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화: 강물의 굽이에서
버스는 섬진강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흘렀다. 윤은서는 창밖의 풍경을 보며, 서울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전봇대를 세다. 잃어버린다. 다시 시작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는 동안, 차창 너머의 풍경은 천천히 변했다. 아파트 숲이 물러나고, 산이 앞으로 나왔다. 산도 아니다. 산은 이름이 있는 것이고, 이것들은 그냥 언덕들이었다. 언덕 위에 감나무들이 흩어져 있었고, 그 감들은 아직 초록색이었다. 봄이 오는 길은 느렸다. 서울에서는 한 주 사이에 벚꽃이 피고 졌는데, 여기서는 아직도 겨울의 끝을 물고 있었다.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살짝 차가웠고, 그 냄새는 아직도 서울의 공기와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버스 안은 따뜻했다. 아니, 덥다는 게 정확했다. 히터 때문이었다. 은서는 창을 더 내렸다. 찬 공기가 목에 닿는 감각이 좋았다. 목이 마를 때까지 들이마시고 싶은 그런 종류의 찬 공기였다. 창밖의 풍경은 빠르게 지나갔다. 산과 들, 그리고 강. 강물의 소리도 가끔씩 들려왔다.
앞자리에서 누군가가 귤 껍질을 벗고 있었다. 귤 냄새가 버스 안 전체에 퍼졌다. 비닐 시트 냄새와 섞여서 나왔다. 서울 지하철의 냄새와 다르다는 것을 은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지하철은 사람 냄새였다. 수천 명의 피부와 옷과 입김이 뒤섞인, 어떤 신체적 친밀함도 없으면서 신체적으로만 붙어 있는 냄새. 여기는 다르다. 귤과 흙과, 그리고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산의 냄새. 그 냄새는 은서를 슬프게 만들었다. 정확하게는 슬프다기보다,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은서는 창밖을 보면서 생각했다. 눈을 감았다 떴다. 시계를 봤다. 오후 2시 47분. 서울에서는 이 시간에 뭔가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회의 중이고,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메일을 확인하고, 누군가는 점심을 먹고 있을 것이다. 그 중 누구도 은서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4주가 흘렀다. 4주면 충분히 누군가를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버스는 작은 역을 지났다. 역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곳이었다. 초록색 페인트가 벗겨진 작은 건물 하나와, 그 앞에 있는 벤치 몇 개. 벤치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은서는 저 벤치에 앉아 있을 자신을 상상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하늘을 보면서. 그 상상 속의 자신은 누구인가. 지금의 자신이 아니었다. 그곳은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은서는 그 평온함을 찾았다가 또 잃어버린 자신을 느꼈다.
할머니 댁은 버스 종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은서는 그 거리를 여러 번 세어 본 적이 있다. 마지막 버스 정류장에서 왼쪽으로 꺾여서 들어가는 좁은 골목, 그 골목을 따라 가면 나오는 슈퍼 옆 작은 길, 그 길을 따라 가다가 우회전해서 다시 가면 된다. 구글 맵에는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은서는 그것을 다섯 번은 본 것 같다. 현실에서 가본 적은 없지만. 그곳은 아직까지는 은서에게 낯선 곳이었다.
버스가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앞자리 사람이 일어났다. 짐을 들었다. 이곳이 종점이라는 신호였다. 은서도 일어났다. 짐은 많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의 3년치 생활이 롤링백 하나와 백팩 하나에 들어가 있었다. 편집장 자리에서 해고되는 것은 빠르다. 그 빠름에 비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필요 없는 것들은 너무 많았고, 필요한 것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은서는 짐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종점 역은 작은 광장이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광장에는 택시 두 대가 서 있었고, 한 명의 택시 기사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은서는 짐을 들고 광장 밖으로 나왔다. 좁은 골목이 보였다. 구글 맵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은서는 핸드폰을 꺼내지 않았다. 이미 길을 알고 있었다. 몸이 알고 있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았다. 그곳은 은서에게 새로운 시작의 장소였다.
골목을 걸으면서 은서는 주변을 봤다. 낡은 건물들과 새로운 건물들이 뒤섞여 있었다. 3층짜리 주택들, 간판이 떨어진 작은 가게들, 그리고 가끔 보이는 현대적인 건물들. 이곳도 변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곳은 없다. 은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변화의 속도만 다를 뿐. 은서는 그 변화를 느끼며 걸었다. 그곳은 아직까지 낯선 곳이지만, 어느새 은서는 그곳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슈퍼가 보였다. 초록색 간판에 흰 글씨로 “하천마트”라고 적혀 있었다. 은서는 그 옆 작은 길로 꺾어 들어갔다. 이 길은 더 좁았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 길 양쪽으로는 담장이 있었고, 담장 너머로는 집들의 옥상과 안테나가 보였다. 그리고 냄새. 밥 짓는 냄새, 된장찌개의 냄새, 누군가의 세제 냄새. 이런 냄새들이 섞여서 “동네”의 냄새를 만들고 있었다.
우회전을 했다. 길이 다시 조금 넓어졌다. 그리고 나타났다. 회색 벽돌로 된 오래된 한옥. 지붕은 기와였고, 마당에는 감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 아직 잎이 많지 않았다. 가지들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 시간이 되면 언젠가 초록색으로 덮여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그냥 기다리는 나무였다.
은서는 대문 앞에 섰다. 손잡이는 오래된 철이었다. 차갑고 거칠었다. 누군가의 손이 몇십 년간 잡아온 흔적이 그것에 남아 있었다. 은서는 천천히 대문을 밀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 소리도 이미 알고 있던 소리였다. 할머니 댁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이 소리는 여러 번 영상통화에서 들었다.
마당이 나타났다. 그리고 할머니.
할머니는 마당 한쪽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은서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얼굴에는 안경이 걸려 있었고, 눈이 은서를 찾는 과정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을 때의 작은 변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것이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사였을 것이다.
“왔냐.”
“네, 할머니. 도착했어요.”
은서는 짐을 마당에 내려놨다. 롤링백이 아스팔트와 닿는 소리가 났다. 할머니는 호수를 내려놨다. 물이 마당에 흐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것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왔다. 걸음이 느렸다. 하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밥은?”
“버스에서 못 먹었어요.”
“그럼 밥 먹자.”
할머니는 그것만 말했다. 다른 인사말도 없었다. 어서 들어가라는 손짓도 없었다. 그냥 “밥 먹자”였다. 은서는 할머니가 표현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밥에 담겨 있다. 안녕은 밥이고, 괜찮냐고 묻는 것도 밥이고, 넌 우리 집 식구다라는 선언도 밥이다.
은서는 할머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을 지나면서 신발을 벗었다. 마루가 앞으로 펼쳐졌다. 낡은 나무 마루였다. 발을 딛자마자 삐걱거렸다. 오래된 나무는 모든 발걸음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소리로 내보낸다. 은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마루는 누군가의 할머니,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의 발걸음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부엌은 마루 옆에 있었다. 할머니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 냄비가 이미 가스 위에 올려져 있었다. 된장찌개였다. 냄새로 알 수 있었다. 된장, 고추, 호박, 그리고 뭔가 더. 아마도 한 시간은 넘게 끓여져 있던 것 같았다. 할머니가 손자를 맞이할 준비를 한 시간이 담겨 있었다.
밥솥에서 밥을 떠냈다. 그릇에 담은 밥 위에 국을 부었다. 된장찌개는 진했다. 국물은 갈색이었다. 두부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두부는 완전히 무르러져 있었다. 호박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항복했다. 할머니의 손 아래에서.
윤정순 할머니는 마당 한쪽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은서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얼굴에는 안경이 걸려 있었고, 눈이 은서를 찾는 과정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을 때의 작은 변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것이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사였을 것이다.
“왔냐.”
“네, 할머니. 도착했어요.”
은서는 짐을 마당에 내려놨다. 롤링백이 아스팔트와 닿는 소리가 났다. 할머니는 호스를 내려놨다. 물이 마당에 흐르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것을 보면서 천천히 걸어왔다. 걸음이 느렸다. 하지만 흔들리지는 않았다.
“밥은?”
“버스에서 못 먹었어요.”
“그럼 밥 먹자.”
할머니는 그것만 말했다. 다른 인사말도 없었다. 어서 들어가라는 손짓도 없었다. 그냥 “밥 먹자”였다. 은서는 할머니가 표현하는 방식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밥에 담겨 있다. 안녕은 밥이고, 괜찮냐고 묻는 것도 밥이고, 넌 우리 집 식구다라는 선언도 밥이다.
은서는 할머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을 지나면서 신발을 벗었다. 마루가 앞으로 펼쳐졌다. 낡은 나무 마루였다. 발을 딛자마자 삐걱거렸다. 오래된 나무는 모든 발걸음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소리로 내보낸다. 은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마루는 누군가의 할머니,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의 발걸음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부엌은 마루 옆에 있었다. 할머니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켰다. 냄비가 이미 가스 위에 올려져 있었다. 된장찌개였다. 냄새로 알 수 있었다. 된장, 고추, 호박, 그리고 뭔가 더. 아마도 한 시간은 넘게 끓여져 있던 것 같았다. 할머니가 손자를 맞이할 준비를 한 시간이 담겨 있었다.
밥솥에서 밥을 떠냈다. 그릇에 담은 밥 위에 국을 부었다. 된장찌개는 진했다. 국물은 갈색이었다. 두부가 많이 들어가 있었다. 두부는 완전히 무르러져 있었다. 호박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것이 항복했다. 할머니의 손 아래에서.
은서는 밥상을 앞에 놓고 앉았다. 할머니는 은서의 맞은편에 앉지 않았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은서가 먹는 동안 할머니는 움직였다. 이것도 은서가 알고 있던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그런 종류의 동행.
은서는 숟가락을 들었다. 된장찌개를 한 술 떴다. 입에 넣었다.
뜨거웠다. 그리고 맛있었다.
은서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지 않은 채로 다시 한 술을 떴다. 할머니가 “밥 먹다가 데여도 된다”고 말할 것 같았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거지 하는 소리만 났다. 물 흐르는 소리와 숟가락이 부딪치는 소리.
밥을 먹으면서 은서는 창밖을 봤다. 마당의 감나무가 보였다. 아직 열매를 맺지 않은 나무. 기다리는 나무. 이 나무도 언젠가는 열매를 달 것이다. 그것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하지만 이 나무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을 할지, 언제 그것을 할지. 인간만 그것을 모른다. 인간만 자꾸 서두른다.
은서는 밥을 계속 먹었다.
밤이 되자 마을은 조용해졌다. 은서는 할머니가 준 방에 누워 있었다. 방은 작았다. 창문 하나, 장롱 하나, 이불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단순함이 깔끔함을 만들고, 깔끔함이 편함을 만들었다. 은서는 천장을 봤다.
시계를 봤다. 밤 11시 32분.
서울에서는 이 시간이 되면 뭔가가 계속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있고, 누군가는 야근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옆 사람과 자고 있을 것이다. 은서는 지난 3년간 매일 이 시간을 일하면서 보냈다. 책을 읽고, 원고를 수정하고, 마감을 맞추고. 그 일이 은서를 살려냈다. 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은서를 살려냈다고.
이제 뭐 할 거야.
은서는 생각했다. 눈을 감았다. 새벽 2시까지 깨어 있을 것 같은 그런 종류의 불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시골 공기는 다른 종류의 일을 했다. 은서는 새벽 2시가 오기 전에 잠을 잤다. 깊은 잠이 아니었지만, 잠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침이 되자 마당의 감나무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은서도 함께 기다리기 시작했다. 어떤 일을 할지도, 언제 떠날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봄이 왔다. 천천히, 하천리라는 작은 마을에.
새벽 4시, 은서는 깼다.
이것도 서울에서의 습관이었다. 불면증. 의사는 그것을 “수면 주기 장애”라고 불렀고, 약을 처방했다. 약은 먹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더 깊은 불안을 느낄 것 같았다. 차라리 깨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은서는 일어났다. 옷을 입었다. 할머니 댁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마루 위에서는 발소리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나무는 모든 것을 배반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은서는 멈춰 섰다. 할머니 방에서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였다. 없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은서는 대문을 나갔다. 밤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는 새벽. 별이 보였다. 서울에서는 본 적 없는 별들이 하늘 전체를 덮고 있었다. 은서는 한참 그것을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여기서 뭐 하는 거야.
하천리 마을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개 짖는 소리만 들렸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제1화 끝
머니가 “밥 먹다가 데여도 된다”고 말할 것 같았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거지 하는 소리만 났다. 물 흐르는 소리와 숟가락이 부딪치는 소리. 은서는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었다. 할머니와의 대화가 끝난 후, 은서는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밥을 먹으면서 은서는 창밖을 봤다. 마당의 감나무가 보였다. 아직 열매를 맺지 않은 나무. 기다리는 나무. 이 나무도 언젠가는 열매를 달 것이다. 그것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하지만 이 나무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을 할지, 언제 그것을 할지. 인간만 그것을 모른다. 인간만 자꾸 서두른다. 은서는 이 나무를 보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하려 노력했다. 나무는 기다린다. 나무는 알면서 기다린다. 하지만 나는 모른다. 나는 서두른다.
은서는 밥을 계속 먹었다. 먹는 동안에도 창밖의 나무를 내다봤다. 나무의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은서는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이 소리는 은서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밤이 되자 마을은 조용해졌다. 은서는 할머니가 준 방에 누워 있었다. 방은 작았다. 창문 하나, 장롱 하나, 이불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단순함이 깔끔함을 만들고, 깔끔함이 편함을 만들었다. 은서는 천장을 봤다. 천장이 하얗고 깨끗했다. 은서는 이 천장에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은 쉽게 비워지지 않았다.
시계를 봤다. 밤 11시 32분. 서울에서는 이 시간이 되면 뭔가가 계속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술을 마시고 있고, 누군가는 야근을 하고 있고, 누군가는 옆 사람과 자고 있을 것이다. 은서는 지난 3년간 매일 이 시간을 일하면서 보냈다. 책을 읽고, 원고를 수정하고, 마감을 맞추고. 그 일이 은서를 살려냈다. 또는 그렇게 생각했다. 은서를 살려냈다고.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더 이상那样하지 않아도 되었다.
은서는 생각했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새벽 2시가 오기 전에 잠을 잤다. 깊은 잠이 아니었지만, 잠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잠을 자면서 은서는 자신의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마음이 비워지는 것을 느꼈다.
아침이 되자 마당의 감나무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은서도 함께 기다리기 시작했다. 어떤 일을 할지도, 언제 떠날지도 모르면서.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이제는 더 이상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이었다. 감나무처럼. 은서는 감나무를 보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하려 노력했다. 나는 이제 기다린다. 나는 이제 알면서 기다린다.
그렇게 봄이 왔다. 천천히, 하천리라는 작은 마을에. 봄이 오는 것을 은서는 느꼈다. 공기 속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꽃들이 피는 것을 보았다. 새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봄이 오는 것을 은서는 마음으로 느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새벽 4시, 은서는 깼다. 이것도 서울에서의 습관이었다. 불면증. 의사는 그것을 “수면 주기 장애”라고 불렀고, 약을 처방했다. 약은 먹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더 깊은 불안을 느낄 것 같았다. 차라리 깨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은서는 이 습관을 बदल고 싶었다. 새벽 4시에 깨는 것을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은서는 일어났다. 옷을 입었다. 할머니 댁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마루 위에서는 발소리를 최소화했다. 하지만 나무는 모든 것을 배반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은서는 멈춰 섰다. 할머니 방에서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였다. 없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은서는 대문을 나갔다. 밤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는 새벽. 별이 보였다. 서울에서는 본 적 없는 별들이 하늘 전체를 덮고 있었다. 은서는 한참 그것을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하천리 마을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개 짖는 소리만 들렸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은서는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다른 곳에 있었다. 자신이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자신이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마을을 둘러보려고. 마을의 아름다움을 보려고. 그리고는 자신이 여기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不知道했다.
은서는 걸었다. 마을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마을의 아름다움을 보았다. 꽃들이 피는 것을 보았다. 새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신이 여기서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不知道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했던 것은自己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것이었다. 감나무처럼.