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굽이에서 – 제78화: 손이 만드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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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8화: 손이 만드는 언어

손가락이 흙을 만졌을 때, 세상의 모든 소음이 침묵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강민준은 그 순간을 알고 있었다. 바퀴 위에서 회전하는 흙덩어리는 중력을 거스르고, 공중에서 형태를 찾아가며, 손의 압력에 따라 내쉬는 숨이 느껴진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러나 그것은 말보다 더 진실한 것이었다. 은서가 편지를 들고 공방에 들어왔을 때, 민준은 바퀴를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손을 멈추면 마음도 멈추게 되기 때문이다.

“은서 씨.”

그의 목소리는 작고, 가냘픈 소리였다. 거의 들을 수 없는 숨 같은 것이었다. 은서는 그声音을 들었다. 공방의 모든 소리 – 바퀴의 회전음, 물이 튀는 소리, 흙이 손과 마찰하는 미세한 음향 -를 뚫고, 그 한 마디가 들렸다. 민준의 눈은 흙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의 주의는 모두 은서에게 향해 있었다. 손이 움직이지만 마음은 고정되어 있는 그런 상태. 은서가 처음 그를 봤을 때의 그 상태였다.

“편지… 받았어요.”

은서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떨림은 혼란이었고, 혼란은 감정이었고, 감정은 진실이었다. 민준은 바퀴를 천천히 멈추기 시작했다. 손을 떼는 게 아니라, 압력을 줄이는 것. 흙이 천천히 제 속도를 잃어가도록. 마치 누군가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도록 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정성스럽게.

“네.”

그 한 마디.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편지는 이미 썼다. 며칠 밤을 새워 썼다. 손이 떨려서 글씨가 흔들렸고, 어떤 문장은 잉크가 번져서 읽을 수 없게 되었다. 그것도 좋았다. 완벽하지 않은 글, 불완전한 표현 – 그것이 가장 진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웠다. 다시 쓰지 않았다. 그대로 보냈다.

은서는 공방 안을 천천히 걸었다. 벽에 붙어 있는 도자기들을 보며. 접시, 찻잔, 화병, 그리고 이름 없는 형태들. 모두 민준의 손에서 나왔다. 그것들은 완성품이 아니었다. 민준이 “아직”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들. 아직 누군가의 손에 들려질 기회를 기다리는 것들.

“왜… 그걸 보냈어요?”

은서의 질문은 예상된 것이었다. 그래서 민준은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입을 열 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은 너무 부족했다. 자신의 감정을 담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에는 너무 작고 약했다.

“말이… 없었어서.”

그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은서는 이해했다. 그녀는 편집자였다. 말이 아닌 것에서 말을 읽어내는 사람이었다. 침묵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민준의 침묵을 읽었다. 그의 떨리는 손을 읽었다. 편지의 여백을 읽었다.

은서는 공방의 한 모서리에 놓인 도자기에 손을 댔다. 그것은 완성되지 않은 것이었다. 한쪽은 매끄럽고, 다른 한쪽은 거칠었다. 마치 누군가 도중에 멈춘 것처럼. 손가락이 표면을 따라 움직였다. 그 거침이, 그 불완전함이 따뜻했다.

“서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은서가 갑자기 말했다. 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표절 사건이… 정리되었대요. 내 이름도 깨끗해졌고. 원래 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공방의 공기가 변했다. 민준은 느꼈다. 자신의 손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아니, 그것은 전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예상했던 두려움. 그래서 편지를 쓸 때도 그 두려움을 손으로 눌렀다. 압력을 높여서.

“근데…”

은서가 다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더 부드러웠다. 더 낮았다.

“근데 강민준 씨. 당신은 왜 여기 있어요?”

그 질문. 그것은 다른 질문이었다. “왜 편지를 보냈어요?”가 아니라, “왜 여기 있어요?”라는 질문. 그것은 과거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묻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 공방에서, 그가 왜 있는가를 묻는 것.

민준은 바퀴를 완전히 멈췄다. 손을 떼었다. 흙은 천천히 제 형태를 잃어갔다. 다시 단순한 덩어리가 되어갔다. 그렇게 되는 것도 아름다웠다. 모든 형태는 언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민준이 말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마치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나는 다섯 년 전에 모든 걸 부숴버렸어요.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도, 꿈도, 내 이름도. 그리고 여기 왔어요. 여기서 다시 시작하려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그는 멈췄다. 손을 씻기 시작했다. 물이 흙을 밀어내며, 갈색이 흰색으로 변해갔다. 손가락 사이의 흙이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은서 씨가 왔어요.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뭔가를 계속하고 싶어졌어요. 부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그냥… 계속하고 싶었어요.”

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불완정한 도자기 위에 있었다. 그 거침이, 그 불완정함이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의 손이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아직도 있는 것처럼.

“표절 사건이 정리됐다는 건… 좋은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손은 타올에서 나왔다. 젖어 있었다. 물이 떨어졌다.

“네. 그걸 원했어요. 제 이름을 되찾고 싶었어요. 제가 한 일이 아닌 것들로부터.”

은서의 목소리는 객관적이었다. 편집자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객관성 뒤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피로함? 아니면 안도감? 민준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럼… 가실 거예요?”

그 질문이 나오는 순간, 민준은 후회했다. 하지만 뺄 수 없었다. 이미 공기 중에 떠 있었다. 그 질문은 공방을 가득 채웠다. 마치 연기처럼.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공방을 천천히 둘러봤다. 벽의 도자기들을 하나씩. 테이블 위의 작업 중인 것들을. 창문 밖의 강을. 그 모든 것이 이곳을 이루고 있었다. 이 공간. 이 사람. 이 시간.

“모르겠어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진실했다. 흔들렸다.

“아까 우체국에서 편지를 받았을 때, 강민준 씨 편지를 읽고 나서, 나는 할머니 댁으로 갔어요. 밥상에 앉았어요. 할머니가 뭘 하고 있냐고 물었어요.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어요. 서울로 가야 할 것 같다고? 그런데 그 말을 입으로 옮기는 순간, 나는 깨달았어요. 나는 가고 싶지 않다는 걸.”

민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은서의 말 하나하나가 그를 누르고 있었다. 좋은 의미로.

“그런데 가지 않는 건… 도망치는 건 아닐까요? 표절 사건을 정리했는데,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건.”

은서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그런데 나는 그 자리를 원하지 않아요. 그것도 깨달았어요. 출판사 편집장이었던 나는… 그 사람은 이미 죽었어요. 아니면 자살했어요. 나는 모르겠어요.”

그녀의 눈은 민준을 향했다. 그의 심장은 뛰었다. 아니, 그의 심장은 이미 멈춰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은서가 갑자기 말했다. 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표절 사건이… 정리되었대요. 내 이름도 깨끗해졌고. 원래 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공방의 공기가 변했다. 민준은 느꼈다. 자신의 손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아니, 그것은 전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예상했던 두려움. 그래서 편지를 쓸 때도 그 두려움을 손으로 눌렀다. 압력을 높여서.

“근데…”

은서가 다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 더 부드러웠다. 더 낮았다.

“근데 강민준 씨. 당신은 왜 여기 있어요?”

그 질문. 그것은 다른 질문이었다. “왜 편지를 보냈어요?” 가 아니라, “왜 여기 있어요?” 라는 질문. 그것은 과거를 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묻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 공방에서, 그가 왜 있는가를 묻는 것.

민준은 바퀴를 완전히 멈췄다. 손을 떼었다. 흙은 천천히 제 형태를 잃어갔다. 다시 단순한 덩어리가 되어갔다. 그렇게 되는 것도 아름다웠다. 모든 형태는 언젠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민준이 말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마치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나는 다섯 년 전에 모든 걸 부숴버렸어요.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도, 꿈도, 내 이름도. 그리고 여기 왔어요. 여기서 다시 시작하려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그는 멈췄다. 손을 씻기 시작했다. 물이 흙을 밀어냈다. 갈색이 흰색으로 변해갔다. 손가락 사이의 흙이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 은서 씨가 왔어요.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뭔가를 계속하고 싶어졌어요. 부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그냥… 계속하고 싶었어요.”

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불완전한 도자기 위에 있었다. 그 거침이, 그 불완전함이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의 손이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아직도 있는 것처럼.

“표절 사건이 정리됐다는 건… 좋은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손은 타올에서 나왔다. 젖어 있었다. 물이 떨어졌다.

“네. 그걸 원했어요. 제 이름을 되찾고 싶었어요. 제가 한 일이 아닌 것들로부터.”

은서의 목소리는 객관적이었다. 편집자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객관성 뒤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피로함? 아니면 안도감? 민준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럼… 가실 거예요?”

그 질문이 나오는 순간, 민준은 후회했다. 하지만 뺄 수 없었다. 이미 공기 중에 떠 있었다. 그 질문은 공방을 가득 채웠다. 마치 연기처럼.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공방을 천천히 둘러봤다. 벽의 도자기들을 하나씩. 테이블 위의 작업 중인 것들을. 창문 밖의 강을. 그 모든 것이 이곳을 이루고 있었다. 이 공간. 이 사람. 이 시간.

“모르겠어요.”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진실했다. 흔들렸다.

“아까 우체국에서 편지를 받았을 때, 강민준 씨 편지를 읽고 나서, 나는 할머니 댁으로 갔어요. 밥상에 앉았어요. 할머니가 뭘 하고 있냐고 물었어요.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어요. 서울로 가야 할 것 같다고? 그런데 그 말을 입으로 옮기는 순간, 나는 깨달았어요. 나는 가고 싶지 않다는 걸.”

민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은서의 말 하나하나가 그를 누르고 있었다. 좋은 의미로.

“그런데 가지 않는 건… 도망치는 건 아닐까요? 표절 사건을 정리했는데,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건.”

은서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그런데 나는 그 자리를 원하지 않아요. 그것도 깨달았어요. 출판사 편집장이었던 나는… 그 사람은 이미 죽었어요. 아니면 자살했어요. 나는 모르겠어요.”

그녀는 멈췄다.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그냥 어두움 속에 있고 싶었던 것 같았다. 잠깐이라도.

민준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움직임은 신중했다. 마치 야생동물을 다루듯. 마치 도자기를 다루듯. 그의 손이 은서의 손을 만났다. 부드럽게. 확인하듯이. 그녀가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담아서.

은서는 손을 내렸다. 그녀의 눈은 빨갛지 않았다. 단지 피곤해 보였다. 오래된 피로. 몇 년간 쌓인 피로.

“강민준 씨. 당신이 편지에서 말한 것들, 그 다섯 년 동안 당신이 겪은 것들, 그것들이 진짜 일어난 거예요?”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 진짜예요.”

“왜 모든 걸 부수셨어요?”

그 질문. 그것은 민준이 자신에게 계속해서 던져왔던 질문이었다. 왜. 왜 모든 걸 부숴버렸나. 왜 도망쳤나. 왜 여기 왔나. 그런데 은서가 물으니, 그것은 다른 질문이 되었다. 그것은 비난이 아니라 호기심이었다. 이해하려는 호기심.

“완벽하지 않았거든요.”

민준이 대답했다.

“그 전시회 작품들은 다 완벽했어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큼. 팔릴 만큼. 그런데 나는 그것들을 보면서 느꼈어요. 이건 내 것이 아니라고.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내가 기대받는 것을 만든 거라고. 그래서 부숴버렸어요. 모두. 그리고 여기 왔어요.”

그가 공방을 가리켰다.

“여기서는 아무도 나한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나한테 뭔가를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냥 흙만 있었어요. 그리고 손. 그리고 시간.”

은서는 그의 말을 들으며,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자신도 그랬다. 서울에서 그녀도 완벽함을 요구받고 있었다. 좋은 편집자. 좋은 판단력. 좋은 직원.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표절 사건이 그것을 증명했다. 그녀의 판단력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녀는 실수했다.

“그럼 지금은? 지금도 완벽함을 요구하세요?”

은서가 물었다.

민준은 웃음이 나왔다. 작은 웃음. 거의 한숨 같은 웃음.

“매일. 자신한테서.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받아들였어요. 완벽하지 않다는 걸. 그리고 그것도 괜찮다는 걸.”

그는 벽의 도자기들을 가리켰다.

“저 모든 게 완벽하지 않아요. 어떤 것은 한쪽이 굽어 있고, 어떤 것은 색이 고르지 않고, 어떤 것은 만드는 중에 부숴졌어요. 그래도 나는 그것들을 봐요. 그리고 사랑해요.”

은서는 그 말을 들으며, 눈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울음이 아니었다. 다른 것이었다. 무언가 녹아내리는 것. 마치 얼음이 봄날 햇빛에 녹아내리듯.

“강민준 씨.”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왜 나한테 이 모든 걸 말해요?”

민준은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은서 씨 때문이에요. 당신이 여기 왔을 때부터, 나는 자꾸만 말하고 싶었어요. 글로도, 그리고 이렇게 말로도. 당신한테만 말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당신은 들어주니까. 당신은 내 말이 완벽하지 않아도, 내 침묵도, 내 불완전함도 다 받아주니까.”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은서는 그의 손을 잡았다. 먼저. 확신 없이. 그러나 확실하게. 그의 손은 따뜻했다. 여전히 물기가 있었다. 도자기를 만드는 손. 흙을 다루는 손.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도… 당신 때문에 여기 있어요.”

은서가 속삭였다. 마치 비밀을 말하듯이.

“언제부터?”

“모르겠어요. 어느 날 보니까 이미 여기 있었어요. 당신 곁에.”

강변의 둑길을 따라 저물어가는 햇빛이 공방의 창문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안에 은서와 민준의 그림자가 겹쳐 있었다. 하나의 형태로. 마치 하나의 도자기처럼.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러나 만들어지고 있는.

공방 밖에서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느린 흐름. 휴식 없는 움직임. 그러나 그것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면서도, 돌아가고, 굽어지고, 때로는 같은 곳을 맴도는 강물처럼. 모든 것이 그렇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멈출 수 없이 흘러가지만, 어디선가는 누군가를 만나고, 그곳에서 머물고, 그곳에서 아주 천천히, 확실하게, 변해간다.

민준과 은서는 말하지 않았다. 손만 잡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말이 필요 없었다. 손가락이 말하고 있었다. 두 손이 만드는 언어. 그것이 가장 진실한 언어였다.

밤이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천리의 밤은 빨리 온다. 도시의 밤은 천천히 오지만, 시골의 밤은 갑자기 온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끄듯이. 그러나 은서는 이제 그것을 알았다. 그 어둠 속에도 빛이 있다는 것을. 손을 잡은 누군가의 온기처럼.

“가야 할까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물었지만, 그의 손은 묻지 않았다. 그의 손은 이미 대답했다.

“아직… 아니요.”

은서가 대답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손을 잡고 있었다. 공방의 불이 켜졌다. 창문 너머로 그들의 형태가 보였다. 강변 둑길을 지나가던 오복순 아주머니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이 소식이 내일 오일장에 얼마나 빨리 퍼질까 생각하며.

그러나 은서와 민준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남의 시선보다는, 이 순간이 중요했다. 이 손의 온기가 중요했다. 이 불완전한 공방에서, 이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드는 이 완벽하지 않은 순간이 중요했다.

밤이 내려왔다. 하천리의 밤. 별들이 나왔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별들. 그토록 많은 별들. 그 별빛이 강물을 밝혔다. 강물은 반짝였다. 마치 누군가 손가락으로 그려놓은 도자기 표면처럼. 거칠지만 따뜻한. 불완전하지만 진실한.

은서는 창문 너머의 강을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것이 쉬는 것이구나. 이것이 ‘쉰다’는 것이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 손을 잡고 있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는다는 것. 그것이 쉬는 것이었다.

민준은 은서의 얼굴을 봤다. 창문의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부드러워 보였다. 서울에서 봤던 그 경직된 얼굴과는 달리. 이곳에서 그녀는 변했다.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마치 흙이 손 안에서 형태를 이루듯이.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편지의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여기 있다는 것. 그녀가 손을 잡고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답변이었다.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휴식 없이.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은 정지해 있었다. 손을 잡은 채로. 밤하늘 아래로. 별빛 속에서.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이 순간을 살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충분했다.

민준과 은서는 강변 공방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하천리의 밤이 내려오고 있었고, 강물은 별빛에 반짝이는 소리 없는 음악을奏でていた. 그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손은 서로를 말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은서는 창밖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생각했다. 멈추지 않고 흘러가면서도, 돌아가고, 굽어지고, 때로는 같은 곳을 맴도는 강물처럼. 모든 것이 그렇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멈출 수 없이 흘러가지만, 어디선가는 누군가를 만나고, 그곳에서 머물고, 그곳에서 아주 천천히, 확실하게, 변해간다.

그녀는 민준의 손에 자신의 손을 đặt은 순간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손을 잡았던 순간, 그녀는 민준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준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은 따뜻했고, 그의 눈은 진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부터 그녀들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손만 잡고 있으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밤이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천리의 밤은 빨리 온다. 도시의 밤은 천천히 오지만, 시골의 밤은 갑자기 온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끄듯이. 하지만 은서는 이제 그것을 알았다. 그 어둠 속에도 빛이 있다는 것을. 손을 잡은 누군가의 온기처럼.

“가야 할까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물었지만, 그의 손은 묻지 않았다. 그의 손은 이미 대답했다.

“아직… 아니요.” 은서가 대답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손을 잡고 있었다. 공방의 불이 켜졌고, 창문 너머로 그들의 형태가 보였다. 강변 둑길을 지나가던 오복순 아주머니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웃음이 나왔다.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이 소식이 내일 오일장에 얼마나 빨리 퍼질까 생각하며.

그러나 은서와 민준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남의 시선보다는, 이 순간이 중요했다. 이 손의 온기가 중요했다. 이 불완전한 공방에서, 이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드는 이 완벽하지 않은 순간이 중요했다.

은서는 창문 너머의 강을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것이 쉬는 것이구나. 이것이 ‘쉰다’는 것이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 손을 잡고 있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는다는 것. 그것이 쉬는 것이었다.

민준은 은서의 얼굴을 봤다. 창문의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부드러워 보였다. 서울에서 봤던 그 경직된 얼굴과는 달리. 이곳에서 그녀는 변했다. 천천히. 눈에 띄지 않게. 마치 흙이 손 안에서 형태를 이루듯이.

그는 그녀의变化를 떠올렸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건조하고 차가웠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녀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었다.她的笑顔이 더 자주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더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편지의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여기 있다는 것. 그녀가 손을 잡고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답변이었다.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멈추지 않고. 휴식 없이.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흐름 속에서 두 사람은 정지해 있었다. 손을 잡은 채로. 밤하늘 아래로. 별빛 속에서.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이 순간을 살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충분했다.

은서는 민준의 손에 자신의 손을 더 꽉 잡았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이 순간이永遠히続いて欲しいと思った。彼女の心は満たされていた。

민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은서의 손을 잡은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의 눈이更加輝いていた。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은 서로를 말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밤이 깊어갔다. 별들이 더욱 밝게 빛났다. 강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로 앉아 있었다.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충분했다. 은서와 민준은 서로의 손을 잡은 채로, 이 순간을 영원히 지속시키고 싶었다. 이 순간이永遠히続いて欲しいと思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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