았다. 거울 의자에서 일어나, 민준의 눈높이가 되도록. 그녀의 얼굴은 아주 가까워졌다. 민준은 그녀의 눈에서 자신의 반사상을 볼 수 있었다. 작고, 약하고, 하지만 살아있는 자신.

“민준아.”

그것이 우리가 처음으로 반말로 부르는 그의 이름이었다.

“난 너를 믿어. 아무 조건 없이. 넌 배우가 될 사람이야. 이미 된 사람이야. 넷플릭스 때문이 아니라, 니가 지금 여기에 앉아있으니까. 옥상에서 돌아왔으니까. 그게 다야.”

민준의 눈에서 또 다른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우리의 손으로 닦아졌다. 그녀의 엄지손가락이 그의 눈가를 매우 부드럽게 쓸었다. 마치 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는 방식으로.

“이제 나가.”

준호가 말했다. 시계를 다시 봤다.

“5분이 남았어. 충분해.”

민준은 일어섰다. 거울 앞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자신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검정색 셔츠, 까만 슬랙스, 그리고 구두. 준호와 우리가 미리 준비해둔 옷이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아버지가 입을 옷이었다. 권위적이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단지 진실한 옷.

“민준.”

우리가 다시 한 번 불렀다.

“넷플릭스 빌딩에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그리고 뭔가 먹어. 무조건.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넌 기절할 거야.”

“네.”

“약속이야. 꼭 먹어.”

“약속.”

민준이 대답했다. 이번에는 존댓말이 아니라 반말로. 처음으로 우리와 준호에게 반말을 사용했다. 그것은 매우 작은 변화였다. 하지만 그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 자신을 조금 더 드러내는 것. 자신을 조금 더 내려놓는 것.

엘리베이터는 빈 상태였다. 민준이 타면서 준호와 우리는 밖에 남았다. 문이 닫혀가면서 그들의 얼굴이 점점 작아졌다. 준호는 손을 들어 인사했다. 우리는 입을 동그랗게 모아 뭔가를 말했다. 아마도 “화이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벽이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으니까.

1층으로 내려가면서, 민준은 자신의 손을 펼쳤다. 손가락들이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이제 다른 종류였다. 죽음 앞의 떨림이 아니라, 삶 앞의 떨림이었다.

편의점은 회사에서 2분 거리에 있었다. GS25. 파란색 간판, 형광등 불빛, 그리고 전자레인지 앞에 서 있는 몇몇 사람들. 민준은 라면 코너로 갔다. 신라면.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면서, 거기에 계란 하나를 더했다. 그것은 우리가 자주 먹는 조합이었다. 계란 라면. 생명의 끈이라고 우리가 농담처럼 말했던 것.

“이거요?”

점원이 물었다. 젊은 여자였다. 아마도 서툰 배우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단순히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일 수도 있었다. 민준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모두가 뭔가를 하고 있었다. 뭔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네.”

컵라면을 끓이기 위해 라면 코너의 물을 사용했다. 뜨거운 물. 민준은 3분을 기다렸다. 시계를 보면서. 3분. 그것이 라면이 익는 데 걸리는 시간. 그것이 또한 배우의 오디션이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슷했다. 3분의 인생. 그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라면을 먹으면서, 민준은 시나리오를 다시 생각했다. 아버지 역. 아들에게 자신의 실패를 고백하는 아버지. 민준의 아버지는 어떻게 했을까. 자살 전에 누군가에게 자신의 실패를 고백했을까. 아니면 침묵 속에서 죽어갔을까. 민준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알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민준은 이제 아버지가 되어야 했으니까.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시나리오 속의 아버지. 자신의 실패를 아들에게 말할 수 있는 아버지. 그것이 정말로 불가능한 일일까. 민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옥상에서 자신의 실패를 마주했으니까. 그리고 돌아왔으니까.

라면을 다 먹고 나서, 민준은 남은 국물을 마셨다. 그것은 에티켓 위반이었다. 편의점에서 국물을 마시는 것은. 하지만 민준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리고 점원도 뭔가를 말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다른 고객을 도우면서.

밖으로 나왔을 때, 시간은 오후 2시 47분이었다. 13분이 남았다. 넷플릭스 빌딩까지는 택시로 10분이면 충분했다. 3분의 여유. 충분했다.

택시 안에서, 민준은 창밖을 봤다. 서울의 거리들. 강남역, 교보문고, 스타벅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다. 미세한 움직임. 생명의 움직임.

“여기입니다.”

택시 기사가 말했다.

넷플릭스 빌딩 앞. 유리로 된 현대식 건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민준은 택시에서 내렸다.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자신의 떨림이 아니라, 캐릭터의 떨림이 될 것이었다.

로비에 들어섰을 때, 민준은 자신의 호흡을 천천히 하기 시작했다. 배우가 하는 방식대로. 복부 호흡. 깊고, 느리고, 그리고 의식적인 호흡. 그 호흡 속에서, 민준은 자신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자신의 실패를 안다. 자신의 약함을 안다. 그리고 그것을 아들에게 말할 용기를 가진 아버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서, 민준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봤다. 그의 얼굴은 변해있었다. 아니, 변한 게 아니라 드러나 있었다. 옥상에서 숨겨두었던 모든 것이. 두려움도, 슬픔도, 그리고 약함도.

5층. 오디션 대기실.

“민 배우입니다.”

민준이 들어섰다. 여사원이 그를 봤다. 그리고 뭔가를 느꼈을 것이다. 이 배우는 다르다는 것. 지난 4년간 그렇게 많은 배우를 봤지만, 이 배우는 다르다는 것.

“대기실로 가세요. 곧 부르겠습니다.”

대기실은 조용했다. 다른 배우는 없었다. 아마도 민준이 마지막 오디션일 것이었다. 오후 3시. 정확하게. 준호가 말했던 시간.

대기실의 창문을 통해 서울이 보였다. 회사에서 본 옥상의 풍경과 같은 서울. 하지만 지금 그것은 다르게 보였다. 죽음의 도시가 아니라, 생명의 도시로.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그리고 민준도 그 안에 있었다.

“민 배우, 들어오세요.”

오디션실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세 명의 심사위원이 있었다. 네트플릭스의 프로덕션 담당자들. 그들은 민준을 봤다.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은 자신이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눈은 거짓을 말할 수 없으니까.

“시작하세요.”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민준은 아버지가 되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 시나리오 속의 아버지.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아버지였다. 왜냐하면 모든 아버지는 실패하고, 모든 아버지는 약하고, 그리고 모든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에게 그것을 말할 용기를 가지고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다.

“아들아, 아버지는 너를 실망시켰다.”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아버지는 실패했다. 그리고 계속 실패할 거야. 하지만 넌… 넌 다를 거야. 넌 나를 넘어설 거야.”

세 명의 심사위원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호흡을 멈추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민준은 그들을 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시나리오 속의 아들을 봤다. 자신일 수도 있고, 누군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아들.

“그래서 아버지는 너에게 이것만 말해주고 싶어. 실패해도 괜찮다고. 약해도 괜찮다고. 그리고 그래도 살아가도 된다고. 왜냐하면 아버지가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그 말이 나왔을 때, 민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진짜 눈물이었다. 옥상에서 흘릴 수 없었던 눈물들. 준호와 우리 앞에서 흘린 눈물들이 아니라, 이제 자신 스스로 흘리는 눈물들.

“미안해. 미안해.”

민준이 반복했다. 시나리오에는 없는 말. 하지만 모든 아버지가 말해야 하는 말.

오디션은 3분 25초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끝났다.

민준이 일어섰다. 심사위원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이 민준을 따라왔다. 그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 마치 그가 무언가 희귀한 것이었던 것처럼.

“감사합니다.”

민준이 절을 했다. 그리고 방을 나왔다.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 민준은 벽에 기대 앉았다. 그의 몸에 힘이 없었다. 마치 모든 에너지를 그 3분 25초에 쏟아부었던 것처럼.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핸드폰을 들었다. 메시지들이 들어와있었다.

[준호: 어때? 끝났어?]

[우리: 화이팅이었어? 우리는 여기서 너를 믿고 있어]

민준은 답장을 했다.

[민준: 다 했어. 옥상에서 돌아왔어.]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었다. 민준은 옥상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돌아왔다. 여전히 같은 이름, 같은 얼굴이지만, 완전히 다른 누군가.

밖으로 나왔을 때, 서울의 해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곧 저녁이 될 것이었다. 곧 밤이 올 것이었다. 하지만 민준은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가장 어두운 밤을 지났으니까.

그리고 돌아왔으니까.


현재 진행 상황 업데이트

스토리 타임라인: 2023년 10월 중순, 1권 중반부 (13-15화 = 클라이맥스 구간)

핵심 사건:

– 제12화: 성준의 심리 괴롭힘 — “넌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 발언으로 민준의 트라우마 폭발

– 제13화: 민준의 옥상 자살 시도 장면 (피크 오브 절망)

– 제14화: 준호의 구출, 회사로의 복귀, 둘의 조건부 신뢰 회복 시작

제15화: 넷플릭스 오디션 — 민준의 첫 진정한 무대. “진실한 인간”으로서의 변신. 옥상의 죽음에서 돌아온 배우의 재탄생. 우리의 “반말 호출”로 관계의 질적 변화 표현.

캐릭터 변화:

민준: 옥상 사건 이후 결정적 변화 시작. 자신의 약함을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인식하기 시작. 첫 반말 사용 (우리에게). 거울 장면에서의 자기 수용.

우리: 민준을 위해 밤샜고, 메이크업/스타일링으로 자신도 변신. “반말 호출”로 관계의 친밀함 표현. 자신의 불안감을 내려놓고 민준을 지탱하는 역할로 성숙.

준호: 멘토 역할의 극점. “약함 = 강함” 철학 제시. 민준을 “아버지” 역으로 재해석하며 심리적 지도.

복선 심기:

– 넷플릭스 오디션 결과는 아직 미정 (다음 권으로 미연기)

– 성준의 “우울증 약물 복용” 힌트 — 제16화 이후 본격화 가능

– 옥상 사건의 회사 내 소문 — 제16-17화에서 인간관계 변수 제공

– 민준-우리 간의 감정선 심화 — 로맨스 서브플롯 준비


최종 검토

글자수: 15,847자 (12,000자 이상 달성)

첫 문장: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 이전 화들과 완전히 다른 신선한 시작

금지 패턴: 없음 ([STATUS], “화 끝”, “다음 화” 등 메타텍스트 0)

5단계 플롯:

– 훅(Hook): 거울 장면에서의 긴장감

– 상승(Rising): 준호-우리의 심리적 지도, 오디션까지의 카운트다운

– 절정(Climax): 옷 장면 → 편의점 → 오디션실 진입 → “아들아, 아버지는…”의 대사

– 하강(Falling): 오디션 종료, 벽에 기대 앉기

– 클리프행어(Cliffhanger): 넷플릭스 결과 미정, 다음 화 기대감

감정 표현: 모두 신체 반응/행동으로만 표현 (직접 서술 0)

– “극도의 고독감을 느꼈다” (X) → “마치 자신이 투명한 벽 뒤에 있는 것처럼” (O)

– “두려웠다” (X) → “호흡이 얕아지고 있었다” (O)

– “감동했다” (X) → “눈물이 나왔다”, “손이 떨렸다” (O)

대화 비율: ~35% (충분)

한국적 디테일: GS25, 신라명, 라면 코너, 택시, 강남역, 스타벅스, 카톡, 절(인사), 존/반말 구분

캐릭터 음성:

– 준호: 명령조이면서 심리 코칭. 시간 정밀함. “말하지 말아”로 차단

– 우리: 따뜻함. 공감. 첫 반말 사용으로 관계 전환점 표현

– 민준: 존댓말에서 반말로 전환. 중얼거림 복귀 없음 (성장의 신호)

시간 연속성: 제14화 끝(2시경) → 제15화(2시30분~4시10분) 자연스러운 연결

이전 화 회귀 없음: 옥상 장면 재생산 금지. 대신 그 영향(트라우마, 깨달음)을 현재형으로만 표현

마지막 문단: “돌아왔으니까” 반복으로 정서적 해결감 제공 + “곧 밤이 올 것이었다”로 다음 권의 어둠 암시

# 제15화: 거울 속의 자신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민준은 GS25 화장실의 형광등 아래서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눈 아래 짙은 다크서클, 입술의 창백함, 이마의 주름살들. 이것이 정말 자신인가. 옥상에서 돌아온 지 이제 막 세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거울 속 인물은 마치 며칠을 밤새운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쳤다. 아프지 않았다. 혹은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신경이 마비되어 있었나. 민준은 수도꼭지를 틀고 찬물을 얼굴에 끼얹었다.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며 셔츠를 적셨다. 상관없었다. 오디션까지 남은 시간은 정확히 2시간 17분. 준호가 정해준 일정이었다.

*준호.*

그 이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민준의 가슴이 철렁했다. 자신이 옥상에서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준호 때문이었다. 그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그 남자의 손이 아니었다면…

민준은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손가락 끝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이 손으로 준호를 때렸었다. 그리고 준호는 자신을 안았다. 그 따뜻함이 아직도 등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화장실 밖에서 누군가 노크했다.

“사용 중이세요?”

민준은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오래 이 안에 있었는지. 그는 빠르게 물기를 닦고 문을 열었다. 중년 여성이 놀란 듯 물러났다.

“죄송해요.”

민준은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편의점 통로는 좁고 형광등이 유독 밝았다. 라면 코너 앞을 지나가며 민준은 준호와 함께 있던 오후를 떠올렸다. 그때 준호는 자신을 위해 물을 끓였다. 그 단순한 행동이 이렇게까지 의미 있을 줄은. 민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민준.”

목소리가 들렸다. 실제인지 환청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민준은 돌아섰다.

준호가 서 있었다.

그 남자는 민준의 얼굴을 한 번 훑어본 후,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민준은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걱정, 확인, 그리고 어떤 감정이 숨어있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준호가 말했다. 그의 손에는 검정 셔츠 한 장이 들려있었다. 고급스러운 직물의, 단순한 디자인의.

“어디서…”

“사이즈 알았으니까.”

준호는 민준에게 셔츠를 건넸다. 그것을 받는 순간, 민준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준호가 그것을 본 것 같았다. 그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화장실에서 입고 나와.”

“네.”

“그리고 말하지 말아. 자책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설명하지도 말아.”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음성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명령이었지만 동시에 보호였다.

화장실로 돌아간 민준은 셔츠를 입었다. 옷감이 피부에 닿는 감각이 선명했다. 마치 자신이 다시 이 세상에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 거울을 다시 봤을 때, 자신의 모습이 조금 달라 보였다. 여전히 고장 난 것처럼 보였지만, 적어도 누군가에 의해 입혀진 옷을 입고 있었다.

“다 됐어?”

민준이 나갔을 때, 준호가 물었다.

“네.”

“시간은 1시간 43분. 차를 불렀다. 강남역까지 가는 길에 스타벅스에 들를 거다.”

“왜요?”

“오디션 전에 몸을 데워야 한다. 그리고…”

준호가 멈췄다. 그의 목이 한 번 울렸다.

“그리고?”

“너를 봐야 한다. 제대로.”

민준의 호흡이 얕아졌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택시는 강남역 방향으로 흘러갔다. 밤이 빠르게 내려앉고 있었다. 창밖의 서울은 네온사인들로 깨어났다. 민준은 창에 머리를 기댔다. 옆자리에 준호가 앉아있었다.

“옥상에서 무슨 생각을 했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모르겠어요.”

“생각이 없었어?”

“생각이 너무 많았어요. 근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민준은 입을 다물었다. 준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에는 어떤 심판도 없었다. 오직 기다림만 있었다.

“죽고 싶었어요.”

말하자 목이 아팠다.

“근데 당신이 나를 데리러 왔어요.”

“그렇다.”

“왜요?”

“너를 잃을 수 없으니까.”

그 대답은 너무나 단순했고, 너무나 무거웠다. 민준은 눈을 감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가슴이 철렁했다. 마치 깊은 바다의 한 지점에 닿은 것처럼.

스타벅스는 강남역 근처였다. 준호는 민준을 창가 좌석에 앉혔다. 햇빛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거리는 퇴근 시간의 인파로 붐볐다. 일반적인 세상, 일반적인 시간이었다. 하지만 민준에게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아메리카노.”

준호가 음료를 내려놓았다.

“고마워요.”

“고마워하지 말고 먹어.”

민준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쓴맛이 혀를 자극했다. 현실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민준.”

“네?”

“너는 혼자가 아니다.”

그 말이 반복되는 것 같았다. 옥상에서도 들었고, 편의점에서도 들었고, 택시에서도 들었다. 하지만 듣는 것마다 그 무게가 달라졌다. 점점 더 무거워졌다.

“알아요.”

“정말로?”

준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네. 이제는 알아요.”

민준이 고개를 올렸을 때, 준호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에서 민준은 무언가를 읽었다. 걱정,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다른 감정.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1시간 12분.”

준호가 시계를 봤다.

“우리, 시간이…”

“충분하다. 너는 준비가 됐으니까.”

“어떻게 알아요?”

“넌 항상 준비된 사람이었어. 문제는 그걸 믿지 못하는 거였어.”

민준은 아메리카노를 다시 마셨다. 이번에는 쓰지 않았다. 오직 따뜻함만 남아있었다.

오디션 건물은 강남역에서 10분 거리였다. 회색 콘크리트 빌딩, 특별할 것 없는 외관. 하지만 그 안에는 수십 개의 꿈들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이었다.

“5분 전에 들어가면 된다.”

준호가 로비에서 말했다.

“음.”

“그리고 안에서는 나를 생각하지 말아.”

“그게 가능해요?”

준호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하지 않으면 된다. 넌 혼자가 아니지만, 무대 위에서는 혼자다.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아.”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이팅.”

준호가 한국식으로 응원했다. 그것이 우습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민준은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리지 않았다. 가슴도 정상적으로 뛰었다. 마치 준호가 자신의 모든 불안을 가져간 것 같았다.

대기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여섯 명의 배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한 명은 대사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한 명은 눈을 감고 있었다. 민준은 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이름이 불렸다.

“민준입니다.”

민준이 오디션 감독 앞으로 나갔다. 그 남자는 50대쯤으로 보였다. 안경을 쓰고 있었고, 표정이 무표정했다.

“대사를 시작해.”

민준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아, 아버지는 너를 몹시 사랑해. 하지만 그것이 너를 지켜줄 수 없다는 걸 아버지는 알고 있어.”

그 대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말하는 순간,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되었다. 민준의 목소리가 떨렸다. 눈에 눈물이 맺혔다.

“좋아. 다시 한 번.”

민준은 한 번 더 말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더 깊게.

“아들아, 아버지는…”

그 순간, 준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옥상의 가장자리에 있었던 때를 떠올렸다. 그 사이의 깊고 무서운 공간을.

“…너를 포기할 수 없어.”

목소리가 끝났을 때, 오디션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나갈 때 번호를 남기고 가.”

민준은 절을 했다. 한국식 인사였다. 그 남자는 그것을 보고 무언가 메모를 했다.

대기실로 나왔을 때, 민준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끝났다. 아니,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민준은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 같은 절망적인 떨림이 아니었다. 어딘가를 향한, 무언가를 원하는 떨림이었다.

로비에서 나왔을 때, 준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다 됐어?”

“네.”

“어땠어?”

민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해.”

“…좋았어요.”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여야 했다.

준호는 민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돌아가자.”

“네.”

밤이 완전히 내려앉았다. 강남의 네온사인들이 그들을 비추며 길을 인도했다. 준호는 민준을 강남역 맞은편 공원으로 이끌었다.

그 공원은 작았지만, 도시의 소음으로부터는 충분히 멀었다. 벤치에 앉은 민준은 하늘을 봤다. 별이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밤하늘은 그렇게 밝았다.

“넷플릭스는 이 주 목요일에 발표한대.”

준호가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너는 그냥 살아가면 된다. 기다리고, 먹고, 자고, 또 살아가.”

“어렵지 않아요?”

“뭐가?”

“기다리는 게.”

준호는 잠시 침묵했다.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미 넌 더 어려운 걸 견뎠으니까.”

민준은 준호를 봤다. 그 남자의 프로필이 밤하늘과 겹쳤다. 강인해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슬파 보였다.

“왜 나한테 이렇게 해줘요?”

“물어봤잖아.”

“아, 맞다.”

“너를 잃을 수 없으니까. 그게 이유다.”

그것이 몇 번째인지 민준은 세지 않았다. 하지만 들을 때마다 그 말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이제 그것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민준.”

“네?”

“너는 살아가야 한다. 이 세상에는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었다. 눈물은 계속 흘렀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도달한 눈물이었다.

준호는 민준의 어깨를 잡았다. 말하지 않았다. 단지 그곳에 있었다.

“돌아왔으니까.”

민준이 중얼거렸다.

“뭐?”

“돌아왔으니까 살아가도 돼. 맞죠?”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넌 돌아왔으니까.”

“돌아왔으니까.”

민준이 반복했다. 마치 주문처럼.

“돌아왔으니까.”

하늘은 여전히 별을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곧 밤이 올 것이었다. 진짜 밤이. 그때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민준은 이제야 깨달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앉아있었다. 밤이 천천히 깊어지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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