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08화: 침묵의 깊이
아침은 할머니의 거친 기침음으로 시작되었다. 새벽 네 시의 어둠을 가르는 그 소리는 마치 밤새 잠을 잤던 은서를 깨우는 일종의 알람이었다. 창밖의 하늘은 아직도 검었고, 감나무의 가지들만 희미한 달빛에 비추어져 있었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것은 새소리가 아니었다. 마른 기침, 목에서 뭔가 걸린 듯한 그 기침은 밤새 계속되던 것으로 보였다.
은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옛날 한옥의 마루처럼, 이 집의 침대도 움직임에 매우 솔직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며, 그녀는 이불을 걷어내고 문을 열었다. 복도의 공기는 차가웠다. 4월의 새벽은 여전히 겨울의 추운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마루의 나무냄새와 함께, 은서는 부엌에서 들려오는 전기레인지의 소음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 은서가 문을 밀어 열었을 때, 할머니는 침대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흰 휴지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 창백함이 은서를 멈추게 했다. 할머니는 원래 그렇게 창백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피부는 햇빛에 그을려 있었고, 손주를 돌보는 일로 늘 생기 있어 보였다. 이번에는 달라했다. 은서의 가슴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괜찮아요?” 은서가 물었을 때, 할머니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진짜 미소가 아니었다. 은서는 이제 그런 미소를 구분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아무도 눈치채지 않길 바라는 미소, 큰일 아니라고 자신에게 말하는 미소.
“밥 먹었냐. 아니면 밥 먹겠냐.” 할머니가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쉬었다. 평소처럼 또렷하지 않았다. 은서는 할머니의 음성을 듣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는 항상 밝고 명랑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할머니, 감기 걸으신 것 같은데요.” 은서가 말했다. “봄이면 감기도 나가는 거여.” 할머니의 말은 은서를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은서는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며 걱정을 했다. 할머니는 다시 누웠다. 동작이 느렸다. 평소의 할머니는 이런 느린 동작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언제나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찬 물에 손을 집어넣고도 아무렇지 않게 밥을 지었던 사람이었다.
은서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서울에서는 병이 나면 병원에 간다. 약을 먹는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할머니는 “괜찮다”고 말할 것이고, 은서는 그 말을 믿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의심해야 할 것인가. 은서는 할머니를 돌보는 일에 서툴렀다. 경험도 없고, 지식도 없었다.
“밥 챙겨주고 가.” 할머니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가? 어디 가세요?” 은서가 물었다. “너 분교 가는 날 아니냐.” 아, 맞다.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은서는 분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독서 시간을 가지는 날이었다. 도현 선생님이 부탁했었다. “은서 씨, 아이들이 선생님을 기다려요.” 그 말이 얼마나 좋았는지, 은서는 지금 깨닫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린다는 것. 그런 단순한 사실이.
은서는 부엌으로 내려갔다. 마루가 삐걱거렸다. 이 집은 조용한 곳이 아니었다. 모든 움직임이 소리로 변환되었다. 밥솥에 물을 붓는 소리, 찬장을 여는 소리, 냄비를 꺼내는 소리—모든 것이 이 새벽을 깨웠다. 은서는 계란 두 개를 깨뜨렸다. 할머니는 계란을 좋아했다. 특히 계란말이. 은서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을 부었다. 노른자가 흰자를 적시며 펼쳐졌다. 이 장면을 은서는 몇 번이나 본 것인가. 할머니가 아침마다 하는 동작. 이제 은서가 하고 있었다.
“할머니, 밥 다 됐어요.” 은서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을 때, 할머니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눈을 떴다. “조용히 먹어. 소리 내지 말고.” 할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기침이 나왔다. 이번엔 더 심했다. 온몸이 떨리는 기침이었다. 은서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은 감기의 기침이 아니었다. 그녀는 알 수 없었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뭔가 다른 것이었다.
“할머니, 병원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은서가 물었다. “봄이 되면 낫는다고 했지.” 할머니가 대답했다. “감기는 봄이 된다고 해서 안 낫습니다. 약을 먹어야 해요.” 은서는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할머니의 말에 순순히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은서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은서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진짜 웃음이었다. “저 아이, 처음으로 할머니 말을 거역했네.” “거역이 아니라 걱정이에요.” 은서가 말했다. “같은 거여, 둘 다.” 할머니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동작은 여전히 느렸지만, 눈빛은 달라졌다.
“알겠어. 오늘 저녁에 보건소 다녀올게.” “지금 바로 가요. 아이들은 내가 연락해서 미루면 돼요.” 은서가 말했다. 할머니는 다시 누웠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누웠다. 항복하는 자세로. 은서가 이겼다. 그것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할머니를 이기는 것. 할머니를 돌보는 것.
은서는 도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머니가 아파서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답장은 곧 왔다. “괜찮아요. 할머니 건강이 먼저예요. 수민이가 실망하겠지만, 아이들이 이해할 거예요.” 수민이가? 은서의 손가락이 멈췄다.
네. 매번 선생님 올 날이 되면 물어봐요. “선생님 오실 거죠?”라고. 은서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그 말이 자꾸 자꾸 반복되었다. “선생님 오실 거죠?” 12살 여자아이가 자신을 기다린다. 그 사실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은서는 지금 깨닫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았다. 자신이 오든 가든 상관없었다. 그것이 그녀가 떠난 이유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누군가가 기다린다.
할머니는 밥을 먹지 않았다. 계란말이도, 반찬도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보리차를 마셨다. 작은 모금씩. “할머니, 더 있어요. 이것보다 많이 먹어야 해요.” “배 안 고파.” “배가 안 고파도 먹어야 해요.” 은서는 할머니를 강제로 먹였다. 아니, “강제로”라는 표현은 틀렸다. 할머니는 손주의 집요함에 항복했다. 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 밥을 삼켰다.
오전 아홉 시, 은서는 할머니를 데리고 보건소로 향했다. 택시는 없었다. 하천리에는 택시가 없었다. 버스도 하루에 다섯 번이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팔을 잡고 걸었다. “느려도 괜찮아요. 천천히 가요.”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이것도 이상했다. 보통의 할머니라면 “이 정도 거리 뭐하냐”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할머니는 그저 걸었다. 은서의 팔을 잡고.
보건소는 작은 건물이었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일주일에 세 번만 온다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운이 좋았다. 탁 트인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보건소를 밝혀주고 있었다.
의사는 할머니의 목을 봤다. 청진기를 댔다. 할머니의 가슴에 대고 들었다. 은서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의사의 표정을 읽으려고. 편집자의 습관이었다. 텍스트를 읽듯 사람의 얼굴을 읽으려고. 의사의 표정은 심각했다. 은서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할머니를 향한 걱정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감기는 아닙니다.” 의사가 말했다. “천식입니다.” 은서의 세상이 잠깐 멈췄다. 천식? 할머니가 천식이라고? 은서는 할머니를 올려다보았다. 할머니의 얼굴은 아직도 창백했다. 은서는 할머니를 향한 걱정이 가득했다. 그녀를 향한 사랑이 가득했다.
은서는 할머니를 향한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녀를 지켜주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건강이 중요했다. 그녀는 할머니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할머니를 위해, 그녀를 위해. 모두를 위해.
“밥 챙겨주고 가.”
할머니가 눈을 감으며 말했다.
“가? 어디 가세요?”
“너 분교 가는 날 아니냐.”
아. 맞다.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은서는 분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독서 시간을 가지는 날이었다. 도현 선생님이 부탁했었다. “은서 씨, 아이들이 선생님을 기다려요.”
그 말이 얼마나 좋았는지, 은서는 지금 깨닫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린다는 것. 그런 단순한 사실이.
하지만 지금 할머니는 기침을 하고 있었다.
은서는 부엌으로 내려갔다. 마루가 삐걱거렸다. 이 집은 조용한 곳이 아니었다. 모든 움직임이 소리로 변환되었다. 밥솥에 물을 붓는 소리, 찬장을 여는 소리, 냄비를 꺼내는 소리—모든 것이 이 새벽을 깨웠다.
은서는 계란 두 개를 깨뜨렸다. 할머니는 계란을 좋아했다. 특히 계란말이. 은서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을 부었다. 노른자가 흰자를 적시며 펼쳐졌다. 이 장면을 은서는 몇 번이나 본 것인가. 할머니가 아침마다 하는 동작.
이제 은서가 하고 있었다.
“할머니, 밥 다 됐어요.”
은서가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을 때, 할머니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눈을 떴다.
“조용히 먹어. 소리 내지 말고.”
할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다시 기침이 나왔다. 이번엔 더 심했다. 온몸이 떨리는 기침이었다.
은서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것은 감기의 기침이 아니었다. 그녀는 알 수 없었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뭔가 다른 것이었다.
“할머니, 병원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봄이 되면 낫는다고 했지.”
“감기는 봄이 된다고 해서 안 낫습니다. 약을 먹어야 해요.”
은서는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할머니의 말에 순순히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은서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은서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진짜 웃음이었다.
“저 아이, 처음으로 할머니 말을 거역했네.”
“거역이 아니라 걱정이에요.”
“같은 거여, 둘 다.”
할머니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동작은 여전히 느렸지만, 눈빛은 달라졌다.
“알겠어. 오늘 저녁에 보건소 다녀올게.”
“지금 바로 가요. 아이들은 내가 연락해서 미루면 돼요.”
“이 고집쟁이가.”
할머니는 다시 누웠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누웠다. 항복하는 자세로. 은서가 이겼다. 그것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할머니를 이기는 것. 할머니를 돌보는 것.
은서는 도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할머니가 아파서 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답장은 곧 왔다.
괜찮아요. 할머니 건강이 먼저예요. 수민이가 실망하겠지만, 아이들이 이해할 거예요.
수민이가?
은서의 손가락이 멈췄다.
네. 매번 선생님 올 날이 되면 물어봐요. “선생님 오실 거죠?”라고.
은서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그 말이 자꾸 자꾸 반복되었다. “선생님 오실 거죠?”
12살 여자아이가 자신을 기다린다. 그 사실이 얼마나 큰 것인지, 은서는 지금 깨닫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기다리지 않았다. 자신이 오든 가든 상관없었다. 그것이 그녀가 떠난 이유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누군가가 기다린다.
할머니는 밥을 먹지 않았다. 계란말이도, 반찬도 건드리지 않았다. 대신 보리차를 마셨다. 작은 모금씩.
“할머니, 더 있어요. 이것보다 많이 먹어야 해요.”
“배 안 고파.”
“배가 안 고파도 먹어야 해요.”
은서는 할머니를 강제로 먹였다. 아니, “강제로”라는 표현은 틀렸다. 할머니는 손주의 집요함에 항복했다. 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 밥을 삼켰다.
오전 아홉 시, 은서는 할머니를 데리고 보건소로 향했다. 택시는 없었다. 하천리에는 택시가 없었다. 버스도 하루에 다섯 번이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팔을 잡고 걸었다.
“느려도 괜찮아요. 천천히 가요.”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이것도 이상했다. 보통의 할머니라면 “이 정도 거리 뭐하냐”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할머니는 그저 걸었다. 은서의 팔을 잡고.
보건소는 작은 건물이었다. 가정의학과 의사가 일주일에 세 번만 온다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오늘은 수요일이었다. 운이 좋았다.
의사는 할머니의 목을 봤다. 청진기를 댔다. 할머니의 가슴에 대고 들었다. 은서는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의사의 표정을 읽으려고. 편집자의 습관이었다. 텍스트를 읽듯 사람의 얼굴을 읽으려고.
“감기는 아닙니다.”
의사가 말했다.
“천식입니다.”
은서의 세상이 잠깐 멈췄다.
“천식이요?”
“만성 천식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이미 오래된 것 같은데, 병원을 가본 적이 없었나요?”
할머니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약을 처방해드리겠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흡입기를 사용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자극적인 냄새, 먼지, 찬 공기를 피해야 합니다.”
의사는 은서를 보며 말했다.
“가족분이 신경 써주셔야 합니다. 특히 밤에 발작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고개는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뇌가 따라가지 못했다.
천식. 만성 천식. 할머니는 천식이 있었다. 그리고 은서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 할머니는 혼자 이것을 참고 있었는가.
보건소를 나올 때, 할머니는 더 작아 보였다. 아니, 같은 크기였지만 은서의 눈에는 더 작게 보였다. 약봉지를 들고 있는 손도 더 약해 보였다.
“할머니, 왜 병원을 안 가셨어요?”
“뭐 하러 가. 늙으면 그런 거지.”
“그게 아니라…”
은서는 말을 멈췄다. 지금 싸움을 할 시간이 아니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싸움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었다.
할머니의 팔을 다시 잡았다.
“집에 가서 쉬세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길었다. 아니, 같은 거리였지만 더 길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숨이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가파른 곳에서는 할머니의 숨이 가빠졌다.
“쉬어요. 앉아요.”
은서가 말했다. 길가의 낮은 돌담에 할머니를 앉혔다. 할머니의 숨이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저 아이, 내 나이가 몇인지 아냐?”
“78이요.”
“그래. 78이야. 이 나이면 이 정도는 당연한 거여.”
“그래도 싫어요. 할머니가 힘들어하는 게.”
할머니는 은서를 보고 손을 올렸다. 그리고 은서의 머리를 쓸어냈다.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은서가 깨지기 쉬운 도자기인 것처럼.
“이 고집쟁이가.”
할머니가 말했다.
“넌 왜 자꾸 내 짐을 지려고 하냐.”
“그게 아니라…”
은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정확한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왜 자신은 할머니의 짐을 지려고 하는가. 왜 할머니의 고통을 자신이 느껴야 하는가.
답은 단순했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자신을 돌봤기 때문이었다. 밥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밤에 깼을 때 따뜻한 우유를 데워줬기 때문이었다. 말 없이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사랑이었다. 은서가 처음으로 배우는 사랑의 형태였다.
“할머니, 저 할머니 곁에 있고 싶어요. 계속.”
은서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할머니는 다시 은서의 머리를 쓸어냈다.
“그렇구나.”
그게 다였다. 할머니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두 글자가 은서가 기다리던 모든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은서는 할머니를 침대에 누였다. 할머니는 이번엔 저항하지 않았다. 은서가 이불을 덮어줬다. 할머니는 눈을 감았다.
은서는 부엌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냄비를 꺼냈다. 닭을 사러 가야 했다. 할머니는 영양이 필요했다. 흡입기 말고도, 약 말고도,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오후 세 시, 은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민준의 이름이 화면에 떴다.
은서는 한참을 보고만 있었다. 민준이 언제 자신의 번호를 저장한 건지, 자신은 몰랐다. 아니,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전화를 받았다.
“네?”
“할머니 괜찮아요?”
도현이 전했다는 것 같았다.
“네. 천식이 있으신 거 같아요.”
“그래요? 그럼…”
민준이 말을 멈췄다.
“할머니 약 필요하면, 제가 남원에 가는 길에 약국을 들를게요.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아, 괜찮습니다. 이미…”
은서가 말했다. 하지만 민준이는 이미 끊었다.
저녁 여섯 시, 민준이가 나타났다.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 있었다. 할머니의 천식약과는 다른 종류의 약들이었다. 종합감기약, 비타민, 꿀.
“약은 이미 받으셨으니까, 이건 그냥… 도움이 될 만한 거들이에요.”
민준이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읽기 어려웠다. 하지만 은서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손이 떨고 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
은서가 말했다.
“근데, 왜 할머니가 천식이 있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
민준이가 물었다.
“모르고 있었어요.”
은서가 대답했다.
“할머니는 괜찮다고만 하셨거든요.”
민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그런 사람이에요. 자기 일은 자기가 챙기고, 남한테 폐 끼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은서가 말을 멈췄다.
“혼자가 돼요. 자신의 고통을 혼자 견뎌야 돼요.”
민준이가 말했다.
은서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밥을 조금 먹었다. 은서가 끓인 닭죽. 밥과 국물을 섞어서 준 닭죽. 할머니는 한 숟가락씩 먹었다. 민준이는 침실 밖에서 기다렸다.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은서가 말했다.
민준이가 들어왔다. 그리고 할머니 옆에 앉았다.
“할머니.”
“아, 총각이 왔네.”
“네. 약 좀 가져왔어요. 이거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도움이 될 거예요.”
민준이가 비타민 병을 할머니에게 보였다.
“고맙구나, 총각.”
할머니가 말했다.
“근데 이 아이, 내가 아파도 자꾸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뭐 하는 짓이야.”
할머니가 은서를 보며 말했다.
“할머니는 쉬셔야 해요.”
은서가 말했다.
“근데 할머니는 일을 안 하면 불안해하셔요.”
민준이가 말했다.
“그럼 일을 해. 그런데 천천히 해. 그게 약이다. 천천히 하는 것이.”
민준이가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할머니는 웃음을 지었다.
“아, 이 총각이. 뭘 그렇게 이 고집쟁이하고 닮았어.”
민준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은서도 붉어졌다.
그 밤, 은서는 할머니 방 옆 거실에서 잤다. 할머니가 밤에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기 때문이었다. 은서는 누워 있으면서 할머니의 숨소리를 들었다. 때때로 그 숨이 가빠졌다. 하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새벽 두 시, 은서는 깼다. 이제 익숙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의 불면증 때문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기침음 때문이었다.
은서는 일어났다.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흡입기를 들고 있었다.
“할머니?”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할머니가 말했다. 숨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은서는 할머니 옆에 앉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앉아 있을 뿐이었다. 밤의 고요함 속에서.
은서는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말이 아닌, 함께함이.
새벽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감나무의 가지들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 가지들도 겨울을 견뎌냈고, 봄을 맞이했다.
마찬가지로 할머니도, 은서도, 그들 모두가 견디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견디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혼자가 돼요. 자신의 고통을 혼자 견뎌야 돼요.” 민준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은서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혼자서 많은 것을 견뎌야 했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मजब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는 밥을 조금 먹었다. 은서가 끓인 닭죽. 밥과 국물을 섞어서 준 닭죽. 할머니는 한 숟가락씩 먹었다. 민준이는 침실 밖에서 기다렸다. 은서가 그를 부르기 전까지 그는 밖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은서가 말했다. 민준이가 들어왔다. 그리고 할머니 옆에 앉았다.
“할머니.” 민준이가 말했다. “아, 총각이 왔네.”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네. 약 좀 가져왔어요. 이거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도움이 될 거예요.” 민준이가 비타민 병을 할머니에게 보였다. “고맙구나, 총각.” 할머니가 말했다. 그의 손이 약병을 받아들이는 순간, 은서는 할머니의 손이 약병을 잡는 것을 보았다. 그 손은 주름이 많고 сух었지만, 아직도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있었다.
“근데 이 아이, 내가 아파도 자꾸 일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뭐 하는 짓이야.” 할머니가 은서를 보며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를 이해했다. 할머니는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있었다. “할머니는 쉬셔야 해요.” 은서가 말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근데 할머니는 일을 안 하면 불안해하셔요.” 민준이가 말했다. 민준이는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일을 해. 그런데 천천히 해. 그게 약이다. 천천히 하는 것이.” 민준이가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할머니는 웃음을 지었다. “아, 이 총각이. 뭘 그렇게 이 고집쟁이하고 닮았어.” 민준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은서도 붉어졌다.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 순간, 은서는 민준이와의 사이가 더 깊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밤, 은서는 할머니 방 옆 거실에서 잤다. 할머니가 밤에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기 때문이었다. 은서는 누워 있으면서 할머니의 숨소리를 들었다. 때때로 그 숨이 가빠졌다. 하지만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은서는 그 소리를 들으며 할머니의 건강이 점점 좋아지고 있기를 바랐다.
새벽 두 시, 은서는 깼다. 이제 익숙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의 불면증 때문이 아니었다. 할머니의 기침음 때문이었다. 은서는 일어났다.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할머니는 침대에 앉아 있었다. 흡입기를 들고 있었다. “할머니?” 은서가 물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할머니가 말했다. 숨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은서는 할머니 옆에 앉았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앉아 있을 뿐이었다. 밤의 고요함 속에서. 은서는 이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말이 아닌, 함께함이. 할머니와의 시간, 민준이와의 시간. 모두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새벽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감나무의 가지들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 가지들도 겨울을 견뎌냈고, 봄을 맞이했다. 마찬가지로 할머니도, 은서도, 그들 모두가 견디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견디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은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는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의 온기를 느끼며 함께 있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눈을 보았다. 할머니의 눈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은서는 그 눈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사랑, 안타까움, 이해. 할머니는 은서의 눈을 보았다. 은서의 눈은 밝고 희망적이었다. 할머니는 그 눈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미래, 희망, 사랑. 두 사람의 눈은 서로를 맞추며 깊은 감정을 나누었다.
그 순간, 은서는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의 건강이 좋아질 것이고, 민준이와의 사이가 더 깊어질 것이고, 그녀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은서는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할머니의 손에 자신의 손을 넣었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두 사람은 함께 있었다. 그것이 모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