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19화: 스크립트 위의 얼굴들
스크립트 리딩은 10시 정각에 시작됐다. PD 박미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테이블 주변의 소리들이 일제히 잦아들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 낮은 목소리들, 의자 끌리는 소리. 모든 것이 그녀의 등장과 함께 멈췄다. 마치 누군가가 볼륨 노브를 손으로 잡아 천천히 돌린 것처럼, 스튜디오 안의 모든 소리가 하나씩 수그러들었다. 박미라의 구두 굽소리는 바닥에 박혔다. 또각, 또각, 또각. 그 소리는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경고처럼 들렸다. 민준은 그 소리를 듣고서야 박미라의 작은 키에 chú ý를 주었다. 아마도 160센티미터 초반. 그러나 그녀의 작은 몸이 스튜디오 A의 공기를 전부 잡아당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테이블 상단에 자리를 잡았다. 조감독이 뒤따라 들어오면서 노트북을 펼쳤다. 그 뒤로 두 명이 더. 작가로 보이는 사람과, 넷플릭스 로고가 박힌 명찰을 단 남자. 민준은 그 명찰을 한 번 보고 시선을 떨궜다. 냉정하게 빛나는 로고가 민준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 순간, 테이블 위의 스크립트 페이지에 적힌 글자가 선명해졌다. 마치 스크린에映像이 띄워진 것처럼.
“안녕하세요.” 박미라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다. 인사처럼 들리지 않았다. 사실 확인처럼 들렸다. 당신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현실을 확인하는 것처럼 들렸다. 민준은 그 목소리에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차갑게 느껴졌다. 언제부터 손이 이렇게 차가워졌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오늘 처음 만나는 분들도 있고,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있겠죠. 간단하게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저는 PD 박미라입니다. 이번 작품 〈잔상〉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녀의 말은 마치 사실을 확인하는 것처럼 들렸다. 민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 자신의 스크립트 표지를 내려다봤다. 거기 적혀 있었다. 〈잔상 (殘像)〉. 남아 있는 이미지. 이미 사라진 것의 흔적. 민준은 그 단어가 자신을 향해 쓰인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자신이 바로 그런 존재였으니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스크립트 리딩은 1화부터 시작됐다. 박미라가 처음 몇 줄을 읽으면서,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입혀야 했다. 민준은 스크립트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이지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주인공 한정현의 친구였다. 정확히는 ‘그렇게 보이는 사람’. 하지만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지호가 정말 존재했던 사람인지, 아니면 한정현의 뇌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불분명해진다.剧 중 어느 시점에서 이지호는 죽어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나타난다. 유령 같은 역할이다. 민준은 그 생각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스크립트 페이지를 넘겼다. 종이 소리. 자신의 손가락 끝이 차갑게 느껴졌다.
리딩이 시작되자,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박미라가 처음 지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배우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김재원은 한정현을 깊고 불안정한 톤으로 읽었다. 마치 매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릴 것 같은 톤으로. 최유나는 한정현의 아내 역을 맡았는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극도의 인내와 절망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대사를 읽을 때마다 조금씩 목소리를 낮췄다. 마치 침몰하는 것처럼. “정현아, 다시 그래. 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최유나가 읽었다. 그 한 문장에는 몇 년의 고통이 담겨 있었다. 민준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있자니, 마치 그녀가 실제로 침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민준의 첫 대사가 나왔다. 3화에서였다. 민준은 스크립트에 표시해 둔 부분으로 눈을 옮겼다. 이지호는 한정현을 위로하려고 했다. 아니, 아니다. 이지호는 한정현을 확인하려고 했다. 당신이 정말 있는가, 당신이 정말 나를 보고 있는가. “정현이, 넌 내가 있다는 걸… 정말로 알고 있어?” 민준이 읽었다. 그 순간, 박미라의 목소리가 잠깐 멈췄다. 조감독이 노트북에 뭔가를 적었다. 그것이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 민준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존재하고 있었다. 테이블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로서. 민준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의 심장박동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음 대사를 준비했다. 그의 눈은 스크립트 페이지를 향해 있었다.
리딩은 3시간이 걸렸다. 쉬는 시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쉬는 시간에 민준은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봤다. 자신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눈은 적혀 있었다. 밤을 새운 사람의 눈. 그러나 입 주변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긴장감. 아니, 집중력. 그것이 자신을 다르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이게 진짜 나인가, 아니면 내가 연기하는 나인가. 민준은 물을 마셨다. 차가운 물.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서 조금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쉬는 시간에 김재원이 민준에게 다가왔다. “이번이 처음인가?” “네.” “드라마 촬영이?” “예. 이렇게 규모 있는 건 처음입니다.” 김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극 중 한정현의 불안정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진짜 얼굴인 것처럼. “이지호 역은… 좋은 역이야. 겉으로는 친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인공의 내면의 목소리야. 그런 역할을 잘하는 배우는… 많지 않아.” 민준은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서, 김재원의 말이 자신을 향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근데 너는 그걸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리딩에서 느껴졌어. 넌 이지호가 진짜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존재와 부재 사이에 있는 뭔가라고 생각하고 있지.” 민준은 대답을 못했다. 그건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한 게 아니라, 느낀 거였다. 자신의 이 몇 년이 정확히 그렇다고 느껴졌으니까.
잔상.
민준은 그 단어를 들으면서 자신의 스크립트 표지를 내려다봤다. 거기 적혀 있었다. 〈잔상 (殘像)〉. 남아 있는 이미지. 이미 사라진 것의 흔적. 민준은 그 단어가 자신을 향해 쓰인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자신이 바로 그런 존재였으니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박미라가 계속했다.
“이 작품은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 남자가 자신이 기억하는 것들이 실제인지 아닌지를 구별하지 못하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예요. 심리 스릴러라고 분류되지만, 저는 그보다는 자기 붕괴의 이야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테이블을 한 바퀴 돌았다. 천천히. 각 사람에게 2초 정도. 민준의 차례가 왔을 때, 그 시선은 멈추지 않았다. 그냥 지나쳤다. 마치 그가 거기 없는 것처럼.
“소개 시작하겠습니다. 오른쪽부터.”
자기 소개는 15분이 걸렸다.
주연 배우들은 자신의 이름과 역할을 말하면서 짧게 웃었다. 베테랑들의 웃음. 이런 자리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의 웃음. 민준은 그 웃음들을 하나씩 관찰했다. 왼쪽 끝에 앉은 남자는 민준도 이름을 아는 배우였다. 김재원. 드라마 주연만 세 번. 나이는 서른다섯에서 마흔 사이로 보였다. 그의 플래카드에는 “한정현 / 주인공”이라고 적혀 있었다.
민준에서 세 자리 오른쪽에는 여배우가 앉아 있었다. 이름은 최유나. 민준은 그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디서인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소개를 할 때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안정감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다. 너무 연습된 안정감. 진짜 안정된 것과 안정된 척하는 것의 차이를 민준은 이제 조금 알 수 있었다.
민준의 차례가 왔다.
“민준입니다. 이지호 역을 맡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것뿐이었다. 더 말할 것이 없었다. 혹은 더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주변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 끄덕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민준은 알 수 없었다. 환영한다는 것인지, 그래서 당신이 그 사람이냐는 것인지.
박미라는 민준의 소개가 끝나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스크립트 리딩은 1화부터 시작됐다.
박미라가 처음 몇 줄을 읽으면서,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입혀야 했다. 민준은 스크립트를 들었을 때 처음으로 이지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주인공 한정현의 친구였다. 정확히는 ‘그렇게 보이는 사람’. 하지만 점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지호가 정말 존재했던 사람인지, 아니면 한정현의 뇌가 만들어낸 환상인지 불분명해진다. 극 중 어느 시점에서 이지호는 죽어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나타난다.
유령 같은 역할이다.
민준은 그 생각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스크립트 페이지를 넘겼다. 종이 소리. 자신의 손가락 끝이 차갑게 느껴졌다. 언제부터 손이 이렇게 차가워졌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리딩이 시작되자,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박미라가 처음 지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배우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김재원은 한정현을 깊고 불안정한 톤으로 읽었다. 마치 매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릴 것 같은 톤으로. 최유나는 한정현의 아내 역을 맡았는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극도의 인내와 절망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대사를 읽을 때마다 조금씩 목소리를 낮췄다. 마치 침몰하는 것처럼.
“정현아, 다시 그래. 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최유나가 읽었다. 그 한 문장에는 몇 년의 고통이 담겨 있었다.
민준의 첫 대사가 나왔다. 3화에서였다. 민준은 스크립트에 표시해 둔 부분으로 눈을 옮겼다. 이지호는 한정현을 위로하려고 했다. 아니, 아니다. 이지호는 한정현을 확인하려고 했다. 당신이 정말 있는가, 당신이 정말 나를 보고 있는가.
“정현이, 넌 내가 있다는 걸… 정말로 알고 있어?”
민준이 읽었다. 그 순간, 박미라의 목소리가 잠깐 멈췄다. 조감독이 노트북에 뭔가를 적었다. 그것이 좋은 신호인지 나쁜 신호인지 민준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존재하고 있었다. 테이블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로서.
리딩은 3시간이 걸렸다.
쉬는 시간이 두 번 있었다. 첫 번째 쉬는 시간에 민준은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봤다. 자신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눈은 적혀 있었다. 밤을 새운 사람의 눈. 하지만 입 주변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긴장감. 아니, 집중력. 그것이 자신을 다르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이게 진짜 나인가, 아니면 내가 연기하는 나인가.
민준은 물을 마셨다. 차가운 물.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서 조금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쉬는 시간에 김재원이 민준에게 다가왔다.
“이번이 처음인가?”
“네.”
“드라마 촬영이?”
“예. 이렇게 규모 있는 건 처음입니다.”
김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극 중 한정현의 불안정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진짜 얼굴인 것처럼.
“이지호 역은… 좋은 역이야. 겉으로는 친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인공의 내면의 목소리야. 그런 역할을 잘하는 배우는… 많지 않아.”
“감사합니다.”
“근데 너는 그걸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리딩에서 느껴졌어. 넌 이지호가 진짜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존재와 부재 사이에 있는 뭔가라고 생각하고 있지.”
민준은 대답을 못 했다. 그건 정확하게 말하면 생각한 게 아니라, 느낀 거였다. 자신의 이 몇 년이 정확히 그렇다고 느껴졌으니까.
“그 감각을 잃지 마. 이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그거야.”
김재원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그는 극도로 집중해 있었다. 한정현이 되어 있었다. 혹은 한정현이 되어가고 있었다.
리딩이 끝났을 때는 오후 5시였다.
민준은 스튜디오를 나오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들었다. 문자가 세 개 있었다. 준호에게서 두 개, 우리에게서 한 개.
리딩 어땠어? — 준호
끝나고 전화해. — 준호
민준이! 우리 카페에서 봐. 중요한 거 있어. — 우리
민준은 시간을 확인했다. 5시 15분. 카페까지는 20분. 그 전에 준호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 하지만 민준은 움직일 수 없었다. 스튜디오 밖의 거리 위에 서 있으면서, 자신이 몸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5월의 저녁이었지만, 해는 이미 반 정도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회색이었다. 더도 덜도 아닌, 완벽한 회색.
이 색깔이 이지호의 색깔이다.
민준은 그렇게 생각했다. 존재도 부재도 아닌, 그 사이에 떠 있는 무언가의 색깔.
민준은 전화를 걸었다. 준호가 받기까지 3초가 걸렸다.
“민준아.”
“리딩 끝났습니다.”
“어떻게 됐어?”
“…좋은 것 같습니다.”
민준은 자신이 뭘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좋다는 게 무엇인지. 자신이 잘했다는 건지, 아니면 경험이 좋다는 건지.
“PD가 뭐라고 했어?”
“특별히… 뭐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준호는 잠깐 침묵했다. 그 침묵 안에는 뭔가가 있었다. 실망인지, 아니면 생각인지.
“그래도 촬영은 가는 거지?”
“네. 내일부터 시작합니다.”
“그럼 괜찮아. 리딩은 그냥 시작일 뿐이야. 진짜는 세트에서 일어나는 거야.”
“…네.”
“근데 지금 뭐해? 목소리가 이상한데.”
“카페에 가려고 합니다. 우리가 만나자고.”
“아, 그래. 가. 근데 너무 늦지 말고 자야 돼. 내일 촬영 첫 날이잖아.”
“알겠습니다.”
민준은 전화를 끊었다. 준호의 목소리는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뭔가 불안감이 있었다. 혹은 민준이 그렇게 들었을 수도 있다. 모든 게 확실하지 않았다. 자신의 귀도, 자신의 해석도.
카페에 도착했을 때는 5시 42분이었다.
우리는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문 너머의 회색 하늘을 반사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도 그 회색의 일부인 것처럼.
“민준이!”
그녀가 소리쳤다. 밝은 목소리. 하지만 그 밝음 뒤에는 뭔가 떨리는 게 있었다.
“안녕하세요.”
민준은 앞에 앉았다. 우리는 커피 한 잔을 이미 마셨던 것 같았다. 컵에는 조금의 커피만 남아 있었다.
“리딩 잘 됐어?”
“네, 괜찮았습니다.”
“좋아. 근데 민준이…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녀는 카페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오후 5시 반의 카페. 이런 시간에는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가끔 들어오는 곳. 우리는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이 드라마… 〈잔상〉이라는 드라마 말이야.”
“네.”
“그 드라마 제작사를 알아? 프로덕션을 누가 하는지?”
민준은 모른다고 흔들었다. 그는 스크립트에 적힌 제작사 이름을 봤지만, 그게 뭐를 의미하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수진이 관여하고 있어.”
그 이름이 나왔을 때, 민준의 몸이 경직됐다. 이수진. 더스타 엔터의 대표. 그 사람이 왜 나올까.
“뭐… 뭐라고요?”
“이수진이… 아, 이거 말하기가 진짜 힘들어.”
우리는 자신의 커피잔을 들었다. 그것은 이미 차가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마시려고 했다. 마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이수진은 〈잔상〉의 투자자야. 그리고 그 드라마의 제작에 깊이 관여하고 있어. PD 박미라도… 사실 이수진이 추천한 거고.”
“그렇다면… 제 캐스팅도?”
“그건 PD가 결정한 거 같아. 근데 민준이, 내가 너한테 경고하고 싶은 건… 그 드라마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야.”
민준은 우리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눈은 진지했다. 지금까지 본 우리의 밝은 표정과는 완전히 다른 표정이었다.
“이수진은 이 업계에서 좋은 평판을 갖고 있지 않아. 여러 배우들이 그 사람한테 피해를 입었어. 그리고 그것들이 공식적으로 드러난 적은 거의 없어.”
“무슨… 피해요?”
우리는 테이블 위에 양손을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들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성적 괴롭힘이라고 불리는 게 있어. 그리고 계약 강요. 그리고… 경력 파괴. 그 사람이 싫어하는 배우들은 그냥 사라져. 일거리를 못 받아. 기사가 나고, 평판이 나빠지고.”
민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입이 열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그것을 막아두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너한테 말해주고 싶어. 이 드라마를 하면서… 이수진 근처에 가지 말아. 그리고 그 사람이 뭘 제안해도, 절대 동의하지 마. 계약서를 다시 읽어. 그리고…”
우리가 멈췄다. 그녀의 눈이 물기를 머금었다.
“그리고 뭐든지 힘들면 나한테 말해. 또는 준호한테. 혼자 결정하지 마.”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끄덕임은 자동적인 것이었다. 자신의 뇌가 아직 이 정보를 처리하고 있지 않았다.
이수진이.
그 사람이.
내 드라마에 관여하고 있다.
그 사실이 민준의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치 물이 배수구로 내려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와중에 민준은 깨달았다. 자신이 진짜로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 두려움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실패의 두려움일까, 아니면 성공의 두려움일까.
카페의 조명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해가 완전히 졌기 때문이었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 우리의 얼굴이 더 창백해 보였다. 그리고 민준은 깨달았다. 우리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런데 자신이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고마워요.”
“뭐해. 친구지.”
우리가 손을 뻗어 민준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따뜻했다. 정말로 따뜻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민준을 더욱 무섭게 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따뜻한 것들처럼.
창밖으로는 완전한 밤이 내려앉고 있었다. 5월의 밤이었지만, 공기에는 겨울의 차가움이 있었다. 또는 그렇게 느껴졌다. 민준에게는.
“내일부터 촬영이잖아.”
“네.”
“힘내.”
우리가 말했다. 그것은 응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경고이기도 했다. 마치 민준이 지금부터 전쟁에 들어가는 것처럼.
민준은 카페를 나왔다. 밤의 거리는 차가웠다.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갔다. 모두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집으로, 데이트 장소로, 술집으로. 하지만 민준은 움직이지 못했다. 도로 위에 서서,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했다.
〈잔상〉. 남아 있는 이미지. 이미 사라진 것의 흔적.
그리고 민준은 깨달았다. 자신이 이 드라마 속에서 무엇이 될 것인지를. 배우가 아니라, 거울이 될 것이다. 주인공 한정현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존재했지만 이미 죽어 있는 것. 혹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테 말해주고 싶어. 이 드라마를 하면서… 이수진 근처에 가지 말아. 그리고 그 사람이 뭘 제안해도, 절대 동의하지 마. 계약서를 다시 읽어. 그리고…”
우리가 멈췄다. 그녀의 눈이 물기를 머금었다. 민준은 그녀의 눈이 어떤지 보면서,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무서워하고 있었다. 이수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사람이 뭘 제안할지에 대한 불안감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뭐든지 힘들면 나한테 말해. 또는 준호한테. 혼자 결정하지 마.”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끄덕임은 자동적인 것이었다. 자신의 뇌가 아직 이 정보를 처리하고 있지 않았다.
_이수진이._
_그 사람이._
_내 드라마에 관여하고 있다._
그 사실이 민준의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마치 물이 배수구로 내려가는 것처럼. 그리고 그 와중에 민준은 깨달았다. 자신이 진짜로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 두려움이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실패의 두려움일까, 아니면 성공의 두려움일까.
카페의 조명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해가 완전히 졌기 때문이었다. 밝은 조명 아래에서 우리의 얼굴이 더 창백해 보였다. 그리고 민준은 깨달았다. 우리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런데 자신이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고마워요.”
“뭐해. 친구지.”
우리가 손을 뻗어 민준의手を 잡았다. 그것은 따뜻했다. 정말로 따뜻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민준을 더욱 무섭게 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따뜻한 것들처럼.
창밖으로는 완전한 밤이 내려앉고 있었다. 5월의 밤이었지만, 공기에는 겨울의 차가움이 있었다. 또는 그렇게 느껴졌다. 민준에게는. 그는 지금 자신의 마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내일부터 촬영이잖아.”
“네.”
“힘내.”
우리가 말했다. 그것은 응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경고이기도 했다. 마치 민준이 지금부터 전쟁에 들어가는 것처럼. 그는 지금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고 있었다.攝影スタジオ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이수진이 무슨 일을 벌일지.
민준은 카페를 나왔다. 밤의 거리는 차가웠다. 사람들은 빠르게 지나갔다. 모두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집으로, 데이트 장소로, 술집으로. 하지만 민준은 움직이지 못했다. 도로 위에 서서,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했다.
_잔상_. 남아 있는 이미지. 이미 사라진 것의 흔적.
그리고 민준은 깨달았다. 자신이 이 드라마 속에서 무엇이 될 것인지를. 배우가 아니라, 거울이 될 것이다. 주인공 한정현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 존재하지 않는 것. 혹은 존재했지만 이미 죽어 있는 것. 혹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것.
그는 자신의 마음이 혼란스럽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지금 느끼는 두려움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하나를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혼자 아니라는 것. 친구가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そして 그 사실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
민준은 천천히 걸었다. 밤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nghĩ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주인공 한정현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 드라마에서 거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위해 준비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민준은 자신의 마음을 정리한 후, 천천히 걸었다. 밤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는 지금 자신의 앞날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