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0화: 겨울이 오기 전에
할머니는 그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의 감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은서가 주방에서 밥을 푸는 소리가 들렸지만, 할머니의 눈은 여전히 나무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직 초겨울인데도 낙엽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고, 남은 열매들은 주황색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할머니는 깊고, 오래된 숨을 쉬었다. 그 숨은 마치 강물이 흐르는 소리처럼 조용했지만, 은서는 그 한숨을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마치 강물이 흐르는 방향을 보지 않아도 물의 온도로 알 수 있듯이.
은서가 밥상을 들고 나왔을 때, 할머니는 이미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은서는 밥상 앞에 앉으며 할머니의 얼굴을 살폈다. 할머니의 얼굴은 늘 그렇지만, 오늘따라 더 주름이 깊어 보였다. 은서는 할머니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고, 오늘 할머니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은서의 물음에 할머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 괜찮지.”
그 대답은 거짓이었다. 은서는 그걸 알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말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대신 은서는 된장국을 한 그릇 더 푸고, 고추장을 조금 더 덜었다. 할머니는 이렇게 먹으면 밥이 더 잘 넘어간다고 한 적이 있었다. 작은 관심들의 쌓임. 그것이 이 집에서의 언어였다.
할머니는 밥을 먹으며 가끔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 은서는 그 시선의 방향을 따라가 보았다. 감나무. 항상 감나무였다. 지난여름, 민준과 함께 강변을 걸을 때 은서가 “감나무가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던 날이 있었다. 그때 민준은 웃지 않고 그냥 “네”라고만 했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은서의 방 책상 위에는 작은 도자기 감이 놓여 있었다. 그것도 주황색으로. 은서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은서야, 너 요즘 어때?”
할머니의 질문이 갑자기 나왔다. 은서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네, 좋아요. 왜요?”
“그냥… 얼굴이 밝아져서. 예전처럼 밤에 자지 못하고 있니?”
은서는 잠시 침묵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최근 몇 주는 밤이 덜 무서워졌다. 새벽 3시에 깨는 습관은 여전했지만, 깬 후 천장을 바라보는 대신 민준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의 말들, 그의 침묵, 그의 손길. 그것들이 밤을 채웠다. 은서는 그 생각에 다시 미소지었다.
“네, 좀 나아졌어요.”
“그럼 다행이야. 너는 여기 오면서 많이 변했어.”
할머니는 다시 밥을 떠 입에 넣었다. 말이 적은 할머니치고는 오늘따라 많이 말하는 날이었다. 은서는 그것을 알아챘다. 할머니가 많이 말하는 날은 늘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지만 직접 말하지 못하는 날들이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표정을 살폈다. 할머니의 눈이 오늘따라 더 따뜻해 보였다.
“민준이는?”
“네?”
“그 도예가. 괜찮은 사람이니?”
은서의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할머니는 그것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밥을 먹을 뿐이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의 손은 항상 강했지만, 오늘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네.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뭔가 마음에 걸려 있는 것 같던데?”
은서는 놀랐다. 민준이 할머니에게 뭘 말했나? 아니면 할머니가 느낀 건가? 은서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할머니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할머니는 이미 밥상을 밀어내고 있었다.
“밥 잘 먹었어. 고마워.”
그리고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은서는 할머니의背中을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지었다. 할머니의 등은 오늘따라 더 크게 보였다.
그날 오후, 은서는 분교로 향했다. 도현이 “아이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하천리의 가을은 이미 깊어가고 있었다. 강변 둑길의 나무들은 대부분 벌거벗었고, 남은 잎들도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은서는 그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 길을 처음 걸었던 날이 언제였지? 봄이었다. 아직도 봄처럼 느껴지는데. 은서는 가을의 공기를 맡으며 미소지었다. 가을의 냄새는 항상 따뜻했다.
분교에 도착했을 때, 수민이가 문 앞에서 은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요즘 더 키가 커 보였다. 혹은 은서가 더 많이 구부러진 걸까. 12살의 아이가 29살의 어른을 보는 눈빛이 변했다는 건, 무언가가 변했다는 뜻이었다.
“선생님, 왔어요!”
“응, 미안해. 좀 늦었나?”
“아니에요. 정말 딱 맞게 왔어요.”
수민이는 은서의 손을 잡고 교실로 이끌었다. 다른 아이들도 이미 앉아 있었다. 여섯 명. 이제는 익숙한 숫자였다. 도현이가 “오늘은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어요”라고 말했을 때, 은서는 뭔가 예감했다. 그것은 좋은 예감이었는지, 나쁜 예감이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은서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아이들의 얼굴은 항상 밝았다.
“오늘은 아이들이 쓴 일기를 함께 읽어보려고 해요. 은서 씨, 괜찮죠?”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수민이의 얼굴이 조금 불안해 보였다. 아이는 자기 노트를 안고 있었는데, 그것을 도현이에게 건네기 전에 한 번 더 은서를 바라보았다. 마치 “괜찮을까?”라고 묻는 듯이. 은서는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아이의 눈이 오늘따라 더 크게 보였다.
도현이가 읽기 시작했을 때, 은서는 귀를 기울였다. 아이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은서는 그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하늘도 울고 있는 거라고 할머니가 말씀했다. 그런데 내가 울고 있을 때는 누가 알아줄까? 엄마는 서울에서 일을 한다고 하고, 아빠는 바다 건너라고 했다. 할머니는 내가 울고 있는 걸 아는 것 같다. 왜냐하면 할머니는 항상 밥을 한 그릇 더 만들어두기 때문이다. 내가 울고 나면, 그 밥을 먹게 된다. 그게 사랑인 걸까?”
교실은 조용했다. 도현이가 계속 읽었다. 은서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소지었다. 아이의 목소리는 항상 따뜻했다.
“선생님이 와서 우리 학교에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은서 선생님은 처음엔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았다. 눈이 항상 멀리를 보고 있었거든.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요즘 은서 선생님은 우리를 본다. 정말로 본다. 그게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달라졌다. 그래서 나도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은서의 눈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마치 할머니가 “괜찮다는 말은 괜찮을 때만 써야 힘이 있는 거여”라고 말했듯이, 눈물도 그럴 때만 흘려야 하는 것 같았다. 은서는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아이의 눈이 오늘따라 더 밝게 보였다.
“이거 수민이가 쓴 거야?”
도현이가 물었을 때, 수민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글이에요. 정말.”
은서가 말했을 때, 수민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 밝음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아이는 뭔가를 더 말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은서 선생님, 혹시… 일기를 쓸 때 누가 읽는다고 생각하면서 써야 해요?”
은서는 잠시 생각했다. 그것은 좋은 질문이었다. 아니, 훌륭한 질문이었다. 은서는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아이의 눈이 오늘따라 더 크게 보였다.
“아니야. 일기는 너 자신을 위한 거야. 누가 읽을 것 같아서 쓰는 게 아니라, 너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쓰는 거지.”
“그런데… 혹시 나중에 누군가 읽어줄 수도 있어요?”
은서는 그 질문의 무게를 느꼈다. 아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건,自分の 마음이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은서는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아이의 눈이 오늘따라 더 밝게 보였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너의 선택이야. 누가 읽어도 괜찮은 것들만 남겨두는 거고, 그렇지 않은 건 태워버리는 거야. 너의 마음이니까.”
은서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아이의 얼굴은 항상 밝았다. 은서는 그 밝음에 기뻐했다. 아이의 밝음은 은서에게 힘이 되었다.
할머니는 다시 밥을 떠 입에 넣었다. 말이 적은 할머니치고는 오늘따라 많이 말하는 날이었다. 은서는 그것을 알아챘다. 할머니가 많이 말하는 날은 늘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지만 직접 말하지 못하는 날들이었다.
“민준이는?”
“네?”
“그 도예가. 괜찮은 사람이니?”
은서의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할머니는 그것을 보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밥을 먹을 뿐이었다.
“네.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뭔가 마음에 걸려 있는 것 같던데?”
은서는 놀랐다. 민준이 할머니에게 뭘 말했나? 아니면 할머니가 느낀 건가? 은서는 그 답을 찾기 위해 할머니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할머니는 이미 밥상을 밀어내고 있었다.
“밥 잘 먹었어. 고마워.”
그리고 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
그날 오후, 은서는 분교로 향했다. 도현이 “아이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하천리의 가을은 이미 깊어가고 있었다. 강변 둑길의 나무들은 대부분 벌거벗었고, 남은 잎들도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은서는 그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이 길을 처음 걸었던 날이 언제였지? 봄이었다. 아직도 봄처럼 느껴지는데.
분교에 도착했을 때, 수민이가 문 앞에서 은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요즘 더 키가 커 보였다. 혹은 은서가 더 많이 구부러진 걸까. 12살의 아이가 29살의 어른을 보는 눈빛이 변했다는 건, 무언가가 변했다는 뜻이었다.
“선생님, 왔어요!”
“응, 미안해. 좀 늦었나?”
“아니에요. 정말 딱 맞게 왔어요.”
수민이는 은서의 손을 잡고 교실로 이끌었다. 다른 아이들도 이미 앉아 있었다. 여섯 명. 이제는 익숙한 숫자였다. 도현이가 “오늘은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어요”라고 말했을 때, 은서는 뭔가 예감했다. 그것은 좋은 예감이었는지, 나쁜 예감이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쓴 일기를 함께 읽어보려고 해요. 은서 씨, 괜찮죠?”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 수민이의 얼굴이 조금 불안해 보였다. 아이는 자기 노트를 안고 있었는데, 그것을 도현이에게 건네기 전에 한 번 더 은서를 바라보았다. 마치 “괜찮을까?”라고 묻는 듯이.
도현이가 읽기 시작했을 때, 은서는 귀를 기울였다.
“오늘은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하늘도 울고 있는 거라고 할머니가 말씀했다. 그런데 내가 울고 있을 때는 누가 알아줄까? 엄마는 서울에서 일을 한다고 하고, 아빠는 바다 건너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내가 울고 있는 걸 아는 것 같다. 왜냐하면 할머니는 항상 밥을 한 그릇 더 만들어두기 때문이다. 내가 울고 나면, 그 밥을 먹게 된다. 그게 사랑인 걸까?”
교실은 조용했다. 도현이가 계속 읽었다.
“선생님이 와서 우리 학교에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은서 선생님은 처음엔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았다. 눈이 항상 멀리를 보고 있었거든.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요즘 은서 선생님은 우리를 본다. 정말로 본다. 그게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달라졌다. 그래서 나도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은서의 눈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마치 할머니가 “괜찮다는 말은 괜찮을 때만 써야 힘이 있는 거여”라고 말했듯이, 눈물도 그럴 때만 흘려야 하는 것 같았다.
“이거 수민이가 쓴 거야?”
도현이가 물었을 때, 수민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글이에요. 정말.”
은서가 말했을 때, 수민이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그 밝음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아이는 뭔가를 더 말하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은서 선생님, 혹시… 일기를 쓸 때 누가 읽는다고 생각하면서 써야 해요?”
은서는 잠시 생각했다. 그것은 좋은 질문이었다. 아니, 훌륭한 질문이었다.
“아니야. 일기는 너 자신을 위한 거야. 누가 읽을 것 같아서 쓰는 게 아니라, 너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쓰는 거지.”
“그런데… 혹시 나중에 누군가 읽어줄 수도 있어요?”
은서는 그 질문의 무게를 느꼈다. 아이가 정말로 묻고 싶은 건, 자신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너의 선택이야. 누가 읽어도 괜찮은 것들만 남겨두는 거고, 그렇지 않은 건 태워버리는 거야. 너의 마음이니까.”
수민이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어떤 결정을 한 것처럼.
오후 수업이 끝나고, 은서는 강변으로 향했다. 이제 이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분교를 나와 강변을 따라 걷고, 민준의 공방 쪽으로 향하거나 그냥 강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것. 오늘은 후자를 선택했다.
강변의 벤치에 앉아서 은서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여름에는 이 강이 얼마나 시원했는지, 은서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서 강물의 색깔이 얼마나 변했는지도. 지금 강물은 거의 회색에 가까웠다. 마치 하늘을 반사하는 것처럼.
“여기 있었구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은서는 돌아봤다. 민준이었다. 평소처럼 조용하게 다가왔다. 마치 강물처럼.
“네. 산책하다가.”
“할머니 댁에서 봤어. 안 계셔서.”
민준은 은서의 옆에 앉았다. 말없이. 이것이 둘 사이의 언어였다. 말이 필요 없는 침묵들.
“할머니가 이상했어요. 아침에.”
은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 민준은 그 말을 들었지만, 대답하지는 않았다. 대신 강물을 바라봤다.
“뭐가?”
“잘 모르겠어요. 마음이 어딘가 멀어진 것 같은…”
“할머니는 그래.”
민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무슨 뜻이에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할머니는 그런 표정을 해.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표정. 그런데 그건 잃어버린 게 아니라… 기억하는 거야.”
은서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기억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무언가를 기억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할머니는 이 집에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얼마나 많은 계절을 이 감나무 아래서 보냈을까?
“제가 뭔가 도와줄 수 있을까요?”
“없어. 이건 시간이 해주는 일이야. 너는 그냥… 있어주면 돼.”
민준은 그 말을 하고 은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항상 그렇게 깊었다. 마치 강물처럼 깊고, 위험하고, 아름답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뭘 해야 하는지.”
“그게 정상이야. 아무도 처음엔 몰라. 그냥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알아진다는 뜻이에요?”
“응.”
민준은 다시 강을 바라봤다. 은서도 따라 바라봤다. 둘이 함께 강물을 보면서 세상이 이렇게 느리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던 속도. 또는 그 속도 자체를 느끼지 못했던 것.
“민준이는… 왜 여기 왔어요?”
은서가 물었다. 이 질문은 오랫동안 가슴에 있던 것이었다.
민준은 오래 침묵했다. 그 침묵이 얼마나 길었는지, 은서는 셀 수 없었다.
“도망쳤어. 처음엔.”
“뭐에서요?”
“모든 것. 기대도, 꿈도, 사람도. 다 놓고 싶었어.”
“그런데?”
“여기서… 천천히 다시 줍기 시작했어.”
은서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느꼈다. 민준이 말한 ‘도망’이 자신의 ‘도망’과는 다르다는 것을. 민준은 의식적으로 놓았고, 은서는 무의식적으로 흘렸다. 둘 다 도망이지만, 방향이 다른 것 같았다.
“저도 도망쳤어요. 서울에서.”
“응.”
“근데 여기서는 뭔가 다른 것 같아요. 마치… 돌아오는 느낌이.”
민준은 은서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손을 은서의 손에 올렸다.
“그게 맞아. 이건 도망이 아니라, 돌아오는 거야.”
은서의 손은 민준의 손 위에서 따뜻했다. 계절이 겨울로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온기는 따뜻했다. 마치 봄처럼.
해는 빠르게 지고 있었다. 하천리의 겨울은 빨리 온다. 사람들이 말한다. 이곳의 겨울은 서울의 겨울과는 다르다고. 더 춥고, 더 깊고, 더 오래 머문다고. 은서는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미 10월 말인데도, 밤의 기온은 영하에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준과 헤어진 후, 은서는 할머니 댁으로 돌아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은서는 뭔가 냄새를 맡았다. 소주였다. 할머니가 소주를 마신다? 은서는 그런 할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
거실로 들어갔을 때, 할머니는 밥상 앞에 앉아 있었다. 작은 종지에 담긴 소주 한 잔과, 몇 가지 안주들. 감자전, 멸치볶음, 그리고 무채. 할머니의 얼굴은 차분했다. 하지만 눈은 어딘가 멀리를 보고 있었다.
“할머니?”
“응. 들어왔어?”
“네. 뭐 하세요?”
“그냥… 혼자 마시고 있었어.”
은서는 할머니의 맞은편에 앉았다. 말을 하지 않고.
“너는 어땠어? 어릴 때? 기억나?”
“네?”
“내가 물었잖아. 어릴 때 어땠어?”
은서는 생각해 보았다. 어릴 때. 그것은 이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할머니 집에서 감나무 아래서 놀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감나무가 더 컸어. 지금보다.”
할머니는 소주잔을 들었다. 하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그냥 들고만 있었다.
“엄마가 자주 와?”
“아니요. 할머니와 저만 있었어요.”
“그때는 내가 더 젊었지. 너를 많이 안아줬어. 기억나?”
은서는 기억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지만, 분명히 기억했다. 할머니의 팔이 자신을 감싸던 느낌. 할머니의 가슴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네. 기억나요.”
“다행이다.”
할머니는 드디어 소주를 마셨다. 한 모금. 작고, 조용한 모금.
“이제 내가 늙었어. 너도 봤지?”
“할머니…”
“괜찮아. 이건 사실이니까. 나이는 속일 수 없어. 강물처럼 자꾸 흐르는 거야. 그리고 흘러간 것들은 돌아오지 않아.”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느꼈다. 할머니가 아침에 왜 감나무를 보며 한숨을 쉬었는지. 왜 그렇게 멀리를 보고 있었는지.
“할머니, 계속 여기 있으세요. 저도 여기 있을 거고.”
“그래?”
“네.”
할머니는 은서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주름이 많았고, 차가웠고, 하지만 여전히 강했다.
“고마워. 우리 은서.”
그리고 그 말 속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과거의 기억들, 현재의 감사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모든 것이.
밤이 깊어갔다. 은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새벽 3시가 될 때까지. 은서는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집에 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몇 개월일까? 아니면 이미 몇 년처럼 느껴질까?
은서는 손을 펼쳤다. 손끝에는 아직도 민준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을 만지며, 은서는 생각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뭔가가 끝나야 한다. 아니,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작되어야 한다. 무언가의.
새벽 4시, 은서는 일어나 책상으로 갔다. 오래간만에 펜을 들었다.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쓴 글이 무엇이었지? 아마도 표절 사건에 대한 보고서였을 것이다. 그 이후로 은서는 글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순간, 은서는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었다.
손가락이 종이를 스쳤다.
‘하천리로 온 지 8개월째.’
은서는 이렇게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고, 많은 것들을 얻었다. 그리고 여전히 뭔가를 찾고 있다.’
새벽의 침묵 속에서, 은서의 펜은 계속 움직였다. 마치 강물처럼. 멈추지 않고, 흐르고, 흘러가는 것.
그 순간, 은서는 알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뭔가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감나무는 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강물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세상은 이렇게 느리게 움직인다. 은서는 그것을 깨달았다. 아니, 이미 깨달았던 것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은서가 이곳에 와야 했던 이유인 것 같았다.
할머니의 소주 한 모금은 은서에게 많은 것을 의미했다. 할머니가 마신 소주는 작고 조용한 모금이었지만, 그 안에는 많은 감정과 생각이 담겨 있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눈이 붉어지고, 목소리가少し 떨리는 것을 보며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제 내가 늙었어. 너도 봤지?” 할머니의 말은 은서의 마음을 어둡게 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할머니가 아침에 감나무를 보며 한숨을 쉬었던 것을 기억했다. 왜 할머니가 그렇게 멀리를 보고 있었는지, 이제는 이해했다.
“할머니… ” 은서는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할머니, 계속 여기 있으세요. 저도 여기 있을 거고.”
할머니는 은서의 손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 그 손은 주름이 많았고, 차가웠지만, 여전히 강했다. 할머니의 손은 은서에게 많은 것을 전달했다. 과거의 기억, 현재의 감사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모든 것이 그 손에 담겨 있었다.
“고마워. 우리 은서.” 할머니의 말은 은서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은서는 그 순간, 할머니와 함께하고 싶었다. 함께 있으면 할머니가 더 편안해 하고, 할머니의 마음이 더 가벼워질 것 같았다.
그날 밤, 은서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새벽 3시가 될 때까지 은서는 천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집에 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몇 개월일까? 아니면 이미 몇 년처럼 느껴질까? 은서는 손을 펼치며 민준의 온気が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만지며, 은서는 생각했다. 겨울이 오기 전에 뭔가가 끝나야 한다. 아니,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작되어야 한다. 무언가의.
새벽 4시, 은서는 일어나 책상으로 갔다. 오래간만에 펜을 들었다.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쓴 글이 무엇이었지? 아마도 표절 사건에 대한 보고서였을 것이다. 그 이후로 은서는 글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순간, 은서는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었다.
은서는 펜을 종이에 댔다. 그리고 썼다. ‘하천리로 온 지 8개월째.’ 은서는 이렇게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고, 많은 것들을 얻었다. 그리고 여전히 뭔가를找고 있다.’ 새벽의 침묵 속에서, 은서의 펜은 계속 움직였다. 마치 강물처럼. 멈추지 않고, 흐르고, 흘러가는 것.
그 순간, 은서는 알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뭔가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감나무는 밤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강물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세상은 이렇게 느리게 움직인다. 은서는 그것을 깨달았다. 아니, 이미 깨달았던 것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은서가 이곳에 와야 했던 이유인 것 같았다. 은서는 그 생각에 미소 지었다. 그리고 펜을 계속 움직였다. 강물처럼, 계속 흐르고,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새벽의 어둠속에서, 은서의 펜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마치 강물의 소리처럼, 은서의 마음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속에서, 은서는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희망. 그것은 은서에게新的 에너지를 주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에너지.
은서는 그 에너지를感じ며, 새로운 것을 시작했다. 새로운 글,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夢. 그것은 은서에게新的 도전을 주었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未来. 은서는 그 새로운未来에 대해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펜을 계속 움직였다. 강물처럼, 계속 흐르고,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은서는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가능성, 새로운 희망. 그것은 은서에게新的 에너지를 주었다.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도전, 새로운未来. 은서는 그 새로운未来에 대해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펜을 계속 움직였다. 강물처럼, 계속 흐르고,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