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0화: 돌아오는 것들
할머니는 아침 일찍 눈을 떴다. 그때부터 은서는 밥 냄새를 따라 눈을 떴다. 된장국이 끓는 소리, 계란을 부치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풀풀 나오는 쌀밥의 수증기가 맡았다. 새벽 여섯 시, 시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냄새로는 시간을 틀릴 리 없었다. 은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제 강가에 갔던 기억이 아직 생생했다. 강태오와 손을 잡은 그 감촉이 아직 손가락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강가에서 돌아올 때, 태양은 이미 산 뒤로 내려가고 있었다. 하늘이 주황색과 분홍색으로 물들었을 때, 강태오가 처음으로 말했다. “할머니 댁으로 가야겠어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柔和했다. 은서는 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도 파악하지 못했다. 방문? 인사? 아니면 더 큰 무언가? 그녀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강가를 떠났다. 손은 떨어졌다.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무언가는 바뀌었다. 공기의 밀도가, 침묵의 질감이, 강물의 흐름이.
은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윤정순 할머니는 이미 주방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은서는 옷을 입었다. 어제 입었던 바지, 어제 입었던 셔츠. 강가의 냄새가 아직도 묻어 있을 것 같았다. 주방으로 나갔을 때, 할머니는 된장국을 떠내고 있었다. 거품을 걷어내는 손이 조심스러웠다. 은서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언제부터 주름이 이렇게 많아졌을까. 눈꼬리, 이마, 목. 모든 곳에 시간이 흔적을 남겨놓았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단했다. “밥 먹어. 국이 식으면 맛이 없어.” 은서는 밥상에 앉았다. 밥, 국, 계란말이, 나물 세 가지. 복잡하지 않은 밥상. 하지만 정성스러운 밥상.
할머니는 매일 이렇게 밥을 차린다. 은서가 없던 시절에도, 있는 지금도. 은서는 밥을 떠서 입에 넣었다. 할머니가 물었다. “어제는 어디 갔어?” 은서는 대답했다. “강가.” “혼자?” “아뇨.” 할머니는 국을 떠서 입에 넣었다. 오래전부터 해왔던 방식 그대로. 조용히, 말 없이, 모든 것을 이해하는 척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방식으로. “그 총각이랑?” 은서는 밥을 씹었다. 대답하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가지려고. 할머니는 기다렸다. 성급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하게. “네.” 한 글자. 그것이 전부였다.
할머니는 미소지었다. 입 전체를 벌리는 웃음이 아니라, 입꼬리만 조금 올라가는 미소. 은서는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승인인가, 걱정인가, 아니면 단순한 확인인가. 할머니가 말했다. “그 공방에는 아무것도 없어. 밥, 반찬, 사람.” 은서는 숟가락을 멈췄다. “뭐가 없다는 건데요?” “밥, 반찬, 사람.” 할머니는 다시 밥을 떠 먹었다. 마치 자신이 말한 것이 당연한 사실인 양. 은서는 무언가를 이해했다. 할머니는 강태오를 걱정하고 있었다. 또는 은서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 둘 다였다.
은서는 계속听해졌다. 할머니는 말했다. “내가 며칠 전에 나물 한 보따리를 갖다줬어. 그 총각이가 받더라고. 고맙다고 했어. 그런데 그게 다야. 받고 나서 또 다른 것을 요청하지도, 찾아오지도 않았어.” 은서는 무언가를 이해했다. 강태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게 아니라 고립되어 있다. 그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고 깊은지 은서는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물었다. “그 사람은 뭐예요?” 은서는 대답했다. “그 사람은… 도자기를 만들어요.” “도자기를 만들면 사람을 안 먹어도 돼?” 할머니의 질문은 단순했다. 하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은서는 밥을 더 떠 먹었다. 대답 대신. 아침 식사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할머니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대신 음식을 더 담았다. 밥을 더 부었다. 국을 더 떠줬다. 은서는 먹었다. 조용히, 감사함과 함께. 밥을 다 먹은 후, 은서는 설거지를 했다. 할머니는 뒤뜰로 나갔다. 감나무를 보려고. 은서는 할머니의 등을 보았다. 예전보다 더 구부러진 것 같았다. 아니, 계속 그랬던 것 같은데 은서가 이제야 제대로 본 것일 수도 있었다.
설거지를 마친 후, 은서는 마루에 앉았다. 햇살이 마루 위에 길게 뉘어 있었다. 먼지가 햇빛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은서는 그 먼지들을 따라갔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 마치 자신처럼. 핸드폰이 울렸다. 도현이었다. “은서야, 지금 시간 돼?” “뭔데요?” “분교에 좀 와줄 수 있어? 수민이가… 좀 이상해.” 은서는 벌떡 일어났다. 수민이? 이상하다? 그 단어들이 함께 나올 수 없었다. 수민이는 항상 조용했다. 항상 침착했다. 항상 괜찮았다. “지금 가요.” 은서는 신발을 신었다. 할머니에게 말할 시간도 없이.
분교는 하천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산 중턱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 회색 담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너머로 낡은 건물. 문이 열려 있었다. 도현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해. 늦어서 미안해. 수민이가 아침부터 말을 안 해.” 은서는 신발을 벗었다. 교실로 들어갔다. 수민이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었다. 은서는 수민이의 옆에 앉았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수민아.” 수민이는 고개를 돌렸다. 눈이 빨갛다. 울었다. 또는 울고 있는 중이다. “뭐 있었어?” 은서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수민이는 그런 질문에 대답할 아이였다. “어제… 엄마가 전화했어요.” “서울에서.” “그리고?” “엄마가… 나를 데려가고 싶대요. 학교 때문에. 여기는 분교니까 대학 가기 힘들대요.”
“강가.”
“혼자?”
“아뇨.”
할머니는 국을 떠서 입에 넣었다. 오래전부터 해왔던 방식 그대로. 조용히, 말 없이, 모든 것을 이해하는 척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방식으로.
“그 총각이랑?”
은서는 밥을 씹었다. 대답하기 전에 충분히 시간을 가지려고. 할머니는 기다렸다. 성급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하게.
“네.”
한 글자. 그것이 전부였다. 할머니는 미소지었다. 입 전체를 벌리는 웃음이 아니라, 입꼬리만 조금 올라가는 미소. 은서는 그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승인인가, 걱정인가, 아니면 단순한 확인인가.
“그 공방에는 아무것도 없어.”
할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숟가락을 멈췄다.
“뭐가 없다는 건데요?”
“밥. 반찬. 사람.”
할머니는 다시 밥을 떠 먹었다. 마치 자신이 말한 것이 당연한 사실인 양.
“그 총각, 혼자 다 해먹어. 밥도 혼자, 반찬도 혼자. 그리고 사람도 많이 없어.”
은서는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했다. 할머니는 계속했다.
“내가 며칠 전에 나물 한 보따리를 갖다줬어. 그 총각이가 받더라고. 고맙다고 했어. 그런데 그게 다야. 받고 나서 또 다른 것을 요청하지도, 찾아오지도 않았어.”
은서는 무언가를 이해했다. 할머니는 강태오를 걱정하고 있었다. 또는 은서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 둘 다였다.
“할머니, 그 사람은…”
은서는 말을 멈췄다. 강태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게 아니라 고립되어 있다. 그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멀고 깊은지 은서는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뭐예요?”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가 완성하지 못한 문장을 마무리해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도자기를 만들어요.”
“도자기를 만들면 사람을 안 먹어도 돼?”
할머니의 질문은 단순했다. 하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은서는 밥을 더 떠 먹었다. 대답 대신.
아침 식사는 조용히 진행되었다. 할머니는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대신 음식을 더 담았다. 밥을 더 부었다. 국을 더 떠줬다. 은서는 먹었다. 조용히, 감사함과 함께.
밥을 다 먹은 후, 은서는 설거지를 했다. 할머니는 뒤뜰로 나갔다. 감나무를 보려고. 은서는 할머니의 등을 보았다. 예전보다 더 구부러진 것 같았다. 아니, 계속 그랬던 것 같은데 은서가 이제야 제대로 본 것일 수도 있었다.
설거지를 마친 후, 은서는 마루에 앉았다. 햇살이 마루 위에 길게 뉘어 있었다. 먼지가 햇빛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은서는 그 먼지들을 따라갔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미세한 입자들. 마치 자신처럼.
핸드폰이 울렸다. 도현이었다.
“은서야, 지금 시간 돼?”
“뭔데요?”
“분교에 좀 와줄 수 있어? 수민이가… 좀 이상해.”
은서는 벌떡 일어났다. 수민이? 이상하다? 그 단어들이 함께 나올 수 없었다. 수민이는 항상 조용했다. 항상 침착했다. 항상 괜찮았다.
“지금 가요.”
은서는 신발을 신었다. 할머니에게 말할 시간도 없이.
분교는 하천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산 중턱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 회색 담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너머로 낡은 건물. 문이 열려 있었다.
도현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해. 늦어서 미안해. 수민이가 아침부터 말을 안 해.”
은서는 신발을 벗었다. 교실로 들어갔다.
수민이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창밖을 보고 있었다. 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었다. 은서는 수민이의 옆에 앉았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수민아.”
수민이는 고개를 돌렸다. 눈이 빨갛다. 울었다. 또는 울고 있는 중이다.
“뭐 있었어?”
은서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수민이는 그런 질문에 대답할 아이였다.
“어제… 엄마가 전화했어요.”
은서는 기다렸다. 더 들을 준비를 하면서.
“서울에서.”
“그리고?”
“엄마가… 나를 데려가고 싶대요. 학교 때문에. 여기는 분교니까 대학 가기 힘들대요.”
은서는 이 말의 무게를 느꼈다. 강태오의 이름처럼, 이것도 무거웠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종류의 무게였다. 미래의 무게. 선택의 무게. 떠남의 무게.
“수민이는 뭐라고 했어?”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요. 엄마가 생각해보라고 했어. 아빠가 반대할 텐데, 엄마가 설득하겠대요.”
수민이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감정 없는 음성. 하지만 은서는 알았다. 이건 방어 메커니즘이었다. 감정을 숨기는 방식.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은서가 물었다.
수민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다시 보았다. 하천리의 산들이 보였다. 초록색이 너무 짙었다. 봄이 거의 다 지나갈 즈음의 초록색. 거의 여름으로 향하는 초록색.
“여기가 좋아요.”
수민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엄마한테 말해.”
“엄마는… 내 미래를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여기 있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은서는 이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생각했다. 서울에서의 일들. 출판사에서의 일들. 표절 사건. 그리고 하천리로의 도망. 아니, 도망이 아니라 귀환.
“후회는… 어디서나 할 수 있어. 서울에서도, 여기서도.”
은서가 말했다.
“그게 무슨…”
“수민아, 너는 지금 뭘 하고 싶어? 앞으로 뭘 하고 싶어? 그게 서울에서만 가능한 거야?”
수민이는 은서를 보았다. 그 눈빛에는 뭔가가 있었다. 나이에 맞지 않는 깊이. 마치 수민이는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지만, 누군가 그것을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저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래, 그럼?”
“서울에서도 쓸 수 있고, 여기서도 쓸 수 있어요.”
수민이의 목소리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
“그래. 그럼 그걸 엄마한테 말해. 너가 여기서도 쓸 수 있다고. 그리고…”
은서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무엇을 말해야 할까. 여기가 좋다고? 여기서 사람들이 널 기다린다고? 그런 말들은 너무 나이브했다. 너무 감상적이었다.
대신 은서는 수민이의 손을 잡았다. 강태오의 손을 잡았을 때처럼.
“수민아, 너는 이미 쓰고 있어. 나한테 보여줬잖아.”
“그건 그냥… 일기예요.”
“일기도 글이야. 그리고 좋은 글이었어.”
은서가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수민이가 보여줬던 일기는 정말 좋았다. 어린 손으로 쓴 글치고는 너무 성숙했고, 너무 정직했고, 너무 아름다웠다.
“서울 가면… 학원에 가야 해요. 엄마가 말했어요. 좋은 학원이 있대요. 유명한 강사가 있대요.”
수민이가 말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말인 양.
“유명한 강사보다 중요한 게 있어. 너 자신이 뭘 원하는지. 그게 가장 중요해.”
은서가 말했다.
도현이 문을 통해 들어왔다.
“은서야, 고마워. 수민이가 너한테는 말할 것 같았어.”
도현의 표정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분교의 폐교 위기, 그리고 이제 학생의 전학. 모든 것이 그에게 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수민이, 넌 지금 엄마 말을 들어야 해. 그리고 생각해야 해. 그리고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이 뭐가 됐든 그건 너의 선택이야. 그걸 기억해.”
은서가 말했다.
수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창밖을 향했다. 하천리의 산들을. 봄의 초록색을.
은서는 분교를 나왔다. 산길을 따라 다시 내려왔다. 그 사이로 강이 보였다. 강태오와 어제 앉았던 강. 그곳도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여름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흘러가고 있었다. 계절처럼, 강물처럼, 시간처럼.
은서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엔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은서는 받았다.
“여보세요?”
“아, 은서 씨? 출판사에서 전화하는 건데요. 안녕하세요.”
은서의 심장이 멈췄다.
“네?”
“우리 사장님이 은서 씨를 찾고 있었어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데, 은서 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은서는 강가에 서 있었다. 어느 순간 거기 있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강물이 그녀의 발을 스치고 지나갔다. 차갑고, 부드럽고, 끝없이 흘러가는.
“무슨… 프로젝트인데요?”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프로젝트예요. 은서 씨가 예전에 하던 그 일이죠. 사장님이 은서 씨 없이는 안 된다고.”
은서는 말 없이 강물을 봤다. 강물은 계속 흘러갔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도.
“생각해보고 전화하시면 돼요. 이게 은서 씨 번호 맞죠?”
“네, 맞아요.”
“그럼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언제든지 은서 씨를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통화가 끝났다. 은서는 핸드폰을 내렸다. 손이 떨렸다. 강물처럼 떨렸다.
강가의 돌들이 햇빛에 반짝였다. 어제도 이 돌들을 만졌다. 강태오의 손을 잡으면서. 그리고 지금도 이 돌들은 여기 있다. 변하지 않고, 흘러가지 않고, 그저 있다.
은서는 강을 따라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도. 마치 강물처럼. 마치 강물이 그렇게 흘러가듯이.
강 건너에서 도예 공방의 연기가 보였다. 강태오가 무언가를 굽고 있었다.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은서는 멈춰 섰다.
서울로 돌아가야 하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나. 아니면 여기 머물러야 하나. 수민이처럼,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강물은 계속 흘러갔다. 은서의 발을 스치면서. 마치 그것이 답인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