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2화: 시간의 무게
은서는 할머니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시간이 없다고?”라는 말이 공기 중에 떠 있었고,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할머니가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질검이었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다는 것은, 사실은 선택이 없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은서는 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밥알이 혀 위에서 풀어지며 따뜻함을 전했지만, 그 따뜻함도 그녀의 가슴까지 내려가지 못했다. 마치 흉벽이 있는 것처럼, 그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내려가지 못하는 것처럼. 밥의 향과 국물의 소리,そして 밥상 위의 반찬들의 색과 모양이 어우러져 은서의 감각을 자극했다.
할머니는 밥을 먹으면서 은서를 바라봤다. 그 시선은 판단하는 눈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이해하려는 눈이었다. 할머니가 손녀를 보는 방식은 항상 그러했다—마치 오래된 책의 페이지를 넘기듯이, 천천히, 그리고 모든 글자를 읽으려는 의도로. 할머니는 밥 위에 국을 한 숟가락 떠서 부었다. 국물이 밥을 적시며 하얀 밥알이 점점 갈색으로 변해갔다. 그것도 하나의 변화였다. 거스를 수 없는, 되돌릴 수 없는 변화. 은서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상태를 떠올렸다. 밥의 맛과 국물의 뜨거움이 은서의 입안에서 тан Cecil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시간이 무서운 거 아니냐.” 할머니가 말했다. 밥숟가락을 내려놓고, 천천히 입을 닦으며. 할머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강한 확신이 들어가 있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할머니의 눈이 자신의 모든 거짓을 꿰뚫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은서의 손이 밥숟가락을 멈췄다. 그녀가 멈춘 것은 밥을 먹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음도 함께 멈췄다.
“할머니…” 은서의 목소리는 가늘어졌지만, 할머니의 귀에는 크게 들렸다.
“서울에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게 무섭냐고 물어보는 거 아니다. 거기로 가는 게 무섭냐는 거다. 거기로 돌아가는 게, 너한테 뭔가를 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냐는 거다.” 할머니는 밥상 위의 반찬들을 살펴봤다. 나물 다섯 가지, 각각 다른 맛, 다른 색. 그것들이 함께 있을 때 밥상이 완성된다. 할머니는 계란말이를 한 점 집어서 은서의 밥 위에 얹어줬다. 그 동작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돌봄, 배려, 그리고 묵묵한 이해. 계란말이의 담백한 향이 은서의 코를 자극했다.
“표절 사건이 정리된 게 맞냐.” 할머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고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할머니는 그 안의 진실을 읽었다.
“그럼 너는 왜 기뻐하지 않는 거냐.” 할머니의 질문은 정확했다. 마치 초침이 정확하게 시간을 가리키듯이, 그것은 은서의 가슴 정중앙을 관통했다. 은서는 할머니 앞에서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이 집에서, 이 밥상 앞에서는 거짓이 통용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음식의 맛처럼, 온전하게 드러났다. 은서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진실이었다. 할머니의 질문이 은서의 마음을 더 깊이 탐험하게 만들었다.
“기쁘긴 해요. 진짜로.” 은서가 대답했다. 그러나 그 대답 속의 “하지만”이 할머니의 귀에도 들렸다. 말해지지 않은 것이 말해진 것만큼 크게. 은서의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이 밥상의 따뜻한 빛에 반사되어 어둠을 물리치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은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그런데… 여기 있는 게 더 편해졌어요.” 은서의 목소리는 가늘어졌다. 마치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처럼. 할머니는 밥을 계속 먹었다. 그 침묵은 은서에게 계속 말하라는 신호였다. 할머니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 침묵은 언어였다. 가장 명확한 언어. 침묵 속에서 은서는 자신의 마음을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항상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것 같았어요. 내가 아직도 괜찮은 편집자라는 것, 내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여전히 가치 있다는 것. 계속 뭔가를 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느낌이었어요.” 은서는 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입을 움직이는 것이 그녀에게 더 큰 용기를 주었다. 입이 열려 있으면, 마음도 함께 열리는 것 같았다. 밥의 맛과 국물의 소리,そして 밥상 위의 반찬들의 향이 은서의 마음을 더 깊이 채웠다.
“근데 여기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할머니가 밥을 차려주고, 나는 그냥 먹으면 되고. 민준이가 도자기를 만들고, 나는 그 옆에만 있어도 되고. 아이들이 글을 쓰고, 나는 그걸 읽어주기만 하면 되고.” 은서는 말하다가 잠시 멈췄다. 그녀는 자신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침묵 속에서 은서는 자신의 마음을 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할머니는 국을 한 숟가락 더 떠서 마셨다. 그리고 은서를 바라봤다. 할머니의 눈 속에는 많은 시간이 담겨 있었다. 78년의 시간, 그 속에서 본 많은 사람들, 많은 선택들. 할머니는 은서의 나이를 넘어서 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은서가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할머니의 시선이 은서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천천히 움직였다.
“서울 가서 하는 일이, 여기서 하는 일이랑 뭐가 달라?”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은서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답했다.
“음… 달라요. 서울에서는 출판사에서 신인 작가들의 원고를 본다고 했어요. 그걸 고르고, 수정하고, 세상에 내보내는 일.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에요.” 은서는 말을 마치고 잠시 멈췄다. 그녀는 자신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하천리에서는?” 할머니의 질문이 이어졌다. 은서는 천천히 대답했다.
“여기서는… 분교 아이들 글 봐주고, 도서관에 기증할 책 정리하고, 가끔 오복순 아주머니 가게에 손님들 이야기 들어주고…” 은서가 말하다가 멈췄다. 그것을 나열하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하는 일과 여기서 하는 일이, 사실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을. 둘 다 글을 읽고, 사람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다만 그것이 돈이 되는가, 아닌가의 차이였을 뿐. 은서는 자신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이해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할머니는 밥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은서의 얼굴을 정확히 바라봤다. 그 시선은 할머니가 할 말이 있다는 신호였다. 은서는 밥을 먹는 것을 멈추고 할머니를 기다렸다. 할머니의 눈 속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넌 지금 뭐를 잃어버릴까봐 무서워하냐.”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답했다.
“뭐 잃어버릴 게 있어요?” 은서의 목소리는 가늘어졌지만, 할머니는 그 안의 진실을 읽었다.
“여기 있는 시간. 민준이. 그 아이들. 이 마을. 이 밥상.” 할머니가 밥상을 가리켰다. 밥상 위의 모든 것들. 그것들은 사소해 보였지만, 사실 그것들이 은서의 삶을 만들고 있었다. 은서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서울로 가면 이 모든 게 끝날까봐 무서운 거지. 이게 꿈일까봐. 여기가 정말 존재했던 곳일까봐.” 할머니는 밥을 또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씹었다. 할머니의 씹는 소리, 그것도 말이었다. 그것은 “내가 여기 있다”, “이것은 현실이다”라는 말이었다. 은서는 그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더 분명히 이해했다.
“할머니는 언제부터 그걸 알았어요?” 은서가 물었다. 할머니의 눈 속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뭘?” 할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이게 중요하다는 걸. 이런 시간들이.” 은서의 질문이 이어졌다. 할머니는 한참을 생각했다. 밥을 먹으면서, 강변의 소리를 들으면서. 부엌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빛이 할머니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빛 속에서 할머니의 주름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각각의 주름이 하나의 시간이었다. 웃음의 시간, 슬픔의 시간, 그리고 견디는 시간들. 할머니의 얼굴은 오랜 세월의 시간을 담고 있었다.
“너 할아버지 알지?”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자신의 남편을 오래전에 잃었다. 은서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 사람, 내가 처음 만났을 때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남자였어. 아무 꿈도 없어 보였고, 아무 미래도 없어 보였어. 그런데 나는 그 사람과 매일 밥을 나눠 먹으면서, 그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 할머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마치 그것은 은서만을 위한 말인 것처럼. 은서는 그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했다.
“서울에서는 누구와 밥을 나눠 먹냐.”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답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은서는 혼자 밥을 먹었다. 책상 위에, 컴퓨터 앞에, 때로는 차 안에서. 함께하는 밥상이 없었다. 그것이 은서가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였다. 은서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 있는 게 더 편해졌어요.”
은서의 목소리는 가늘어졌다. 마치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처럼. 할머니는 밥을 계속 먹었다. 그 침묵은 은서에게 계속 말하라는 신호였다. 할머니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 침묵은 언어였다. 가장 명확한 언어.
“서울에서는… 항상 뭔가를 증명해야 하는 것 같았어요. 내가 아직도 괜찮은 편집자라는 것, 내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것, 내가 여전히 가치 있다는 것. 계속 뭔가를 해야만 존재할 수 있는 느낌이었어요.”
은서는 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입을 움직이는 것이 그녀에게 더 큰 용기를 주었다. 입이 열려 있으면, 마음도 함께 열리는 것 같았다.
“근데 여기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요. 할머니가 밥을 차려주고, 나는 그냥 먹으면 되고. 민준이가 도자기를 만들고, 나는 그 옆에만 있어도 되고. 아이들이 글을 쓰고, 나는 그걸 읽어주기만 하면 되고.”
할머니는 국을 한 숟가락 더 떠서 마셨다. 그리고 은서를 바라봤다. 할머니의 눈 속에는 많은 시간이 담겨 있었다. 78년의 시간, 그 속에서 본 많은 사람들, 많은 선택들. 할머니는 은서의 나이를 넘어서 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은서가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서울 가서 하는 일이, 여기서 하는 일이랑 뭐가 달라?”
“음… 달라요. 서울에서는 출판사에서 신인 작가들의 원고를 본다고 했어요. 그걸 고르고, 수정하고, 세상에 내보내는 일.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에요.”
“하천리에서는?”
“여기서는… 분교 아이들 글 봐주고, 도서관에 기증할 책 정리하고, 가끔 오복순 아주머니 가게에 손님들 이야기 들어주고…”
은서가 말하다가 멈췄다. 그것을 나열하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하는 일과 여기서 하는 일이, 사실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을. 둘 다 글을 읽고, 사람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였다. 다만 그것이 돈이 되는가, 아닌가의 차이였을 뿐.
할머니는 밥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은서의 얼굴을 정확히 바라봤다. 그 시선은 할머니가 할 말이 있다는 신호였다. 은서는 밥을 먹는 것을 멈추고 할머니를 기다렸다.
“넌 지금 뭐를 잃어버릴까봐 무서워하냐.”
할머니가 물었다.
“뭐 잃어버릴 게 있어요?”
“여기 있는 시간. 민준이. 그 아이들. 이 마을. 이 밥상.”
할머니가 밥상을 가리켰다. 밥상 위의 모든 것들. 그것들은 사소해 보였지만, 사실 그것들이 은서의 삶을 만들고 있었다.
“서울로 가면 이 모든 게 끝날까봐 무서운 거지. 이게 꿈일까봐. 여기가 정말 존재했던 곳일까봐.”
할머니는 밥을 또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씹었다. 할머니의 씹는 소리, 그것도 말이었다. 그것은 “내가 여기 있다”, “이것은 현실이다”라는 말이었다.
“할머니는 언제부터 그걸 알았어요?”
은서가 물었다.
“뭘?”
“이게 중요하다는 걸. 이런 시간들이.”
할머니는 한참을 생각했다. 밥을 먹으면서, 강변의 소리를 들으면서. 부엌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빛이 할머니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 빛 속에서 할머니의 주름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각각의 주름이 하나의 시간이었다. 웃음의 시간, 슬픔의 시간, 그리고 견디는 시간들.
“너 할아버지 알지?”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자신의 남편을 오래전에 잃었다. 은서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 사람, 내가 처음 만났을 때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남자였어. 아무 꿈도 없어 보였고, 아무 미래도 없어 보였어. 그런데 나는 그 사람과 매일 밥을 나눠 먹으면서, 그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
할머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마치 그것은 은서만을 위한 말인 것처럼.
“서울에서는 누구와 밥을 나눠 먹냐.”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답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은서는 혼자 밥을 먹었다. 책상 위에, 컴퓨터 앞에, 때로는 차 안에서. 함께하는 밥상이 없었다. 그것이 은서가 견디기 힘들었던 이유였다. 그것이 은서의 불면증이 왜 더 심해졌는지의 이유였다.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매일 할머니와 밥을 먹고. 가끔은 민준이와도 먹고. 아이들과도 함께 먹어요.”
은서가 천천히 말했다.
“그럼 그게 너의 일이지. 서울에서 하는 일 말고.”
할머니가 말했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단지 사실의 진술이었다. 할머니는 밥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은서가 일어나 도우려 했지만, 할머니는 손짓으로 거절했다.
“밥은 먹었냐, 아니면 밥 먹겠냐. 이 두 가지 말고는 할 말이 없어.”
할머니가 다시 그 말을 반복했다. 그것은 할머니의 철학이었다. 모든 것은 밥이고, 모든 것은 함께함이다. 은서는 밥상에 혼자 남겨졌다. 햇빛이 밥상을 비추고 있었고, 그 위에는 은서가 먹던 밥 한 숟가락이 남아 있었다. 은서는 그 밥을 입에 넣었다. 여전히 따뜻했다.
그 날 오후, 은서는 강변 둑길을 따라 걸었다. 할머니와의 대화 이후로, 그녀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가벼워진 것이 아니라, 무거워졌다. 왜냐하면 선택이 더 이상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로 가거나 여기에 남거나—그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복잡한 것이었다.
강물은 늦가을의 색으로 흐르고 있었다. 여름의 초록색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제 물은 회색과 갈색이 섞인 색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물감을 섞으면서 손을 멈춰버린 것처럼. 불완전한 색. 그런데 그것이 맞는 색이었다. 이 계절의 색. 은서는 둑길의 돌 위에 앉았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었다. 발을 강물에 담갔다.
물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아직 겨울이 아니었다. 아직 여름의 기억이 물 속에 남아 있었다. 은서의 발가락이 차가운 돌을 감지했다. 강 밑의 돌들, 그것들은 오랜 시간 물에 씻겨 매끄러워졌다. 어쩌면 그것이 강물의 일이었다—모난 것을 깎아내고, 거친 것을 부드럽게 만드는 것.
은서는 휴대폰을 꺼냈다. 출판사 대표의 메시지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월요일부터 시작하라는 말. 신인 작가들의 원고를 보면서. 예전처럼. 그것은 기쁜 일이었다. 정말로. 4년 동안 기다려온 일이었다. 그런데 왜 기쁨이 아니라 무게가 느껴지는가.
은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강물을 바라봤다. 어딘가 멀리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하천리의 새들은 항상 그렇게 울었다—서둘러 울지 않고, 천천히, 마치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은서는 그 울음을 들으면서 깨달았다. 새들은 목적이 없이 운다는 것을. 그것은 단지 울음이고, 존재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여기 있다는 증명이었다.
한 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었을 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은서는 돌아봤다. 민준이 강변 둑길을 따라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옷은 흙먼지로 덮여 있었고, 손에는 물이 들어 있었다. 공방에서 방금 나온 모습이었다.
“여기 있었구나.”
민준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은서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마치 강이 은서를 데려갈까봐 자신도 따라온 것처럼.
“네.”
은서가 대답했다. 민준은 은서 옆에 앉았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었다. 발을 강물에 담갔다. 둘은 나란히 강물을 바라봤다. 말이 필요 없었다. 강물의 흐름, 새의 울음, 그리고 그들의 호흡이 모든 말이었다.
“서울 가기로 했어?”
민준이 물었다.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강물처럼, 그저 흐르고 있었다.
“아직 모르겠어.”
은서가 마침내 말했다.
“근데 가야 해?”
민준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 기회의 질문처럼. 은서는 강물을 바라봤다. 강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흐를 뿐이었다.
“모르겠어. 진짜로.”
은서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힘든 진실.
민준은 은서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을 끼웠다. 은서는 그 손의 온도를 느꼈다. 흙으로 만들어진 손. 도자기를 만드는 손. 그 손이 은서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모든 말이었다.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 단지 여기 있다는 말이었다.
“내가 도자기를 부숴버린 이유, 알아?”
민준이 말했다.
“편지에 썼잖아요.”
“그게 다가 아니었어. 부숴버린 이유는… 완벽해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어. 완벽하지 않으면 내놓을 수 없다고. 그런데 손이 흔들렸어. 마음이 불안해서. 그래서 부숴버렸어.”
민준의 목소리는 낮았다. 마치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 소리처럼.
“근데 지금은 알아. 미완성도 괜찮다는 걸. 흔들리는 손도 괜찮다는 걸. 왜냐면 그게 진짜거든.”
은서는 민준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흙먼지가 남아 있었다. 그 흙먼지 사이로 그의 눈이 보였다. 그 눈은 은서를 본다고 하기보다는, 은서를 이해하고 있었다. 마치 도자기의 표면을 읽듯이.
“내가 선택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 너는 가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여기만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다만…”
민준이 말을 멈췄다.
“다만?”
“다만 여기 있을 때의 너를 봤어. 그 너를 잃어버릴까봐 무서워. 그게 전부야.”
은서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것은 눈물이 아니었다. 아직은. 그것은 눈물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물이었다. 은서는 민준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손가락을 더 깊이 끼웠다.
“미완성도 괜찮다고 했어.”
은서가 말했다.
“응.”
“그럼 내 선택도 미완성이어도 괜찮아?”
“그래.”
민준이 대답했다. 강물이 그들을 지나갔다. 오후의 햇빛이 물 위에서 반짝였다. 그 반짝임이 은서의 눈에도 비쳤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희망은 너무 큰 말이었다. 그것은 단지, 계속 흐른다는 것. 멈추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
그 저녁, 은서는 할머니의 집에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아직 서울로 가기로 완전히 결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짐을 싸는 것은 선택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은서는 옷장을 열었다. 하천리에 온 이후로 입었던 옷들. 그것들은 서울 옷과 달랐다. 더 편했고, 더 부드러웠고, 더 살이 맞았다.
은서는 옷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었다. 각각의 옷이 언제 입었는지, 어디에 갔을 때 입었는지 기억했다. 강변 둑길을 걸을 때 입었던 노란색 스웨터. 공방을 방문했을 때 입었던 파란색 셔츠. 분교에 갔을 때 입었던 흰색 반팔.
은서는 옷들을 한 옆에 쌓았다. 서울로 갈 옷과, 남길 옷으로 나누었다. 그런데 자꾸 섞였다. 이것도 필요할 것 같고, 저것도 필요할 것 같고. 선택할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의 삶 전체를 나누는 것 같았다.
할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뭐 해?”
“짐을 싸고 있어요.”
“가기로 했냐.”
“아직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은서 옆에 앉았다. 할머니의 손이 옷들을 만졌다. 각각의 옷을 살펴봤다. 마치 글을 읽듯이.
“이 옷, 언제 샀냐.”
할머니가 파란색 셔츠를 들었다.
“하천리에 온 후에요. 장에 갔을 때 오복순 아주머니가 줬어요.”
“그래. 이 옷은 여기서 사 입은 옷이네.”
할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그 옷을 “남길 옷” 쪽으로 옮겼다. 은서가 다시 “갈 옷” 쪽으로 옮기려 했지만, 할머니가 손으로 막았다.
“이건 여기서 입은 옷이야. 서울에 가져가면 뭐해. 그건 여기 남겨.”
할머니가 하나하나 옷을 골라냈다. 여기서 산 옷, 여기서 입은 옷들. 그것들을 모두 따로 모았다. 남길 옷 더미가 점점 커졌다. 그것을 보면서 은서는 깨달았다. 자신이 하천리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이 옷들은, 내가 입을게. 네가 가서 그리워할 때.”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를 바라봤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그것은 웃음이 필요 없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단지, 사실을 말하는 표정이었다.
“할머니…”
은서가 말을 시작했지만, 할머니가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아직 가기로 결정한 거 아니잖아. 근데 혹시 가게 되면, 이 옷들을 생각해. 이게 여기 있다는 걸 생각해. 그럼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할머니는 일어나며 파란색 셔츠를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은서를 한 번 더 바라봤다.
“밥은 먹었냐, 아니면 밥 먹겠냐. 이 두 가지 말고는 할 말이 없어.”
할머니가 다시 그 말을 했다. 그것은 할머니의 모든 것이 담긴 말이었다. 모든 사랑, 모든 이해, 모든 배려.
은서는 옷들 위에 얼굴을 묻었다. 그것들은 모두 따뜻했다. 하천리의 햇빛에 말려진 옷들. 할머니의 손으로 접혀진 옷들. 그 옷들의 냄새를 맡으면서, 은서는 비로소 울었다. 미완성의 울음. 선택하지 못한 울음. 그리고 그것이 괜찮다는 걸 알게 되는 울음.
밖에서는 저녁 종소리가 울렸다. 하천리의 종. 하루가 끝난다는 신호. 그리고 내일이 온다는 신호. 은서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내일이 올 것이고, 그 내일 아래에도 또 다른 내일이 있을 것이고, 그 모든 내일 속에서 자신은 선택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도 괜찮다는 것을.
은서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옷들을 나누는 과정에서, 그녀는 하천리에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할머니의 손이 그녀의 옷들을 만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할머니의 사랑과 배려를 느꼈다.
할머니가 문을 두드렸다.
“뭐 해?” 할머니가 물었다.
“짐을 싸고 있어요.” 은서가 대답했다.
“가기로 했냐.” 할머니가再び 물었다.
“아직 모르겠어요.” 은서는 천천히 말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결정된 것 같았다.
할머니는 은서 옆에 앉았다. 할머니의 손이 옷들을 만졌다. 각각의 옷을 살펴봤다. 마치 글을 읽듯이. 은서는 할머니의 손이 옷들을 만지는 것을 보면서, 그녀의 삶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
“이 옷, 언제 샀냐.” 할머니가 파란색 셔츠를 들었다.
“하천리에 온 후에요. 장에 갔을 때 오복순 아주머니가 줬어요.” 은서가 대답했다.
“그래. 이 옷은 여기서 사 입은 옷이네.” 할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그 옷을 “남길 옷” 쪽으로 옮겼다. 은서가 다시 “갈 옷” 쪽으로 옮기려 했지만, 할머니가 손으로 막았다.
“이건 여기서 입은 옷이야. 서울에 가져가면 뭐해. 그건 여기 남겨.”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했다. 하천里的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정리하는 것을 생각했다.
할머니는 하나하나 옷을 골라냈다. 여기서 산 옷, 여기서 입은 옷들. 그것들을 모두 따로 모았다. 남길 옷 더미가 점점 커졌다. 그것을 보면서 은서는 깨달았다. 자신이 하천리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렸는지를.
“이 옷들은, 내가 입을게. 네가 가서 그리워할 때.”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를 바라봤다. 할머니의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그것은 웃음이 필요 없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단지, 사실을 말하는 표정이었다.
“할머니…” 은서가 말을 시작했지만, 할머니가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아직 가기로 결정한 거 아니잖아. 근데 혹시 가게 되면, 이 옷들을 생각해. 이게 여기 있다는 걸 생각해. 그럼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그녀의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했다. 하천리의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정리하는 것을 생각했다.
할머니는 일어나며 파란색 셔츠를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은서를 한 번 더 바라봤다.
“밥은 먹었냐, 아니면 밥 먹겠냐. 이 두 가지 말고는 할 말이 없어.”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그녀의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했다. 하천리의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정리하는 것을 생각했다.
“할머니, 저는…” 은서가 말을 시작했지만, 할머니가 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아니야, 이미 알고 있어. 네가 고민하는 거, 나는 알고 있어. 근데 네가 결정해야 할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고민하는 동안 옆에 있으라는 거야.”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그녀의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했다. 하천里的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정리하는 것을 생각했다.
할머니는 은서를 한 번 더 바라봤다.
“내가 네가 걱정돼. 근데 네가 결정할 수 있을 거라고相信해. 너는 스마트하고, 강하고, красив한 여자야. 내가 자랑스러워.”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그녀의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했다. 하천리의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을 정리하는 것을 생각했다.
“할머니, 고마워요.” 은서가 말했다.
“아니야, 고마워할 건 없어요. 네가 HAPPY하도록 돕는 건, 내 일이에요.”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옷들 위에 얼굴을 묻었다. 그것들은 모두 따뜻했다. 하천리의 햇빛에 말려진 옷들. 할머니의 손으로 접혀진 옷들. 그 옷들의 냄새를 맡으면서, 은서는 비로소 울었다. 미완성의 울음. 선택하지 못한 울음. 그리고 그것이 괜찮다는 걸 알게 되는 울음.
밖에서는 저녁 종소리가 울렸다. 하천리의 종. 하루가 끝난다는 신호. 그리고 내일이 온다는 신호. 은서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내일이 올 것이고, 그 내일 아래에도 또 다른 내일이 있을 것이고, 그 모든 내일 속에서 자신은 선택을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도 괜찮다는 것을.
은서는 옷들을 정리했다.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옷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밥을 먹었다. 은서는 할머니와 함께 밥을 먹으며, 그녀들의 삶을 정리하는 것을 생각했다.
그들은 함께 이야기했다. 은서는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했다. 그녀는 할머니의故事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웃었다.
은서는 그저 행복했다.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행복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은서는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결정했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그녀는 하천里的 사람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행복했다. 은서는 할머니와 함께 행복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은서는 깨달았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그녀는 하천里的 사람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행복했다. 은서는 할머니와 함께 행복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은서는 비로소 이해했다. 그녀는 할머니의 사랑과 배려를 이해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이해한 것을 공유했다.
그리고 은서는 결정했다.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결정했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은서는 깨달았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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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은서는 결정했다.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결정했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幸福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은서는 깨달았다. 그녀는 하천리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들은 함께幸福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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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