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화: 오일장의 목소리들
새벽 3시 47분. 은서의 눈은 어둠 속에서 떠 있었다.
요 위에 누워 있었지만, 몸은 떨리고 있었다. 마치 시간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새처럼. 서울에서도 이랬다. 불면증은 은서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편집장 시절에는 업무의 무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표절 사건 이후로는 불안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없는 이 방에서 천장을 바라본 지 몇 시간째인가. 은서는 깨달았다. 불면증은 그냥 자신의 일부였다. 벗어날 수 없는, 함께 살아가야 할 무언가.
방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이 감나무의 그림자를 방 안에 그려놓고 있었다. 가지의 모양이 정확했고, 마치 누군가의 손가락처럼 보였다. 은서는 그 그림자를 따라가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가락 끝과 그림자의 끝이 만나는 지점을 찾으려 했지만, 계속 어긋났다. 그 어긋남이 계속되는 동안, 은서는 점점 더 깨어났다. 잠은 더 멀어졌다.
새벽 4시를 넘어서자, 마을이 울기 시작했다. 개 짖는 소리. 먼 곳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엔진음.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어디선가 누군가 부르는 노래 소리였다.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은서는 일어났다. 침대 위에 몸을 일으켜 세워 귀를 기울였다. 할머니는 1층에서 라디오를 틀고 있었다. 밤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DJ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다음으로 어떤 트로트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할머니는 그 노래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밤 4시에. 은서는 창문을 통해 1층의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는 자고 있지 않았다. 아니면, 할머니도 잘 수 없었던 것일까.
은서는 다시 누웠다. 이번에는 할머니의 콧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그 노래는 슬픈 곡이었다. 가사가 명확하게 들렸다. “이 밤이 다 가도록 / 나 혼자 남겨질까 / 그대 돌아올 때까지 / 기다릴 테니까.” 오래된 노래였다. 은서가 어린 시절에도 들었던 곡이었다. 할머니는 계속 불렀다. 정확한 음정으로, 감정을 담아. 이 밤 4시의 침묵을 깨뜨리며.
그 순간, 은서는 깨달았다. 불면증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었다. 할머니도 밤을 새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밤을 라디오로 채웠다. 은서는 그 밤을 생각으로 채웠다. 두 가지 방식의 밤새기. 둘 다 외로웠을 것 같았다.
아침 8시가 되자, 은서는 이미 세 시간을 깨어 있었다. 피로감이 아니라 이상한 각성감이 몸을 지배했다. 마치 카페인을 과다 복용한 것처럼, 몸의 신경이 모두 깨어 있었다. 은서는 침대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 서울에서 입던 옷이었다. 이곳에서도 같은 옷을 입을 수 있을까. 은서는 거울을 찾았다. 방에는 거울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갔을 때, 할머니는 이미 부엌에서 밥을 짓고 있었다. 연기가 부엌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밥 짓는 냄새가 은서의 콧속을 자극했다. 밥냄비 뚜껑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거의 다 된 신호였다.
“밤을 잤냐?” 할머니가 물었다. 할머니의 얼굴은 피로해 보였다. 눈 아래 검은 자국이 있었다. 할머니도 밤을 새웠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할머니의 목소리는 밝았다. 마치 밤을 새운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네. 조금 잤어요.” 은서가 거짓말했다. 할머니는 그것을 알았을 것 같았지만,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밥을 푸기 시작했다. “반찬이 어제보다 많네. 오일장에 가야 하니까.” 할머니가 말했다. “너도 같이 가. 마을 사람들한테 인사도 할 겸.”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일장. 5일장이라고도 불리는 그곳. 구글 맵에서 본 적이 있었다. 하천리 중앙 광장에서 5일마다 열리는 시장. 은서는 그곳을 가본 적이 없었다.
아침을 먹은 후, 할머니는 은서에게 장바구니를 들라고 했다. 오래된 검은색 장바구니였다. 손잡이가 헤어져 있었고, 한쪽 면이 조금 찢어져 있었다. 은서는 그것을 들었다. 가볍긴 했지만, 질감이 낯설었다. 비닐이 아니라 천이었다. 서울에서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모두 편의점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거나, 배달 앱을 사용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장바구니가 당연했다.
할머니는 은서보다 빨리 걸었다. 은서가 따라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야 할 정도였다. 마을의 골목을 지나가며, 은서는 주변을 관찰했다. 어제와는 다른 풍경이 보였다. 어제는 햇빛에 눈이 부셨지만, 오늘은 마을의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담장에 그려진 낙서. 누군가의 이름. “미영이는 동준이를 좋아한다.” 어린이 글씨였다. 그것이 언제 그려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페인트가 벗겨진 정도로 봐서는 몇 년은 되었을 것 같았다.
골목을 지나 넓은 길로 나왔을 때, 은서는 처음으로 하천리의 중심을 보았다. 작은 광장이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광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노점들. 상인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들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엄청난 양의 목소리가 광장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오늘도 왔네! 반찬 사가, 반찬!”
“저 고추장이 진짜야. 맛보고 가!”
“아이고, 정순이! 요새 안 보더니 손녀가 왔냐?”
할머니가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할머니에게 쏠렸다. 그리고 곧, 은서에게도 쏠렸다.
은서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한 번에 받아본 것은 오래되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서로를 무시했다.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모두가 자신의 핸드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여기서는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본다.
“이게 서울에서 온 손녀냐?” 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목소리가 크고 활발했다. 얼굴이 밝았다. “아이고, 반갑다. 나 오복순이야. 이 장의 반찬 여왕!” 오복순 아주머니는 자신의 손을 은서의 손에 얹었다. 손이 따뜻했다. 그리고 무언가 절인 것의 냄새가 났다. 김장 냄새. 오래된 된장의 냄새.
“안녕하세요.” 은서가 인사했다. 목소리가 작게 나왔다.
“서울에서 얼마나 고생했냐고. 얼굴이 노래.” 오복순이 은서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정순아, 이 애 밥을 잘 먹여야겠다. 너무 야위었어.”
“밥은 먹는데 마음이 먹지 않나 봐.” 할머니가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오복순은 은서의 손을 놓고, 자신의 노점으로 가서 무언가를 집어왔다. 나물이었다. 여러 종류의 나물. “이거 가져가. 공짜야.” 오복순이 비닐봉지에 나물을 담아주었다. “된장에 비벼서 밥에 얹어 먹어. 그럼 밥이 자꾸 자꾸 진행될 거야.”
은서는 받았다. 비닐봉지가 이미 따뜻했다. 오복순의 손의 온기가 옮겨온 것이었다.
할머니는 오복순과 오래 이야기했다. 마을 소식들. 누가 아프고, 누가 집을 팔고, 누가 서울에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는 이야기들. 은서는 그 옆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다른 상인들이 은서를 보며 웃었다. “정순
골목을 지나 넓은 길로 나왔을 때, 은서는 처음으로 하천리의 중심을 보았다. 작은 광장이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광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노점들. 상인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 엄청난 양의 목소리가 광장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오늘도 왔네! 반찬 사가, 반찬!”
“저 고추장이 진짜야. 맛보고 가!”
“아이고, 정순이! 요새 안 보더니 손녀가 왔냐?”
할머니가 광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할머니에게 쏠렸다. 그리고 곧, 은서에게도 쏠렸다.
은서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을 한 번에 받아본 것은 오래되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서로를 무시했다.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모두가 자신의 핸드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여기서는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본다.
“이게 서울에서 온 손녀냐?” 한 아주머니가 다가왔다. 목소리가 크고 활발했다. 얼굴이 밝았다. “아이고, 반갑다. 나 오복순이야. 이 장의 반찬 여왕!” 오복순 아주머니는 자신의 손을 은서의 손에 얹었다. 손이 따뜻했다. 그리고 무언가 절인 것의 냄새가 났다. 김장 냄새. 오래된 된장의 냄새.
“안녕하세요.” 은서가 인사했다. 목소리가 작게 나왔다.
“서울에서 얼마나 고생했냐고. 얼굴이 노래.” 오복순이 은서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정순아, 이 애 밥을 잘 먹여야겠다. 너무 야위었어.”
“밥은 먹는데 마음이 먹지 않나 봐.” 할머니가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오복순은 은서의 손을 놓고, 자신의 노점으로 가서 무언가를 집어왔다. 나물이었다. 여러 종류의 나물. “이거 가져가. 공짜야.” 오복순이 비닐봉지에 나물을 담아주었다. “된장에 비벼서 밥에 얹어 먹어. 그럼 밥이 자꾸 자꾸 진행될 거야.”
은서는 받았다. 비닐봉지가 이미 따뜻했다. 오복순의 손의 온기가 옮겨온 것이었다.
할머니는 오복순과 오래 이야기했다. 마을 소식들. 누가 아프고, 누가 집을 팔고, 누가 서울에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는 이야기들. 은서는 그 옆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 다른 상인들이 은서를 보며 웃었다. “정순이 손녀가 도시 사람 같네.” “밥 많이 먹여야겠다.” “우리 마을도 젊은이가 있어야 살지.”
그 말들이 은서를 불편하게 했다. 자신이 기대되는 무언가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젊은이. 희망. 마을의 미래. 은서는 그 모든 것의 정반대였다. 은서는 서울에서 도망친 사람이었다. 은서는 무너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마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장을 다 본 후, 할머니는 은서를 한 곳으로 더 데려갔다. 작은 건물이었다. “하천상회”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상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상점이자 카페이자 무언가 더인 것 같은 공간이었다.
“여기 이장이가 운영하는 곳이야. 마을 정보의 중심이지.” 할머니가 말했다. “인사하고 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은서는 처음으로 이 마을에서 조용한 공간을 만났다. 오일장의 시끄러움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작은 책장들이 벽을 따라 서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의자와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에는 마을의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몇십 년 전의 사진들부터 최근의 사진들까지.
“어서 오세요.” 한 남자가 카운터 뒤에서 나타났다. 아마도 이장이인 것 같았다.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보였다. 얼굴이 밝았고, 눈빛이 따뜻했다. 마치 마을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우리 은서야. 서울에서 내려왔어.” 할머니가 소개했다.
이장이는 은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마치 어떤 책의 내용을 읽는 것처럼. 은서는 불편함을 느꼈다. 이 남자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은서의 과거를. 은서의 상태를. 은서가 왜 왔는지를.
“서울 생활 어땠어요?” 이장이가 물었다.
“…괜찮았어요.” 은서가 거짓말했다.
“그래요? 그럼 왜 내려왔어요?”
은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옆에서 은서의 팔을 가볍게 쳤다. “휴식이 필요했어. 일을 너무 많이 했어.”
이장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기 와요. 그리고 여기서 쉬다 보면, 자신이 원래 뭐였는지 생각나요.” 그 말은 예언처럼 들렸다. 은서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장이의 눈은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것처럼 보였다.
상회를 나온 후, 할머니와 은서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은서의 손에서 나물 비닐봉지를 받았다. “오복순이 준 거 맞지?”
“네.”
“좋은 사람이야. 큰 입이지만, 마음이 더 크거든. 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야.” 할머니가 나물을 냄비에 담았다. “너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이 마을이 얼마나 따뜻한 곳인지.”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따뜻함은 위험했다. 따뜻함은 의존을 만들었다. 의존은 상처를 만들었다. 은서는 이미 충분히 상처를 받았다.
그날 밤, 은서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할머니의 라디오 소리가 들렸다. 같은 트로트 노래. 같은 콧노래. 같은 시간. 새벽 4시. 은서는 눈을 감고 할머니의 노래를 들었다. 그 노래는 슬프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밤을 지켜주는 것 같았다.
은서는 그제야 깨달았다. 할머니도 밤을 새웠던 것은, 자신의 불면증 때문이 아니라, 은서의 불면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할머니는 은서가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라디오를 틀고 노래를 부르며, 은서의 밤을 함께 지켜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 생각이 들자, 은서의 눈에 뭔가가 맺혔다. 눈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흐르는 것 같은 감각이 있었다. 마치 얼어 있던 것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는 그런 감각이었다.
새벽 5시, 할머니의 콧노래는 계속되었다.
진들부터 최근의 사진들까지. 할머니의 집에는 수많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은서는 그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는데, 할머니의 젊은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사진들이었다. 할머니의 미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밝아져 갔다. 할머니의 눈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따뜻해져 갔다. 은서는 그 사진들을 보면서 할머니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한 남자가 카운터 뒤에서 나타났다. 아마도 이장이인 것 같았다.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보였다. 얼굴이 밝았고, 눈빛이 따뜻했다. 마치 마을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은서는 그 남자의 눈빛을 보고 조금 놀랐다. 그 남자의 눈빛은 마치 은서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은서야. 서울에서 내려왔어.” 할머니가 소개했다. 은서는 남자의 눈빛을 피했다. 남자의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은서는 그 눈빛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이장이는 은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마치 어떤 책의 내용을 읽는 것처럼. 은서는 불편함을 느꼈다. 이 남자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은서의 과거를. 은서의 상태를. 은서가 왜 왔는지를. 은서는 그 남자의 눈빛을 피하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은서에게 미소를 보내주었다.
“서울 생활 어땠어요?” 이장이가 물었다. 은서는 고민했다. 서울 생활은 어떠했냐고? 은서는 서울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외롭던지, 얼마나 쓸쓸했는지… 그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은서는 거짓말을 했다.
“…괜찮았어요.” 은서가 거짓말했다. 이장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은서가 말한 것이 사실인 것처럼.
“그래요? 그럼 왜 내려왔어요?” 이장이는 또 한번 물었다. 은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할머니가 옆에서 은서의 팔을 가볍게 쳤다. “휴식이 필요했어. 일을 너무 많이 했어.” 할머니가 대신回答했다.
이장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기 와요. 그리고 여기서 쉬다 보면, 자신이 원래 뭐였는지 생각나요.” 그 말은 예언처럼 들렸다. 은서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장이의 눈은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것처럼 보였다. 은서는 그 남자의 눈빛을 마주하지 못했다.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해서, 은서는 그 눈빛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상회를 나온 후, 할머니와 은서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은서의 손에서 나물 비닐봉지를 받았다. “오복순이 준 거 맞지?”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머니는 나물을 냄비에 담았다. “좋은 사람이야. 큰 입이지만, 마음이 더 크거든. 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이야.” 할머니가 말했듯이, 오복순은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다. 오복순은 은서에게 나물을 주었고, 은서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였으며, 은서에게 따뜻한 말을 했다.
할머니는 은서에게 미소를 보내주었다. “너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이 마을이 얼마나 따뜻한 곳인지.”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있었지만,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따뜻함은 위험했다. 따뜻함은 의존을 만들었다. 의존은 상처를 만들었다. 은서는 이미 충분히 상처를 받았다. 은서는 할머니의 따뜻함을 믿을 수 없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사랑을 믿을 수 없었다.
그날 밤, 은서는 다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할머니의 라디오 소리가 들렸다. 같은 트로트 노래. 같은 콧노래. 같은 시간. 새벽 4시. 은서는 눈을 감고 할머니의 노래를 들었다. 그 노래는 슬프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밤을 지켜주는 것 같았다. 은서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씩 편안함을 느꼈다. 은서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은서는 그제야 깨달았다. 할머니도 밤을 새웠던 것은, 자신의 불면증 때문이 아니라, 은서의 불면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할머니는 은서가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라디오를 틀고 노래를 부르며, 은서의 밤을 함께 지켜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은서는 그 생각을 하면서 할머니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은서는 할머니에게 사랑을 느꼈다.
그 생각이 들자, 은서의 눈에 뭔가가 맺혔다. 눈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흐르는 것 같은 감각이 있었다. 마치 얼어 있던 것이 조금씩 녹기 시작하는 그런 감각이었다. 은서는 그 감각을 느끼면서 조금씩 편안함을 느꼈다. 은서는 그 감각을 느끼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새벽 5시, 할머니의 콧노래는 계속되었다. 은서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씩 잠에 들었다. 은서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조금씩 편안함을 느꼈다. 은서는 할머니의 사랑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은서는 할머니의 사랑을 느꼈다. 은서는 할머니의 따뜻함을 느꼈다. 은서는 할머니의 마음을 느꼈다.
그 밤, 은서는 조금씩 잠에 들었다. 하지만 은서는 여전히 불면증을 가지고 있었다. 은서는 여전히 외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은서는 여전히 쓸쓸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은서는 할머니의 사랑을 느꼈다. 은서는 할머니의 따뜻함을 느꼈다. 은서는 할머니의 마음을 느꼈다. 그 마음은 은서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 마음은 은서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